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이명박 정부 新교육정책·주요 대학 입시 구상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입력2008-02-12 10:4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3단계 대입자율화’ 4~5년 소요, 수능점수 공개하면 일부 대학 논술 폐지 “강남과 특목고에 유리한 전형으로 바뀔 것” “내신은 당락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듯” “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한 초·중등 사교육이 기승 부릴 우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놓고 교육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벌써부터 교육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다. ‘고교 간, 대학 간 경쟁을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대학 수준을 높인다’로 요약된다. ‘3단계 대입자율화’ ‘학교별 학력정보 공개’‘다양화고 300 프로젝트’ 등 핵심정책의 면면과 교육현장에 불어올 변화를 분석, 예측해본다.
    이명박 정부 新교육정책·주요 대학 입시 구상
    “죄송합니다. 최근 언론의 지나친 관심으로 교육 관련 이슈에 민감한 분위기입니다.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오늘 예정된 강연과 질문시간 대신 인사말만 드리고자 합니다.”

    1월10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열린 ‘제8차 국가교육전략포럼’. 당초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50분 동안 ‘새 정부 교육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었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로 공약 정책화 작업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 공약을 주도했다. 이 의원은 이날 강연과 질의응답을 취소하고 간단한 인사말만 남긴 채 자리를 빠져나갔다. 2월 초 인수위의 발표를 기다려달라고만 했다. 포럼에 참석한 교육계 인사들은 “교육정책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아 질문거리를 잔뜩 준비했는데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2009년 입시부터 자율화 시도할 듯

    인수위는 새해 들어 정부부처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의 보고를 가장 먼저 받았다. 지난 정부의 교육정책 실패가 두드러진다는 점, 평등에 치중한 지난 10년의 정책과 눈에 띄게 차별화해야 할 분야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으로는 ‘3단계 대입 자율화’ ‘다양화고 300 프로젝트’ ‘학교별 학력정보 공개’ 등이 꼽힌다. 이 정책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경쟁과 자율. 학교정보 공개로 고교 간 경쟁을 유도해 공교육 수준을 높이고,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부여해 대학 간 무한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정책을 바라보는 교육계의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구체적인 정책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알겠지만, 평준화제도가 도입된 1974년 이후 평등에 초점을 맞춰온 교육정책이 경쟁구도로 정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이명박 당선자 측은 2009년 경 대입 업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 이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교협은 1982년 출범한 전국 4년제 대학들의 협의체. 이에 대교협 차기 회장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당장 논술 가이드라인부터 폐지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어 전국 18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모임을 갖는 등 대학들은 발빠르게 대응했다.

    그러나 대교협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권한을 갖게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가령 1월9일 모임을 가진 입학처장들이 2009년 대입부터 ‘3단계 입시 자율화’의 1단계인 내신·수능 반영 비율 자율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달리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자문위원인 조전혁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1단계인 내신·수능 반영 비율 자율화도 3년 예고제에 따라 당장 시행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대학들은 2009학년도 입시부터 자율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간 사후제재를 해온 교육부의 관행을 고려할 때 올해 자율화를 시도해도 내년에는 제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학처장들이 2009학년도 입시 내용을 최대한 빨리 수립해 발표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입 업무가 교육부에서 대교협으로 이양되는 시기, 이양 업무 범위 등 구체적 내용은 2월 초에 발표된다.

    특목고 유리, 일반고 불리?

    이명박 정부 新교육정책·주요 대학 입시 구상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은 1월 초 모임을 갖고 “2009년부터 내신·수능 반영 비율 자율화가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부 사립대는 “수능 점수제가 도입되면 논술 고사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당선자 입시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준다는 것. 노무현 정부는 ‘교과과정만 공부해도 대학 진학에 무리가 없도록 한다’는 취지로 일정한 내신 반영률을 제시하고 심화 논술을 규제해왔다. 이 당선자 측은 모든 규제를 풀고 대입 전형을 전적으로 대학에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당장 100% 자율권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이 당선자 측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3단계로 자율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3단계 대입 자율화는 ‘학생부와 수능 비율 자율화→수능 과목 축소→완전 자율화’로 이뤄진다. 1단계에서 대학이 학과 특성에 따라 학생부와 수능 반영 비율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2단계에서 수능 응시과목을 현재의 7과목에서 4~6개로 줄이되 심화과목을 따로 둬 대학이 활용하도록 하고, 3단계는 대학이 본고사 형식의 대학별 고사를 보지 않고 내신과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대입 전형을 완전히 대학에 맡긴다는 것.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3단계 자율화 이행 비중은 ‘3년 예고제’에 따라 2011년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올해와 내년에는 논술 형태와 내신, 수능 반영비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교육학)는 “‘내신 실질 반영비율 50% 이상’과 같은 강제 규정은 없어지겠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지난해와 선발방식, 논술유형이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균관대 성재호 입학처장도 “논술 시험은 유형이 조금만 바뀌어도 시장이 금방 반응한다. 당장 새로운 유형을 시도하면 사교육 의존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대학들도 잘 알기 때문에 자율을 보장받더라도 다른 대학과 행보를 맞춰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은 대교협의 바람대로 올해부터 내신·수능 반영 비율 자율화가 이뤄지면 입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그간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내신에서 불리하던 특목고 학생은 유리해지고 일반고 학생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새로운 유형의 논술 시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8년 입시에 큰 혼란을 일으킨 수능 등급제는 조기 폐지되고, 표준점수와 100분위를 매기는 수능 점수제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등급제를 당장 폐기하기보다는 등급 외에 표준점수 등의 자료를 대학에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수능이 변별력을 갖게 되면 대학들은 종전처럼 내신보다 수능점수에 더 비중을 둘 가능성이 크다. 또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몇몇 대학은 “등급제가 폐지되고 수능 점수제가 도입되면 논술고사 폐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화 2단계인 수능과목 축소는 인문, 과학 등 각각의 전공영역에서 필요한 과목만 학습하게 하자는 취지다. 언어, 수리, 외국어 3과목에 통합 사회탐구 또는 과학탐구를 더해 총 4과목을 기본과목으로 하고, 언어2, 수리2 등 심화과목을 따로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대 조전혁 교수는 “수능과목 축소와 심화과정 도입은 고교 교과과정과 연계되는 부분인 만큼 충분한 검토작업을 거쳐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생활 이력’ 위주 입시

    3단계 대입 완전 자율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최소 4, 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는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고 학생이 고등학교 때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대학이 판단할 여건이 갖춰지면 각 대학은 특성에 맞는 기준을 개발해 그에 따라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학사정관제는 미국처럼 전문 사정관이 고교 활동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지난해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 등 10개 대학이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시범 실시했다. 대교협은 올해 사업예산 중 입학사정관제 관련 예산을 지난해(20억원)의 6배가 넘는 128억원으로 크게 늘려 30개 대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新교육정책·주요 대학 입시 구상

    새 정부 교육정책 발표를 앞두고 고교 2학년 학생들은 벌써 논술학원으로 몰리는 등 교육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정착하면 중장기적으로 대학별 고사는 방법과 출제유형, 난이도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된다. 양정호 교수는 “수능 비중이 가장 높겠지만 여러 가지 전형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수시는 원래 학생부와 과외활동을 반영해 뽑아왔고, 정시에 학생과 학교 특성을 많이 반영하는 방식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상위권 대학은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특화된 방향으로 가되, 중위권·중하위권 대학은 입시 시스템을 오히려 단순화해 내신과 수능만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다음은 대입 자율화에 대한 전국입학처장협의회 정완용 회장(경희대 입학처장)과의 문답.

    ▼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되는 등 입시 자율화가 이뤄지면 대학들은 어떤 선발방식을 시행할 것으로 보나.

    “단답형, 선답형 문제는 내지 않는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지금의 논술고사 형태를 유지하되 교과과정을 해석, 분석하는 에세이 형식을 고려하고 있다. 전국 42개 대학이 논술고사를 치르는데, 15~20개 대학이 현재 그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각 대학의 인재상(像), 모집단위, 전공에 따라 논술고사 유형은 다양화할 것이다. 예컨대 국제화 전형에서는 외국어로 시험을 치르는 식이다.”

    ▼ 고교 정보가 공개되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입학사정관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정착시킨다는 구상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부, 성적, 기타 활동 등을 기준으로 한 다면평가가 가능하다. 수시에 주로 해당되지만 정시에도 활용할 것이다. 다양화고 제도가 어떻게 뿌리내리는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각 고교의 기초학력 수준과 특성은 학생을 선발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A고보다 B고 학생들 가운데 전년도 입학생 숫자가 훨씬 더 많다면 수시 전형 가운데 하나인 자기추천권을 B고에 더 많이 주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겠다.”

    ▼ 2009학년도 입시에서 수능과 내신 반영 비율은 어떻게 바뀌나.

    “우리 대학은 수능과 대학 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해서 정할 것이다. 다른 대학들도 인수위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곧 방침을 발표할 것이다. 수능등급제가 점수제로 회귀하면 수능 활용도가 높아지지 않겠나.”

    고교 경쟁시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등 다양화고 300개를 만든다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자율형 사립고는 교육부의 제재 없이 자율로 운영하는 학교로, 기존 사립고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기숙형 공립고는 농촌 중소도시 등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설립하고, 마이스터고는 기존 실업고에서 한층 발전한 형태로 취업과 직접 연계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다양화고를 늘리면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이 흡수할 수 있다는 게 인수위의 논리다. 특히 자사고는 다양화고 정책의 성패를 판가름할 부분이다. 홍익대 서정화 교수(교육학)는 “100개 학교가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하면 기존 사학지원금 약 2500억원이 절감된다. 그 돈을 일반고에 투자하면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전혁 교수는 “공교육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우수 학생을 국내에 묶어둘 수 있으며, 우수고의 문이 넓어져 보다 바람직한 수월성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다양화고의 인가권은 시·도교육청이 갖는다.

    인수위는 자사고 재단 전입금을 5~10%(자립형 사립고는 20%)로 낮춰 진입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가 수업료의 30% 정도를 지원해 저소득층 자녀의 수업료와 생활비를 감면해준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이명박 정부 新교육정책·주요 대학 입시 구상

    전문가들은 “다양화고가 입시학원이 아닌 특화고의 기능을 하려면 학생의 이력을 살피는 대입 전형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연 기존 사립고들이 자사고 전환에 매력을 느끼겠느냐며 회의적 시각을 내보인다. 자사고로 전환하면 자율을 보장받는 대신 적지 않은 액수의 기존 지원금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전직 고교 교장은 “지원 없이 학교를 운영할 만큼 탄탄한 재정을 갖춘 사학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또 학생을 모집하는 데는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 학교에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현 가능하다’에 무게를 싣는 쪽은 “지원금을 포기하더라도 규제 없는 학교운영에 목마른 사학이 많아 전국에서 100개교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양정호 교수는 “서울에는 25개 지역구당 최소 1개의 자사고가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시도교육청도 사립고의 자사고 전환을 독려할 것이다. 특히 서울지역은 2010학년도부터 중3 학생이 고교에 진학할 때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 자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고교 평준화제는 자연스럽게 해체된다.

    그렇다면 자사고 학생 선발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현재 6개 자립형 사립고(민족사관학교 등)처럼 시험으로 뽑아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양정호 교수는 “시험 성적으로만 선발하면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게 된다. 면접, 추첨 등 학생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전형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자사고를 선정할 때부터 지역 교육청에서 이러한 점을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고의 등록금은 일반고의 3, 4배인 연 300만~400만원선이다.

    고교 다양화 정책 자체에 반대하는 이들은 다양화고가 초중등학생의 입시경쟁을 부추길 것을 우려한다. 고교 다양화 정책의 대상은 전국의 공립·사립 포함 2146개 고교 가운데 300개. 인수위는 공교육의 질이 높아져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 내다보지만, 오히려 자사고 진학을 위해 초·중학교 단계에서 경쟁이 과열돼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란 얘기다.

    또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에 연간 1억5000만원씩을 지원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에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일반 공립·사립학교는 대개 교과에 기반한 보통교육에 치중하기 때문에 동반성장보다 서열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우리 학교는 전국 몇 등?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교의 학교별 학력정보가 공개된다. 공개할 내용은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 전년 대비 성취수준 향상 정도, 교과목별 학생의 성취수준 등. 인수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평가대상을 특정학년 전체로 하고, 추후 전체 학년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교육과정평가원이 매년 10월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중 표본 3~5%를 대상으로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대도시, 중소도시 등으로 구분한 평균점수만 공개돼 지역별은 물론 학교별 수준을 비교하는 데는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매년 학업성적이 공개돼 학생과 학부모들은 전국 고교의 학업성취도를 알 수 있게 된다. 대학 역시 학교정보를 내신 반영에 적극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영국, 미국 등에서 실시하는 학교순위표가 도입되는 것.

    긍정적으로 보면 정보 공개는 학교 간 경쟁을 자극하는 동기가 된다. 교사에 대한 평가와 함께 책임의식을 높일 수도 있다. 서정화 교수는 “이를 통해 학교들이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하고 노력하면 공교육의 수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학교 간 학력차가 공개되면 고교등급제는 폐지되는 셈이다. 대학들이 고교 간 서열을 입시에 반영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공개 결과에 따라 뒤처지는 학교에 지원금을 더 늘려 바람직한 경쟁을 유도할 것이다. 낙후 학교에 더 많은 재정을 지원하고 유능한 교사들을 배치하면 학력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장의 생각은 다르다. 서울시내 한 공립고교 교장은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면 몇몇 학교로 우수 학생이 몰리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다양화고가 정착된다 해도 성적 위주의 입시학교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민하는 대학

    대학입시 자율화와 다양화고 정책은 서로 맞물려 있다. 고교 과정은 대입 전형을 따라간다. 앞으로 바뀔 대입 전형의 방향에 다양화고 제도의 성패가 달린 것이다. 다양화고가 ‘입시학원’으로 변모하지 않고 독서, 외국어, 논술, 예체능, 인성 등으로 특화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성적이 아니라 이력을 살피는 대입 전형이 바탕이 돼야 한다. 좋은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과 많은 학생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고교. 이들간의 책임과 양보가 새 정부 교육정책 결과를 판가름할 것이다.

    대학들은 책임이 따르는 자율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고민에 빠져 있다. 자율의 범위에 대해서는 대학마다 의견이 다르다. 논술 등 학교별 고사는 비슷한 방향으로 가도록 행보를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대교협 201개 대학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은 불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최근 타 대학 처장들과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대학별 고사는 고교 교과과정 수준에서 출제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내년 입시 때 돌출행동을 하는 대학이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에 자율권을 주겠다’ ‘아직 대교협에 완전한 권한을 넘기지 않았다’…. 수시로 바뀌는 인수위의 행보에 불안한 고교 2학년 학생들은 벌써부터 논술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하도 여러 번 겪어서 교육정책이야 또 바뀌겠지 하고 마음 놓고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다음은 각 학교 입학처장 또는 입학처 관계자가 밝힌 앞으로의 입시 구상이다.

    일부 대학, “논술고사 재검토”

    “2009년에는 일반 교과 우수자, 사회공헌배려 대상자 등 수십 가지 전형을 간소화할 예정이다. 수능과 내신 비율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수능과목 축소와 심화과목이 생긴다면 한의대 등 특수과에 이를 활용할 것이다.”(경희대 입학처장)

    “교시(校是)인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건학이념인 수기치인(修己治人), 그리고 글로벌 인재를 표방하는 삼성재단의 가치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할 것이다. 외국어, 국제소양, 인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학교정보가 공개되면 그에 따른 선발비율 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입시는 수능점수가 공개되면 논술고사를 재검토할 수 있다.”(성균관대 입학처장)

    “수시 가운데 외국어 특기자 전형은 해당언어 에세이 시험을 출제할 수 있다. 정시에서 본고사 유형의 시험을 볼 생각은 없다. 또 외국어 대학이기에 영어지문 사용 여부는 주요 대학의 향방을 본 뒤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이해관계가 비슷한 대학들은 비슷한 방향으로 전형이 통일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입시 기조는 수능등급제가 어떻게 바뀌느냐가 발표돼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반영비율은 달라질 게 없다. 논술 역시 교과 내용을 구체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부분 바뀔 것이다.”(한국외대 입학처장)

    “논술은 교과지문을 해석, 분석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다. 과학, 수학은 교과 이론의 원리를 이용하는 식이 될 것이다. 이것저것 모두 적는 논술이 아닌, 주어진 지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기술 능력을 보려는 것이다. 올해 수능 점수제로 회귀하면 고육지책으로 치르던 논술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수능 심화과목이 생기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고교별 내신 반영비율 차등화는 다양화고가 정착된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현재 6대 자립형 사립고 및 특목고는 사회적으로 반감이 커 불리한 내신 상황을 감안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기초학력수준, 리더십, 대외 활동, 외국어 등 국제교류 능력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이화여대 관계자)

    “2009년에는 규제가 얼마나 풀릴지 모른다. 본고사 풀이식 수학문제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수능이 변별력을 제공하면 정시 논술은 폐지할 수 있다.”(서강대 입학처장)



    교육&학술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