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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웰빙

국순당 사장 배중호 - 요리

“음식 만들다보면 원칙과 디테일의 중요성 절감하죠”

  • 글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 사진 김성남 기자 photo7@donga.com

국순당 사장 배중호 -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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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는 손끝, 혀끝 감각에 정성이 더해져야 제 맛이 난다. 그러니 앞치마를 두른 남자는 피아노를 치는 남자만큼이나 매력 있다. 노련한 칼솜씨가 빚어내는 맑고 규칙적인 소리, 들릴 듯 말 듯한 지글지글 보글보글…. 귀를 쫑긋 세웠을 때 진한 향이 살며시 코를 자극하면 그만한 감동이 없다. 음식을 먹어보기도 전에 ‘사는 맛’을 느낀다.
국순당 사장 배중호 - 요리
“낮에 근처 식당에서 묵은지를 먹었는데, 짜지 않고 군내도 안 나더라고요. 숙성도 잘 됐겠지만 그런 맛이 나려면 담글 때부터 신경을 써야 할 거예요. 소금을 적당히 풀어서 배추를 절이고, 채소의 물기를 충분히 뺀 다음에 버무리고, 젓갈도 많이 안 넣고….”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일 땐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영 멋쩍어하던 국순당 배중호(裵重浩·53) 사장이 칼자루를 쥐고부터는 표정이 자연스러워지고 말이 끊이지 않는다. 오이를 채 써는 손놀림이 날렵하진 않아도 섬세하다. 칼을 한두 번 잡아본 솜씨가 아니다.

배중호 사장은 배상면(82) 국순당 회장의 장남이다. 연세대 생화학과에서 미생물을 연구하고 1980년 국순당의 전신인 배한산업 연구소장으로 입사, 가업을 이어받았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각종 한약재에 쌀가루를 넣어 발효시키는 생쌀 발효법을 이용한 ‘백세주’를 출시, 주류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배중호 사장은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서 미생물을 공부했지만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대학 3,4학년 땐 전공과목보다 경영학 수업에 더 열심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가업을 잇기 위해 술을 빚으면서 미생물학이 신기하고 흥미롭게 다가왔고, 일이 진전되는 것을 보며 성취감을 맛보았다고.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술을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발효식품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요즘 유행하는 묵은 김치를 먹어보면 숙성기간이 6개월인지 1년인지, 냄새와 씹는 느낌으로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는 그는 지난해엔 직접 김장을 했다. 자그마치 200포기. 땅속에 김치항아리를 묻어두고 몇 포기씩 꺼내 먹는데 “수분이 많아 묵은 김치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김장김치를 데쳐서 내놓으면 아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맛을 인정해준다”며 으쓱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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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 사진 김성남 기자 photo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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