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이명박 정부 MD(미사일방어체제) 참여 구상 정밀분석

군사적 효율성 사실상 제로… 남방 3각 공고화 위한 ‘정치적 결정’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08-02-12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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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MD(미사일방어체제) 참여 구상  정밀분석

    미사일방어체제의 핵심 타격수단인 탄도미사일 요격용 지대공미사일 패트리어트3.(위) 지난해 5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진수식을 가진 한국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아래)

    미사일방어(MD·Missile Defense) 체제. 2001년 ‘this man’ 소동을 겪으며 한미관계에 격랑을 몰고왔던 MD체제 논란이 되살아나고 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막 취임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으로부터 MD체제 참여를 요청 받았으나 이를 끝내 거절했고, 부시 대통령은 3월 열린 정상회담 공개석상에서 김 대통령을 ‘this man’이라고 지칭하며 감정을 표현했다. 그 직후 미국이 MD체제 개발을 공식선언하고 ABM(탄도탄요격미사일) 제한 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이래 한미관계는 눈에 띄게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논란이 되살아난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포함한 이명박 당선자의 안보분야 참모들이 “MD 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공개발언을 내놓으면서부터다. 대선 직후인 지난 12월26일 이 당선자의 외교안보 브레인인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이 당선자가 외교환경 및 국내 여론을 고려하면서 MD 참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인수위에 참여한 현인택·남주홍·김우상 교수 등이 모두 MD 참여론자에 가깝다고 알려지면서, 이 문제는 서서히 ‘이명박 시대 한미동맹 복원’의 유력한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선자측이 MD 참가를 검토하게 된 것은 ‘10년간의 불화’를 씻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쓰고자 하는 청사진 때문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MD 구축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상상을 불허한다. 멀게는 레이건 행정부, 가깝게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러시아·중국과의 마찰을 각오하면서 단호하게 밀어붙여온 미국의 MD체제는 냉전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공포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날아오는 핵 미사일을 국경 밖에서 요격미사일로 쏘아 맞혀 무력화시킨다는 이 구상은 막대한 개발비용과 늘어지는 개발일정, 실현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비판에도 꾸준히 살아 남아 오늘에 이르렀다.

    일본은 1998년 MD 동참을 선언하고 미국과의 공동실험 등으로 개발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김대중 정부를 지나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에도 중국의 반발과 북한 자극을 우려해 사실상 동참을 검토하지 않았다. 동북아에 MD가 구축되고 한국이 이에 참여할 경우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을뿐더러, 이들 국가가 ‘MD를 뚫을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나서면 새로운 군비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인수위 안보분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선자측도 MD 문제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중국 등과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는 것. ‘당장 참여하겠다’라기보다는 ‘5~10년을 두고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라는 쪽에 가깝다. 다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MD 참여를 거부한 것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지나치게 개입돼 있었으므로 이를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인수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름을 반드시 MD라고 붙일 필요도 없고, 명시적으로 참여를 선언할 필요도 없다. ‘작은 MD’건, ‘포괄적 MD’건 간에 우회적인 방식으로 미사일 방어에 관한 기술을 습득하고 그 장점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 역시 북한이나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에 노출돼 있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대비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잠정적으로 미국의 MD 네트워크에 협조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자체적인 대비책’이라는 명분을 세우면 주변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한국이 MD에 참여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 MD체제는 한반도 전장(戰場) 환경에서 어떤 군사적 가치가 있으며, 그에 얽힌 정치적 맥락은 무엇인가. 과연 ‘우회로’를 통해 주변국의 반발을 돌파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초기엔 SM3, 마지막엔 PAC3

    이명박 정부 MD(미사일방어체제) 참여 구상  정밀분석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1월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1차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날 인수위는 차기 정부가 추진할 155개 국정과제를 이 당선자에게 보고했다.

    우선 MD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부터 살펴보자. 미국과 일본이 개발 중인 MD체계의 구성방식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정찰위성과 레이더를 통해 적국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지한다. 미사일이 대기권에 진입하는 시점을 전후해 적국 가까이 접근한 이지스함에서 SM3(Standard Missile 3)를 발사해 1차 요격을 시도한다. 이때 해상이나 적국 인근 기지에 있는 X밴드 레이더가 탄도미사일의 위치와 방향, 속도 등을 계속 추적해 요격미사일의 궤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1차 요격이 실패해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나면 THADD(고고도방어체계) 미사일을 이용한 2차 요격이 시도된다. 이마저 실패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이 다시 대기권 내로 진입하면 자국 영토 내에 있는 패트리어트3(PAC3· Patriot Advanced Capability 3) 방공미사일로 이를 요격한다. 이 가운데 두 번째 단계인 THADD는 아직 실전배치와는 거리가 멀고, 현재 미국과 일본은 초기 단계의 SM3와 마지막 단계인 PAC3를 이용한 요격 실험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의 MD 구성방식상 한국이 MD에 참여하려면 먼저 SM3와 PAC3를 구매해야 한다. 현재까지 한국군은 ‘독자적인 대공방어’를 모토로 내건 채 SM3와 PAC3보다 한 단계 아래급인 SM2를 도입했고 PAC2 도입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 대공미사일의 도입에 대해서도 “이미 MD에 한발 들어선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다(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기로 하겠다). 이들 대공미사일의 도입과정이나 MD체제용 미사일과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한국의 안보환경에서 MD가 갖는 의미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북한이 항공기를 이용한 대량공습이나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경우 서울과 수도권이 이에 사실상 무방비라는 점은 꾸준히 지적된 바 있다. 개전 초기 북한이 휴전선에 가까운 한국군 주요 군사시설과 국가 지휘시설에 대량공습을 가한 뒤, 이로 인해 형성될 공황상태를 이용해 서울을 기습 점령하는 데 필요한 시간(1~3일)을 번다는 목표로 공세적 제공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신동아’ 2006년 4월호 ‘한국군 핵심시설, 북한 스커드 미사일에 무방비’ 참조).

    이 때문에 그간 군에서는 노후된 나이키 허큘리스 체계 대신 신뢰할 만한 대공방어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했고,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2010년까지 1조1000억원을 들여 중고 패트리어트2(PAC2) 미사일 2개 대대를 독일로부터 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PAC2는 기본적으로 항공기 요격에 중점을 두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는 적절치 않다. 폭탄을 싣고 휴전선을 넘는 북한의 항공기들은 요격할 수 있지만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빠른 속도의 미사일을 막아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낙관적인 전문가들 일부는 스커드 미사일의 초기 모델도 PAC2로 일부 요격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한다.

    군 일각에서는 PAC2의 요격 성공률이 50%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주한미군이 주요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있는 최신형 PAC3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가 PAC2 미사일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에는 MD 관련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우려한 측면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여기에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도입, 한국형중거리지대공미사일(KMSAM)을 개발해 ‘독자적 대공방어망’을 구축한다는 복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군에서는 이를 가리켜 ‘한국형 MD’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여놓은 한발, 낮아진 문턱

    이번에는 SM2를 살펴보자. 지난해 5월 진수된 KDX3 구축함 세종대왕함에는 대공미사일로 SM2를 장착했다(MD개발계획에 참여한 일본의 이지스함 공고의 경우 최신형인 SM3를 장착했다). SM2 자체는 함대를 방어하는 것이 주요 용도지만, 세종대왕함에 장착돼 있는 이지스 체계의 SPY1D 레이더는 반경 1000km 내외의 탄도미사일을 감지할 수 있다. 3척까지 건조계획이 예정돼 있는 이지스 구축함이 동해와 서해 등에 실전 배치되면 북한뿐 아니라 중국이나 극동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이명박 정부 MD(미사일방어체제) 참여 구상  정밀분석
    다만 SPY1D 레이더는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직접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한 궤도 추적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서울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질 경우 이 미사일이 북한에서 날아온 것인지 다른 주변국에서 날아온 것인지 식별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는 게 관련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PAC2나 SM2를 갖고는 미국의 MD체제와 공조하기가 불가능하지만, 장차 한국이 MD 참여를 결정하게 될 경우 이들 대공미사일 체계가 그 ‘문턱’을 상당부분 낮춰준다. 독일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PAC2 발사대의 경우 실제로는 PAC3 초기모델에 해당하는 것으로, 중고라고는 하지만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잉여재고 신제품’에 가깝다. 필요할 경우 PAC3 미사일 탄두만 구매하면 이 발사대를 일부 업그레이드해 발사할 수 있다. PAC3 2개 대대 구매에 드는 비용이 3조 4000억원 내외인 데 비해, PAC3 초기모델 발사대를 이미 구매한 상황에서는 2조원 내외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KDX3 구축함의 SM2도 마찬가지다. 같은 수직발사장치에서 SM3를 발사할 수 있는 것이다. 세종대왕함 등에 SM3를 장착하려면 레이더와 발사통제장치를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이 업그레이드 비용과 SM3 미사일 탄두 구매비용이 2조원가량으로, 새로 SM3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비해 절반 이상 비용이 줄어든다. 한국 정부가 이지스함을 발주할 당시부터 이에 대해 고려했다고 군 관계자들은 말한다. 수십년 동안 사용할 무기체계이므로 미래의 일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2008년 현재 한국군은 PAC3나 SM3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MD체제 참여를 결정할 경우 그 비용은 5년 전에 비해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한국이 이 문제를 결정하는 데 있어, 최소한 비용 측면에서는 이전에 비해 부담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이미 MD에 한발을 들여놓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방어가능구역 너무 좁아

    PAC3나 SM3를 도입하지 않은 것이 MD 참여 여부에 대한 중국이나 러시아의 의혹어린 시선 때문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오로지 국제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는 게 관련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PAC3와 SM3가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군사적으로 충분한 실효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 이에 대해서는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한반도의 지리적인 환경이나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군사적 상황, 감시·정찰체계가 충분치 않은 상태 등을 꼼꼼히 따져보면 이들 최신형 요격체계가 천문학적인 비용에 값하는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먼저 PAC3의 경우 미사일이 대기권을 통과해 낙하하는 단계에서 요격하기 때문에 방어가 가능한 구역이 협소한 편이다. 이러한 특성은 서울이 휴전선에서 매우 가깝다는 점 때문에 더욱 강화된다. 미사일이 날아가는 거리가 짧기 때문에 요격할 수 있는 거리도 그만큼 짧아지고, 따라서 그 성공 가능성이나 방어 가능한 범위가 극히 제한되는 것이다.

    휴전선 인근 북한의 주요 미사일기지로부터 직선거리 50~100km 남짓 떨어져 있는 서울에 탄도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그 낙하각도는 75도에 가깝다는 것이 무기체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대공미사일도 거의 수직에 가깝게 발사해야 요격이 가능하고, 따라서 PAC3가 방어할 수 있는 범위는 반경 2~3km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직 안보당국 핵심 관계자는 “쉽게 말해 청와대를 방어하려면 청와대 경내에 PAC3 발사대를 설치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PAC3를 이용해 북한 미사일로부터 서울 전역을 방어하려면 수백대의 발사대를 배치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PAC3를 휴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방어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국가 핵심시설이나 전쟁 지휘부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후방지역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진다. 한국군이 PAC3를 도입한다면 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극히 제한된 군사적 효율성만을 갖거나, 혹은 중국 등 더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한국이 공식적으로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PAC3를 도입한 것일 뿐 미국의 MD체제나 중국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는 견해를 고수한다 해도 별다른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역시 PAC3의 이러한 특성이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므로 한국의 PAC3 도입을 자신들과 연결해 해석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다.

    SM3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 초기단계 요격에 주로 사용되는 SM3가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방어하려면 해당 미사일 기지 인근으로 이지스함을 옮겨야 한다. 도리어 서해에 배치된 SM3가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중국이나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일본이나 미국 등 먼 거리에 있는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경우뿐이다. 이 때도 중국이나 북한 근해까지 이지스함을 이동시켜 배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한국 해군이 이러한 작전배치를 감행할 경우 이들 나라가 적대행위로 간주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중국 인민해방군이나 북한 인민군의 대응공격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이지스함에 SM3를 장착한다면 이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서울을 방어하는 의미보다는 북한이나 중국 미사일로부터 일본이나 미국을 방어하겠다는 의미가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지스함의 SM3 장착만으로도 MD체제 참여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정적인 문제가 남았다. PAC3나 SM3를 들여온다 해도 과연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가능한가의 문제다. 미사일을 요격하려면 우선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사실 자체를 간파해야 하고, 그 발사지점과 궤도, 속도를 정확하게 추적해 목표물이 어디인지까지 유추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 미사일을 요격하려면 언제, 어떤 속도로, 어떤 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지도 계산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불과 수 초 사이에 진행되어야 하는데다, 요격용 미사일과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동되어 있어야 한다. 시속 수천km의 속도로 떨어지는 미사일을 요격하려면 손으로 좌표를 입력하는 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미국 없이 미사일 요격 가능한가

    대부분의 미사일 요격체계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하는 레이더부와 요격발사 각도를 계산하는 통제 컴퓨터, 발사대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문제는 한국이 현재까지 주변국에서 어떤 미사일이 어떤 속도로 발사됐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감시·정찰자산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앞서 설명한 이지스함의 SPY-1D 레이더는 해상도가 제한적인데다 실시간 연동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거리미사일 요격체제에 쓰기에는 쉽지 않다.

    현재 이러한 감시·정찰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곳은 사실상 미국뿐이다. 열적외선으로 세계 곳곳의 미사일 발사를 감시하는 SBIRS(Space-Based Infrared System) 정찰위성이 대표적이다. 지상 레이더의 경우에도 미국이 MD용으로 설치한 최신형 X밴드 레이더 정도만이 노동이나 대포동 같은 대형·고속 탄도미사일의 위치, 속도, 궤도 등을 발사단계부터 최종단계까지 추적해 요격미사일 발사대에 제공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합참’지 기고문을 통해 “한미 양국은 서로 협조할 사항이 있고, 한미 미사일방어체계는 통합된 지휘체제로 공유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이 미사일을 방어하려면 미국 탐지자산과의 연계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한국이 PAC3나 SM3를 도입해 그 성능에 걸맞게 미사일 요격에 활용하려면 이러한 감시·정찰체계를 먼저 구축하거나 미국측 자산과 연동해야 한다. 전자는 엄청난 추가예산을 필요로 하고, 후자는 곧 MD체제 참여를 의미한다. 결국 한국이 MD체제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PAC3나 SM3를 도입하는 것은, 이러한 감시·정찰체계를 먼저 구축하지 않는 한 쓸모 없는 낭비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온다. PAC3나 SM3를 도입하면서 “MD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봐야 의미가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더욱이 한국이 미국·일본과 실시간 네트워크를 연결하려면 이에 대한 공동훈련이 필수적이다. 주한미군·주일미군·일본 자위대 등과의 합동훈련을 통해 실시간 연동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 미국과 일본이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공동실험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공동훈련을 중국 등 주변국 모르게 진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우회적으로’ 혹은 ‘잠정적으로’ MD에 협조하는 것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SM3나 PAC3의 도입, MD체제의 참여는 ‘군사적 요소만 따지면’ 효율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결론이 다르다는 것이다. 당장은 종심이 짧은 한반도 지리 환경 때문에 탄도미사일 요격이 매우 어렵지만 미사일 방어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 미국과 일본의 MD관련 실험은 이러한 기술 연구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역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언제까지나 무방비 상태일 수는 없으니, 이러한 기술 습득은 필수 과제에 가깝다. 한국이 MD 개발과정에 참여해 관련 기술을 체계적으로 축적함으로써 장차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현재의 MD 기술수준은 한반도 내부만 놓고 보면 적용되기 쉽지 않지만, 장차 이를 극복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단계까지 MD체제가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개발론’이 시점을 명확히 할 수 없는 미래의 일을 상정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2008년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MD 참여를 결정하는 것은 군사적인 맥락보다는 국제정치적 맥락이 훨씬 강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군사적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참여 여부를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MD 참여의 전제, ‘선택’

    최근 수년 동안 MD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외교적 핫이슈였다. 2006년 초 미국은 폴란드에 미사일 요격 기지를, 체코에는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공식 제의했고 양국은 수용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그러자 그레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미국이 동유럽에 MD를 배치한다면 러시아 역시 동유럽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강하게 대응하고 나섰고, 폴란드와 체코의 관련 움직임에는 제동이 걸렸다. 이 무렵 이어진 미러 관계 악화에 이 사건이 주요 계기로 작용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는 지난해 연말 다탄두탄도미사일 등을 줄이어 발사함으로써 MD체제에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이들 미사일은 모두 현재까지 개발된 미국의 MD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최신형 대륙간탄도탄이었다. 미국은 동유럽에 MD기지를 배치하려는 이유를 이란 등 이른바 ‘악의 축’ 국가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의 ICBM을 염두에 둔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고, 러시아 역시 이를 모르지 않는 것이다.

    뒤집어놓고 보면 이는, 러시아에 대해 동유럽 MD 배치가 갖는 의미가 중국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MD배치가 갖는 의미와 같은 맥락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 인근에 MD 레이더 기지와 요격미사일 발사시설을 두는 것은 두 나라가 자국 본토를 향해 ICBM을 발사할 경우 이를 초기단계에서 요격하기 위해서다. 당장은 이란과 북한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장차는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인 것이다. 최소한 중국과 러시아는 이러한 관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하에서 한국이 MD체제에 참가한다는 것은 중국-러시아-북한의 ‘북방3각 체제’에 대립해 미국-일본-한국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남방3각 동맹’의 명시적인 부활을 의미한다. 당장은 ‘공동개발’이지만 그 실질적인 의미는 유사시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미국, 일본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한국군이 막아주겠다는 의미가 되고, 이는 장차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과 군사적 긴장상황에 놓이거나 전쟁을 벌일 경우 한국은 일본과 함께 미국의 편에 서서 참전하겠다는 명확한 선언이기 때문이다. 일본만 해도 한국의 군사동맹국이 아니지만, MD체제를 공유할 경우 실질적으로 미국을 매개로 하는 준(準)군사동맹국이 될 수밖에 없다.

    MD와 전작권 재논의 연계한다면

    ‘편승(bandwagon)’은 국가 안보전략의 여러 옵션 가운데 매우 효율적인 선택지다.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잠재적 대립’을 감수한다 해도 미국과의 확고한 공조를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당장 일본만 해도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MD체제의 참가가 그러한 ‘선택’을 전제로 한다는 점은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될 필요가 있다. 앞서도 말했듯 2008년 현재 상황에서 MD참여는 군사적 당위라기보다는 정치적 요소를 고려해 결정되는 사항에 가깝다. 이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정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외교적 기술에 관한 부분이다. MD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엄청나고 내심 한국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는 것은, 뒤집어 얘기하면 MD체제 참여 여부가 한국이 미국에 대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로서 가치가 있다는 뜻이 된다. 익명을 요청한 보수성향 대미관계 전문가의 말이다.

    “내부적으로 MD 참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해도, 이를 일절 거론하지 않은 채 ‘몸값’을 높여가며 한미 간 주요 현안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공론화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 재논의를 이와 연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인수위나 당선자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발언들은 전략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 총선을 앞둔 일정상 보수층 유권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까. 정권 인수인계 과정이 늘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안보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국외 청자(聽者)’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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