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터프라이즈국의 주요 주주들인 장영달 의원, 임채정 국회의장,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 전 총리(뒷줄 왼쪽부터).
“1997년 한 후배가 사진관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사진의 ‘사’자도 모르는 처지라 주저하자, 그 후배가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관엘 데리고 갔다. 가서 보니, 옛날 정치인들 사진이 많더라. 선거철에 정치인 캠페인 사진만 찍어도 돈을 벌 것 같았다. 스스로 돈을 벌어 정치자금으로 쓰자는 취지에 동감한 동료 의원 넷(회사 주요 주주들)을 모아 각각 5000만원씩 출자했다.
그런데 사업이 잘 안됐다. 선거철에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거물 정치인들이 선거 후보자들에게 일일이 우리 회사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권할 수 없었다.
남북관계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들어간 금강산 사진관도 처음엔 좀 됐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 북핵 문제가 터진 뒤엔 손님이 더 없다. 전체적으로 경영상태는 좋지 않다. 이사들에게 배당은커녕 월급도 준 적이 없다.”
이길재 대표에 따르면 주요 주주들에게 정기적으로 사업 보고도 하지 않았고, 주주들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주요 주주들은 엄연히 공인(公人)이고, 재산공개의 의무가 있다. 앞에서와 같이 이해찬 전 총리는 엔터프라이즈국 170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김근태 의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재산공개 목록에 엔터프라이즈국 주식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길재 대표가 증언한 대로 5명의 주주가 똑같이 투자했다면, 당연히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잊은 지 오래”
또 국회의원은 다른 직위를 얻게 되면 ‘의원 겸직’ 신고서를 서면으로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국회법 29조엔 ‘의원이 당선 전부터 다른 직(職)을 가진 경우 임기 개시 후 1개월 내, 임기 중에 다른 직에 취임한 경우 취임 후 15일 이내에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올 6월 참여연대가 국회 사무처에 의뢰해 받은 ‘의원겸직 현황’ 자료엔 임채정, 김근태, 이해찬, 장영달 의원 중 누구도 의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이해찬 의원측은 “이름만 걸어놓았을 뿐 전혀 활동하지 않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김근태 의장측은 “오래전에 시작한 것이고 투자한 돈을 가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사업이 부진해 이미 잊어버렸다”며 “엔터프라이즈국에 이사직 철회를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장영달 의원측은 “(장 의원이) 사업 초기 1∼2년은 활동했지만 그 후엔 사업이 잘 안 돼 잊었다”며 “주식을 갖고 있지만 배당도 받지 못하는 상태여서 신고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