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200만명의 소국으로 중국의 조직적인 방해로 올림픽에서 국기도 내걸지 못하는 대만이지만, IT업계 비중은 우리가 보고 듣는 것 이상이다.
“대만 부품이 없다면, 전세계인은 PC를 더 이상 구매하지 못할 것이다.”
실리콘밸리 IT협회 관계자의 말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전세계 컴퓨터 마더보드의 99%, 노트북 PC의 87%, LCD 모니터의 75%가 대만 IT기업 공장에서 생산된다(2006년). 대만 IT기업들은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지어 단가를 낮추고 전세계 주요 IT제품 주문량(약 80%)을 싹쓸이하다시피 한다. 다만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대형 브랜드가 없어 일반 소비자가 ‘대만 IT’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할 뿐이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애플의 휴대전화 ‘아이폰’도 대만 기업인 혼하이(Foxconn) 자회사에서 위탁 생산된다. 혼하이는 아이폰 생산 공장을 따로 짓고 애플보다 많은 직원을 고용한다.
대만 최대 IT전시회인 컴덱스를 다녀온 국내 한 중소기업 CEO도 “아이디어가 있다면 대만에 가라. 실제 제품화할 수 있는 온갖 부품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정신과 중소기업이 발달한 대만의 힘이 느껴진다. 이제 전세계 IT산업은 ‘원천기술 개발(미국)→제조 전문(대만)→저가 생산(중국)’의 삼각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세 나라가 판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수준에 온 것이다. 무서운 삼각관계다.
한국에 추월당한 1인당 국민소득을 다시 역전시키겠다는 마 당선자는 최대 시장 및 생산 기지로 각광받는 중국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매일 대만-중국 간 직항기를 띄우기로 했다. 그동안 전세계 비즈니스맨들은 2시간 코스인 대만-중국 여행을 하는 데 마카오나 홍콩을 거쳐 하루 이상 소비해야 했다.
양안 관계 개선으로 ‘대만 리스크’가 감소해 외국인의 대만 직접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대만이 R&D까지 외연을 넓혀 스스로 거대한 실리콘밸리로 변모한다면 전세계 IT산업은 ‘대만→중국’ 2단계로 재편돼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IT강국 코리아’로서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