
패스트푸드보다 더 싼 한식. 일부 한식당에선 종종 반찬이 ‘재활용’되고 있다.
영세한 식당일수록 위생 문제에 둔감하기 마련인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싶다. 필자의 후배가 지난 복(伏) 중에 직접 목격한 사실 한 토막.
“일하는 식당이 2층에 있어서 옆 건물이 내려다보이는데, 마침 유명한 닭 요리집 뒤뜰이 보입디다. 커다란 고무 함지박에 무언가 시커먼 게 덮여 있기에 검정 비닐을 덮어놓은 줄 알았어요. 한 요리사가 어슬렁거리면서 다가가 손사래를 막 치니 그 ‘검정 비닐’이 웅-하고 하늘로 날아오릅디다. 뭔지 아시겠어요? 파리떼였어요.”
비위생의 극치, 내장
고무 함지박에 들어 있던 것은 수백마리의 생닭이었다. 한 그릇에 1만원이나 하는 비싼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이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식품위생법은 모든 식품을 옥외에 쌓아둘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공염불이다. 몇 해 전 텔레비전 몰래카메라에 걸려든 유명 설렁탕집도 김치 단지를 식당 입구에 마구 쌓아놓은 게 문제가 됐다.
그래도 손님 눈이 무서운 접객업소에서는 이런 위생 문제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식재료가 관리되는 도매 단계다. 음식재료를 장만하기 위해 농수산물가락시장이나 축산시장을 직접 들러 장을 보는 요리사가 적지 않다. 필자도 마찬가지인데, 그럴 때마다 과연 이 재료들을 사다 팔아야 하나 한숨이 나온다.
축산물의 내장은 그 특성상 오염되기 쉽고 부패도 빨리 된다. 그러니 더욱 관리를 잘해야 하는 품목이다. 그러나 실정은 정반대다. 기름과 피로 범벅이 된 매장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고, 냉장 처리되지 않은 내장이 굴러다닌다.
판매하는 사람이 위생복을 갖춰 입은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다들 그런 문제엔 관심도 없다. 유통기한이 언제인지, 언제 도축한 내장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운이 나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위생관리 상태가 이러니 한우 내장인지 육우 내장인지, 또는 수입 내장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 내년부터 모든 식당에서 육류의 원산지를 명기해야 하지만, 위생상 더욱 중요한 내장의 경우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10월이면 ‘드디어’ 미국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된다. 현장에서 고기를 파는 사람으로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국내 요리사들이 미국 쇠고기가 얼마나 나쁜지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개 손님의 기호에 맞추느라 ‘마블링(근육 속의 지방 교잡도)’이 좋은지, 육질은 부드러운지에만 신경 쓴다.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광우병이고, 둘째는 O157균, 살모넬라균 같은 특정 병원균의 위험이다. 셋째는 항생제에 무방비로 노출된 고기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