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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수학 예찬론

‘수학 숲’ 들어가니 ‘과학 나무’가 보였다

  • 고중숙 순천대 교수·물리화학 jsg@sunchon.ac.kr

과학자의 수학 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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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학의 후견인

과학자의 수학 예찬론

과학과 수학은 모두 언어를 토대로 하는 논리 학문이다.

그렇다면 수학과 인문학의 관계는 어떨까. 먼저 논리학을 보자. ‘학문의 시조’ 탈레스는 당연하게 보이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데에서 학문의 기초를 닦았다. 그의 증명 중에는 ‘원은 지름으로 이등분된다’와 ‘이등변삼각형의 두 밑각은 같다’처럼 증명의 필요성이 도무지 느껴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쉽게 파악할 수 없던 난제들도 이런 초보적인 논리를 통해 교묘하게 증명된다. 그리스의 학문이 논리를 중요시한 것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특징이라기보다 학문의 진정한 방향이었고, 이 때문에 탈레스는 학문의 시조로 일컬어진다.

논리학은 수학과 함께 ‘논리적 확증’을 요구하는 사변적 학문의 대표격인데, 위 예에서 보듯 형식을 따진다면 논리학은 수학의 논리적 기초다. 하지만 실제로 논리학의 이론적 체계와 실체의 대부분이 수학에 의지하고 있다. 이 점은 수학이 고대 이래 꾸준한 발전을 이룬 반면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특기할 만한 점이 거의 없다는 데에서 알 수 있다.

그러다가 20세기 초에 수리논리학이 크게 부각되면서 논리학은 수학이라는 굳건한 동지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불완전성 정리’라는 ‘20세기 최고의 정리’를 세워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최고의 논리학자’로 일컬어지는 쿠르트 괴델의 업적이 그 절정을 이뤘다.



그런데 논리학은 인문학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인문학의 요체는 ‘말로 펼치는 논리’라는 점에서 이를 잘 헤아릴 수 있다. 이 사슬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휘몰아치고 있는 논술과 글쓰기 교육의 열풍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자연과학처럼 수학이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변에서 논리적 지반을 굳건히 다져주는 믿음직한 후견인이라 할 수 있다.

수학이 인문학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는 점은 다른 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수학을 어려운 과목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원인으로 수학의 가장 큰 특징이자 중요한 요소인 ‘수식’을 지목한다. 국어나 사회 과목 등 일상 언어로 된 책을 보다가 수학책을 펼치면 페이지마다 수식이 줄지어 나타나며, 이 수식들을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머리가 아파 온다는 것이다.

수학은 언어

그런데 따지고 보면 수식은 ‘언어’다. 중학과정에서 배워 누구나 아는 일차함수 ‘y = aχ+b’라는 식은 ‘y는 χ의 a배에 b를 더한 것이다’라는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이 식은 너무 단순해서 수식의 장점이 별로 부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의 말로 쓰면 아주 어렵고도 혼란스러운 내용이 수식으로는 훨씬 간명하게 표현된다는 점에서 수식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역시 중요한 수식으로 꼽히는 중학과정의 이차방정식 근의 공식을 보자.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

과학자의 수학 예찬론


이것을 수식이 아닌 글로 나타내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실제로 16세기 중반에 발견된 삼차방정식 근의 공식은 아직 수식이 없던 시절이어서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울 긴 문장으로 씌어졌다. 그래서 이를 해독하기도 적용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16세기 후반에 수식을 표기하는 방법들이 개발돼 수학은 커다란 도약을 하게 됐고, 그래서 이때를 근대적 대수학이 성립한 시기로 본다.

그러므로 수학도 국어, 사회 등 다른 과목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모든 학문은 인간의 생각을 언어로 나타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수학은 언어’라고 말할 수 있다. 실로 우리가 어렵다고 여기는 대상은 수학이 아니라 ‘수학을 통해 표현되는 인간의 사고 내용’이다.

세상이 너무나 오묘하고 심오하여 인간의 사고로 감당하기가 어려워 수식을 주로 이용하는 수학도 어려워진 것일 뿐, 수학 자체는 그나마 어려운 보통 언어를 쉽게 표현해주는 고마운 수단인 것이다. 이런 관점을 통해 수학에 대한 오해 내지 불필요한 선입관을 벗으면 그것만으로도 수학은 훨씬 친근해진다.

기왕 ‘수학은 언어’라 했으므로 다른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자. 각각의 인간은 언뜻 독립체인 것 같지만 끊임없이 외부와 상호작용을 하는 의존체다. 우주의 모든 존재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현대 천문학에서 말하는 ‘우리 우주’도 더 광활한 의미의 우주에 대한 의존체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모든 의존체는 외부와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며, 이는 입력(input)과 출력(output)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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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중숙 순천대 교수·물리화학 jsg@sun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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