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일방어체제의 핵심 타격수단인 탄도미사일 요격용 지대공미사일 패트리어트3.(위) 지난해 5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진수식을 가진 한국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아래)
논란이 되살아난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포함한 이명박 당선자의 안보분야 참모들이 “MD 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공개발언을 내놓으면서부터다. 대선 직후인 지난 12월26일 이 당선자의 외교안보 브레인인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이 당선자가 외교환경 및 국내 여론을 고려하면서 MD 참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인수위에 참여한 현인택·남주홍·김우상 교수 등이 모두 MD 참여론자에 가깝다고 알려지면서, 이 문제는 서서히 ‘이명박 시대 한미동맹 복원’의 유력한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선자측이 MD 참가를 검토하게 된 것은 ‘10년간의 불화’를 씻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쓰고자 하는 청사진 때문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MD 구축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상상을 불허한다. 멀게는 레이건 행정부, 가깝게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러시아·중국과의 마찰을 각오하면서 단호하게 밀어붙여온 미국의 MD체제는 냉전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공포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날아오는 핵 미사일을 국경 밖에서 요격미사일로 쏘아 맞혀 무력화시킨다는 이 구상은 막대한 개발비용과 늘어지는 개발일정, 실현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비판에도 꾸준히 살아 남아 오늘에 이르렀다.
일본은 1998년 MD 동참을 선언하고 미국과의 공동실험 등으로 개발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김대중 정부를 지나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에도 중국의 반발과 북한 자극을 우려해 사실상 동참을 검토하지 않았다. 동북아에 MD가 구축되고 한국이 이에 참여할 경우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을뿐더러, 이들 국가가 ‘MD를 뚫을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나서면 새로운 군비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인수위 안보분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선자측도 MD 문제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중국 등과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는 것. ‘당장 참여하겠다’라기보다는 ‘5~10년을 두고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라는 쪽에 가깝다. 다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MD 참여를 거부한 것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지나치게 개입돼 있었으므로 이를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인수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름을 반드시 MD라고 붙일 필요도 없고, 명시적으로 참여를 선언할 필요도 없다. ‘작은 MD’건, ‘포괄적 MD’건 간에 우회적인 방식으로 미사일 방어에 관한 기술을 습득하고 그 장점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 역시 북한이나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에 노출돼 있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대비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잠정적으로 미국의 MD 네트워크에 협조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자체적인 대비책’이라는 명분을 세우면 주변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한국이 MD에 참여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 MD체제는 한반도 전장(戰場) 환경에서 어떤 군사적 가치가 있으며, 그에 얽힌 정치적 맥락은 무엇인가. 과연 ‘우회로’를 통해 주변국의 반발을 돌파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