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산의 멋은 안개와 구름으로 완성된다. 절묘한 봉우리들을 신비롭게 감싸고 있는 끝없는 운무(雲霧)의 바다를 바라보면 선경이 바로 이런 곳이구나 하는 감동에 휩싸인다.
중국은 한반도 면적의 44배나 될 만큼 넓다(남한 면적의 97배). 한반도에서 볼 수 없는 사막지대와 초원지대가 있고, 엄청난 길이의 강이 있는가 하면 해발 4000m가 넘는 고원지대도 있다. 인구도 많고 민족도 다양해 사람들 자체가 볼거리가 되기도 한다. 거기에 유구한 문명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곳이어서 역사유적만 해도 일일이 거론하기가 벅차다.
필자는 지난 십수년 동안 공무로건 개인적으로건 기회가 닿는 대로 중국 각지를 찾아다녔다. 한국인이 관심 가질 만한 곳은 대충 훑어본 듯싶다. 그런데도 아직껏 티베트 땅을 밟아보지 못했고, 샹그리라도 근처까지만 가보았을 뿐이다. 진작 중국의 명승지나 유적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한 다음 다녔더라면 훨씬 효율적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대륙의 관광여행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장소를 택하는 데 이 글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산 가운데 최고의 절경은 황산
중국의 산을 말할 때 흔히 5악을 꼽는다. 중악인 쑹산(嵩山)을 비롯해 동쪽의 타이산(泰山), 서쪽의 화산(華山), 남쪽의 헝산(衡山), 북쪽의 헝산(恒山)을 최고의 명산으로 친다. 그런데 황산(黃山)이 이 5악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다. “오악에 오르면 모든 산이 눈 아래 보이고, 황산에 오르면 오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5악 가운데 타이산을 두 번, 그리고 화산을 한 번 가봤다. 그러고 나서 황산을 갔는데, 정말 황산을 두고 중국인들이 찬탄하는 말들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암과 괴석, 아찔한 절벽, 깊은 계곡, 운무 ……. 황산의 절경을 필설로 다 표현할 수가 있을까?
황산의 멋은 결정적으로 안개와 구름으로 완성된다. 절묘한 봉우리들을 신비롭게 감싸고 있는 끝없는 운무(雲霧)의 바다를 바라보면 선경이 바로 이런 곳이구나 하는 감동에 휩싸인다. 이 황산의 운무를 못 잊어 7년 만에 다시 한 번 황산을 찾았다. 또다시 감동. 황산 가운데서도 최고라 할 서해협곡을 바라보며 “이 절경에 시 한 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다니” 하며 시재(詩才)의 부족을 탓한 기억이 난다.
황산은 안후이(安徽)성 남부에 위치해 상하이 난징 항저우 같은 동부지역의 대도시에서 가깝다. 해발 1860m의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마다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돌계단을 만들어놓아 체력만 뒷받침된다면 걸어 올라가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아찔한 계곡을 옆으로 바라보면서 오르는 길에서는 얼마간 강심장일 필요가 있다. ‘경치를 보며 걷지 말고 걸으면서 경치를 보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을 정도. 대부분의 관광객은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부 아래 지점까지 올라간다. 체력과 시간 절약은 물론, 공중에서 보는 황산의 비경 또한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솟아오른 돌기둥이 연출하는 장자제의 절경.
황산은 최고봉인 연화봉(蓮花峰)을 비롯해 천도봉(天都峰)·시신봉(始信峰) 광명정(光明頂) 등 봉우리들에 많은 사람이 몰리고, 비래석(飛來石)·영객송(迎客松) 같은 볼거리들이 널려 있으나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절경은 서해협곡(西海峽谷)이다. 협곡 위에 펼쳐지는 구름의 바다는 아름다움과 신비감의 극치를 보여준다. 황산의 지도를 보면 서해, 북해, 동해 등으로 구분해놓고 있다. 서해는 황산의 서쪽 일대를 말한다. 산을 바다로 부르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운해를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황산을 찾는 사람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웬만하면 숙소를 산중 호텔로 잡으라는 것이다. 황산 입구에 많은 숙박업소가 있으나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산의 정상부 부근에 자리 잡은 호텔을 이용하는 게 좋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산 위에 호텔을 짓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지만 황산의 정상 밑에는 서해빈관, 북해빈관 등 여러 호텔이 들어서 있다.
여기서 묵으면 새벽 일출 시간에 맞춰 최고의 일출 풍경을 손쉽게 보러갈 수 있음은 물론, 하루 24시간 황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이곳저곳을 감상하기에 편리하다. 일몰 무렵 시나브로 어둠 속에 잠기는 황산 봉우리를 바라보며 독한 중국 백주를 마신 추억도 알고 보면 산중호텔에 묵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황산 vs 장자제 vs 금강산
황산과 더불어 최근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장자제(張家界)다. 한고조 유방의 전략가로 유명한 장량(張良) 일가의 근거지였다는 곳이다. 또 마오쩌둥(毛澤東)의 고향으로 유명한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부근에 있다. 황산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장자제의 핵심은 역시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규암(硅巖)들이다. 장자제 일대에 무려 3000여 개의 규암 기둥이 소나무, 구름과 어울려 경이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가장 높은 돌기둥은 무려 390m. 수백m의 수많은 돌기둥이 마치 창칼이 땅에 박힌 것처럼 솟아오른 광경을 상상해보라.
장자제는 단일한 산체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넓은 지역이 장자제삼림공원 톈쯔산(天子山)풍경구, 삭계욕풍경구 등으로 구분되는데, 풍경구마다 곳곳에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장자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백룡 엘리베이터다. 무려 313m의 돌기둥에다가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그 발상과 스케일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과연 중국인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장자제를 관광하는 한국인들이 놓치는 결정적 명소가 있으니 인근의 톈먼산(天門山)이다. 톈먼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먼저 장자제 시내에 있는 터미널에서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30여 분을 올라가 내린 뒤 다시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정확히 99 굽이를 돌면 톈먼산 정상 바로 밑. 여기서 999단의 계단을 오르면 꼭대기에 이르는데, 커다란 암봉(巖峰)으로 이루어진 정상부의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반대편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행기가 편대비행으로 통과했을 만큼 넓은 구멍이다.
톈먼산에는 잘 알려진 유적지는 없다. 다만 엄청난 스케일이 인상적인 곳이다. 군데군데 절벽 암반 위에 기둥을 박고 줄로 연결해 설치한 케이블카를 타고 무려 30여 분이나 올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졌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 톈먼산 코스는 대부분의 장자제 여행상품에는 빠져 있기 일쑤다. 관광코스로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웬만한 관광안내서에도 잘 나와 있지 않다. 그러니 패키지 여행으로 장자제를 간다면 여행사에 미리 톈먼산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추가요금을 내더라도 꼭 보기를 권한다.
기묘한 봉우리들이 늘어선 구이린(桂林) 리장의 풍경.
황산과 장자제 혹은 황산과 금강산을 비교해달라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다. 개인적인 소감만으로 대답한다면 황산이 셋 가운데 단연 앞선다. 황산을 이미 두 차례나 본 후에 장자제를 찾아서였는지는 몰라도 장자제가 명성에 비해 덜 감동적이었다. 수직 돌기둥의 장관에도 불구하고 장자제는 명소가 산재해 있고 황산의 운해 같은 감동적인 분위기와 멋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황산을 금강산과 비교해보면 일단 스케일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필자가 본 금강산이라야 외금강의 만물상 코스 정도인데, 이곳을 보면서 대단하기는 하나 설악산의 확대판쯤으로 여겨졌을 뿐 황산의 규모와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금강산과 황산의 비교는 금강산의 전모를 제대로 보고 난 이후라야 가능할 것 같다.
구이린(桂林), 천하제일의 산수
이제 물로 이루어진 명승지를 찾아가보자. 중국엔 북부의 황허(黃河)와 남쪽의 창강(長江)이라는 세계적인 큰 강이 있고 수많은 호수가 산재해 있다. 누런 흙탕물이 흐르는 황허는 중국문명의 발상지로 중국인은 ‘어머니의 강’이라고 부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관광지로서 인기가 다소 떨어진다. 그보다는 ‘천하제일의 산수(山水甲天下)’로 불리는 광시(廣西)성 구이린(桂林)의 경치가 많은 사람을 매혹시키고 있다. 구이린은 환상적인 풍경의 동굴이 많고 기이한 봉우리들도 시가지 곳곳에 펼쳐져 있다. 호텔방에서도 창문만 열면 멋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이린은 도시명에서 엿볼 수 있듯이 가로수가 계수나무 일색이다. 이 계수나무는 늦은 봄이면 꽃을 피우면서 달콤한 향기를 내뿜어 이국적인 흥취를 돋운다. 주민도 좡족(壯族)이 많아 중국의 다른 지역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구이린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유람선을 타고 리장(麗江)을 내려오면서 주위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다. 구이린~양숴(陽朔)에 이르는 83㎞의 유람 코스는 꼭대기가 둥글둥글하게 생긴 기묘한 봉우리들이 강의 양쪽에 늘어서 있어 경탄을 자아낸다. 아무 방향에나 대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모두 동양화요, 산수화가 된다. 강가에는 또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물소들이 자주 눈에 띄어 이채롭고, 운이 좋으면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낚는 어부도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리장의 아름다운 풍경도 유람선 타고 한두 시간을 내리보고 있노라면 지루해진다. 리장 유람의 또 하나 문제점은 강물이 충분할 때라야 제대로 된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갈수기에는 강물이 현저히 줄어들어 묘미가 반감된다. 구이린 관광을 꿈꾼다면 리장의 강물이 풍부한 때가 좋다. 구이린은 오랫동안 중국의 대표적인 명승지로 널리 명성을 떨쳐온 까닭에 호텔이나 공항 도로가 잘 갖춰진 관광도시로 발전했다. 이런 특징이 구이린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바가지가 심하고 호객꾼도 많아 외국인이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창강(長江) 크루즈 여행
구이린이 아기자기한 산수화의 고장이라면 창강(長江)은 대서사시가 펼쳐지는 중국 최장, 세계3위의 강이다. 6300여㎞ 에 달하는 창강 유역의 관광지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관광여행을 목적으로 창강을 보려 한다면 창강 크루즈 여행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크루즈 여행이라면 호화여객선을 타고 세계 여러 나라의 항구를 찾아다니는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이같은 크루즈 여행이 창강이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필자가 창강 크루즈 여행을 한 것은 1998년 추석 연휴 때였다. 베이징에서 쓰촨(四川)성의 충칭(重慶)으로 날아가 그곳에서 예약해둔 2박3일짜리 크루즈 유람선에 올랐다. 유명한 장군의 이름을 딴 풍옥상 호였다. 창강 크루즈에 나서는 배들은 호텔처럼 5성급 4성급 하는 식으로 등급이 매겨져 있고 배 안의 객실도 1등실에서 4등실까지 구분돼 있다. 3성급 배의 1등실을 탔는데, 2인1실로 일인용 침대 2개와 샤워기가 딸린 화장실이 갖춰진 수준급의 방이 배정됐다.
유람선 코스는 창강의 맨 끝 하구도시인 상하이까지 일주일여에 걸쳐 내려가는 것에서부터 하루이틀짜리까지 다양한데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이 충칭에서 이창(宜昌)까지의 2박3일 코스다. 이 코스는 창강 유역에서도 가장 경치가 좋다는 3개의 협곡 즉, 싼샤(三峽)를 품고 있고, 몇 해 전 완공된 싼샤댐을 배를 탄 채 통과하는 이색체험도 해볼 수 있다.
관광은 낮시간에 유람선을 타고 창강 하구쪽으로 내려가다가 도중 잠시 정박하고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고 오는 식으로 진행된다. 충칭~이창 구간의 경우 귀신들의 성이라는 풍도귀성(豊都鬼城),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의 묘(張飛廟), 유비가 죽으며 제갈공명에게 아들을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긴 백제성(白帝城)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3개의 협곡이다. 취탕샤(瞿塘峽, 8㎞ ) 우샤(巫峽, 40㎞ ) 시링샤(西陵峽, 76㎞ ) 구간은 강폭이 좁아져 물살이 급격하게 소용돌이치는 모양이 장관이다. 강의 양쪽은 때로는 기묘한 봉우리들이, 때로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길게 이어지고 안개가 감도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은 1년 중 절반 이상 비가 내리고 안개에 싸인다.
싼샤와 함께 반드시 보아야 하는 곳이 샤오싼샤(小三峽)다. 우샤 입구에서 창강의 지류인 다닝허(大寧河)로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3개의 협곡을 말한다. 이곳은 협곡의 경치가 오히려 싼샤를 능가할 정도로 뛰어나다. 지류를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수심이 얕아지므로 작은 배로 갈아탄다. 이때쯤 가이드는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촉나라 가는 길이었다며 삼국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백의 ‘촉도난(蜀道難)’이라는 유명한 시에 당시 촉나라(오늘날의 쓰촨성)로 들어가는 길이 얼마나 험했는지 잘 묘사돼 있다. “아득하게 높구나 촉나라 가는 길은/ 푸른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어렵네/ (중략) 황학도 날아 넘기 어렵고 원숭이조차 기어오르기를 겁내는구나”
샤오싼샤 지류로 들어가면 지금도 이백이 시에서 언급한 험하기 짝이 없는 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절벽에 나무를 박아 만든 길(古棧道)의 자취가 그것이다. 시에 등장하는 원숭이가 지금도 간간이 보인다.
유람선에는 식당이 완비돼 있어 식사시간마다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식사를 한다. 배는 밤이 되면 운행하지 않고 물 위에 정박한다. 가볍게 흔들거리는 유람선의 객실 창 너머로 눈부신 달빛이 강물 위에 부서져 내리는 한밤의 정취에, 차마 잠들 수 없어 뒤척인 기억이 10년이 돼가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창강 크루즈야말로 최고의 낭만여행이 아닐까.
동화의 세계, 주자이거우(九寨溝)
쓰촨성의 주자이거우(九寨溝)는 물로 이루어진 관광명소이면서도 구이린이나 창강과는 전혀 다른 풍광이다. 중국의 다른 관광지처럼 거대하고 웅장하지 않은 대신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때깔이 좋다.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느낌이다. 50㎞에 달하는 Y자형 계곡에 아름다운 작은 호수가 114개나 펼쳐지고 13개의 폭포가 널려 있다. 오화해(五花海) 오채지(五彩池)처럼 이름에서도 나타나듯 호수들의 물빛이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녹색 푸른색 담황색의 물 빛깔이 호수 주위의 산, 숲과 어울려 선경을 만들어낸다.
주자이거우를 보려면 발품을 많이 들여야 한다. 무공해버스를 타고 계곡 옆에 난 도로를 따라 오르내리면서 3,4분 간격마다 하차해 호수나 폭포를 둘러보는 식이다. 주자이거우의 아름다운 호수들 중에서도 꼭 봐야 할 것으로 오채지 오화해 외에도 가장 큰 호수인 장해(長海), 회백색의 자작나무 숲에 있는 초해(草海), 대나무로 둘러싸인 전죽해(箭竹海), 그리고 진주탄폭포와 낙일랑폭포를 권하고 싶다. 기자는 여름철에 주자이거우를 갔는데,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면 호수의 물빛깔과 어울려 더욱 환상적일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주자이거우는 9개의 좡족(藏族, 티베트족)마을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1992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고 1997년에는 세계생물권보호구로 지정됐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풍경구 내에서는 무공해차량이 관광객을 실어나르고 화장실과 휴지통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오염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하루 입장객을 1만2000명으로 제한하는 것도 환경보호 조치의 일환.
600개의 작은 연못, 황룽의 오채지
600개의 작은 연못이 어우러진 황룽의 오채지.
황룽은 계단식 논처럼 생긴 작은 연못(?)이 수없이 펼쳐져 있다. 물은 3400여 개나 되는 작은 석회암 연못들을 채우면서 천천히 아래로 흘러간다. 그 옆으로 7.7㎞에 달하는 황룡계곡엔 나무가 울창해 작은 연못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황룽에서 특히 볼 만한 것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오채지(五彩池). 600여 개의 작은 연못이 모여 아름다운 물빛의 향연을 벌인다. 위로는 설산이 우뚝 솟아 있고 주변은 온통 나무와 숲으로 꽉 들어차 있어 녹색 계통의 물빛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오채지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넓은 전망대가 설치돼 감상하기도 매우 편리하다.
황룽 관광에 반드시 유념할 것은 이곳이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라는 사실이다. 관광객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해발 3500m의 오채지를 목표로 올라가는데, 유사시에 대비해 모두 산소통을 하나씩 들고 가야한다. 최근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오채지까지 도달하기가 쉬워졌다고는 하나 역시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면 황룽은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도중에 만나는 수천개의 형형색색 멋진 연못을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며 지나치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
오채지뿐 아니라 주자이거우와 황룽 지역 자체가 고원에 위치해 있어 평지와는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자도 해발 3500m의 주자이거우 황룽 공항에 내렸을 때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호텔에 투숙해 잠을 청해도 편히 잠들지 못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고원은 산소만 부족한 게 아니다. 현지인들의 얼굴을 보면 광대뼈 부근이 벌겋다. 장족들은 이런 얼굴빛을 고원홍(高原紅)이라고 한다. 높은 지대에서 살다 보면 그렇게 변한다는 것이다.
사막을 보려면 실크로드로
중국에 사막과 초원지대가 있다는 사실이 한국인 여행객에게는 색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의미에서 사막을 체험할 수 있는 실크로드 코스와 내몽골초원 지역도 훌륭한 관광지가 될 수 있다.
실크로드는 한국인에게는 매우 익숙한 이름이지만 막상 가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중국의 변방에 위치해 있고, 교통도 불편한 데다가 황량한 주위환경도 그리 호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직항노선도 생겼고 철도, 도로교통도 편리해졌다. 무엇보다도 패키지 관광상품이 많이 나와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정도면 중요한 곳은 다 둘러볼 수 있게 됐다.
실크로드의 주요 관광거점은 시안(西安), 란저우(蘭州), 둔황(敦煌), 투루판(吐魯番), 우루무치(烏魯木齊) 등의 도시와 만리장성의 서쪽 끝인 자위관(嘉·#54014;關)이다. 패키지 코스도 대개 이들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시안과 둔황 그리고 투루판을 꼽고 싶다.
시안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중국의 가장 오래된 고도로 1500여 년간 고대중국의 수도(長安)였던 유서 깊은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옛날의 중국을 알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가봐야 할 곳이다. 병마용 진시황릉 화청지 등등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무수한 유적지가 있으나 워낙 잘 알려진 곳이므로 더 이상 소개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두 군데만 간단히 언급한다면, 비림(碑林)박물관과 화산(華山)이다.
내몽골 초원. 초보자도 쉽게 말을 타볼 수 있다.
시안에 간 김에 중국의 오악 중 하나로 꼽히는 화산(華山)을 보고 올 것을 강력히 권한다. 시안에서 서쪽으로 120㎞ 떨어졌으니까 버스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해발 1614m의 북봉(北峰)까지는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어 등산장비 없이도 간단히 화산의 위용을 느껴볼 수 있다.
둔황 역시 TV 다큐멘터리 등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둔황 막고굴(莫高窟)에 관해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막상 현장에 가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열쇠로 굴의 문을 열고 들어가 내부를 살펴보는 경험은 정말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막고굴과 더불어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인 밍샤산(鳴沙山) 관광은 낙타를 타고 사막길을 걷는 이색체험이다. 낙타 등에 올라 사막을 지나면서 휴대전화로 한국의 친지와 통화하면서 느낀 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자연과 문명, 원시와 첨단의 공존체험이라고나 할까.
투루판에 대한 기억은 이런 것들이다. 뜨거운 태양빛, 포도, 화염산, 고성(故城), 양고기 그리고 중국인과는 판이하게 생긴 위구르족. 투루판에 갔을 때가 여름이기도 했지만 무척 뜨거운 도시다. 그래서 청포도가 잘 자라고 맛도 기막히다. 거리에 포도 덩굴이 터널을 이루는 곳도 있고, 계곡 일대가 온통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시원한 그늘을 이루는 포도구(葡萄溝)라는 관광지도 있다.
투루판의 더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그 유명한 화염산(火焰山).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이 천축으로 가면서 모험을 벌이는 서유기의 한 대목이 바로 이곳을 무대로 하고 있다. 화염산 입구에는 서유기의 한 장면을 조각으로 재현해놓아 마치 실재했던 사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화염산을 보면 정말 불타고 있는 듯하다. 산이 높지는 않지만 검붉은 빛깔에 수많은 주름이 잡혀 있어 이름에 걸맞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물론 풀 한 포기도 없는 불모의 산이다.
불타는 도시 투루판
투루판에 갔다면 양고기를 꼭 먹어볼 일이다. 노천시장에 들러 위구르족들 틈에서 양꼬치구이를 먹는 맛은 특별하다. 양고기는 투루판에서 가장 흔한 음식으로, 생각보다 냄새도 안 나고 맛있다. 포도와 양고기야말로 투루판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라 하겠다. 비록 더위에 땀을 많이 흘린 곳이지만 투루판은 중국의 어느 관광지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준 곳이다.
실크로드 여행은 보통 우루무치에서 끝난다. 물론 더 서쪽지역으로 가볼 수도 있지만 전문적인 탐사여행이 아니라면 이곳이 종착지가 된다. 우루무치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성도로 인구가 무려 1800여만이나 되는 대도시다. 이곳은 사실 색다른 관광지가 별로 없다. 딱 한 군데 가볼만한 곳은 톈산(天山)산맥의 정상부에 있는 천지(天池)다.
천지는 우루무치 시내에서 동쪽으로 100㎞ 떨어진 해발 1980m의 산정호수다. 버스나 택시를 타면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가 천지 바로 앞에서 내려준다. 눈 덮인 설산을 배경으로 침엽수림에 둘러싸인 천지는 아름답기는 하나 백두산 천지처럼 경외감이나 신비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이곳을 성지로 여기는 중국인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한국인의 시각으로는 백두산 천지와는 비교가 안 된다. 말을 타고 천지 주위를 달리거나 모터보트를 타고 천지 수면을 질주하는 상술이 판을 치고 있는 것도 신비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듯싶다.
위룽(玉龍) 설산의 전망대.
베이징에서 저녁에 기차를 타면 아침 일찍 내몽골자치구의 수도인 후허하오터(呼和浩特)에 도착한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거나 아니면 현지에 도착해서 1박2일 혹은 2박3일 몽골 초원 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베이징으로 돌아올 때도 저녁에 기차를 타면 아침에 도착하도록 시간표가 짜여 있다. 1박2일에 800위안(약 10만원) 정도니까 그리 비싼 편도 아니다.
내몽골 초원의 말타기
초원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말을 타고 초원을 직접 달려보는 것이다. 말을 처음 타는 사람도 그리 어렵거나 위험하지 않다. 관광객이 타는 말마다 현지인이 한 사람씩 붙어 말고삐를 잡아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는 말에 올라타 천천히 가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조금씩 속도를 내게 된다. 하루 만에 말을 타고 달리기는 어렵지만 서너 시간에 걸쳐 저 멀리 초원지대를 다녀오면 끝날 때쯤에는 꽤 익숙해진다. 말에서 내리면 허벅지가 뻐근하다. 한 시간에 40위안 정도의 요금을 내는 초원에서의 말타기야말로 몽골관광의 핵심이다.
말타기와 함께 흥미를 끄는 것은 몽고인들처럼 파오에서 잠자는 일이다. 초원에 가면 당연히 몽고인들의 집이라 할 파오가 숙소가 된다. 밖에서 보면 천막에 불과하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훌륭한 생활공간이다. 한밤중 파오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많은 별을 보는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파오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지만 밖에 나와 쳐다본 밤하늘의 별들은 뇌리에 뚜렷이 남아 있다.
몽골 초원에 가서 풀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그리 아름답지가 않다. 짐승들의 배설물이 곳곳에 널려 있고, 풀이 무성하게 나 있는 게 아니어서 푹신푹신한 풀밭이 전혀 아닌 것이다. 멀리서 볼 때는 푸른 풀밭에 들꽃들이 하늘거리는 아름답기 그지 없는 초원이지만 실상을 보고 나면 다소 실망스럽다고나 할까.
투루판에 가면 양고기를 먹어보아야 한다고 앞에서 말했지만 내몽골 초원에서는 양고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만약 양고기를 싫어한다면 차라리 안 가는 게 낫다. 초원의 식탁에는 양고기 샤브샤브 요리인 쑤이양러우(?羊肉), 양갈비구이, 양고기순대, 양꼬치 등이 마유주(馬乳酒)와 함께 나온다. 그야말로 양고기를 부위별로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윈난성, 이상향 찾아가는 명상여행
‘이상향’ 샹그리라를 찾아가는 윈난(雲南)성 여행도 매우 독특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윈난성은 중국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성이다. 남쪽과 서쪽으로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와 국경을, 북서쪽으로는 티베트자치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고 20여 소수민족이 살고 있어 여느 중국땅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른 곳이다.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원래 모습 그대로 간직한 평화롭기 그지없는 분위기’쯤으로 요약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윈난성은 패키지 여행으로 쫓기듯 다닐 게 아니라 배낭여행으로 느긋하게 둘러보면서 피폐해진 심신을 재충전하기에 최적의 여행지라 하겠다. 윈난성을 구석구석 살펴보려면 한두 달로도 부족하겠으나 꼭 가봐야 할 곳만 간추린다면 쿤밍(昆明), 다리(大理), 리장(麗江), 샹그리라(香格里拉), 그리고 위룽(玉龍)설산과 메이리(梅里)설산이다.
멀리 메이리설산이 보이는 샹그리라 인근지역.
기자가 쿤밍에 간 것은 1999년 2월로, 베이징이 출발지였다. 쿤밍까지 48시간의 기차여행이었다. 기차가 베이징 서역을 출발할 때 창밖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남쪽으로 내려가자 조금씩 풍광이 달라지더니 창강대교를 건너 강남지역으로 들어서자 몇 시간에 걸쳐 노란 유채꽃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쿤밍에 도착하니 완연한 봄으로 때마침 개최된 세계원예박람회장에는 온갖 꽃이 만발해 있었다. 고위도에서 저위도 방향으로 기차를 타고 달린 것이어서 48시간 만에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동을 한 셈이다. 또 한 가지 일화. 장거리 여행이다 보니 기차에 탄 손님들도 가지각색. 한 중국인 가족은 라면박스를 여러 개 가지고 기차에 올랐는데, 끼니마다 라면을 끓여 먹더니 쿤밍에 도착할 때는 라면박스들이 다 비워지는 것이었다.
쿤밍시내에도 취호공원, 박물관, 민속촌, 서산용문, 세계원예박람원 등 볼거리가 많지만 필수코스는 스린(石林)이다. 말 그대로 돌의 숲. 2억7000만년 전 바다 속이었던 스린은 지각변동으로 융기하여 오늘날의 기이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수십m 높이로 치솟은 돌의 숲이 무려 5㎞에 걸쳐 펼쳐지고 있으니 대단한 규모다. 돌 사이로 관람객이 다니는 길이 잘 나 있고 전망대도 잘 갖춰져 감상하기에나 촬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쿤밍시내에서 90㎞ 떨어져 쉽게 다녀올 수 있다.
다리는 역사시간에 한번 들어봤을 옛 대리국의 고장이다.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윈난성의 가장 오래된 고도로 13세기 몽고군에 의해 멸망하기 전까지 남조국(南詔國)과 대리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다리의 주민들은 바이족(白族). 한때 중원의 중국왕조와도 맞선, 작지만 강한 나라의 후손들로 지금은 소수민족의 하나일 뿐이다. 대리석이 바로 이 지역에서 나는 돌이다
다리는 사람의 귀 모양으로 생긴 얼하이(·#54676;海)호(249㎢로 윈난성 제2의 호수)와 그 주위를 둘러싼 창산(蒼山)이 어우러져 ‘중국의 스위스’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경관이 뛰어나다. 물론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이다. 자연히 다리관광의 스타트는 유람선을 타고 얼하이 호수를 한바퀴 둘러보는 것인데, 중간에 작은 섬에 내려 호수를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다리 시내에서 볼 만한 것으로는 다리고성(古城)과 숭성사(崇聖寺) 삼탑이 대표적이다. 리장고성과 함께 윈난성의 대표적 고성인 다리고성은 명대에 재건된 것으로, 관광객이 오가는 시내 중심에 있으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숭성사 삼탑은 다리의 상징과도 같은 3개의 불탑으로 가장 높은 탑은 69m나 돼 멀리서도 잘 보인다. 대리국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다리시박물관을 가면 된다.
다리에 가면 쇼핑할 것이 하나 있으니 대리석 도자기다. 대리석 원석덩어리의 속을 파내고 표면을 갈아서 도자기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돌의 빛깔과 무늬가 아름다워 장식품으로 손색이 없다. 한 가지 고려할 점은 돌이어서 무겁다는 사실이다.
다리에서 북쪽으로 더 들어가면 리장과 샹그리라로 가게 된다. 티베트로 가는 방향이기도 하다. 필자는 다리까지만 가봤기 때문에 리장과 샹그리라 그리고 티베트는 다음에 꼭 가봐야 할 중국여행지 영순위로 꼽고 있다.
리장은 다리에서 북으로 150㎞ 떨어진 도시로 나시족(納西族)의 오랜 본거지. 자연 풍광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지만 그보다 우선 고성 안의 사람 사는 집과 거리가 인상적이다. 다른 관광지의 고성은 옛 자취만 남은 관광유적일 뿐이지만 리장의 고성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살아 있는 관광명소다. 위룽설산의 눈이 녹은 깨끗하기 그지 없는 시냇물이 고성 안의 이곳저곳을 운치 있게 흐르고 고풍스러운 집들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모양으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푸근함과 낭만을 안겨준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에 와서 몇 달이고 눌러앉아 세월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리장의 자연경관 중 놓쳐서는 안 될 곳이 바로 위룽설산과 호도협(虎跳峽). 해발 5596m의 위룽설산은 리장시내 어느 곳에서도 그 위용이 잘 보이지만 케이블카를 타면 4500m 지점까지는 쉽게 오를 수 있다. 1년 내내 순백의 자태를 드러내는 위룽설산은 나시족들이 신성시하는 성산. 호도협은 호랑이가 뛰어 건널 수 있을 만큼 좁은 협곡이라는 뜻으로 해발 5396m의 합파설산과 위룽설산 사이에 있다.
샹그리라를 찾아서
윈난성 여정의 마지막 코스인 샹그리라는 관광지로 개발된 지 10년이 채 안 되는 떠오르는 명승지다. 샹그리라라는 지명이 외부세계에 처음 알려진 건 1933년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턴(1900~1954)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을 발표하면서부터. 힐턴은 소설에서 샹그리라를 온갖 종교가 화합공존하며 인간의 갈등과 탐욕이 없는 곳으로 묘사했다. 소설의 앞부분 스토리는 이렇다. “인도의 한 지방에서 폭동이 일어나 백인들이 군용기로 피신했는데, 그중 한 소형비행기에 옥스퍼드 출신의 영국영사 콘웨이 등 승객 4명이 탔다. 이들이 탄 비행기가 페샤워로 향하던 도중 납치돼 모처에 불시착하게 된다. 이들은 짱족 안내인을 따라 첩첩산중을 헤맨 끝에 마침내 기막히게 아름다운 푸른 달빛의 골짜기에 도착한다.”
샹그리라는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찌든 서양인들에게 낙원으로, 이상향으로 다가왔다. 1937년엔 영화로 제작됐고, 194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메릴랜드 주에 지은 별장을 샹그리라로 명명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캠프 데이비드 별장이다. 정작 힐턴 자신은 샹그리라에 가본 적이 없다. 오늘날의 짱족 자치주 일대를 여행한 탐험가들의 기록에서 소설의 배경을 꾸며낸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비개방지역이던 샹그리라는 1996년 중국 정부가 각계 전문가 50인으로 샹그리라 탐사대를 조직해 소설의 무대를 찾아나서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탐사대는 소설에 묘사된 설산과 대초원, 강과 협곡, 원시삼림, 티베트불교를 기준으로 조사작업을 진행한 끝에 윈난성 중뎬(中甸) 지역이 샹그리라라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은 2001년 중뎬을 아예 샹그리라로 이름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샹그리라는 중국인 특유의 경제 마인드가 만들어낸 가공의 이상향일 뿐이다.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의 샹그리라가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경치가 아름다운 건 사실이고, 티베트인(藏族)들의 순수함이 살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를 찾아가는 명상여행’으로 그 어느 지역보다도 어울릴 듯하다.
샹그리라의 볼거리는 티베트풍의 불교사원과 설산, 호수, 공원 등 대자연의 넉넉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곳에서 티베트 접경인 더친(德欽)으로 더 들어가면 해발 6740m로 윈난성 최고인 메이리(梅里)설산을 가까이 볼 수 있다.
메이리설산은 짱족이 8대 신산(神山) 중 첫째로 꼽는 산이다. 수백리에 걸쳐 끝없이 이어지는 눈 덮인 봉우리가 장관이다. 특히 메이리설산의 일출장면은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일출시각이 되면 해를 등지고 설산에 부딪히는 빛을 바라보는데, 처음엔 주봉 카와거보에서부터 붉은빛이 서서히 산 아래로 물들다가 다시 점점 하얀빛으로 변해간다.
메이리설산까지 보았다면 윈난성의 끝까지 간 셈이다. 이제 더 나아가면 시짱(西藏)자치구, 즉 티베트 땅이다. 옛날에는 바로 이 코스를 이용해 티베트로 들어갔다. 요즘 많이 알려진 차마고도(茶馬古道)가 바로 그 길이다. 1, 2년 전까지만 해도 티베트를 가려면 대개가 베이징, 상하이, 쿤밍 등 주요 도시에서 뜨는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그러나 2006년 7월1일 라싸(拉薩)까지 이어지는 칭짱(靑藏)철도가 개통되면서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면 라싸까지 47시간28분이 걸린다. 해발 5000여m의 산을 넘어가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철도길. 하염없이 설산을 바라보며 때로는 하늘호수를 지나며, 또 삭막한 황야지대를 통과하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이색풍경에 몰입하고 싶다면 반드시 칭짱철도여행을 해볼 일이다.
중국관광, 제대로 하려면
칭짱철도 개통 후 라싸를 찾는 인파가 거의 10배나 늘었다고 한다. 라싸의 포탈라 궁은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일찌감치 예약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소식이다. 무엇보다 외부인이 대거 몰려오면서 티베트 특유의 경건한 분위기가 급속히 사라져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티베트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좀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중국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지역들은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관광코스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안목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령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3대 석굴(윈강석굴, 둔황석굴, 룽먼석굴)과 4대 불교명산(구화산, 오대산, 아미산, 보타산)을 으뜸으로 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생략했지만 대도시는 어떻게 보면 중국관광의 기본코스다. 중국의 정치와 경제 중심지인 베이징과 상하이를 빼놓고 중국을 봤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문화수준이 높은 장쑤성과 저장성의 도시들인 쑤저우, 양저우, 난징, 항저우도 중국관광객에게는 필수코스다. 시인 묵객이 들끓던 서호와 동정호, 악양루도 마찬가지.
결론적으로 중국관광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신의 관심 분야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중국관광을 제대로 하려면 사전에 공부를 하고 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역사가 오래되고 한자문화권이다 보니 어디를 가든지 지명이나 인명, 관광지에 얽힌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말은 중국에서 딱 들어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