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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이후 신축 아파트는 ‘발암 쓰레기 시멘트’로 지었다”

“발암 중금속, 콘크리트 상태에선 인체 무해”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1999년 이후 신축 아파트는 ‘발암 쓰레기 시멘트’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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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찌꺼기, 석탄재, 폐타이어, 폐유…온갖 쓰레기 집합소
  • “시멘트 소성로 내 중금속 위험” vs “소성로는 완벽한 폐기물 처리시설”
  • “환경 빙자해 시멘트업계 돈벌이” vs “폐기물 재활용, 천연광물 보존 효과”
  • 중국산 시멘트보다 중금속 함량 10배 많아
  • 석탄재는 돈 받고, 폐타이어는 돈 주고 수입
  • 폐기물 종류 제한하고 대기배출 허용 기준 강화해야
“1999년 이후 신축 아파트는 ‘발암 쓰레기 시멘트’로 지었다”

각종 산업폐기물이 투입되는 시멘트 소성로(쌍용 동해공장).

4월6일 새벽 5시30분. 전날 저녁 삼척항 외항에 정박했던 일본 선박 ‘스카이 레이디(Sky Lady)’가 내항 부두에 접안했다. 6시가 지나자 여명이 항구의 어둠을 시나브로 밀어냈다. 7시30분, 하역 작업이 시작됐다. 골리앗 크레인이 시커먼 철강슬래그(광석을 제련하고 남은 찌꺼기)를 부두에 쏟아 부었다. 부두 저편에서 숨죽이고 이를 지켜보던 최병성(44) 목사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최 목사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크레인이 부려놓은 슬래그는 로더를 통해 줄지어 대기하던 덤프트럭들로 옮겨졌다. 트럭들은 부두에서 500m가량 떨어진 동양시멘트회사로 향했다. 최 목사는 트럭들의 뒤를 쫓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동양시멘트가 일본 철 쓰레기를 수입해 시멘트 원료로 사용한다는 정보가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최 목사가, 국내 시멘트회사가 일본에서 산업쓰레기를 들여오는 현장을 잡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9월엔 일본산 폐(廢)타이어가 동해항으로 들어와 쌍용시멘트로 수송되는 현장을 촬영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동양의 철강슬래그 수입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전날 오후부터 삼척항에 머물렀다. 하역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항구가 잘 보이는 곳에 숙소를 잡고 밤새 지켜봤다. 문제의 일본 선박이 어떤 회사의 어떤 쓰레기를 싣고 오는지는 사전에 일본 환경단체로부터 귀띔받아 알고 있었다. 미쓰이금속광업주식회사의 하치노해 제련소에서 나온 슬래그였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항만청과 세관에 확인해 이 배의 행선지와 출입항 시각을 알아냈다.

최 목사는 지난해부터 이른바 ‘쓰레기 시멘트’ 고발에 앞장서온 환경운동가다. ‘쓰레기 시멘트’란 말 그대로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다. 시멘트는 주원료인 석회석에 철광석이나 규사, 점토 따위의 부원료를 혼합해 고온에서 구워 만든다. 연료로는 유연탄이 사용돼왔다.



그런데 1999년 환경부가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멘트 소성로(燒成爐)를 소각시설로 인정한 이후 각종 산업폐기물이 시멘트의 부원료나 연료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철강슬래그와 석탄재, 오니(汚泥) 등이 대체 부원료로 쓰이고, 폐타이어, 폐유, 폐합성수지 등이 보조 연료 구실을 하게 됐다.

가장 완벽한 폐기물 처리 방법?

이는 시멘트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줬다. 원료비와 연료비가 크게 절감됐기 때문이다. 덤으로 부수입까지 올렸다. 업체로부터 산업폐기물을 제공받으면서 처리비나 운송비(수입품의 경우) 명목으로 돈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환경부)로서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고온의 시멘트 소성로를 통해 유해 산업폐기물을 ‘완벽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일반 소각로에서 처리됐다. 그런데 소각로를 이용할 경우 타고 남은 찌꺼기, 즉 2차 폐기물을 매립 처리해야 한다. 반면 소성로에서는 그런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그 자체가 시멘트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산업폐기물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좋다. 폐기물 소각로보다 시멘트 소성로가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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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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