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고사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여주인공 ‘뮬란’은 세계인의 머릿속에 중국 여인의 한 전형으로 각인됐다. 중국 감독들의 국제영화제 수상 소식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수년 전만 해도 ‘짝퉁’ 한국게임 제작으로 문제를 일으키던 중국이 이젠 참신한 아이디어로 한국 게임시장을 위협한다. 영화, 드라마, 게임, 여기에 언어까지…. 거대한 시장과 강력한 정부 정책을 등에 업은 ‘華流’가 밀려오고 있다.
중국 문화산업의 변화를 한류와 연관지어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이지만, 이 글에서는 우선 최근 이슈를 중심으로 중국 문화산업의 발전현황을 산업적 측면에서 다루고자 한다. 또한 중화문화의 세계화를 노리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도 간략히 분석할 것이다.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를 견지하는 중국에서 문화산업 발전과 그 추진 방향은 전적으로 정부 정책의 영향 아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문화산업의 전망을 짚어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될 터인데, 마지막으로 필자는 개인적 관심이 쏠리는 몇 가지 현상을 언급함으로써 토론의 여지를 남겨두고자 한다.
최근 중국 영화산업은 전반적으로 발전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투자구조가 다양하다. ‘황후화’ ‘야연’ ‘BB프로젝트’ ‘묵공’ 등의 영화가 모두 공동·합작투자 방식으로 제작됐다. 상업성 블록버스터 제작에 따르는 투자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2002년 이후 극장 체인망 제도의 완비를 통해 현대식 영화관이 급속히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2006년 새로 생긴 영화관이 82개, 스크린 수는 366개로, 2005년과 비교해 영화관은 49%, 스크린은 34.5%가 증가했다. 2006년 말 기준 중국 전역의 극장 체인망은 1325개, 스크린 수는 3098개를 넘겼다. 수익이 100억원을 넘는 극장 체인도 8개에 달한다.
화요일엔 영화관으로
2006년 박스오피스를 봐도 중국 국산영화 중 무려 6편이 10위권에 올랐고, 1, 2위도 국산영화가 차지했다. ‘2006년 전국영화업무보고’에서 국가광전총국 영화국장 퉁강은 “수입영화와의 경쟁에서 국산영화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국산영화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화요일 절반가격의 날’은 영화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데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영화 관람료를 50% 할인해주는 화요일은 흥행수입이 평일의 3~4배에 달하고, 심지어 주말 흥행수익을 넘어설 때도 있다. 어떤 영화관은 주말 개봉의 관례를 깨고 신작 개봉일을 화요일로 택해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중국영화발행상영협회의 건의로 추진된 ‘중국영화카드’는 관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줬다. 카드를 구입하면 전국 각지의 수많은 영화관에서 카드로 표를 살 수도 있고, 가격할인 혜택을 받거나 영화관에서 기념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다롄(大連)에서는 ‘10위안 할인가격 영화’를 내놓았고, 베이징(北京)의 몇몇 영화관은 ‘21시 21위안’ 가격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영화할인구역’이라는 공익 상영활동, 할인영화를 초등학교 중학교 및 빈곤지역 등에 보내는 ‘학교 연합 영화할인 상영계획’ 등도 영화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일조했다.
순위 | 영화명 | 수입 | 순위 | 영화명 | 수입(RMB) |
1 | 황후화 | 2.81억 | 6 | BB프로젝트 | 1.02억 |
2 | 야연 | 1.3억 | 7 | 미션임파서블 3 | 8120만 |
3 | 다빈치코드 | 1.05억 | 8 | 포세이돈 | 6890만 |
4 | 곽원갑 | 1.05억 | 9 | 상청 | 6800만 |
5 | 킹콩 | 1.02억 | 10 | 묵공 | 6700만 |
단위 : 위안(RMB) (자료 : 2007 영화산업연구보고) |
중국 인터넷 사용자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7000만여 명. 그 가운데 3000만명 이상이 게이머다.
그러나 중국 IPTV산업의 전망은 무척 밝아 보인다. IDC(인터넷 데이터센터)는 ‘중국 IPTV시장 2007~2011년 예측 및 분석’에서 중국 IPTV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책제한의 완화, 상업적 모델 연구, 기술표준의 완비, 네트워크 적재능력의 제고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보이며, 2007년 중국 IPTV시장 고객수는 125만가구, 2010년에는 2000만가구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
문제는 콘텐츠에 있다. 현재 중국의 IPTV는 주로 생방송, VOD 등 초기 서비스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일반 TV와 콘텐츠의 본질적 차이가 없으면서도 IPTV 시청자가 더 비싼 시청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법복제가 심각해 VOD 방송 역시 복잡한 시장환경에 처해 있다. 물론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자 하는 다각적인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2007년 중국의 티엔셩미디어가 운영하는 아시아축구채널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벌이는 축구경기 380회의 모바일, 인터넷, TV 중계권을 구입했다. 2007년부터 중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매월 188위안의 비용을 지급해야만 경기를 볼 수 있다. 티엔성미디어가 경기를 신속하게 독점방송하는 스포츠 중계방송권을 통해 유료 TV 시장을 발전시킨 것은 현재 중국 TV시장 현황을 고려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시아 무협물의 신미학’
최근 홍콩의 ‘경제도보’는 향후 3년내 중국 만화·애니메이션산업인 ‘동만산업(動漫産業)’이 연평균 110% 이상의 비율로 증가해 7000억위안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확실히 중국의 시장수요는 거대하다. 중국 내 2000개의 성·시급 방송국 가운데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이 4개, 아동채널 33개, 아동프로그램 289개,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200개로 연 수요량은 26만분에 달하며, 매일 방송되는 국산 애니메이션은 약 8000분에 달한다. 현재 중국 인구 13억 중에서 5억 이상을 동만시장 소비자로 본다.
시장수요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에 따라 애니메이션 생산력도 비약적으로 커졌다. 2004년 생산량 2만1800분에서 2005년에는 4만2700분, 2006년에는 8만2300분으로 놀랄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는 5473개의 동만기업이 있고, 지역별 기지도 30여 개나 된다. 447개 대학에 애니메이션 전공이 개설돼 재학생 수가 47만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연간 수요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방송국의 저가구매, 파생상품 개발의 미성숙, 제작사의 자금부족 등이 창작동기를 저하시키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중국 디지털 음악 시장<br>(자료 : 2006 해외 DC산업 시장조사, KIPA, 2007)
중국 음악산업은 디지털화하는 매체전이의 과도기에 기존의 음반산업 경영체계가 큰 충격을 받으며 급속히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공통으로 처한 상황이다. ‘중국음반산업연례종합보고 2006’에 따르면 2006년 중국 음악산업 시장규모는 138억위안으로 그 가운데 레코드 산업규모가 18억위안, 모바일음악이 118억위안, 온라인음악이 1억2000만위안을 차지한다. 2008년에는 시장규모가 192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04년 이후 음악영상산업의 전통경영 방식은 인터넷 다운로드와 모바일 벨소리, 통화연결음 등 뉴미디어의 도전에 직면했다. iResearch는 2004년 한 해 인터넷을 통한 다운로드 혹은 스트리밍을 이용한 온라인음악 이용자가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83%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온라인음악 이용자 수는 2005년에 1억명을 돌파했고 2008년에는 2억명을 돌파해 인터넷 이용자의 9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모바일 음악시장은 초보단계인 2004년에 시장규모 15억8000만위안으로 전년대비 110%의 성장을 보였다. 발전기에 접어든 2006년은 3G서비스 상용화에 따라 시장규모가 40억위안으로 확장되고, 2008년에는 70억위안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 디지털음악 시장은 풍부한 이윤을 창출할 잠재력이 충분함에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잠재적 시장으로 세계 음반산업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 음반산업의 운영모델이 지적재산권의 자원을 핵심 경쟁력으로 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아직 디지털시장이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즉, 현재 중국 디지털음악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은 창작음악을 생산하는 음악영상출판사와 음반사가 아니라 거대한 통신사들과 자본력을 갖춘 통신 네트워크 운영업체들이다. 중국 음악산업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익분배, 불법 다운로드 억제, 창작음악의 발전, 음반영상출판산업의 내부적 체제개혁 등이 향후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라 하겠다.
날개 단 중국 게임산업
2006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규모는 약 65억위안으로 2005년 대비 73%가 증가했으며, 2011년에는 244억위안까지 그 규모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이미 7000만명을 넘어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에 올랐다. 이 가운데 3000만명 이상이 게이머다. 특히 2006년은 중국 국산 온라인게임이 강세를 보여 국내시장의 64%를 점유했으며, 수출액 또한 2000만달러를 넘어섬으로써 자주적인 발전시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된 게임 업체도 홍콩 3사(왕룽, 진산, 텅쉰), 뉴욕 1사(쥐런), 나스닥 4사(완메이, 9시티, 샨다, 왕이, 소후)에 이른다.
한편 중국 게임기업의 한국진출은 중국기업이 동아시아 게임업계에서 저작권 구매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주식 투자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게임을 확보한 뒤 강대한 배급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 규모<br>(자료 : iResearch 2007. 9)
중국 모바일 데이터시장 규모<br>(자료 : 2006 해외 DC산업 시장조사, KIPA, 2007)
2007년 7월16일부터 중국에서는 온라인게임 중독방지 시스템이 가동됐다. 시스템에 의하면 3시간 미만을 건전한 게임시간, 3~5시간은 피로 게임시간, 5시간을 초과하면 불건전한 게임시간으로 설정하고 만 5시간 안에 게임을 중지하지 않으면 처벌받게 된다. 게임시간이 줄어들면 게임업체들의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과 달리 게임중독방지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실시된 이튿날 중국 제일의 게임기업 샨다의 주식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샨다가 주목받는 주요 원인은 ‘물품에 따른 비용 지급’게임 모델의 월평균 수입이 ‘시간에 따른 비용지급’방식보다 높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국내 온라인게임들은 대부분 아이템 판매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아이템과 장비를 제공하는 운영업체들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되고 있다. 2006년 중국 국내 무료 온라인게임 수는 이미 총수량의 70%를 초과했다.
2006년 중국의 모바일 가입자 수는 4억6000만명에 달하고 2007년에는 5억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또 모바일 부가서비스 고객 규모는 3억명을 초과했다. 중국 내 모바일 콘텐츠 관련 기업이 3000여 사, 2006년 모바일 부가서비스 수입은 약 700억위안에 달한다. 모바일TV는 이동성 외에도 참여성과 개성화 및 적절한 시간 사용이라는 특징까지 지니고 있어 매년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주요 사용자는 이동통신사가 제공한 뉴미디어 모바일TV 사용자들이다. 지난 3년간의 발전기간을 거쳐 중국 모바일TV 시청자는 200만명을 넘어섰으며, 그중 차이나모바일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모바일TV 서비스는 아직 초급 발전단계에 있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단말기의 종류가 적고, 고가의 휴대전화와 사용료, 기술응용의 문제, 불분명한 상업모델의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전체 모바일TV 사용자 수는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며, 상업모델도 주로 VOD식 요금부과 방식과 광고식 무료 모델 두 가지로 제공될 것이다. 중국 국내외 시장 운영 경험과 조사연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는 모바일TV 요금이 월 30위안 한도에서 수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향후 5년 안에 모바일TV 운영시장이 1000억위안 규모(광고수입 포함)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속의 ‘공자학원’
2006년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중국 국산영화 6편이 오를 정도로 중국영화는 경쟁력을 갖췄다. 펑샤오강 감독의 영화 ‘야연(夜宴)’의 한 장면.
프랑스·미국·네덜란드에서는 ‘중국문화제’가 열렸으며, 매년 뉴욕·파리·런던·방콕 등의 국제도시에서 ‘춘절(설날) 브랜드 행사’를 개최하고 예술전람회, 문예공연, 강연회, 민속전시, 영화주간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중국 정부는 문화교류의 수준을 넘어서 산업 영역에서 해외진출을 강력히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6년 3월14일, 제10회 전인대는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제11차 5개년 계획의 중요 강령’을 통과시켰다. 이 강령을 통해 중국 정부는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향후 중국의 중앙 및 지방정부, 지역별 문화산업 클러스터, 문화산업 관련 기업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11차 5개년 계획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이제 중국은 “적극적으로 국제 문화시장을 개척하고 중화문화의 세계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전인대 폐막 이후 중국문화부장 쑨자정은 소프트파워로서 문화를 거론하면서 “민족문화의 자주적인 창조성을 강화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 여건하에 세계를 향한 중화문화의 발전능력을 강력하게 향상시키는 것이 곧 중화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12월11일 베이징에서는 제2회 공자학원대회가 인민대회당에서 국내외 공자학원 관계자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2004년에 건립된 공자학원은 중국이 해외에 중국어와 중화민족 문화를 전파할 목표로 세운 기구로 현재 전세계 64개의 국가와 지역에 210개가 설립되어 있고, 61개 국가의 200여 개 기구가 설립신청을 제출한 상황이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이미 3000만명을 넘어섰다. 미국은 10년 내에 적어도 15%의 중고등학생이 중국어를 학습할 것으로 예측되며, 태국은 초등학교, 중학교에 중국어 과목을 개설하기로 했다. 영국 언어학자 그래돌(Graddol)은 만약 세계에 중대한 정치적, 군사적 변화가 없다면 2050년경에는 중국어가 동아시아 무역권의 통용언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자학원은 향후 중화문화 해외진출의 전략적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옷’을 입어라!
2007년 1월8일 인민일보는 중국영화가 세계 주류시장으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6년 73편의 중국영화가 44개 국가와 지역에서 상영됐다. 현재 중국영화의 수출이 집중되는 곳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며, 그 외에도 북미, 남미, 호주, 아프리카 등에도 판매되고 있다. 이밖에 중국감독들이 국제영화제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자장커의 ‘고요한 삶’은 제63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장위안의 ‘아이들의 훈장’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장자루이의 ‘빨간 버스’는 카이로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중국영화의 국제적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2006년 중국영화는 38개 국가와 지역에서 열리는 마흔여덟 번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480회나 상영되었고, 그 가운데 27편이 국제영화제에서 44개의 상을 수상했다.
순위 | 국가 | 시장규모 | 순위 | 국가 | 시장규모 |
1 | 미국 | 4,486억(39.8%) | 6 | 프랑스 | 484억(4.3%) |
2 | 일본 | 950억(8.4%) | 7 | 이탈리아 | 338억(3.0%) |
3 | 영국 | 789억(7.0%) | 8 | 스페인 | 290억(2.6%) |
4 | 독일 | 655억(5.8%) | 9 | 캐나다 | 237억(2.1%) |
5 | 중국 | 606억(5.4%) | 10 | 한국 | 203억(1.8%) |
단위 : US달러 (자료 : PWC(2005), ‘Global Entertainment and Media Outlook : 2005~2009’ *business information, sports 제외) |
문화산업과 관련, 중국 정부의 핵심적 과제는 어떻게 국내 문화산업을 보호하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것인지에 집중되어 있었다. 시장규모의 급속한 확대에 콘텐츠 개발능력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면 자칫 선진 외국자본에 국내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렀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사상, 문화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까 우려했는지도 모른다. 문화는 이데올로기 문제와 직결된 것이며 사회통합에도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모든 방송국, 언론사, 출판사가 국유기업이며 사전 허가제로 운영되는 것은 문화와 사상의 통제권을 상실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국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지금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적용된다.
연간 20편으로 제한되는 스크린쿼터, 해외드라마의 황금시간대 방영금지, 수입드라마 총량제 실시, 수입 애니메이션의 황금시간대 방영금지 등 강력한 조치가 취해졌다. 2005년 ‘문화영역의 외국자본 도입에 관한 약간 의견’은 외국자본 진입규제를 위한 정책의 결정판이었다. 중국 정부는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외국자본의 도입을 금지했다.
▲신문(뉴스)기구, 방송국, 방송전송망, 방송프로그램 제작 및 방송기업, 영화제작기업, 인터넷 문화경영기구 및 인터넷 접속 서비스 장소, 문예공연단체, 영화수입, 발행 및 영상 방영업체 설립 및 경영
▲도서신문 간행물, 음반영상제품 및 전자출판물의 출판, 제작, 발행 및 수입, 정보네트워크를 이용한 AV프로그램 서비스, 뉴스사이트 및 인터넷출판 등의 업무
▲출판물 판매, 인쇄, 광고, 문화시설 개조 등의 경영활동을 통해 채널, 주파수, 지면, 편집 및 출판 등의 홍보(광고) 영역에 진입하는 업무
위 조치에 따르면 외국기업은 중국 문화산업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다. 이러한 환경에서 외국기업은 콘텐츠의 공동제작이나 현지 콘텐츠 개발과 같은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중국정부는 공동제작 콘텐츠의 국산판정 기준에서 중국적 소재, 배경, 자본, 제작참여 비율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시장을 겨냥한 콘텐츠에 중국문화의 옷을 입혀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길은 시장으로 통하는가. 중국 정부는 엄청난 시장규모를 무기로 문화산업 선진기업으로 하여금 중국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고 있다. 중국시장을 위해서도 중국옷을 입혀야 하고, 이렇게 개발된 콘텐츠는 다시 세계로 수출된다. 할리우드가 ‘와호장룡’을 찍고, 디즈니가 ‘뮬란’을 제작하고, 그리고 이것들이 전세계로 배급되는 것처럼.
한류 다음은 화류?
중국에서 2007년은 전통복원의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한 포털사이트는 2007년 중국 10대 문화사건을 선정했는데, 여기에는 전통과 관련된 것이 4개나 포함되어 있다. 첫 번째는 중국의 전통문화 절기를 국가 법정공휴일로 지정한 사건이다. 원단(신년) 1일과 춘절(설날) 3일, 그리고 국경절 3일 휴일은 변화가 없으나, 기존에 사흘이던 노동절 휴일을 하루로 축소하는 대신 추가로 청명절, 단오절, 중추절을 각각 1일 휴일로 지정했다. 이렇게 보면 사회주의 전통을 상징하는 국경절과 민족전통을 상징하는 절기로 법정휴일이 정해진 셈이다.
두 번째는 자금성 내에 있던 스타벅스가 퇴출된 사건이다. 2007년 초 CCTV 사회자 루이청강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스타벅스가 자금성에 있다는 것은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훼손이라고 지적하고 퇴출을 요구했다. 이것은 곧바로 광범위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7년 동안 자금성에서 영업을 하던 스타벅스는 마침내 철수를 결정한다.
2006년 제10회 전인대에서 “적극적으로 국제 문화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선언한 중국은 자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네 번째는 중국 전역에서 조상에 대한 제례의식이 성대히 개최된 사건이다. 산시성 황제릉에서의 제례의식, 허난성의 황제제례, 복희대전, 신농문화제 및 신농대전, 반고대전, 염제능 대전, 쓰촨성의 청명제조대전, 간쑤성의 복희, 여와대전 등 전국적으로 전통문화 복원과 관련된 제례의식이 진행됐다.
‘화류’는 일본 매체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말이다. 2005년은 일본에서 화류 원년으로 기억되고 있다. 대만의 인기 4인조 남성그룹 F4가 일본에서 화류의 불꽃을 지피면서 일본 소녀들의 우상으로 부상했다. 계속하여 ‘이니셜D’ ‘신화’ 등의 영화가 일본에서 상영되면서 중국풍을 몰아왔으며, 2005년 10월 제18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장이머우의 신작 ‘천리주단기’가 상영되면서 흥행몰이를 했다. 또한 중국민속악그룹 ‘여자 12악방’이 일본에서 발행한 앨범이 판매량 150만장을 돌파하면서 일본 내 중국민속악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2005년 하반기 이래 화류는 영화나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특색의 복장, 음식, 중국어 등 전방위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기류에 부응해 중국 국내에서는 2007년 봄 화류 전문 인터넷사이트 ‘화류신세력망(www.hlxsl.com)’이 정식으로 개통하고 중화문화의 전승과 발양의 중임을 감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화류문화자원에 입각해 화류문화의 디지털화, 인터넷화를 추진하고, 고품격의 화류 소식을 대외적으로 전파하며, 화류 문화예술사업 및 문화창의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았다.
민족주의와 세계화의 충돌
‘우리것이 세계적’인가 아니면 글로벌화를 위해서 국가적, 민족적 요소를 약화시켜야 하는가. 이 문제는 문화산업계에서도 해묵은 논쟁이다. 한국의 시청자들은 ‘태왕사신기’가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됨에 따라 민족적 자긍심을 회피했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그러나 일본에서 이 드라마는 유례없이 지상파 방송과 더불어 극장에서도 상영됐다. 반면 중국에서의 방영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어설픈 글로벌화보다는 수익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시장을 선택한 산업적 전략이 개입된 결과일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재미있는 논쟁이 벌어졌다. 화류의 대표선수인 리안 감독은 ‘와호장룡’의 성공에 이어 ‘색, 계’를 통해 베니스영화제 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중화문화 세계화의 일환이었을까. ‘색, 계’의 배경인 상하이시도 제작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리안 감독은 이러한 중국의 열망에 성실히 보답했다. 작품성, 배우, 흥행과 관련해 언론의 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진보적 좌파그룹 홈페이지(烏有之鄕·www.wyzxwyzx.com)에는 리안에 대한 비판의 글이 실렸다.
‘중국은 이미 일어섰는데 리안은 여전히 무릎 꿇고 있다’는 제목의 이 글은 중국내 대표적 신좌파 학자인 황지쑤(중국사회과학원 교수)가 쓴 것이다. 요지는 서구의 입맛에 영합하는 소재의 영화로 친일한간(親日漢奸)을 미화함으로써 중국근대사의 시비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중국 영화산업 발전과 관련해 리안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또 ‘색, 계’는 중화문화의 세계화와 관련,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중국 문화산업의 발전 과정에 한류와의 관계가 적지 않게 작용한 것 같다. 중국의 정부 관계자는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중국 정책이 상당부분 한국을 참조한 것을 숨기지 않는다. 중국 문화산업 영역에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데에도 한류가 자극이 됐을 것이다. 중국에서 유래된 유교적 전통과 문화를 한국 드라마는 성공적으로 재현하고 있는데 중국 드라마는 그렇지 못하다는 자성에서부터 한국의 고대 역사극에 대한 반감과 위기의식 등이 중국의 민족주의를 강하게 자극했다. 중국의 TV 프로그램에서도 한류의 모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내 반한류 기류도 한류의 또 다른 결과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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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강력한 정부정책을 토대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목표도 정해졌다. 중화문화의 세계화다. 전략도 수립했다. 중화문화의 해외수출과 해외 자본의 중화문화 개발이라는 쌍방향 전략이다. 중국 내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지만 그것이 세계화의 여정에 장애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거대한 화교자본과 시장도 중국 문화산업의 발전을 적극 독려할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EXPO는 중국 문화산업의 발전을 한층 가속화할 것이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문화산업 시장규모와 다채롭고 풍부한 문화유산이 그 실현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다.
전세계 문화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아시아 문화산업이 날로 주목받고 있다. 서구의 소재 고갈에 따른 새로운 문화소재 탐색과 동아시아 경제발전에 기반한 시장수요의 확대가 세계 문화산업으로 하여금 아시아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류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무섭게 약진하는 중국 문화산업에 직면하여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화문화의 세계화를 외치는 중국이 우리에게는 위기일까 아니면 또 다른 기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