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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인류는 침팬지와 1.2% 다른, ‘털 없는 유인원’일 뿐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인류는 침팬지와 1.2% 다른, ‘털 없는 유인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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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험은 우리가 유인원, 더 나아가 영장류 사촌들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인간이 자신만의 속성이라고 여겨온 것은 매우 많다. 언어, 이성, 자의식, 자기희생, 배려, 복잡한 사회, 권모술수, 사기, 놀이, 웃음, 도구 사용, 자위행위 등. 하지만 우리의 가까운 친척인 원숭이와 유인원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인간만이 지녔다고 하는 속성 중 많은 것을 실상 그들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간이 유인원인 침팬지 및 보노보 계통과 갈라진 것은 약 600만년 전이다. 예전의 견해에 따른다면, 인간의 속성은 인간이 그들과 갈라진 뒤 진화하면서 획득한 셈이다. 하지만 유인원 실험 결과는 인간과 그들의 공통 조상이 이미 그런 속성을 많이 지니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최근에 발표된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체 염기 서열은 그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전체는 한 생물이 지닌 염색체 전체를 말한다. 염색체는 DNA 염기 서열로 이루어져 있고, 염기 서열은 생물의 진화 양상을 알려준다. 인간과 침팬지의 염기는 약 30억개이며, 조사 결과 약 4%가 달랐다. 염기 서열 중에서 유전자 같은 유전정보를 지닌 부분만 따지면 겨우 1.2%만 달랐다. 이 얼마 안 되는 차이가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를 낳은 것이다.

이 유전체 분석 결과는 인간과 침팬지의 지적 능력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침팬지와 인간의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비교했다. 15∼18%가 달랐으며, 원인은 주로 최근 25만년 동안 인간의 계통에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과 침팬지의 뇌 기능 차이와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연구진은 인간의 뇌가 유달리 크고 복잡한 것은 새로운 인간 유전자가 진화한 결과라기보다는, 뇌가 발달하는 태아 때와 유아 때 기존 유전자들이 단백질을 만드는 양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그것이 인간의 뇌가 침팬지의 뇌보다 3배쯤 큰 이유를 설명해줄까.



DNA는 언어의 기원에 대한 단서도 제공한다. 많은 동물 연구자가 유인원뿐 아니라 새도 그림이나 기호를 조합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오랜 학습을 거친 유인원들은 그림이나 문자를 조합해 일종의 문장을 만들어서 연구자와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강 구조상 인간처럼 분절된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인간처럼 조리 있게 말을 구사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인간만이 말다운 말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언어는 인간과 유인원을 가르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일까.

문법 유전자 ‘FOXP2’

1990년, 한 가족이 과학자들의 눈에 띄었다. 그들의 사생활을 고려해 ‘KE’라고 이름붙인 이 가족은 3대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식구의 절반 정도가 갖가지 장애를 안고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장애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기호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했다. 그들은 말하는 데 쓰이는 입과 얼굴 근육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고, 지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서 근육 운동을 조율하고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도 작거나 비정상적인 양상이 엿보였다.

연구자들은 그들의 염색체를 조사했다. 그 결과 7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하나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을 발견했다. 염기 하나가 바뀌어 있었다. 그 유전자에는 ‘FOXP2’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즉 유전자 하나가 인간의 언어 능력을 좌우하는 셈이었다. 한 유전자가 어떻게 근육과 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 유전자는 다른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다양한 유전자에 영향이 미친다.

이 유전자는 다른 동물들도 지니고 있다. 침팬지, 고릴라, 붉은털원숭이의 유전자와 비교해보니 인간과 이들의 유전자는 고작 두 군데가 달랐다. 또 그 영장류와 생쥐의 유전자는 한 군데만 달랐다. 생쥐와 침팬지가 갈라진 것은 약 7500만년 전이므로, 그 긴 세월 동안 양쪽의 유전자는 겨우 한 군데만 달라진 셈이다.

반면에 인간의 유전자는 600만년 전에 침팬지와 갈라진 뒤로 두 군데나 변화가 일어났다. 게다가 침팬지와 생쥐에게 생긴 변화는 유전자의 기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위에서 일어난 반면, 인간 계통에 생긴 변화는 기능적으로 중요한 부위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FOXP2 유전자가 언어 구사 능력을 결정하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이 를 ‘문법 유전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언어 능력이 타고난 것이라는 노엄 촘스키의 주장을 분자생물학이 입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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