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4월 총선 격전지 50곳 판세 분석

‘왕의 남자’ 정두언 vs ‘BBK 여전사’ 박영선 빅매치? 김용갑 떠난 밀양-창녕, 한나라 ‘공천 화약고’ 급부상

  • 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입력2008-02-12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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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4월9일 치러지는 제18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선거 열기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243개 선거구(17대 총선 기준. 일부 지역 선거구는 추후 재조정 가능성 있음)에서 2000명 가까운 인물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평균 경쟁률이 8대 1이 넘는다. 특히 신진 정치지망생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향후 4년의 정국 운명을 가를 제18대 총선의 ‘빅매치’ 예상지역을 취재했다.
    4월 총선 격전지 50곳 판세 분석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치르느라 물밑에서만 움직이던 출마 희망자들은 1월 들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구별 대결구도의 윤곽도 서서히 잡히고 있다.

    최종 대진표가 짜이려면 몇 차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에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진영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 사이의 공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 체제에 들어선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에선 충청권을 중심으로 크게 동요하는 양상이다. 새 대표 선출 직후 신당을 떠난 이해찬 전 총리 등이 ‘친(親)노무현 신당’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주축이 되는 ‘제3지대 창당론’도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다 이회창 전 무소속 후보의 자유신당이 외연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문국현 대표의 창조한국당은 전열을 정비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도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총선을 통한 재기를 모색할 태세다.

    몇 가지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 상황에서도 243개 선거구 가운데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는 곳을 꼽아 보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중량감이 느껴지는 인물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지역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MB) 한나라당 후보가 전국 각지에서 올린 득표율이 총선에서도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한나라당 공천=당선’ 등식이 성립되는 지역이 상당수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총선 격전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집권 한나라당 내의 공천 격전지와 본선 격전지가 그것이다. 전국의 ‘빅매치’ 예상지역 50곳을 골라 각 주자의 움직임과 판세를 짚어 봤다.



    서울은 이명박 당선자가 대선에서 52.2%의 득표율을 올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총선에서도 전반적으로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진다. 이 때문에 각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신당 등은 서울의 전통적 우세 지역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며 주로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초에서 ‘대변인 大戰’

    그중 서초 갑은 여의도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역의원은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이 의원은 2007년 6~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선대위의 대변인을 맡아 이명박 후보 검증에 앞장선 친박(親朴)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 같은 여성으로 현재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간사인 ‘친MB의 핵심’ 진수희 의원(비례대표)이 도전장을 냈다. 진 의원은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약하며 이 의원과 치열한 ‘입싸움’을 벌인 바 있다.

    서초 갑의 흥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명박 당선자측의 ‘실세’로 급부상한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도 출마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나아가서 ‘대선 1등 공신’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비례대표 의원)도 서초 갑에 마음이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그러나 최근 이동관 대변인을 신당 김근태 의원 지역구인 도봉 갑으로 선회했다. ‘이혜훈 낙천’은 박근혜계를 자극하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라 실제 결행될 경우 한나라당 양대 계파 간 전면전이 벌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선거를 앞두고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마포 갑과 마포 을로 불길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서초 갑에서 거론되는 4명 가운데 수성(守城) 태세에 들어간 이혜훈 의원을 제외한 3명이 은근히 마포를 곁눈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일단 서초 갑에 올려놓고 마포도 생각해 보겠다”고 기자에게 귀띔하기도 했다.

    빅3 진영, 마포서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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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마포갑</b> 강승규(좌) 노웅래(우)

    서울시 공보관 출신으로 이 당선자의 측근인 강승규 인수위 부대변인도 마포 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1월9일 자신의 저서 ‘대통령을 만든 비밀’ 출판기념회를 마포구 M팰리스 웨딩홀에서 성대히 가진 바 있다.

    현역인 마포 갑의 노웅래 의원, 마포 을의 정청래 의원은 모두 신당 정동영(DY)전 대선후보의 핵심 측근이다. 이런 가운데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의 핵심 측근인 자유신당 전원책 변호사도 마포 을 출마 채비를 차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포에서 지난 대선의 빅3였던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 측이 진검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밖에도 서울 곳곳에서는 한나라당 공천 경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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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도봉갑</b> 이동관(좌) 김근태(우)

    치열하다. 신당 이목희 의원 지역구인 금천에는 정은숙 당협위원장(옛 지구당위원장) 외에 문희 의원(비례대표), 김기영 전 서울시의회 의장, 최유성 당 부대변인 등이 한나라당 공천을 바라고 있다. 신당 신기남 의원(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버티고 있는 강서 갑의 경우 박근혜 캠프 부대변인을 지낸 구상찬 당협위원장과 이명박 선대위 공보실장으로 활약한 배용수 전 국회도서관장이 맞붙었다.

    한나라당 의원 지역에서는 영등포 갑이 주목받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에도 나섰던 진보 성향의 고진화 의원에게 거침없는 언행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전여옥 의원(비례대표)이 맞상대를 자임한 상태다. 영등포 갑에는 신당의 김영대·김영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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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영등포갑</b> 고진화(좌) 전여옥(우)

    (이상 비례대표)도 출마 의향을 밝힌 터라 공천-본선에서 현역 의원들 간에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서울에서 신당의 공천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진보세력의 강세지역인 관악 갑이다. 현역인 유기홍 의원을 상대하겠다며 김희철 전 구청장, 진진형 세무사, 채상현 해광전기공업대표, 한거희 전 민주당 대표비서실 차장 등이 나섰다.

    본선이 관심을 끄는 지역으로는 서대문 갑과 서대문 을, 동대문 을 선거구를 들 수 있다. 서대문 갑에선 연세대 학생회장 선후배인 한나라당 이성헌 전 의원과 신당 우상호 대변인의 세 번째 맞대결이 예상돼 흥미를 자아낸다. 두 사람은 15대, 16대 총선에서 맞붙어 1승1패를 기록했다.

    서대문 을과 동대문 을에선 이명박 당선자의 ‘BBK’ 연루 의혹을 놓고 사투를 벌인 주역들이 진검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신당 박영선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대선 때 MBC 기자 시절 이명박 당선자를 BBK 사무실에서 취재한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명박 공세의 최일선에 섰다. 이 당선자의 핵심 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선대위 총괄기획팀장으로 신당의 거센 공격에 맞서 BBK 방어를 지휘했다. 박 의원측은 “박 의원의 서대문 을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두언-박영선 맞대결이 성사되면 18대 총선의 최대 빅카드가 될 전망이다.

    ‘BBK 맞수’ 홍준표 vs 민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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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동대문을</b> 홍준표(좌) 민병두(우)

    동대문 을에서도 ‘BBK 공격수’가 ‘BBK 수비수’를 다시 겨냥한다. 신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민병두 의원(비례대표)이, 한나라당 선대위 클린정치위원장으로서 BBK사건 법률 대응을 총괄 지휘했던 홍준표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非)한나라당 후보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지역으로는 성북 을과 중랑 갑이 꼽힌다.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을 지낸 뒤 17대 국회에 진출했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신계륜 신당 사무총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성북 을에서 실지(失地) 회복을 노린다. 이곳에는 민주당 소속으로 보궐선거를 통해 입성했다가 대선과정에서 탈당한 무소속 조순형 의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중랑 갑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 선거구는 이 장관이 자신의 보좌관을 지낸 신당 이화영 의원에게 물려줬던 곳이다. 이화영 의원은 ‘손학규 대표 체제’ 출범에 반발, 신당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소속 정당이 어떻게 정리되든 ‘정치 사제(師弟)’ 간 맞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 1번지 종로도 전국적 관심을 모으는 격전지로 급부상할 수 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자신의 종로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기 때문. 그는 1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역구 출마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종로를 포함한 전국 6곳을 상징성 있는 후보지로 꼽았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버티고 있는 종로에는 현재 신당 유승희 의원(비례대표), 자유신당 정인봉 전 의원, 민주당 정흥진 전 구청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인천·경기지역의 경우 2004년 17대 총선 당시엔 열린우리당이 의석 70%를 휩쓸었으나 현재 전망으로는 18대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특이 이곳에선 노무현 정권하에서 청와대 등을 거친 ‘386’들이 대거 출사표를 낸 상태여서 이들의 선전 여부가 주목된다.

    인천에서 가장 많은 출마 희망자가 나온 선거구는 옹진이다. 신당의 경우 한광원 의원에게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 권기식 전 청와대 국장 등이 도전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에선 서상섭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당원권이 정지된 뒤 공천 경쟁이 혼미 속으로 빠져 들었다. 공천 희망자가 7~8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남동 을에서는 제물포고 선후배인 신당의 이호웅 전 의원과 한나라당 이원복 의원이 무려 5번째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14대 총선부터 17대 총선까지 네 차례의 격돌에선 2승2패를 기록했다.

    한명숙, MB 측근 이겨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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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수원영통</b> 박찬숙(좌) 김진표(우)

    경기지역에선 성남 수정이 혼전 양상을 보인다.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인물만 10여 명이다. 신당에서 현역인 김태년 의원에게 양성호 건국대 교수, 이규민 중부대 겸임교수를 비롯해 4명이 도전장을 던졌다. 한나라당에서도 장정은 전 경기도의회 부의장, 강선장 전 경기도의원 등 4명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윤수 전 의원(3선)도 자유신당 간판으로 나설 태세다.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신당 김진표 의원의 지역구인 수원 영통에는 KBS 앵커 출신인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비례대표)이 도전했다.

    경기도에는 신당과 한나라당 현역 의원 간 대결이 예상되는 선거구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고양 일산 을에서 펼쳐질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과 신당 김현미 의원(비례대표)의 ‘여걸 대결’이 관심을 모은다. 김영선 의원은 노무현 정부 초기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내면서 ‘노무현 공격’에 앞장섰고, 과도기에 당 대표도 맡았다. 이에 맞서는 김현미 의원도 여당 대변인을 오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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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고양 일산갑</b> 백성운(좌) 한명숙(우)

    이웃 선거구인 고양 일산 갑에서도 의미 있는 경쟁이 벌어진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권 산실이던 ‘안국포럼’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백성운 인수위 행정실장(고려대 교수)이 ‘친노’ 핵심으로 현역 지역구 의원인 ‘거함’ 한명숙 전 총리를 격침시키겠다며 화력을 챙기고 있다.

    선거구 재조정 때 분구(分區)가 예상됨에 따라 20명 이상이 출마 예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용인 을은 어느 당 할 것 없이 복잡한 구도지만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다. 정동영 전 대선후보와 손학규 대표의 핵심 측근이 벌일 대리전이다. 대선 당시 정 후보의 공보수행팀장이었던 김상일 전 비서관과 손 대표 진영의 공보업무를 실무적으로 총괄했던 이수원 전 경기도 공보관이 신당 공천장을 놓고 겨룬다. 그러나 이들은 누가 공천을 받든 한나라당 후보와 힘겨운 본선을 치러야 한다.

    충청권은 이번 18대 총선에서 최대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예산에 선영이 있는 이회창 전 총재가 충청권의 새로운 맹주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와 함께 자유신당의 깃발을 올리면서 예사롭지 않은 변화가 감지된다. 여기다 신당의 충청권 의원들이 ‘손학규 체제’에 반기를 들고 속속 자유신당에 합류할 움직임마저 보여 한나라당이 다시 ‘충청 딜레마’에 빠졌다.

    누가 심대평을 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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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대전서구을</b> 이재선 진수희 심대평 염홍철(왼쪽부터 차례로)

    충청에서 빅매치가 벌어질 곳으로는 대전의 ‘신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구 을이 꼽힌다. 심대평 자유신당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겠다며 재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과 신당에서도 출마 희망자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신당에서는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고,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으로 이번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의 지역조직을 관리했던 박범계 변호사 등도 나섰다. 한나라당에선 대전시당 위원장인 이재선 전 의원을 비롯해 7~8명이 거론된다. 대전이 고향인 진수희 의원이 옮겨 올 것이란 말도 들린다.

    충남에선 논산·계룡·금산이 가장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곳이다. 연말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 이인제 의원이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5선 고지를 노리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안희정 전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에선 이명박 선대위에서 여론조사팀장으로 활약한 김장수 고려대 연구교수 등이 공천 경쟁에 나섰다.

    충청권은 자유신당 출범에 따른 변수를 감안하면 앞으로 판세가 더욱 요동칠 개연성이 큰 지역이다. 신당 오제세 의원(충북 청주 흥덕 갑)이 자유신당 합류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같은당 김종률 의원(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등도 결심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자유신당 공천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 한나라당 독주를 제지하는 방향으로 선거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신당과 민주당의 대선 참패로 호남 민심은 혼란을 겪고 있다. 신당과 민주당이 서로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주장하지만 무소속 후보들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4월 총선 격전지 50곳 판세 분석

    <b>목포</b> 한화갑(좌) 박지원(우)

    현재 호남지역의 관심은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합(一合)을 겨룰지 여부에 모아진다. 두 사람 모두 전남 목포 출마를 염두에 두고 물밑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한 전 대표는 ‘리틀 DJ’로 불리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 박 전 실장도 김 전 대통령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한 전 대표는 동교동 사람들에게 “위계질서가 있는데 당연히 내가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박 전 실장은 DJ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는 전언이다. 목포의 현역 의원은 대선 때 민주당에서 신당으로 옮긴 이상열 의원이다.

    전남 여수 갑과 여수 을은 인구 하한선이 무너지면서 2개의 선거구가 1개로 통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전국적으로 인구수 변화로 조정이 불가피한 선거구가 8곳 정도이지만 여수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갑·을의 현역인 신당 김성곤 의원과 같은당 주승용 의원이 하나의 선거구에서 맞대결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경우 을 지역 출마설이 나도는 김종빈 전 검찰총장, 김종철 전남도의회 의장 등도 한데 섞여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민주당에서도 갑 지역의 김충조 전 의원과 김충석 전 여수시장, 을 지역의 김인수 영어법인 대표와 박병열 전 도의원 등이 나설 예정이어서 여수는 일대 혼전이 예상된다.

    親盧 장관들, 호남 무소속으로

    광주 서 갑과 서 을도 비슷한 형편이다. 역시 인구 하한선 미달로 하나로 합쳐질 수 있고, 이 경우 서구는 광주지역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게 된다. 갑 지역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신당 염동연 의원의 거취가 변수다. 염 의원은 지난해 제이유그룹 비리 관련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 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그가 손학규 체제에 반발해 당을 떠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조영택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이 공천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에선 유종필 대변인이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활동에 들어갔다. 을 지역에선 정동채 의원이 나설 예정인데 김영진 전 의원도 공천에 도전했다.

    전북지역에선 완산 을에 선거 전문가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자천·타천 출마 예상자만 14명에 달한다. ‘친노 그룹’에 속하는 이광철 의원이 당 내분에도 불구하고 일단 당에 잔류해 재선 고지 등정에 나섰다. 그러나 대선 때 정동영 후보를 적극 도운 인물들의 공천 도전이 만만치 않다는 전언이다. 이상직 KIC 회장, 이은영 도당 공동위원장, 장세환 전 정무부지사 등이 그들이다.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 지역의 이번 총선 최대 관심사는 ‘물갈이’ 폭이다. 부산·경남 및 대구·경북 지역 언론사가 새해 들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70% 정도는 “현역 의원에게 표를 찍지 않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들 사이에 생존게임이 한창이다. 또한 이명박 당선자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들이 뜨거운 공천경쟁을 벌이면서 격전지로 분류할 만한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부산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은 한나라당 김병호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무주공산이 된 부산진 갑이다. 이경훈 전 부산시 정무부시장이 지난 연말 부시장 사표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에 동아일보 시사만화가 이홍우 화백, BBK 대책팀장을 지낸 은진수 변호사, 정 근 부산 YMCA 이사장, 신현기 전 이명박 후보 정책특보, 김청룡 부산시 의원. 노기태 전 의원, 최재범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대거 공천경쟁에 뛰어들었다. 공천 희망자가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당에서는 이정호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출마를 벼르고 있다.

    4월 총선 격전지 50곳 판세 분석

    <b>부산진 갑</b> 이홍우(좌) 은진수(우)

    사하 갑에서도 ‘친박’ 계열인 엄호성 의원을 상대로 공천장을 뺏어 오려는 인물들이 줄을 섰다. 문정수 전 부산시장이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고, 장구락 사하중앙U병원장, 88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동아대 교수, 강상일 전 청와대 비서관, 박상헌 전 부산시장 특보, 김해진 전 경향신문 정치부장 등 신인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박 전 특보와 김 전 정치부장은 현재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 지역구인 동래구도 공천 희망자가 몰리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지역구를 이어 받았던 동래고 선배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의 관계 악화로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 의원의 자리를 박 전 의장의 측근인 이진복 전 동래구청장과 BBK 대책팀에서 일했던 오세경 변호사,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 현영희 부산시의원, 안광준 부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 등이 노리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친박’ 진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무성 의원의 남구 을은 12월말 현재 인구가 29만7000여 명으로 분구기준에 미달돼 남구 갑과 합쳐질 수 있다. 김무성 의원의 경우 그 상징성에 따라 일단 재공천에 가까이 가 있다. 그를 배제했다가는 ‘정치보복’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합구 결정이 나면 그 또한 갑 지역의 김정훈 의원과 한차례 생존 전쟁을 치러야 한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비(非)한나라당 소속(신당 조경태)이 현역 의원으로 있는 사하 을 역시 한나라당내 공천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곳의 MB 진영 책임자는 원외 당협위원장인 최거훈 변호사였다. 그러나 3선을 지낸 상도동계 핵심 박종웅 전 의원이 YS의 지원을 받아 권토중래에 나섬으로써 상황이 불투명해졌다. 박 전 의원은 대선 기간 민주계 모임인 ‘민주연대 21’을 이끌면서 선거운동을 도왔고, 특히 이회창 전 총재 출마 반대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측에선 현기환 전 특보가 나서고 있다. 조경태 의원이 이들을 상대로 부산지역에서 다시 이변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각 선거구에서 속속 출마 준비를 하고 있어 부산 판세의 변수가 될지 관심거리다.

    “우리는 박근혜 지역인데…”

    ‘원조 보수’ 김용갑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경남 밀양·창녕은 한나라당 공천의 ‘화약고’로 부상했다. 한나라당 간판으로 뛰겠다는 인물이 1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직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한 조해진 당선인 부대변인이 한나라당 공천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관측이 많다. MB측에선 내부적으로 조해진 부대변인 공천을 기정사실화한다.

    그러나 김용갑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표 특보를 지낸 김형진씨가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다. 김용갑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김형진이 열심히 뛰고 있잖아. 우리 지역이 박근혜 지역인데…”라고 말했다. 박근혜계 지역구를 MB측에 순순히 내어줄 수 없다는 결의로도 들렸다. 이 지역은 김 의원의 영향력이 남아 있고 박 전 대표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거구도가 어떻게 흐를지 주목되고 있다. 이곳에선 신당 후보로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이 거론되고 있다.

    마산 을은 자유신당에는 시험무대다. 이회창 후보 선대위를 이끌었고 자유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강삼재 전 의원이 도전할 선거구이기 때문이다. 현역인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 등과 겨뤄 강 전 의원이 승리할 경우 자유신당에는 커다란 성과가 된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강 전 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경우 강력한 대항마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선에 출마했던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지역구인 창원 을에선 한나라당 사람들이 “더 이상 권영길은 없다”는 기세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자치단체장과 도의회 의장까지 총출동했다. 김기배 당협위원장은 물론 박완수 창원시장, 박판도 경남도의회 의장, 이창희 경남도 정무부지사, 공창석 전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10여 명이 공천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당선자측 실세 모임인 ‘6인회의’ 멤버로 새 정권의 원로그룹에 들어 있는 박희태 의원이 지키고 있는 남해·하동에서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면서 대선 주자로 떠올랐던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일전불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경북 포항 출신인 이명박 당선자와 대구 달성군이 지역구인 박근혜 전 대표가 텃밭 경쟁을 벌인 대구·경북으로 눈을 돌려보면 한나라당의 공천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대구·경북 ‘李-朴 전쟁’ 방불

    현재 대구에서 한나라당 공천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경선 때 박 전 대표 진영에 섰다가 대선과정에서 이회창 후보 캠프로 옮겨간 곽성문 의원의 중·남구다. 무려 15명이 넘는 인물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경력도 화려하다. 이명박 당선자의 측근만 해도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인 이주호 의원(비례대표), 이 당선자의 오른팔인 박영준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 이 당선자의 ‘핵심 포항 인맥’으로 선대위 유세단 총괄부단장을 지낸 박창달 전 의원 등 면면이 쟁쟁하다. 여기에 이철우 경북도 정무부지사, 허준영 전 경찰청장도 거론되고 권태인 전 대구방송 보도국장, 신철원 협성교육재단 이사장, 임철 변호사 등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중·남구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한 출마 예상자는 “일단 ‘주인 없는 곳’에 이름을 걸쳐놓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중·남구 본선에선 한나라당 후보와 자유신당 소속으로 나설 곽성문 의원, 신당 출마가 유력한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의 3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구의 상당수 지역구는 이명박계와 박근혜계의 공천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중·남구 출마자로 분류된 한나라당 공천 희망자들 가운데는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 동구 갑, 북구 을, 달서 갑, 달서 을 등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선 당시 ‘친박’ 쪽에 섰던 주성영 의원의 동구 갑에는 이명박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보좌관 등을 지낸 김상인 전 당 정책자문위원, 인수위에서 활동 중인 김성완 전 부대변인, 이훈 전 동구청장 등이 주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북구을, 달서 갑, 달서 을의 경우 각각 3선인 안택수 의원과 박종근 의원, 이해봉 의원에 대해 교체론이 일어날 조짐이다. 이에 ‘대타’를 자임하는 정치지망생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동 을은 유 의원이 재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부산의 김무성 의원과 마찬가지로 상징성이 있는 그가 ‘박근혜 몫’으로 지역구를 지킬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당초 이곳이 지역구였던 박창달 전 의원이 컴백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동 을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강철 정무특보가 다시 도전할지도 관심사다.

    ‘이-박’ 진영 현역 의원이 첨예하게 맞선 선거구로는, 이 당선자 편에 섰던 이명규 의원과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서상기 의원(비례대표)이 공천경쟁을 벌일 북 갑을 꼽을 수 있다. 이곳에는 자유신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한 박승국 전 의원도 출마할 예정이다.

    수성 을도 흥미로운 지역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주호영 의원을 상대로 ‘친노(親盧)의 상징’ 유시민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경주가 고향인 유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도 고양 덕양 갑을 내놓고 노 대통령이 부산에서 했던 대로 ‘적지(敵地)’ 한복판에 뛰어들어 정치적 입지를 다질 각오지이만 대구의 ‘반노 정서’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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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대구수성을</b> 주호영(좌) 유시민(우)

    경북 성주·고령·칠곡의 이인기 의원은 ‘친박’ 의원으로 분류된 이후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명박 당선자를 도왔던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재입성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MB진영의 비례대표 윤건영 의원도 경기도 용인 을 출마 대신 고향인 이곳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여기에다 칠곡 출신인 박영준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이 대구 중·남구 대신 이곳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양·영덕·울진·봉화의 김광원 의원(3선)은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당선자를 도왔지만 ‘다선(多選) 의원 물갈이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 의원과 송파구의회 의장을 지낸 김종웅 진웅산업회장, 남효채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 윤영대 전 통계청장 등의 도전이 매섭다.

    강원도와 제주도에선 한나라당과 신당 세력이 팽팽한 맞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강원도에서 선거 열기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는 강릉이다. 현역인 한나라당 심재엽 의원을 상대로 최돈웅 전 의원과 심기섭 전 강릉시장이 공천경쟁에 들어갔고, 신당에선 홍준일 전 청와대 국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거물급’인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전격 도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광재 신당 의원과 한나라당 후보 간 ‘벼랑 끝 대결’이 흥미를 끈다. 이곳의 한나라당 최동규 당협 운영위원장은 중소기업청장 출신으로 이명박 후보 선대위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MB의 경제브레인’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시 갑에선 신당 강창일 의원에 맞서려는 한나라당 공천 희망자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고돼 있다. 현경대 전 의원이 5선 고지에 재도전하지만 양우철 전 제주도의회의장, 고동수 제주도의원 등이 추격 중이다. 이규배 탐라대 교수는 자유신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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