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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여군 중령 피우진이 털어놓은 군내 여성인권 실태

“나는 군대라는 정글에서 男軍들과 싸우는 아마조네스였다”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현역 여군 중령 피우진이 털어놓은 군내 여성인권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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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을 짝사랑한 여자

현역 여군 중령 피우진이 털어놓은 군내 여성인권 실태
▼ 군 생활을 정리한다는 생각 같군요.

“그렇죠. 오랫동안 군 생활을 했으니 그 생리를 잘 알잖아요. 저의 복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으니까 인정해야죠. 군인은 규정과 명령에 따라 움직이잖아요.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복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울 테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는 해야죠.”

1979년 27기 여군 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한 그는 올해로 28년째 군 생활을 하고 있다. 2002년 10월 유방암 1기 판정을 받고 유방 절제수술을 했다. 이때 그는 암에 걸리지 않은 쪽 유방도 함께 절제했다. 군인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후 3년 동안 별문제 없이 육군항공단에서 군 생활을 계속했다. 암은 재발하지 않았고 후유증도 없었다. 1년에 한 번씩 있는 체력검정도 가뿐하게 통과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상부에서 갑자기 그의 병력(病歷)을 문제 삼았다. 군 규정상 암에 걸리면 군복을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법이 만들어질 무렵만 해도 ‘암=죽음’이란 인식이 강했다. 결국 군은 이 규정을 들어 그의 항공조종사 자격을 박탈했고 곧이어 전역심사에 회부했다.



올해 초, 그의 딱한 사연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언론과 시민단체 등은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국회의원까지 관심을 갖자 군은 관련법 개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전역심사위원회도 그를 구제하기 위해 심사를 보류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이뤄질 것 같던 법 개정은 진척이 없었다. 결국 지난 9월 전역심사위원회가 열려 전역 판정이 내려졌고, 그는 이에 불복해 인사소청을 했다.

관련법 개정 전에 인사소청이 기각되면 나중에 법이 개정되어도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그는 정년까지 3년여 남은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전역해야 한다. 육군 헬기조종사 시절 그의 항공호출명은 ‘피닉스(불사조)’였다. 남자 동료들이 붙여준 것인데, 불사조도 군의 낡은 규정을 뚫고 날아오르지는 못할 모양이다.

▼ 인사소청이 기각되면 어떻게 할 건가요.

“저를 도와주시는 변호사 말씀이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합니다. 행정소송에서 이기면 복직의 길이 열리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 군에서 ‘왜 자꾸 문제를 크게 만드냐’는 힐난은 없었나요.

“그런 말도 들었죠. 하지만 저를 옭죈 법조항이 시대에 맞지 않다는 걸 많은 군인이 공감하고 있고, 또한 제가 얼마나 건강한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먼저 인사소청을 하라고 조언했을 정도예요. 법 개정이 미뤄지는 게 ‘암은 완치가 안 된다’는 주장 때문인데, 중요한 것은 ‘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지 암 완치 여부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 군인입니다. 근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아프다면 당연히 명예롭게 전역해야겠지만, 지난 3년간 아무 문제없이 생활했는데 이미 치료가 끝난 병을 뒤늦게 문제 삼아 전역조치를 내린다는 건 이해가 안 돼요.”

그의 머릿속엔 전역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과 반평생을 바친 군에 대한 애착이 교차하는 듯하다.

“지금도 군대 생각만 하면 가슴이 짠해져요. 후배들은 군에 대한 저 혼자만의 짝사랑이라고 하지만(웃음). 군은 전쟁을 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 인간적인 집단이어야 합니다. 전우를 대신해서, 상관을 대신해서 내가 죽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만큼 서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더러 상관들은 부하를 사람 취급하지 않고 도구로만 대하는 것 같아 서글픔마저 느낍니다.”

‘마지막 아마조네스’

피우진 중령은 자신의 전역 문제에 대한 분노도 크지만 여군의 인권 현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28년을 군에서 보내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군 헬기조종사로서의 자부심보다는 성희롱, 성차별 등 여군에 대한 지휘관들의 비뚤어진 언행에 마음 상할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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