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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호 특별부록 | 한국의 核주권

세계 원자력史 속에서 본 한국 원자력史 - 제3부

중수로에 집착한 박정희, 분노한 아이젠버그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세계 원자력史 속에서 본 한국 원자력史 - 제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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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원자력史 속에서 본 한국 원자력史 - 제3부

박정희 대통령의 집념이 서린 월성 1호기. 이 원전은 박 대통령 사후 전두환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되었다.

박정희 소장은 국가재건최고회의를 통해 정국을 운영했다. 그야말로 군인이 통치하는 군정(軍政) 시기였으므로, 각 기관에는 군인들이 나와 기강을 잡으려 했다. 이 시기 원자력원의 기획조사과장이 이민하(李敏厦)씨였다. 이민하 과장은 ‘원자력발전 장기계획서’를 만들어 원자력원에 파견된 군인을 통해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게 제출했다.

이 계획서는 ‘한국도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야 하는데 어디에 짓는 것이 좋고 예산은 얼마가 들어갈 것이다’라는 한국 원자력 정책의 대강을 담고 있었다. 이 계획서를 받은 박 의장은 이 과장을 불러 직접 설명을 듣고 서명을 했다. 이로써 박 의장도 원자력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것이 확인돼 정변(政變)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분야는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1962년 3월30일부터 원자력연구소에서 트리가 마크-Ⅱ 원자로가 가동에 들어갔다. 박정희 정부는 이승만 정부 못지않게 원자력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1967년 3월30일에는 원자력청을 신설해 원자력원이 하는 일을 인수하고, 그해 4월21일에는 원자력 정책을 포함한 국가 과학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처를 만들었다.

1967년 10월 박정희 정부는 장기 전원(電源)개발 계획을 세웠는데, 이 계획에는 1976년까지 50만㎾급 원전 2기를 건설한다는 ‘야망’이 들어 있었다. 한국에 건설한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설비 용량은 58만7000㎾이다. 1967년 계획보다는 설비 용량이 커졌는데, 최초 원자력발전소의 설비 용량이 커진 데는 ‘사연’이 있다.

1960년대 중반 한국이 원자력발전소를 세워야겠다고 판단했을 때 처음 예상한 설비용량은 15만㎾였다. 지금 시점에서는 ‘15만㎾급 설비로 원전을 지어서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의문이 떠오르겠지만, 당시 형편에서는 15만㎾급 원전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고리 1호기 건설은 무모했다?

당시 한국의 전체 전기 설비 용량은 약 200만㎾였다. ‘생산한 것을 전부 판매’하는 매진을 기록해야 떼돈을 번다는 것은 경제의 기본 원리이다. 그러나 전기는 생산한 것을 모두 소비하는 매진을 기록했다가는 ‘블랙아웃’이라고 하는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 모든 전기가 나가버리는 사태이니 발전소까지 멈춰선다.

따라서 전기는 항상 여유를 두고 소비해야 한다. 그러나 수천만 국민이 사용하는 전기의 소비량이 언제 어떻게 급증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전기 소비는 에어컨 가동이 급증하는 한여름철 급증하는데 이때를 가리켜 피크타임(peak time)라고 한다. 한 나라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피크 타임을 채울 수 있어야 한다. 피크 타임을 채울 수 없을 때는 몇몇 지역에 대해서 단전(斷電)함으로써, 국가 전력체계 전체가 블랙아웃되는 사태를 막는다.

전기는 다른 제품과 달리 저장할 수가 없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전기선을 통해 각 가정과 공장 회사에 공급되는데 이때 소비되지 못한 전기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사라져버린다. 이 때문에 블랙아웃을 피하기 위해서는 여유 있게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데, 여유 있게 생산된 전기는 저장하지 못하므로 예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전기 생산은 비효율적이 된다.

예비율을 계산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각 발전소의 설비용량이다. 발전소는 연료나 부품 등을 교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정지시켜야 할 때가 있다. 또 고장으로 인해 갑자기 정지할 수도 있다. 교체나 고장으로 발전소가 정지하면 이 발전소가 생산하던 것만큼의 전기 생산이 줄어드는데, 이러한 생산 감소는 곧 바로 예비율에 영향을 준다.

예비율은 보통 10% 정도로 잡는데 갑자기 멈춰선 발전소의 설비용량이 국가 전체 설비용량의 10%라면, 이 발전소가 정지함으로써 이 나라의 예비율은 순식간에 0%로 떨어진다. 예비율 0%는 바로 블랙아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발전소를 지을 때는 무작정 설비용량을 크게 할 게 아니라 국가 전체 설비량의 10%가 넘지 않도록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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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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