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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예측가들의 영업비밀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미래예측가들의 영업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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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예측가들의 영업비밀

미래학의 대표주자 앨빈 토플러.(좌) ‘메가트렌드’의 저자 존 나이스비트.(우)

연초 1~2월, 머리가 맑을 때 책을 펼쳐 들면 상쾌한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가.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지 아니한가. 설레는 가슴엔 미래학 관련 서적이 어울릴 듯하다. 또 눈을 크게 떠서 글로벌 상황을 살피려면 국제 경제를 다룬 책을 읽어야 할 터이다.

미래학(Future Studies) 하면 가장 먼저 누가 떠오르는가. 앨빈 토플러가 아닐까.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원창엽 옮김, 홍신문화사), ‘미래의 충격’(장을병 옮김, 범우사) 등 세기적인 베스트셀러를 저술했다. 정보화 사회가 도래할 것을 정확히 예견해 통찰력을 인정받았다.

토플러는 미래학을 기업 경영에 응용했고, 컨설팅과 강연이 주업이 됐다.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고액의 자문료와 강연료를 받는다. 토플러가 2001년 한국에 왔을 때 잠깐 만난 적이 있다. 동아일보 오명 사장을 방문한 토플러는 거물답게 수행원 을 여럿 거느리고 나타났다. 당시 70대 노령인데도 아주 맑은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그래야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것인지….

존 나이스비트도 미래학 분야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가끔 한국을 방문해 강연장을 휩쓴다. 전세계적으로 800만권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메가트렌드’(이창혁 옮김, 21세기북스)의 저자이며, 텁수룩한 수염과 소탈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다.

2001년 6월 방한했을 때 필자가 단독 인터뷰했다. 존 나이스비트는 “어릴 때 벽촌에서 자랐기에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마침내 미래학에 몰두하게 됐다”고 했다. 트렌드를 어떻게 예견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엔 “영업 비밀인데…” 하며 싱긋 웃었다.



“지역신문의 1단짜리 기사도 세심히 읽는다. 짧은 기사라도 새로운 현상이면 기억했다가 다른 지역 신문에서도 그런 일이 보도되는지 살핀다. 그 현상이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면 트렌드 조짐이 아니겠는가.”

한국 떡잎 알아본 허만 칸

한국인에게 미래학은 그리 낯설지 않다. 이미 1960년대에 허만 칸이라는 미래학자가 한국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당시는 개발독재시대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나를 따르라’는 식의 통치술을 펼 때다. 민주화에 대한 국민 욕구를 누르기 위해 박 대통령은 “우리도 잘살 수 있다”를 외치며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허만 칸은 한국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경제 선진국으로 부상하리라 예견했다. 박정희 정부는 이를 적극 홍보했다. 대다수 국민은 허만 칸의 예측이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했다. 자본도, 기술도 없는 저개발국 한국이 무슨 수로 선진국이 된단 말인가. 혹시 그 학자가 한국 정부로부터 로비를 받아 터무니없는 논문을 발표한 것은 아닌가. 이런 의구심을 가졌다. 특히 비판적 지식인들은 허만 칸을 사이비 학자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미래학 연구 집단인 로마클럽이 내놓은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가 한국에서 번역 출판된 것도 미래학을 익숙하게 만든 요인이다. 석유자원이 곧 고갈된다고 경고하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은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훗날 허만 칸의 예견은 거의 맞았다. 반면 로마클럽의 보고서는 별로 맞지 않았다.

앨빈 토플러, 존 나이스비트 등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미래학자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들은 ‘학자’라 하기 곤란한 면이 있다. 학문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미래학을 탐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의 모습, 미래 현상을 통찰해 에세이로 정리하는 미래예측가라 할 수 있다.

학문적 방법으로 미래학을 개척한 선구자는 제임스 데이터다. 그는 1967년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협회’를 만들어 미래학이란 학문을 처음으로 정립한 인물이다. 토플러와 달리 데이터는 대학에 남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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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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