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특검법’이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을 통과함에 따라 특검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과연 ‘이명박 특검’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그 결과물은 무엇일까. 검사 출신인 부산대 법대 정승윤 교수는 오랜 검찰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이명박 특검법이 갖는 실체적 진실규명의 실효성과 특검 수사의 한계를 조목조목 분석했다. 한편 필자 정 교수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바 있고, 오는 4월 총선의 한나라당 공천 후보 물망에 올라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대선 5일 전인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명박 특검법’ 처리를 두고 몸싸움을 하는 국회의원들.
‘이명박 특검’은 최장 40일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관련 혐의를 수사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많은 국민이 궁금해 하는 핵심적 사안은 이명박 특검이 검찰 수사결과 발표내용 이상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 이 당선자를 기소하거나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 여부다.
주가조작·횡령은 공모가 관건
이명박 특검 수사의 첫 번째 쟁점은 이 당선자가 김경준과 공모해 주가를 조작하고 자금을 횡령했는지 여부다. 현재 김경준은 ▲2001년 7월부터 10월까지 옵셔널벤처스 회사자금 319억원을 횡령한 혐의(특경법상 횡령죄) ▲2000년 12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증권거래법위반죄) ▲2001년 5월부터 2002년 1월까지 미국 국무부장관 명의의 여권 7매와 미국 네바다 주 국무장관 명의의 법인설립인가서 19매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죄, 외국 공문서는 국내 사문서로 취급함) ▲위조된 문서를 행사한 혐의(행사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이 당선자와 관련된 범죄는 특경법상 횡령죄와 증권거래법위반죄 사건이다. 따라서 특검 수사의 핵심은 이 당선자를 김경준의 공범으로 기소할 수 있느냐이고, 공범으로 기소하려면 당선자의 실행행위 분담 또는 공모 사실을 밝혀야 한다. 우선 실행행위 분담 부분부터 살펴보자.
검찰은 이 당선자가 주가조작이나 자금횡령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직접 실행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은 비교적 자명하고, 이에 대해선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 측도 별다른 이의가 없어 보인다. 이 당선자가 주식거래에 정통하지 못하다는 점, 김경준의 지시에 의해 모든 일이 이뤄졌다는 옵셔널벤처스 직원들의 진술, 당선인이 직접 주식거래를 했다고 입증할 증거나 정황이 전혀 없다는 점 등에 비춰 특검 수사도 같은 결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공모 여부, 즉 주가조작과 횡령 과정에 당선인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수사의 핵심 포인트가 된다. 공모는 둘 사이에 은밀히 이뤄지므로 당사자들이 모두 자백하지 않는 이상 진술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상식에 맡게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그 출발점은 옵셔널벤처스의 인수 자금과 주가조작 자금이 어떻게 형성됐는지이고 그 종착점은 이익금이 어떻게 분배됐는지의 문제다.
옵셔널벤처스 인수자금과 관련해 김경준은 2000년 12월경부터 2001년 1월16일경까지 비비케이투자자문주식회사(이하 BBK)가 운용하는 MAF 펀드를 통해 뉴비전벤처캐피탈(구 광은창투)의 주식 15.29% 상당을 26억5000만원에 장내 매수했고, 3월5일 광주은행으로부터 주식 21% 상당을 54억원에 장외 매수하는 등 전체 주식 36%를 인수한 뒤 4월27일 뉴비전벤처캐피탈을 옵셔널벤처스코리아로 개명하고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1월10일 정호영 특별검사가 BBK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이 같은 주가조작을 통해 모은 자금과 옵셔널벤처스에서 횡령한 자금은 김경준이 대부분 미국으로 빼돌렸고, 투자자금 712억원 중 다스에 대한 미상환금 14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BBK 투자자에게 변제했을 뿐, 이 당선자에게 제공된 자금은 없다. 이에 따라 특검은 검찰 수사와 마찬가지로 BBK의 실소유자 규명에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옵셔널벤처스의 인수자금, 주가조작 자금, 주가조작에 이용된 계좌 등이 BBK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BBK 실소유주 수사 번복 힘들어
BBK는 김경준이 1999년 4월27일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한 회사로, 그는 이 회사를 ‘투자자문업 회사’로 금감원에 등록하기 위해 창투사인 e캐피탈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았다. 투자자문업 등록을 한 시점은 11월16일. 당시 김경준의 지분은 0.65%, e캐피탈의 지분은 99.35%였으나 김경준이 2000년 2월경부터 2001년 1월경까지 3회에 걸쳐 98.4%를 모두 매수해 1인 회사 형태로 운영했다.
이처럼 BBK의 주주가 김경준과 e캐피탈뿐이고 e캐피탈은 처음부터 BBK 소유에 관심이 없는 투자자였기에 BBK 실제 소유자 문제, 즉 BBK가 이 당선자가 김경준을 앞세워 만든 회사인지 아니면 김경준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설립한 회사인지는 e캐피탈 투자금 30억원 상당의 주식을 회수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검찰은 자금 추적과 참고인 조사결과를 토대로 김경준이 이 당선자와 무관한 자금으로 e캐피탈 투자 지분을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BBK의 소유관계를 밝히는 핵심적인 사항으로,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자금이 e캐피탈 인수자금으로 사용된 사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검찰 수사결과를 번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인수자금 자료 외에 김경준 본인이―미국에서 주장한 바와 달리―BBK가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라고 말한 진술서, 2001년 2월 BBK를 LK-eBANK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되 BBK를 계속 자신의 지분 100%로 유지한다는 김경준의 사업구상 자필메모 등을 추가 증거로 제시했다. 특검이 BBK가 김경준의 소유임을 밝히는 이 같은 직접 증거를 반박하려면 이 당선자가 경영에 관여하거나, 이익금을 분배받거나, 자금을 거래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신당은 2000년 2월15일 BBK 개정 정관에 이 당선자가 발기인으로 나와 있고 이사회를 주도했으며, 6월 하나은행 내부 보고서에 BBK가 당선자와 김경준의 동업 회사인 LK-eBANK의 자회사로 기재된 점으로 미뤄 BBK가 이 당선자의 회사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가 타당성을 가지려면 BBK 개정 정관이 이 당선자의 의사에 의해 작성되고 은행 내부 보고서가 이 당선자의 진술을 근거로 작성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검찰은 “김경준이 2000년 5월과 6월 사이 하나은행으로부터 LK-eBANK에 5억원을 투자 유치하는 과정에서 BBK가 LK-eBANK의 자회사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임의로 BBK 개정 정관을 바꿔 제출했고, 하나은행은 김경준의 진술에 따라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수사결과가 사실이라면 BBK 개정 정관과 내부 보고서는 이 당선자의 의사에 의해 작성된 사실이 없어 증거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특검 수사에서 이 당선자의 의사에 의해 작성된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BBK 개정 정관과 내부 보고서가 BBK의 소유관계를 증명하는 직접 증거가 아니기에 검찰 수사결과를 번복하기에는 부족하다.
하나은행은 당시 LK-eBANK에 5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LK-eBANK가 사업목적이 불분명하고 수익이 없는 신설법인이라 출자를 거부했으나 이 당선자와 김경준이 원금상환을 보장하는 계약을 체결하자 결국 출자를 결정했다. 따라서 하나은행의 출자 사실은 BBK의 소유관계를 증명하는 자료가 될 수 없다. 이는 통상 은행에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LK-eBANK의 공동대표이사인 이 당선자의 보증서명을 받는 풋옵션 계약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명함, 브로슈어, 인터뷰는 증거 못 돼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하는 김경준.
그러나 명함 등은 법적효력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문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의도를 가지고, 사실과 달리 임의로 작성된 문서이기 때문에 작성자 의사에 의해 작성됐다고 해도 그 내용이 진실로 추정되지 않는다. 또한 재판이나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술 내용이 진실로서 인정받지만, 외부 강연이나 인터뷰는 여러 의도로 과장하거나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진술 내용이 진실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같은 자료들은 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보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뿐 완벽한 증명력을 갖지 못한다.
eBANK-KOREA의 홍보책자는 2000년 10월13일 eBANK 증권중개업에 대한 금감원의 예비허가를 준비하거나 예비허가를 받은 이후 영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홍보물이다. 이는 LK-eBANK, eBANK, BBK의 홍보를 위해 임의로 작성될 수 있기 때문에 BBK의 소유관계를 밝혀주는 직접 자료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이 홍보책자는 2001년 4월6일 금감원이 eBANK의 예비허가를 철회함으로써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특강 동영상은 ‘호의적 과장’
대선 막판에 불거진 광운대학교 강연 동영상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강연의 주 내용은 2000년 10월13일 eBANK 증권중개업에 대한 금감원의 예비허가를 받은 사실에 근거해 이 당선자가 자신의 포부를 자랑한 것. ‘금년 1월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라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여 당선자 본인이 BBK를 직접 설립했음을 자인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실적 없는 미래사업에 불과한 eBANK보다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사례를 학생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BBK를 과장해서 덧붙인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이 당선자가 이 강연에서 BBK 설립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그 일시, 장소, 방법 등을 설명했다면 BBK 설립자일 개연성은 상당히 커진다. 그러나 단지 ‘금년 1월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라고 표현한 것만으로는 BBK 설립자임을 자인했다고 확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당선자는 eBANK-KOREA를 중심으로 김경준과 동업하는 LK-eBANK와 eBANK 및 김경준의 BBK를 하나로 묶어 인터넷금융그룹를 설립하려 했고 이러한 꿈의 실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실적이 있는 BBK를 운영한다고 과장해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내가 다했다’ ‘그 사람을 아주 잘 안다’는 식의 과장된 표현은 정치인이나 경제인의 특강에서 흔히 사용된다.
이는 수사기관에 빈번히 제출되는 녹취록과도 유사한데, 수사기관은 녹취된 내용을 그 자체로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녹취과정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왜곡되고 과장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보조적 판단자료로 사용한다.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증거자료가 아니다.
또한 신당은 이 당선자와 관련이 있는 (주)다스가 BBK의 운용펀드인 MAF에 190억원을 투자했고 이 돈이 당선자와 김경준의 동업 회사인 LK-eBANK, eBANK 자본금으로 사용됐다는 점, 또 BBK 투자자들이 당선자와 친분이 있는 데다 이 당선자의 대리인인 김백준이 BBK 리스크 매니저로 근무한 점 등을 들어 BBK가 이 당선자 소유의 회사라고 주장한다.
다스의 BBK 투자 실상
김경준이 검찰로부터 회유를 당했다며 자신의 장모에게 건네준 메모.
설령 김백준이 전 서울메트로 감사로서 이 당선자를 위해 BBK의 리스크 매니저로 근무했다 하더라도 BBK가 이 당선자의 소유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가 이 당선자와 김경준의 동업이 결렬된 2004년 4월 이후 8월까지 LK-eBANK의 청산업무를 담당했더라도 BBK가 이 당선자의 소유라고 단정할 순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BBK가 이 당선자의 소유인 경우에 한해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 사업상 호의관계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와 친분이 있는 BBK 투자자 중에는 BBK가 그의 소유라고 생각해 투자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과 이 당선자의 관계는 BBK의 소유관계를 증명하는 자료가 될 수 없다. 만약 이 당선자가 BBK의 소유자라고 속이고 투자를 유도했다면 사기죄를 물을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BBK가 운영하던 MAF 펀드에 50억원을 투자한 심텍 전모 대표의 고소사건에서 보듯, 설령 이 당선자의 권유에 의해 투자했다 할지라도 소유관계를 진술한 것이 아니기에 사기죄를 묻기는 쉽지 않다.
이 당선자와 관련 있는 다스가, BBK가 운용하던 MAF 펀드에 19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BBK의 소유관계를 직접 밝히는 자료가 되기도 어렵다. BBK가 이 당선자 소유가 아닌 경우에도 여러 상황을 고려해 투자가 유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0년 12월을 기준으로 MAF 펀드에 투자된 자금 중에는 다스의 190억원 이외에도 삼성생명 100억원, 대양이엔씨 80억원, LKeBANK, 60억원, 심텍 50억원 등 여러 투자자 그룹의 자금이 있었다. 당시 이들 투자가는 BBK의 지분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다. 따라서 특검 수사에서 이 부분을 보충 수사한다 해도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이 당선자가 BBK의 실제 소유자라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자 수사의 쟁점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바로 다스의 실제 소유자 문제와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자 문제가 그것. 신당은 “다스가 BBK에 19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다스가 이명박의 회사이기 때문이고 투자금 190억원 중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포함된 점으로 미뤄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자도 이명박”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다스는 왜 BBK에 투자했고,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다스의 투자금에 포함돼 있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다스 소유주 MB란 증거 없어
이 당선자가 다스 경영에 절대적 결정권을 지닌 실제 소유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새로운 사업을 위해 BBK에 투자를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전문경영인 김성우 사장이 이 당선자의 처남인 김재정, 형 이상은과의 ‘호의관계’를 고려해 BBK에 투자를 결정한 것인지를 파악하려면 우선 다스의 실제 소유관계가 밝혀져야 한다. 이는 다스의 설립과 증자 때 납입된 자본금의 출처, 회사자금과 이익배당 등의 경영수익 귀속주체, 190억원의 투자결정 과정을 확인하면 된다.
출자금의 출처와 관련해 1987년 7월 6억원으로 설립된 다스는 4억원과 19억원의 증자를 거친 후 1999년 김재정 48.99%, 이상은 46.85%, 김창대 4.16%로 그 지분관계가 확정돼 변동이 없었다. 문제는 자금추적 결과 이 당선자의 자금이 다스로 흘러들어간 증거자료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경영이익 귀속과 관련해서도 과거 주주였던 후지기공에 7000만원대 금액을 이익 배당한 것 이외에는 다스의 돈이 어떠한 명목으로든 이 당선자에게 흘러간 자료가 없다.
BBK에 투자된 190억원도 다스가 거래처에서 받은 납품대금 등 회사자금이었고 이 자금 중 9억원은 김경준이 횡령해 LK-eBANK의 자본금으로 사용됐으며 나머지 181억원은 MAF 펀드에서 정상적으로 사용됐다. 더욱이 BBK가 적당한 투자처라고 판단한 주체도 다스의 경영진이었다. 즉 이명박 당선자가 투자 과정에서 결정권을 행사하거나 투자금을 지원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얘기다.
한편 MAF 펀드에 투자된 712억원 중 김경준으로부터 회수되지 않은 자금은 다스의 140억원뿐인데 이 사실이 다스의 소유관계를 밝혀주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다스가 이 당선자의 소유이거나, 혹은 BBK가 이 당선자의 소유이기 때문이 아니라 김경준이 미국으로 도주해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
2001년 4월18일 이 당선자와 김경준의 LK-eBANK 합작 결렬과 28일 BBK 등록취소 이후 김경준은 BBK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옵셔널벤처스를 운영하면서 횡령한 자금으로 MAF 펀드의 투자금 일부를 투자자에게 반환하고 있었으며, 미국으로 도주하기 직전인 12월4일까지 다스에도 11억원을 반환했다. 이후 다스는 김경준을 사기죄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사기의 범의(犯意)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결정했다.
이에 다스는 미국에서 김경준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미국 연방검찰은 김경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재산몰수 사건에서 ‘전문증거 이외 (김경준 등의 재산이) 한국에서 횡령한 돈으로 취득한 재산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이는 ‘쟁점 배제효’ 이론에 의한 것이라 김경준이 횡령 또는 주가조작에 있어 죄가 없음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이 당선자 자백이 관건
이처럼 다스를 이 당선자의 회사로 파악할 자료가 없지만 만약 특검에서 다스의 차명계좌를 밝힌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차명계좌 존재 자체가 다스의 소유관계를 밝혀주는 직접 자료는 아니다. 이는 차명계좌의 개설자와 목적, 차명계좌를 통해 조성된 자금의 사용처 등이 모두 밝혀져야 판단이 가능한데, 이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의 차명계좌를 통해 형성된 자금이 정치인에게 흘러들어갔다고 해서 해당 정치인이 삼성을 소유하거나 지배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한편 검찰은 “도곡동 땅과 다스는 관련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1995년 8월 도곡동 땅 매각대금 중 7억9200만원이 이상은 명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2000년 12월 10억원이 대표이사 가지급금 명목으로 다스에 입금됐다. 이 중 BBK와 관련해 문제될 수 있는 금액은 10억원. 다스는 2000년 8월 공장 부지를 넓히기 위해 농지를 이상은 명의로 등기하면서 매매대금을 대표이사 가지급금으로 잡아놓았는데, 4개월 후 이상은은 이를 회사에 반환했고, 반환된 가지급금 안에 도곡동 땅 매각대금 10억원이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이 돈이 BBK 투자금으로 직접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에 도곡동 땅과 BBK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상은 명의로 납입된 다스 유상증자대금 7억여 원이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라고 해서 도곡동 땅 지분의 소유자가 이상은이라고 단언할 수 없듯, 도곡동 땅 소유 문제는 다스, BBK와 별 관련성이 없다. 도곡동 땅 문제와 관련, 검찰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BBK 사건과 관련이 없음에도 ‘도곡동 땅의 소유관계에 대해 김재정의 지분은 김재정의 것으로 판단되나, 이상은의 지분은 이상은의 것이 아니라 제3자의 소유로 판단된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신당은 ‘제3자’가 바로 이명박이라고 발표할 기회를 주기 위해 특검 수사사건 항목에 이를 덧붙였다. 여하튼 특검 수사에서 도곡동 땅의 소유관계를 다시 조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 수준을 넘어서려면 이상은의 진술을 번복시키거나 이 당선자의 자백을 받아야 한다. 이런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결국 특검도 이 당선자가 도곡동 땅의 소유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볼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DMC 의혹
신당은 ‘이명박 특검법’에 BBK 사건을 수사한 담당 검사를 수사대상에 포함시켰다. 김경준이 면회 온 장모에게 줬다는 메모지에는 검찰이 김경준에게 ‘이명박과 무관하다고 하면 7~10년의 형량을 3년으로 낮춰주겠다’고 회유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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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당연히 이 메모에 대해서도 조사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김경준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다 그의 진술조차 범죄내용, 진술태도, 증거위조 경력 등에 비춰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다른 결정적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이것만으로 검사의 위법 행위를 입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수사과정이 대부분 녹화되어 있고, 김경준이 변호인의 참여하에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김경준이 거짓말을 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결론적으로 이미 검찰이 발표한 내용 외에 특검 수사를 통해 새롭게 밝혀질 내용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만 이명박 특검법 제2조 6호의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2002년 국내의 한 부동산업체에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부지를 일부 넘겨주고 은행 대출을 도왔다’는 의혹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