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 피의자 진술 토대, 100쪽 넘는 질문지 준비했지만…
공수처 “200m 앞까지 접근, ‘인간 벽’ 세워 집행 못해”
‘비상계엄수사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 직접 조사 예정
尹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 “체포영장 집행은 불법‧무효”
권영세 “시류에 영합해 강제수사 하려는 공수처 태도 잘못”
이재명 “법은 모두에게 평등…누군가 이익 위해 전체 희생 안 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한 가운데 3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수사관들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관저를 지키는 군 병력에 의해 한때 진입에 방해를 받기도 했지만 공수처 관계자들은 이를 뚫고 관저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그러나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경호구역이므로 진입을 허용할 수 없다”고 수색을 불허했고, 관저 앞을 경호처 직원들이 인간 벽을 형성해 지키면서 양측은 5시간 넘게 대치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것과 관련 “관저 200m 앞까지 접근했지만 군인과 대통령경호처 인력 200여 명이 벽을 세워 집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결국 오후 1시 36분쯤 “금일 체포영장 집행은 계속된 대치로 인해 불가능하다고 판단, 현장 인원들의 안전이 우려돼 오후 1시 30분에 집행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관저 출입문을 통과한 지 5시간 30분 만에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한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당초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이후 신병을 확보하면 경기 과천시 공수처 청사로 이동해 청사 3층 영상조사실에서 비상계엄수사팀장인 이대환 수사3부장 검사와 차정현 수사4부장 검사가 직접 조사할 예정이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를 위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내란 혐의 피의자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자료와 증거 자료를 토대로 100쪽 넘는 사전 질문지를 작성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집행 시한 사흘 남아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 했다가 중지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민주노총이 '윤석열 체포 확대간부 결의대회 및 총력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체포영장 집행은 무산됐지만 아직 시한이 남아 있는 만큼 추후 공수처가 영장 집행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경호처 반대에 부딪혀 한차례 영장 집행이 무산된 만큼 다시 진입을 시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 정지를 밝힌 후 언제 다시 체포영장을 집행할 지에 대해서는 “향후 조치는 좀 더 검토를 거친 후 결정할 예정”이라며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자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의 영장 청구는 위법이다. 영장 발부가 무효이므로 이를 집행하려는 것 자체가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최측근 석동현 변호사도 자신의 SNS에 “공수처가 정말 미친 듯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안하무인으로 설치고 있다”며 “오늘(3일) 체포영장 집행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윤갑근 변호사도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현재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체포)영장에 대한 이의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체포영장) 집행 과정의 위법 상황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한 듯 “법은 모두에게 평등한 것”이라며 “누군가의 아집이나 어떤 집단의 특별한 이익을 위해 전체가 희생돼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가 이런 식의 강제수사를 이어가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부분”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대통령이 증거를 인멸할 수 없을 정도로 수사가 진척이 돼 있고, 도주할 우려도 당연히 없다”며 “시류에 영합해 강제수사를 하려는 공수처의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기동대 버스 135대와 경찰력 2800명을 현장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한남동 대통령 공관 주변에는 윤 대통령 체포에 반대하는 지지자들과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나뉘어 연일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3일 공수처의 영장 집행은 무산됐지만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구속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는 영장 집행 시한인 6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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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尹 체포 시 청사 3층 영상조사실서 조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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