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서지민 교수의 옥새 이야기’에 대한 반박

“영·정조 대왕이 쓰던 옥새는 흔적조차 없다”

  • 김성호 옥새 연구가 sindo88@hanmail.net

‘서지민 교수의 옥새 이야기’에 대한 반박

3/3
옥새는 분업으로 만들지 않아

또한 임금이 행차할 때 배치되는 옥새의 위치도 서 교수의 주장과는 다르다. 조선의 관리들은 왕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상세히 기록했는데, 왕이 행차할 때는 반차도(班次圖)를 그려 수많은 사람과 의장물의 자리와 순서를 미리 정했다.

의장 행렬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왕권을 상징하는 옥새와 중국에서 받은 고명(誥命)이었다. 임금 행차의 권위를 한층 더 높이는 것이 바로 옥새였다. 반차도에 따르면 옥새는 8명이 멘 별도의 가마에 따로 옮겨짐으로써 그 존재가치를 평가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차도를 살펴보면, 교룡기 다음의 중앙에는 주작기와 황룡기를 든 사람이 나타나며 이들 기수 좌우에는 홍개(紅蓋)를 든 두 사람과 금을 두드리는 사람, 북을 치는 사람이 1명씩 서 있다. 이어 보마(寶馬) 2필(갈색 1필, 흰색 1필)이 따르고, 상서원(尙瑞院) 관원을 중앙에 두고 내시 2명이 말을 탄 모습으로 좌우에 배치됐다. 상서원 관원은 옥새를 비롯한 궁중의 상징적 물품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다. 보마와 상서원 관원, 내시가 가는 좌우측에는 각종의 깃발행렬이 물결을 이뤘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는 8명이 멘 가마에 옥새가 실려 상서원 관원과 함께 임금의 가마를 따르고 있다. 옥새가 앞장선 것이 아니라 임금의 뒤를 따랐던 것이다.

또한 서 교수는 “남양옥으로 옥새를 만들고, 민홍규(옥새 전각장)씨가 전각하면 세계적인 작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옥새의 제작과정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조각은 자신이, 전각은 민홍규씨가 맡았으면 한다는 것은 분업식 제작으로, 전통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옥으로 만든 어보조차 뉴(?·손잡이) 조각과 전각(篆刻) 조각은 분업으로 제작하지 않았다. 금속으로 주조한 옥새도 마찬가지다. ‘보인소의궤’의 기록에 따르면 옥새는 한 명이 보조 장인을 두고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장인들은 옥새함이나 매듭을 만드는 등의 일을 했다.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만든 ‘봉황국새’에 금이 간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분업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행정자치부는 손잡이는 김영원 교수의 작품, 전각은 여원구씨, 주물은 최주 박사 에게 분담시켜 제작하다 결국 금이 가는 사태가 빚어지고 말았다.

행자부의 과오

그런데 행자부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현재 행자부는 전문가 한 명 없는 국새제작자문위원회를 구성한 후 새 국새 제작에 나서고 있으나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아 또다시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다. 당시 국새제작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등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행자부는 여전히 분업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향후 값비싼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행자부는 감사원 감사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는 ‘국새에 균열이 있다’는 감사원 발표 직후 ‘국새의 인뉴(손잡이)와 인문’에 대한 국민제안을 받았다. 국민제안의 내용 가운데 ‘태양새 삼족오(三足烏)’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뒤를 용과 봉황 등이 이었다.

행자부는 당시 ‘삼족오’를 지지하는 의견이 9건이라고 발표했으나, 500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한 한 시민단체의 의견을 1건으로 처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같은 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자부는 ‘새 국새 제작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72%의 국민을 대상으로 또다시 여론조사를 했다.

‘서지민 교수의 옥새 이야기’에 대한 반박
김성호

1968년 경남 사천 출생

한국외국어대 아프리카어 전공‘일요서울’ 기자

저서 : ‘일본은 죽어도 모르는 독도이야기’ ‘옥새, 숨겨진 역사를 말하다’


국민제안을 받아놓고서는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이를 묵살하고, 또다시 예산을 들여 여론조사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혹여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국민제안을 뒤엎은 것은 아닌가. 이 부분은 반드시 짚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정부기관조차 편법을 동원해서까지 전통과는 거리가 먼 옥새(국새)를 만들다보니 우리 전통문화가 왜곡되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서지민 교수 같은 분이 앞장서서 제대로 된 국새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옥새 전문가의 자세라 믿는다.

신동아 2006년 12월호

3/3
김성호 옥새 연구가 sindo88@hanmail.net
목록 닫기

‘서지민 교수의 옥새 이야기’에 대한 반박

댓글 창 닫기

2023/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