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호

심상찮은 한국 경제, 잘 굴러갈까?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입력2008-05-06 2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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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찮은 한국 경제, 잘 굴러갈까?

    위기의 한국 경제를 진단하고 처방한 ‘한국경제의 도전’.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이명박(MB)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벌써 짜증을 낸다. 물가는 치솟고 주가는 떨어지는데다 일자리는 보이지 않으니…. 어디 그게 MB 혼자만의 탓이랴.

    국민이 툴툴거리는 것은 MB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후보 시절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임을 워낙 강조해서인지 MB가 집권하면 금세 주머니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믿은 유권자가 적잖았다. 아무리 다급할 때 외치는 선거공약이라지만 ‘747’(연평균 7% 경제성장, 10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10년 내 선진 7개국 진입)은 “너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제 전문가라면 이 공약이 무리임을 뻔히 알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올해 초 발매된 ‘주간동아’ 619호에서 ‘7% 경제성장률, 아니면 말고 공약?’이란 제목의 기사를 쓴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정식 출범하기 전이라 ‘독하게’ 비판하기가 곤란한 때였다. 그 후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7% 성장 방안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집권 첫해부터 7% 성장한다고 공약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슬쩍 발뺌했다. 군색한 모습이다. 첫해부터 어렵다면 내년 이후엔 가능하다는 것인가.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없다. 집권 5년의 연평균 성장률이 7%가 되려면 어떤 해엔 8~9%가 되어야 하지 않나. 이런 고성장이 어디 가당키나 한가.

    2008년 들어 경상수지가 석 달째 적자를 보이니 상황이 심상찮다. 한국 경제 지표 곳곳에 적신호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더욱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광풍’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으니 한국 경제는 어깨를 펴기 어려운 판국이다.

    경제위기 경고 서적 줄지어



    심상찮은 한국 경제, 잘 굴러갈까?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 실상을 파헤친 ‘위기의 한국경제’.

    이런 때에 ‘한국경제의 도전’(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휴먼&북스)이 나왔으니 우선 반갑다. 이 책에서 혹시 한국 경제에 대한 청신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겨서다. 부제로는 ‘위기의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붙었다.

    이 책을 주목하는 것은 대표 저자인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이 내공 깊은 경제정책 전문가라는 점 때문이다. 김 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 경제 전체를 보는 눈을 키워왔다. 그는 컨설팅, 저술활동 등을 통해 ‘김광수’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쌓았다. 그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게서 경제를 예견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부 용역을 받아 정책개발에 참여했고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라는 두툼한 보고서를 출판하기도 했다.

    그는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제관료, 금융계,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 경제전문가 그룹에서는 유명인사다. 그는 핵심 연구원 4~5명과 함께 연구소를 운영한다. 그는 ‘재야 고수’ 대접을 받는 인물이다.

    책을 펼쳐 드니 청신호보다는 적신호가 주로 보인다. “앞으로 1~2년 내에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등이 번쩍거린다. 그 징후는 은행의 심각한 자금부족과 금리급등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한국 경제 전체에 투기성 자금이 여전히 과잉상태인데, 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거꾸로 자금부족이라는 기현상이 빚어진다는 것.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부풀어 오른 ‘풍선’에서 바람을 빼야 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은행은 투기적 다주택 소유자에게 빌려준 대출을 적극적으로 회수해 투기성 자금을 줄여야 한다. 투기자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오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그런 버블은 반드시 붕괴하게 마련이다.

    이 책은 미국의 금융시장, 일본의 사회보장 개혁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선진국 경제에 한국이 큰 영향을 받으므로 외국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이 책은 일반 단행본과는 달리 편집 작업을 매킨토시로 하지 않아 겉보기로는 조금 조잡하다. 저자는 이에 대해 “매킨토시 편집의 경우 호환성이 부족해 통계자료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 따끈따끈한 음식을 상에 차릴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약간의 미적인 고려를 포기하면서 이런 편집 시스템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위기의 한국경제’(미쓰하시 다카아키 지음, 조진구 옮김, 전략과문화)라는 책도 한국 경제의 미래에 천둥이 몰아칠 것이라 경고한다. 이 책은 국제수지 분석을 통해 한국 경제의 실상을 파헤쳤다.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있어 번지르르한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로 썩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진단사인 저자는 거시 경제지표와 기업 재무분석 자료를 종합해 각국 경제를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저자는 한국의 외환보유액 2600억달러 가운데 상당액이 해외차입금이므로 언제 갑자기 줄어들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특히 ‘엔 캐리’ 자금이 적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저자는 2007년 4월18일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가 10년 전 외환위기를 경험한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네 나라에 다시 외환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점을 주목했다. 한국이 가장 취약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논거로 한국 경제의 악순환 고리를 들먹였다. 즉, 수출기업 부진→경상수지 적자화→국내 자금 부족→단기외채 급증→자본수지 흑자 증가→원화가치 강세→수출기업 부진의 과정을 겪는다는 것.

    저자는 한국이 경상수지, 자본수지, 재정, 가계, 기업, 중앙은행 6개 부문에서 적자를 안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총체적 부실로 위기를 겪거나 위기를 눈앞에 둔 상태라는 분석이다.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

    심상찮은 한국 경제, 잘 굴러갈까?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하는 세계적 기업들을 다룬 ‘그린 이코노미’.

    금융 전문가 최성환 박사(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상무)는 “이 책의 진가는 그간 단편적·산발적으로 지적돼온, 그러면서도 우리가 외면해온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풀어쓴 데 있다”면서 “큰 흐름으로 보면 저자의 우려와는 다른 부분도 있을 뿐 아니라 건실한 부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근무하다 ‘조선일보’ 경제 전문기자로 활동하기도 한 최 박사는 “어찌 됐든 저자의 접근방법은 참신하며 어려운 경제학 개념을 통해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다”면서 “뼈에 사무칠 정도로 아프지만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나오는 한국 관련 서적 가운데 상당수는 ‘흠집 내기’에 초점을 맞춘다. 내용이 조잡하고 독설이 그득하다. 3류 작가들이 멋대로 쓴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 종류의 무책임한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진지한 자세를 견지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책을 보며 어두운 표정을 짓다가 ‘그린 이코노미’(헤이즐 헨더슨 지음, 정현상 옮김, 이후)를 펼치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 미래학자 겸 경제학자인 저자의 활짝 웃는 얼굴 사진이 책날개에 실렸고 책 안에도 여러 사람이 행복한 표정으로 등장한다.

    이 책의 부제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향한 13가지 실천’이다. 이렇게 좋은 슬로건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기업인들이니 어찌 만면에 웃음을 머금지 않으랴. 클린 푸드, 여성 소유 기업의 역할, 대가 없는 사랑의 경제, 재생 에너지, 건강과 복지, 사회 책임투자의 미래 등 13가지 실천 사항을 관통하는 2개 키워드는 윤리경영, 친(親)환경경영이다. ‘착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다.

    이전투구(泥田鬪狗) 행태를 보이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짊어진 기업이 실제로 생존할 수 있을까. 현실을 너무 모르는 이상주의자들의 희망사항 아닐까. 그러나 소비자가 ‘착한 기업’에 대해 신뢰감을 가지면 기업으로서는 강력한 핵심 역량을 가진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기업이니 당연히 흥한다는 논리다.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칼럼니스트, TV 프로듀서로도 활약한 저자는 정통 경제학에서 주목하지 않는 경제학의 미개척지를 발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환경 문제와 사회 문제를 중심에 두고 경제학과 정치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스케일이 큰 여성 학자다. 그녀는 ‘착한 기업’을 집중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윤리적 시장’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클린 푸드와 관련, 저자는 칠레산 농어나 과일이 수천 ㎞를 이동해 먼 나라의 소비자에게 팔리는 ‘세계화’를 비판한다. 운송하는 데 연료가 소모되므로 반(反)환경적이라는 지적이다. 160㎞ 이내의 거리에서 생산된 유기농 작물을 먹으면 좋다고 한다. 대규모 식량 수출, 수입으로 무역상들만 주로 이익을 챙기고 소비자 건강은 침해받는다는 것. 미국인 3분의 1이 비만으로 고통 받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대규모 기업농만이 활개쳐서는 곤란하고 소농(小農)의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

    어떤 사이즈 커피가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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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 결정 구조를 통해 경제학 원리를 알려주는 ‘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와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이 책에 대해 “개성 있는 명확성으로 사회·경제·생태학적 변화 운동을 자세히 그린 명저”라면서 “우리가 저자의 열광에 동의하든 않든, 우리 모두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요시모토 요시오 지음, 홍성민 옮김, 동아일보사)는 일본 아마존 경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는 책이다. 주위에서 쉽게 눈에 띄는 스타벅스 커피, 페트병 음료, 영화 DVD 등의 가격을 꼼꼼히 따져 소개함으로써 독자가 저절로 경제학 원리를 터득하도록 한다.

    스미토모 은행에 다니다 그만두고 대학에서 생활경제학, 국제금융론 등을 강의하고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는 저자는 쉽게 읽히는 글을 통해 경제학 원리를 깨우치게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스타벅스에서 파는 다양한 종류, 용량의 커피 가운데 그란데를 사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스타벅스 커피 용량은 S(쇼트), T(톨), G(그란데) 3가지다. ‘그란데(Grande)’는 스페인어로 ‘크다’라는 형용사다. S사이즈와 G사이즈를 고를 수 있는 음료에서 그 둘의 가격 차이는 100엔이다. S가 280엔짜리 커피이든, 380엔짜리 프리미엄 핫초코이든 G는 S보다 100엔 비싸다(2007년 5월말 기준).

    S사이즈(240cc) 가격이 280엔짜리인 음료와 380엔짜리는 각각의 내용물이 다를 텐데도 G사이즈(480cc)로 주문하면 추가량 240cc에 대한 추가금액은 둘 다 100엔이다. 추가량 240cc에 주목하면 가치가 다른 음료를 같은 가격(100엔)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왜 그런가. 280엔 또는 380엔짜리 상품이 사이즈가 갑절이 되어도 똑같이 100엔이 추가되는 가격 체제는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저자는 음식점에 가서 원가를 어림잡아 보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하루 매출, 재료비, 인건비, 광열비 등을 마음속으로 계산해보고 메뉴판의 음식값이 적정한지를 따진다는 것이다. 경제학, 경제 원리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이런 습관을 들이면 경제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생용 교과서인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교과서포럼 지음, 기파랑)가 출판되자 사관(史觀)에 대한 이념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교과서포럼의 주류는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다. 이들은 종전의 근·현대사 교과서가 너무 좌파 시각적으로 기술됐다고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새 교과서를 집필했다. 저자들은 “기존의 교과서는 우리 삶의 터전인 대한민국이 얼마나 소중하게 태어난 나라인지, 그 나라가 지난 60년간의 건국사에서 무엇을 성취했는지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면서 “비판으로만 끝나서는 곤란하기에 대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역사의 기로에 섰나?

    심상찮은 한국 경제, 잘 굴러갈까?

    한국 선진화의 방안을 찾는 대담집 ‘대한민국, 역사의 기로에 서다’.

    고교생용이라고 하지만 성인이 교양을 늘리기 위해 읽기에도 좋다. 서점의 일반 매장에서도 판매한다. 유영익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석좌교수는 이 책에 대해 “한국의 근·현대사 교육은 물론, 그 연구에 충격적인 파장을 일으킬 이정표적 작품”이라면서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에 걸맞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하는 역사서를 갈망해온 독자에게서 환호와 탄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극찬했다.

    이 교과서 집필을 주도한 학자는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다. 그가 스승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나눈 대담을 정리한 ‘대한민국, 역사의 기로에 서다’(안병직·이영훈 지음, 기파랑)는 대안 교과서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이 대담집은 한국 경제의 발자취를 더듬으면서 선진화 방안을 찾는 내용을 담았다. 두 학자는 작은 부분에서는 의견 대립을 보이기도 하지만 자유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이념 방향은 같다. 사제지간에 이뤄진 진지한 대담을 통해 치열한 학자 정신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안병직 교수는 자신이 젊은 시절엔 마르크스주의자였다고 밝히고 학문의 깊이를 더해가면서 마르크스주의로는 한국경제 발전 단계를 설명할 수 없음을 깨닫고 사상적 전향을 했다고 고백했다.

    안병직 교수는 아래와 같은 머리말로 후학을 상찬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야 흔히 듣는 바이지만, 그러한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나의 학문적 업적이 빨리 썩어 없어지기를 바란다. 낡은 것이 썩지 않고는 새싹이 돋아날 수 없다. 그리고 상두꾼이 있을 때 죽는 것이 어찌 죽는 자의 행복이 아니겠는가.’

    이영훈 교수는 대담 후기에서 스승에 대한 존경을 나타냈다.

    ‘대학에 들어와 안병직 선생님을 만난 지 37년이다. 그간 나의 인생은 안 선생님을 빼어놓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안 선생님의 그늘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그의 지시로 서당에 들어가 사서삼경을 읽었고 조선시대 경제사 연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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