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증시. 증권사들은 또 한번 ‘양치기 소년’이 될까 싶어 상승·하락 전망을 내지 못하는 처지다. 이 혼돈을 타파할 주인공은 누구일까. 대세론은 없지만 중론은 있다. 테마주는 짧은 시간 명멸할 뿐, 대표 우량주가 한국 증시의 견인차 노릇을 하며 증시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우량주가 뜨고, 거기에는 어떤 변수가 작용할 것인가.
올 들어 코스피 지수는 새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1892.50을 고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장중 저점은 3월17일 1537.53이다. 한국 증시는 3개월여간 등락폭이 23%를 넘으며 이머징마켓 특유의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증시의 OECD’ 격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노리던 한국으로선 체면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2007년 10월로 돌아가보자. 당시 코스피 지수 2000선을 뚫은 ‘힘’에 감탄한 전문가들과 언론매체들은 앞 다퉈 “내년에는 더 간다”고 외쳤다. 증권가에서 관록을 인정받는 ‘고수’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은 남들보다 한 차원 높여 28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초 조정 예상이 빗나가면서 한동안 위축된 김 부사장의 강한 베팅에 언론도 힘을 실었다.
일간지 1면에는 ‘내년엔 3000 시대’라는 제목이 등장했고 정치인들도 앞 다퉈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코스피 지수 5000’을 거침없이 외쳤다.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도 주식투자로 돈 번 자랑을 할 정도니, 주식형 펀드에 수십조 원의 돈이 일거에 몰린 현상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대세론 붕괴, 중구난방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 등 신중론자의 목소리는 흥청망청한 분위기에 묻혀버렸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옳았다. 11월1일 추락 직전 사상 최고치인 2085.78로 가장 화려한 비상을 한 코스피 지수는 일주일 만에 2000선이 무너졌고 다시 일주일 뒤 1900, 다음 일주일 만에 1800선을 잇따라 내줬다.
전문가들은 한 달 만에 세 번의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2000으로 밀리자 “저가 매수할 타이밍”이라고 주장하고 1900선까지 와서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외쳤다. 1800선에서 “이 정도면 사야 하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말하던 전문가들은 11월말 반짝 1900을 회복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연말, 연초 랠리가 진행될 테니 늦지 않게 올라타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의 주장은 또 빗나갔다. 그들이 주장한 ‘연초 랠리’는 오간 데 없고 증시는 1900을 고점으로 수직 낙하할 뿐이었다. 1700에서 “더 이상 떨어질 게 없다”며 안간힘을 쓰던 전문가들조차 1600이 무너지자 패배를 인정하고 “추가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절벽을 향해 뛰어드는 나그네쥐처럼 지난해 11월 하락 직전 주식형 펀드에 몰린 12조원은 올 들어 한 달도 안 돼 허공으로 사라졌다. 여기에 1월말까지 추가 유입된 자금이 2조6400억원, 주식형 펀드 순자산 감소액이 13조6000억원이니 이 기간 주식시장은 총 16조원을 날린 셈이다.
다행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3월17일 최저점인 1537.53을 기록한 뒤 바닥을 다지고 올라선 증시는 한동안 횡보를 지속하더니 4월 들어 1700선을 회복하며 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다시 ‘대세 상승론’이 고개를 든다. 지난해 말 “내년 초 160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정확한 예측을 한 신중론자 임정석 NH투자증권 팀장도 “이제는 사야 할 때”라고 과감한 베팅을 하고 있다.
초대형 우량주인 ‘블루칩’ 삼성전자. 뉴욕 월가 강세장의 상징 황소처럼 ‘황제’ 블루칩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의 논거는 간단하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충격으로 인한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 전세계와 국내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악재가 여전하다는 게 첫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 직전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던 이머징마켓 성장의 수혜 전망도 여전하다. 악재와 호재가 모두 노출됐고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증시 흐름을 한 방향으로 틀 만한 계기를 찾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물론 여전히 ‘대세상승’과 ‘추가조정’을 외치는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어느 쪽도 충분한 신뢰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중구난방, 춘추전국의 상황이다.
‘1등주’ 삼성전자의 추락
이 같은 혼돈을 타파할 주인공은 누구일까. 약세장에 기승을 부리는 테마주는 짧은 시간 명멸할 뿐. 대세론은 없지만 그래도 중론은 하나다. 대한민국 대표 우량주들에 의해 한국 증시의 올해 향배가 엇갈릴 것이라는 사실. 대표선수의 실적이 결국 전체 장세의 견인차 노릇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국민은행, 한국전력, LG전자, 현대차, LG디스플레이, 우리금융, SK텔레콤, LG, 두산중공업, KT, 하이닉스, 신세계, 삼성물산, KT&G, SK에너지, 삼성화재.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의 절반가량(4월4일 기준 46%)을 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 우량주들의 이름이다.
지난해 이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대표주 중 대표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포스코, 두 종목의 엇갈림은 거시경제의 큰 흐름을 대변했다. ‘대한민국 1등주’라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강세장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증권가의 오랜 경험칙이던 ‘삼성전자가 올라야 한국 증시가 오른다’는 전제가 무너졌다. ‘매수’ 일색의 보고서를 내던 IT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에게 역적 취급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매도’와 같은 의미인 ‘보유’나 ‘시장수익률’ ‘비중축소’등 황제주에 어울리지 않는 평가가 뒤따랐다.
삼성전자의 운명을 뒤흔든 것은 거시경제였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소위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의 성장이 세계 경제를 이끌면서 수혜 업종인 철강, 건설, 정유, 화학 등의 업종이 급부상했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에 의존하는 IT 업종은 ‘굴뚝산업’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실패작으로 평가되는 윈도 비스타의 판매부진으로 D램 등 주력제품의 수요가 줄었고 반도체 가격 급락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출혈경쟁 끝에 경쟁사들은 퇴출되고 삼성전자의 독주가 강화되는 시나리오도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대만 등 경쟁사들은 과거와 달리 체력이 좋아졌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고 주가가 하락하자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M&A(인수합병)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대신 이건희 회장의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주가를 부양하는 방법으로 택한 자사주 매입이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과 그동안 ‘D램 1위’ 타이틀에 안주해 지내왔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9월 포스코에 주가를 역전당한 뒤 10월에는 드디어 “IT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포스코에 역전당할 수 있다”는 증권사의 리포트가 나왔다. 증권사에 금기이자 불경에 가까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듯 삼성전자의 주가는 그달 25일 최저가인 50만원까지 하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대까지 떨어지고 포스코와 시가총액 격차가 20조원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 포스코, 현대중공업은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주가수익비율(PER) 12배 이상 오르기 힘들다는 이들 업체의 주가는 3배 이상 급등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나머지 우량주들이 지지부진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지만 이들의 급등에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돌파했다.
‘100일 천하’ 포스코의 반란
“조선·철강주 분석할 게 뭐 있나요, 항상 같은데.”
포스코를 담당하던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월 포스코의 주가가 30만원대 초반에서 20% 이상 상승하자 “추가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후 전문가들도 예상 못한 포스코의 상승 랠리는 그해 10월 76만5000원까지 이어졌다.
안정적인 배당과 하방경직성을 자랑하는 ‘굴뚝주’가 중국 수혜를 등에 업고 성장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성장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주가가 엇갈리던 100일 남짓한 기간이 지나고 거품이 빠졌다. 결과적으로 포스코의 급등은 ‘중국 수혜’라는 큰 거시경제 테마에 불과했던 셈이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철강수요 증가는 포스코에 1차 수혜로 돌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 포스코의 이익을 깎아먹으며 후방에서 압박해왔다. 수혜가 포스코 등 가공업체보다 원자재를 공급하는 자원부국, 1차산업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포스코와 운명을 함께했다. 전적으로 포스코에 베팅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라는 큰 시장의 가능성을 믿고 중국 수혜 관련주에 집중 투자한 미래에셋은 지난해 포스코의 성장과 함께 과실을 누렸고 포스코의 주가가 하락기에 접어든 10월 이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과 브릭스, 이머징마켓의 고성장에 대한 박현주 회장의 확신과는 별개로 미래에셋은 최근 IT와 자동차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너무 편중된 것 아니냐’는 증권가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현대중공업, 동양제철화학 등 일부 업종을 편애한 미래에셋의 변화를 증권가는 의미 있게 해석한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토해내고 3500 부근까지 내려앉았다. 중국이 흔들리는 만큼 포스코의 주가도 흔들렸다. 중국의 반등만 기대하는 포스코. 국내 증시 2등주라는 타이틀과 위상에 걸맞지 않다.
지난해 지수 2000을 돌파할 때 한국 증시가 드디어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며 고무됐던 증권가 관계자들은 요즘 속이 편치 않다. 2000이라는 숫자는 허울뿐인 겉포장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기관 중심, 특히 미래에셋 등 특정 기관이 장세를 주도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가지수 상승은 일부 대형주 중심으로 이뤄졌다. 중소형주는 극심한 수급 부족에 시달려야 했고 우량주들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우량주 중심 대세 상승?
국민은행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리막을 탔고 한국전력 등 경기방어주마저 지난해 내내 횡보를 거듭하다 연초 급락세로 돌아섰다. 농심 등 사상 최저가를 경신한 종목들도 속출했다. 가치주 투자자들은 ‘물 반, 고기 반’인 한국 증시 상황이 달가우면서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시가총액 상위주의 주가를 3배 이상 급등시킨 ‘중국 수혜 테마’에서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지수 2000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지난해 증시 상승을 주도한 미래에셋은 다른 운용사들의 견제와 더불어 한국 증시 위기론의 주범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던 ‘팍스 시니카’의 꿈은 중국 관련주의 주가하락뿐 아니라 100조원이 넘는 국내와 해외주식형 펀드 자산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갔다. 오히려 지난해 상승장에서 푸대접을 받던 가치주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고, 이명박 정부 출범과 더불어 민영화 이슈가 불거지면서 우리금융 등 정부 지분소유 종목들의 주가도 상승추세다.
지수는 하락분의 절반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지만 예전보다 상황은 좋아졌다. 오버슈팅(Overshooting, 과매수)된 종목들은 거품이 빠졌고 주가가 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던 우량주들이 급반등하며 제자리를 찾는 분위기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가장 심각한 상황을 지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글로벌 금융사들의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중국 증시의 회복세, 급격히 진행되던 달러화 약세의 진정 등 상황이 호전되는 양상이 역력하다. 대외 여건이 개선되자 수십조원의 순매도를 쏟아내던 외국인들도 조금씩 매수에 가담하면서 우량주들을 중심으로 대세상승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최근까지 은행주는 PBR(주당순자산비율) 1배 미만에서 거래돼 가치주 수준에 근접해 급반등은 자연스럽다”며 “그러나 가격만 보고 살 수 있는 지수 1550을 지나왔고 대세상승을 확신할 수 있는 1800은 아직 무리”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금융위기 회복의 기대로 은행주가 먼저 회복됐고 이후 순환매를 통해 저평가된 우량주들이 과매도 상태를 해소하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행인 점은 ‘황제’가 겨울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완연한 봄을 찾은 분위기다.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했던 삼성 비자금 특검이 오히려 상승전환의 기폭제 노릇을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소환을 앞둔 4월3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중 최고가 수준인 66만7000원까지 올랐다.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고 경영권 승계에 따르는 법률적, 사회적인 잠재 리스크도 이번 기회에 해소되면서 삼성전자가 상승의 계기를 삼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황제’는 귀환했지만…
문제는 ‘귀족’들이다. 황제인 삼성전자가 돌아오더라도 홀로 한국 증시를 이끌기엔 무리다. 포스코,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70% 가량 오른 상태다. 그만큼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 신한지주, 국민은행의 주가는 상당 부분 회복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영향에서 자유로운 국내 은행들은 성장동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만 제외하면 당분간 악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경기방어주인 시총 6위 한국전력의 주가는 지난해 초보다 30% 이상 빠진 상태다.
대표적인 내수주 신세계 역시 최근 반등을 모색 중이지만 작년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려앉아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다 달러 약세보다 더 심각한 원화 약세로 국내 물가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 그런데도 10대 그룹의 지난해 고용창출 기여도는 제로에 가깝다. 물가상승에 비해 임금이나 고용환경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10년간 소비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경제는 심각한 침체 우려로 위협받고 있다. SK에너지 등 정유주,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주, 한국전력 등 공공요금 관련주들은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려는 정부의 의지와 충돌한다. 이렇듯 귀족주의 운명 또한 불안한 형편이다.
정책에 춤추는 우량주
대한민국 대표 우량주들의 운명은 총선 이후에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황제’ 삼성전자의 주가 방향이 분명해지는 것처럼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귀족주’의 향배가 엇갈릴 전망이다.
예를 들어 신정부의 정책은 한국전력의 주가를 지옥으로 떨어뜨린 뒤 다시 건져 올리기도 했다. 1월18일 3만9500원이던 한국전력 주가는 고유가로 원가상승 압력에 시달리는 동안 정부가 발표한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악재에 직격탄을 맞아 3월18일 2만8100원까지 급전직하했다. 이후 반등의 계기가 된 것은 신정부의 ‘민영화 추진’이다. 한국전력을 우리금융, 현대증권, 기업은행과 더불어 민영화 대상 우선 기업에 포함시켜 주가가 재평가받고 있는 것. 현 주가는 자산가치의 절반가량에 못미처 민영화를 통해 가치평가만 제대로 받는다면 한전은 최소 2배 이상 상승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MB노믹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민영화’는 기업은행, 우리금융, 대우증권의 주가를 3월20일 저점부터 2주 만에 20% 이상 끌어올렸다. 분할 매각이냐 묶어서 파는 ‘메가뱅크’냐, 어느 쪽이든 분명한 점은 정부가 서둘러 민영화를 추진하리라는 확신이다. 대운하 추진은 주택경기 침체로 우려를 낳고 있는 건설과 관련 산업, 소비경기에 대한 우려를 다소 덜어주고 있다. 개발 중심 정책이 부작용을 낳는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증시에는 당장 즉효를 낼 수 있는 처방인 셈이다.
건설주도 총선을 앞두고 2주 만에 20%나 주가를 회복했다. 아파트 분양시장 침체 우려와 정부 대규모 개발사업의 기대가 엇갈리고 있지만 바닥을 치고 올라서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4월3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금감원에 보고한 3월 매매내역에 따르면 IT와 자동차주 외에도 건설주 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 GS건설에 베팅한 것도 해외보다 국내 대운하 사업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가는 “대외 요인은 기존 악재를 재확인하거나 해소해가는 과정이 분명하지만 이는 하락을 방지하는 요인일 뿐 상승을 이끌 힘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며 “총선 이후 분명해질 MB노믹스의 향방과 추진의 적극성에 따라 우량주들이 상승 모멘텀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