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국세청,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수익 탈세의혹 조사

BOA “주한미군 공금” 주장, 주한미군司는 “우리와 무관”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08-02-12 1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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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권에 예치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8000억원에서 발생한 이자수익에서 세금이 원천 징수되지 않고 있다는 지난해 ‘신동아’ 보도와 관련해, 12월 중순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들이 해당 금융회사 관계자들과 담당 변호사를 면담하는 등 탈세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음이 확인됐다. 국세청이 세금을 징수하게 될 경우 이제까지의 누락분에 대한 추징액이 120억원을 넘고, 앞으로 징수할 세금까지 합하면 최대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수익 탈세의혹 조사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국세청 청사.

    ‘신동아’는 2007년 4월호에 “주둔비가 부족하다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온 주한미군사령부가 2002년부터 한국 정부가 지급한 분담금의 상당부분을 금융권에 예치해왔으며 그 총액은 8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2007년 5월호에서는 “8000억원은 재(再)예금을 거쳐 대부분 미국계 금융회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서울지점에 예치돼 있으며, 여기서 나오는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수익이 정산을 통해 매년 미 국방부로 입금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평택기지 건설비용 명목으로 축적한 방위비 분담금을 영내 은행인 커뮤니티뱅크에 예치하고, 커뮤니티뱅크가 이를 다시 BOA 서울지점에 양도성예금증서로 예치하는 구조였다. 커뮤니티뱅크는 ‘BOA 군사금융부문(military banking division)’이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어 위탁경영하고 있는 기관. 따라서 커뮤니티 뱅크와 BOA 서울지점은 사실상 계열사이므로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방위비 분담금이 미국 금융회사가 계열사끼리 주고받으며 막대한 운용이익을 남기는 ‘눈먼 돈’으로 변한 셈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수익에서 한푼의 세금도 징수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투자행위에 대해서는 면세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 자금이 면세혜택을 받을 법적인 근거가 없으며, 더욱이 커뮤니티뱅크는 주한미군사의 공식기관이 아니라 ‘초청계약자’에 불과하므로 이는 탈세에 해당한다고 ‘신동아’ 2007년 5월호는 보도했다. 2002년부터 2007년 4월 현재까지 이자수익이 1000억원에 육박하므로 예금이자에 부과되는 세율 12%를 적용하면 그간 징수되지 않은 세금은 총 120억원 안팎에 달했다.

    두 차례의 기사는 다양한 파장을 일으켰다. 관계부처는 사실 확인에 나섰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담당하는 외교통상부는 기존의 총액 지급 방식 대신에 ‘소요 베이스’ 지급으로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협상에 임했다(상자기사 참조). 언론의 인용·후속보도가 이어진 가운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NGO들은 ‘신동아’ 기사를 근거로 주한미군사 영내 커뮤니티뱅크를 탈세혐의로 국세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보도 후 9개월이 지난 최근, ‘신동아’는 국세청이 방위비 분담금 축적분의 탈세 의혹에 관한 조사를 개시했음을 확인했다. 지난 12월 중순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 담당자들이 BOA 서울지점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사실 확인과 의견 청취 작업에 착수한 것. BOA 서울지점의 방위비 분담금 관련 본부장과 주한미군 영내 커뮤니티뱅크 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BOA 측이 선임한 법무법인 김·장의 변호사도 동석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미 ‘신동아’ 기사를 포함한 관련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짧지 않은 시간 이어진 면담에서 BOA와 김·장 측은 “그동안 예치돼 있던 자금은 주한미군이 커뮤니티뱅크에 예금한 공금이므로 세금이 부과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커뮤니티뱅크의 성격 또한 사실상 주한미군의 금융기관에 해당하므로 세금 관련 법령과 SOFA 등의 면세범위에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주한미군사령부가 2007년 4월 ‘신동아’에 보내온 답변서와 사실관계가 배치된다. 5월호 보도를 위해 ‘신동아’가 주한미군사와 커뮤니티뱅크의 공식관계를 질문하자, 주한미군사는 팩스로 보내온 답변서를 통해 “커뮤니티뱅크 역시 이익을 창출하는 (공적기관이 아닌) 민간 상업은행이다. 미 국방부는 커뮤니티뱅크와 계좌설정과 자금이동에 관해 계약을 맺고 있을 뿐이며, 커뮤니티뱅크는 미군장병들에게 개인계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은행의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이 은행들이 이 자금(방위비 분담금)으로부터 이익을 만들고 있느냐 하는 것은 미 국방부의 관심사항이 아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세청,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수익 탈세의혹 조사

    2006년 11월29일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방위비 분담 협정 체결을 위한 6차 협상. 우리 측은 조태용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을 수석대표로, 미국 측은 로버트 로프티스 방위비분담협상대사 등이 테이블에 앉았다.

    국세청,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수익 탈세의혹 조사

    ‘신동아’ 2007년 4, 5월호의 관련 기사.

    정리하자면, BOA와 김·장 측은 커뮤니티뱅크가 사실상 주한미군의 기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한미군사령부는 단순히 계약을 맺고 있을 뿐 ‘민간 상업은행’이며 자금운용의 내역은 미 국방부와 관련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BOA 측 주장이 성립하려면 주한미군사가 거짓말을 한 셈이 되고, 주한미군사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BOA 측 주장이 근거가 없는 셈이 된다.

    지난해 보도 당시 주한미군사가 커뮤니티뱅크에 예치한 방위비 분담금의 규모는 8000억원 내외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후 6월1일과 8월1일 두 차례에 걸쳐 인건비 명목의 분담금을 추가로 지급하면서 규모는 1조원 가까이로 늘었다. 한국인 직원들에게 인건비가 지급되면서 이 금액은 다소 줄겠지만, 오는 3월1일 군사건설비 명목의 분담금이 지급되고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다시 축적되면 평균잔고 1조원 규모를 훨씬 넘어서게 된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판 의식한 듯

    주한미군이 공식적으로 이들 자금이 평택 기지 이전 건설비로 쓰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기지 건설이 완료되어 공사대금이 지급되는 2012년까지는 이들 자금의 상당부분이 BOA 서울지점 등 금융권에 맡겨져 이자수익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현재 추세대로 방위비 분담금이 지급된다면 2012년까지 축적 규모는 최대 2조원, 발생하는 이자 규모는 통틀어 4000억원 가까이 된다. 국세청이 이러한 이자수익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그 규모는 이제까지의 추징액과 2012년까지 거둬들일 세금을 합쳐 최대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지난해 ‘신동아’ 보도 이후 커뮤니티뱅크가 축적된 자금을 재예치하는 금융기관을 일부 변경한 것 같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전한다. 5월호 보도에서 ‘신동아’는 “커뮤니티뱅크는 BOA의 계열사에 해당하므로, 커뮤니티뱅크가 이 자금을 BOA 서울지점에 맡기고 BOA 서울지점이 이를 운용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 것은 계열사끼리의 내부거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커뮤니티뱅크는 최근 신한은행 등 이전에는 극히 적은 자금만 예치해온 한국 금융회사에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예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커뮤니티뱅크 측과 대형 자금거래가 없었던 외환은행에도 커뮤니티뱅크 명의의 양도성예금증서가 1000억원 가까이 예치됐다는 게 금융권 인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렇게 새로 한국 금융회사들에 예치된 2000억~3000억원의 자금이 기존에 BOA 서울지점에 예치됐던 자금을 옮겨온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설명했듯 한국 정부는 양국 간 협정에 따라 6월과 8월에 방위비 분담금을 추가로 지급한 바 있다. 한국 금융회사에 새로 예치된 자금은 이 추가 지급분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봄 이후 BOA의 최고경영자나 태평양지역 담당 임원이 서울을 방문한 사실은 리셉션 개최 소식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추가자금 예치은행의 변경은 서울을 찾아 직접 상황을 판단한 임원진의 결정이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기사에서 ‘신동아’는 “최소한 2006년 11월에는 방위비 분담금의 축적 사실이 청와대와 국방부에도 전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익명을 요청한 전직 국방부 당국자에 따르면, 국방부 실무 담당자들은 이미 2006년 여름부터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 커뮤니티뱅크가 국내 은행에서 자금을 빼내 BOA 서울지점에 수천억원을 예치해왔음을 확인한 금융권 관계자들이 관련 상황과 문제점을 국방부 담당팀장 등에게 전달했다는 것.

    그러나 국방부가 이 같은 전달내용을 묵살하면서 그대로 흐지부지됐다는 설명이다. 국방부 실무자들은 이후 ‘신동아’ 보도 시점까지 무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사안을 상부에 보고하거나, 미군 측에 확인을 요청하거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분담금 지급담당 부서인 국방부와 분담금 협상담당 부서인 외교통상부는 서로 책임을 미뤘고, 분담금 산정방식을 바꾸자며 미국 측에 제안한 협상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상자기사 참조).

    최근 시작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이렇듯 ‘한국 정부는 눈뜬 장님’이라는 오명을 일부나마 씻어내는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외국법인의 탈세 여부 조사에는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지만, 사안이 복잡해 소송으로 연결될 경우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신동아’는 그 과정을 놓치지 않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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