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업 민영화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노조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한전이 스타트
이에 대해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민영화는 시기상조다. 국내 IB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정책금융과 IB 부문이 분리되면 산업은행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직원들은 민영화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지금까지 IB 부문에서 노하우와 경쟁력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민영화돼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민영화가 되면 승진, 성과급 지급 등 임금과 복지 부분에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까지 하고 있었다.
반면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지분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등의 지분 매각 문제나 한국토지공사, 한국전력 등 공기업 지분 처리 문제 등이 난제다. 궁극적으로 민영화를 해야 하지만 2002년 카드 사태 때 보듯 산업은행이 ‘시장 지킴이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다른 기관이 이 역할을 맡기 힘든 만큼 단계적으로 민영화를 해 부작용을 줄여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인수위에서 공식적으로 민영화를 언급한 또 다른 공기업으로 우정사업국(우체국)이 있다. 최경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는 “정보통신부는 우정사업국을 ‘우정청’을 거쳐 2012년 민영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굳이 우정청을 거칠 필요가 있는지 의견이 분분해 이를 보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곧장 민영화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우체국 민영화에 대해 내부는 물론 정치권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우체국은 우편업무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보험 등 금융업무로 메우며 근근이 흑자를 이어가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수위 안대로 두 업무를 분리해 민영화하면 우편요금이 훨씬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 대통합민주신당 유승희 의원은 “금융부문은 민영화하더라도 우편은 계속 공기업으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 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6개 공기업도 언론에서 민영화가 예상되는 곳으로 꼽고 있다. 대표적 기간산업체인 이들 공기업은 자체수입 비율이 85% 이상이면서 자산규모 2조원이 넘어 민영화해도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민영화는 김대중 정부 시절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당시 한전은 민영화 전단계인 자회사 분리까지 했다가 중단됐고, 가스공사는 판매부문 일부를 민영화하는 선에서 멈춰 있다. 기획예산처도 김대중 정부 시절의 안을 토대로 1월8일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한국전력공사가 스타트를 끊을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12월30일까지 매각한다는 전력산업구조개편 관련 특별법이 살아 있어 법 개정 없이 당장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전 노조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쉬운 곳이 금융에서는 산업은행, 공기업은 한국전력이다. 그중에서도 모양새로 한전을 남기고 한국남동발전주식회사 등 5개 발전사를 매각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가스공사 노조 관계자 역시 “이명박 정권에서는 어떻게든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민영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수위에서도 “지역별로 독점사업자가 있는 지금의 방식을 고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언론에서 왜 과거에 중단된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지 모르겠다. 민영화는 신중을 기해야 할 부분이다. 가스 전국망을 특정 기업에 준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특혜가 되어 나중에 ‘게이트’로 번질 여지가 크다. 당장 민영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