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호

냄비와 가마솥의 동시 비등(沸騰)을 위해

  • 정정만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김영민

    입력2008-05-06 1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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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비와 가마솥의 동시 비등(沸騰)을 위해
    결혼은 육체적 연결을 통해 완결된다. 초야(初夜)는 면허증을 따고 나서 처음 핸들을 잡은 초보운전 상황. 멋있게 차를 몰고 싶지만 미숙한 운전 솜씨에 따른 긴장과 불안 때문에 좀처럼 마음같이 되지 않는다. 조심스레 차를 움직여보지만 어쩐지 움직임이 어색하고 때론 위태롭기까지 하다. 하기야 요즘 세태를 보면 혼전의 ‘불법 무면허 운전’으로 어느 정도 ‘실력’을 연마한 후 첫날밤을 맞는 커플도 적지 않을 터다. 하지만 ‘공인’된 첫날밤의 섹스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세월이 가도 좀체 지워지지 않을 만큼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다.

    ‘사랑은 관념만이 아니다. 사랑은 육체의 표현을 요구한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녀는 섹스를 통해 사랑의 완성과 절정을 추구하며, 섹스는 육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신적 유대감을 다지는 원천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이 애정을 근간으로 한 육체적 교류로 지속된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애정과 육체적 교류는 상호보완적 관계다. 애정은 섹스의 질감을 보강시키고 섹스는 애정을 배가시킨다.

    이성 간 연애 감정의 유효기간이 4년 정도라는 어느 성의학자의 주장은 다분히 인간의 속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 유통기간이 종료된 남녀 사이를 이어주는 인연의 끈은 단연코 섹스라는 수단이다. 섹스는 권태를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체적 교류가 단절된 남녀는 껍데기 관계일 뿐이다. 육체적 불황이 심리적 공황으로 비화하면서 ‘칼로 물 베기’ 사이가 ‘칼로 살 베기’로 변해 등을 돌리는 남녀도 적지 않다. 종족보존이라는 섹스의 목적은 쾌감이라는 개체보존 수단에 의해 충실해진다. 성적 쾌락이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섹스에는 이론(理論)이 없다. 더더구나 전략과 전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질의 섹스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면서 이뤄지는 것이다. 충실하게 육감을 추종하는 섹스. 이타적 성 행동에서 이기(利己)를 추구하는 자세가 굿 섹스의 기본기다. 하지만 남녀의 성생리적 특성을 이해해 실전에서 실용화할 수 있는 능력은 기본기에다 다양한 기술을 가미해 남녀가 함께 가는 섹스를 구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는가.

    섹스 트러블은 남자의 ‘물건’에서 비롯되는 일이 많다. 물건은 원래부터 불안하기 짝이 없는 놈이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미가 우직하고 행동거지가 단순하다. 정제된 의지 밖에서 천방지축 날뛰는가 하면 한순간 풀이 죽어 드러눕기도 한다. 혼자 일어서서 쥐어짜다 자지러지는 일이 예사롭다. 저(低) IQ, 고(高) EQ의 막대기 하나가 남녀의 좌절과 환희, 그리고 애환을 빚어낸다. 막대기의 이 같은 의외성은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해부생리적 특성에서 유래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가 서로 견제하며 인체가 부딪치는 상황에 따라 생리적 기능을 최적화하는 기막힌 생의 이치다.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적절히 사용해 차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저능의 막대기 하나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내숭덩어리를 어찌 사로잡을 수 있단 말인가. 그 알짬은 막대기와 구멍의 구조, 생리 및 행동거지에 익숙해지는 것뿐이다. 이것만이 함께 가는 섹스를 지향하는 요체다.

    막대기의 용처는 후려치고 쑤셔대고 휘젓고 헤집고 받쳐주는 일이 전부다. 하지만 이처럼 단순한 일일지라도 허리 놀림을 빌리지 않으면 꿈쩍할 수 없다. 게다가 막대기에 일단 불이 붙기라도 하는 날이면 금세 타올라 어느새 잿더미로 변하고 만다. 독특한 가연성과 독자 행보가 어려운 취약성이 남녀 간의 틈을 벌리는 쐐기가 되는 것이다.

    양은냄비에 담긴 물과 가마솥에 담긴 물을 동시에 비등하게 하는 방법은 가마솥단지가 걸린 아궁이부터 불을 지피는 것이다. ‘구수(口手)’는 가마솥 아궁이의 밑불에 불을 댕겨 거대한 불덩이를 일으키는 기름이요 불꽃이다. 구수의 다재다능한 행동 양식과 출중한 촉감 덕분이다. 불씨를 담은 여체의 아궁이는 밖으로 드러나 눈에 띄는 유인장치(외성기)와 신체 내부에 매몰되어 은폐된 조형 시설물(내성기)이다. 음핵(clitoris), 소음순, 스펀지 발기 조직(膣前庭球, Vestibular bulb), 요도 주위 귀두, 요도, G스팟(G-spot), 할반근막, 전뇌궁(Anterior fornix, 궁 목 상부와 질벽 사이를 연결하는 아치 형태의 천장), 치골꼬리뼈 근육, 자궁 경부(cervix) 등 초감각 밀원(蜜源) 시설물을 구수로 어르고 달래는 술기를 익혀야만 빨리 끓고 쉬 식는 냄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치골꼬리뼈 근육을 위시한 골반 근육은 성기의 혈류량을 조절하고 음경의 몸통 조임, 극치감의 수위를 결정하는 ‘성 놀이’ 지원시설이다. 어디 그뿐인가. 입술, 타액선, 땀샘, 피부, 유두 등 쾌감을 창출하는 감각수용 시설물이 여체 구석구석에 포진해 있다.

    아궁이의 불구멍은 거의 대부분 질구보다 앞쪽에 위치한 음핵, 질 전정구, G스팟, 할반근막 등 발기조직이다. 할반근막은 질 전벽과 방광 사이에 존재하는 에로 조직이며, 질 전정구는 여성 요도 전측면에 인접한 발기조직이다. 질 전정구는 남성의 요도해면체와 상동기관이다. 구수의 주된 공략 목표는 여성의 감열 시설물이 밀집된 질 전벽의 전부(前部)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신혼은 섹스의 탐색 시기다. 스스로 자신을 개발하고 상대를 각성시킬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하면서 평생 섹스의 자료를 확보하는 때다. 섹스의 기량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의 성 태도는 남성에 의해 길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남성의 성적 능력은 여성의 태도에 의해 조절된다. 서로 정신과 육체를 공유하며 성적 주문과 대화를 통해 함께 가는 섹스를 지향해야 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성적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아내는 남편의 성적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호 노력이 중요하다.

    페니스만으로는 결코 여성을 휘어잡을 수 없다. 여성에 대한 사랑, 자상한 배려, 그리고 부단한 육체적 대화를 병행해야 냄비와 가마솥의 물을 동시에 끓일 수 있다. 남자의 물건은 교접판을 주무르는 주역이 아니라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마무리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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