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기사를 보면 벤터는 플라스틱, 옷, 의약품, 자동차 연료 등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생물체를 이용해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먼저 컴퓨터로 플라스틱, 섬유, 약물, 연료 등 필요한 것을 만드는 유전자를 지닌 염색체를 설계한다. 그 설계에 따라 자동으로 DNA를 조립해 새로운 염색체를 만든다. 그 염색체를 세균에 넣어서 대량 증식시킨다. 그러면 석탄과 석유 같은 탄소 연료를 대신할 연료를 생산하는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그 생물은 광합성을 통해 만든 당(糖)을 연료로 변환시킨다. 광합성은 대기의 이산화탄소에서 얻은 탄소로 당을 만드니까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것은 재생 가능한 방식으로 새로운 연료를 다량 생산하는 것이므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수단이기도 하다.
그는 이제 인류가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읽는 수준을 넘어 원하는 대로 염기 서열을 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컴퓨터로 원하는 서열을 설계해 화학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작위 돌연변이를 통해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나는 다윈 진화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작위가 아니라 계획적인 설계를 통해 한순간에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의 연구진은 이미 한 세균의 염색체를 다른 세균에 넣어 종 자체를 바꾸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런 식으로 생물체를 재설계하는 분야를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라고 한다. DNA를 재조합하는 유전공학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이 용어가 쓰인 적이 있지만, 지금의 합성생물학은 자연계에 없는 것을 인위적으로 합성한다는 좀 더 넓은 의미로 쓰인다. 스티븐 베너와 마이클 시스모어는 합성생물학자를 두 부류로 나눈다. 인공 생명체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성분자를 이용해 자연적인 생물의 창발적 행동을 재연하는 부류와 자연적인 생물에서 교체 가능한 요소들을 찾아서 인위적인 기능을 지닌 생물을 조립하려는 부류가 있다. 합성생물학은 이미 에이즈 바이러스 검출 도구 등 감염병 진단에 활용되고 있으며, 항(抗)말라리아제를 저렴하게 대량 생산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장난감’도 만들어낼 수 있다.
합성생물학 실험
2000년 미 프린스턴대의 마이클 엘로위츠와 스터니슬러스 레이블러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lacI’, ‘tetR’ ‘cI’이라는 세 유전자를 이어 붙였다(간단히 A, B, C라고 하자). 세 유전자는 각각 단백질을 만드는데, 그들은 세 유전자 앞에 적당한 조절인자를 붙여서 각 단백질이 다음 유전자의 활성을 억제하도록 했다. 즉 A의 단백질은 B를 억제하고 B의 단백질은 C를, C의 단백질은 거꾸로 A를 억제한다. 따라서 음의 되먹임 고리가 완성된다.
그들은 초록빛 형광을 띠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포함된 회로도 따로 마련해 B의 단백질이 억제되도록 했다. 그런 다음 둘을 대장균 속에 넣었다. 그러자 B의 단백질 농도가 변하면서 세포의 형광 현상이 주기적으로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