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파일 같은 디지털 음원과 최신 하이엔드(high-end) 기기들이 넘쳐나는 지금도 오디오 마니아들은 대개 아날로그 시스템과 진공관 사운드의 우위를 주장한다. ‘음색이 더 따뜻하기 때문’ ‘공연장을 집으로 가져온 것 같기 때문’ 등 저마다 이유도 다양하다. 그런 시스템을 통해 바그너와 브루크너, 말러 같은 대 작곡가들의 교향곡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은 것이다.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인 김영섭(58)씨도 시작은 비슷했다. 더 완벽한 소리를 재생하기 위해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오디오 기기들을 계속 ‘바꿈질’ 해왔다. 그에게는 집과 자동차보다 음반과 오디오가 먼저였다. 형편이 넉넉지 않던 신혼 시절에도 집 한 채 값을 주고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했다.
물론 그는 몇 장의 음반만으로 최상의 소리를 내는 기기에만 집착하는 극단적 오디오파일(audiophile)은 아니다. 그는 음악 쪽으로도 깊이 기울어 있다. 그런데 40여 년 음악과 오디오라는 ‘산’에 미쳤던 그가 내린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황혼에 이르고 보니 꼭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산만 산이 아니고 올라보지 못한 집 뒤 작은 동산의 매력도 커 보이고, 만나는 오디오 시스템마다 좋은 점만 발견된다고 한다. 결국 오디오 천국으로 통하는 문의 열쇠는 각자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김씨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음악 여정과 더불어 스피커 앰플리파이어 턴테이블 레코드플레이어 카트리지 케이블 등 오디오를 구성하는 각 시스템의 대표적 기종과 브랜드들을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한길사/ 380쪽/ 8만원
사티리콘 _ 페트로니우스 지음, 노먼 린지 그림, 강미경 옮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소설로 알려진 이 책은 로마시대 네로 황제 치하의 시대상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다. 떠돌이 검투사인 주인공 엔콜피우스가 동행인이자 애인인 미소년 기톤과 함께 목도한 네로시대의 온갖 음란한 행각과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리고 있다. 세밀화로 그린 빼어난 일러스트와 내용에 외설적인 부분도 있지만 풍자를 통해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다. 황제나 귀족이 아닌 로마 서민의 실제 삶을 그려낸 최초의 사실주의 소설로,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됐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이 소설을 ‘위대한 개츠비’의 모델로 삼았으며,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도 이 작품을 영화화했다. 20권가량의 원문은 대부분 소실되고 14,15권 전체와 16권의 일부만 남아 있다. 공존/ 516쪽/ 3만3000원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_ 석영중 지음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의 대문호이지만 어렵고 고리타분한 주제의 소설을 주로 쓴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런 고정관념을 뒤집을 듯하다. 제목처럼 도스토예프스키는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작품을 써댔다. 돈에 얼마나 집착했으면 그의 작품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돈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심지어 살인자가 여자를 죽일 때 사용한 칼도 그냥 칼이 아니라 ‘얼마짜리’ 칼로 나온다. 한마디로 그의 소설은 돈, 치정, 그리고 살인을 정점으로 하는 폭력이 주제다. 이런 통속적 소재로 세기를 뛰어넘는 철학과 사상과 예술을 흥미롭게 빚어낸 것이다. 대문호는 문제는 돈이 아니라 언제나 인간이며, 돈이 모두가 아닌 사람에겐 행복도 돈과 반드시 비례하진 않는다고 보았다. 예담/ 344쪽/ 1만3000원
착한 책 _ 원재훈 지음
시인이면서 전방위적 글쓰기를 하고 있는 저자가 사람을 주제로 한 산문집을 펴냈다. 사람이 겪어내야 할 사랑, 본능적으로 갈구하는 행복, 오해와 미움, 영원한 극복 대상인 욕심 등이 주제다. 글의 구성이 독특하다. 짧은 산문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 있다. 첫 단락에는 역사 속 인물이나 사물의 유래, 책 이야기 등을 등장시킨다. 예컨대 루이스 세풀베다의 동화에서 ‘날개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냐! 오직 날려고 노력할 때만이 날 수 있는 거지’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삶에서 잃지 말아야 할 용기와 의지를 강조한다. 둘째 단락에선 글의 주제와 관련된 콩트식 이야기를 만들었다. 셋째 단락에선 새겨둘 만한 잠언들이 등장한다. 긍정적이고 착한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되새김질하며 읽을 만한 책이다. 바다출판사/ 264쪽/ 9500원
마주침 _ 유정아 지음
‘우리가 클래식이라는 음악을 들으며 취할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내 안의 귀함을 발견하는 것.’ KBS 1FM에서 ‘FM 가정음악’을 진행하는 저자가 클래식 음악에 얽힌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클래식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물고 그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타고난 영감과 상상력으로 당대를 사로잡은 천재적 작곡가 비발디, 예술가적 양심을 온몸으로 보여준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합을 위해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사회학자 사이드와 지휘자 바렌보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리마 돈나 마리아 칼라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탁월하게 연주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등 유명 음악인들의 삶이 잔잔한 필치로 담겨 있다. 저자가 즐겨 듣는 베스트 음반 20장에 대한 해설도 흥미롭다. 문학동네/ 396쪽/ 1만8000원
블랙홀 이야기 _ 아서 밀러 지음, 안안희 옮김
저자는 이 책을 ‘블랙홀이라는 아이디어의 전기’라고 부른다. 더 정확히는 이름도 생기기 전에 그 존재 가능성을 처음으로 수학적으로 입증한 인도 출신 과학자 찬드라세카르(이하 찬드라)의 전기다.
우주 공간에서 매우 강력한 중력을 가진 공허(부피 제로)로 존재하는 블랙홀은 처음에는 과학자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그래서 찬드라가 1935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별의 내부에 적용해 별이 안으로 붕괴하다가 사라져버릴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입증했음에도 과학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의 뛰어난 천체물리학자였던 아서 스탠리 에딩턴은 식민지에서 온 ‘애송이’ 과학자의 논증을 ‘별 장난’으로 폄하했다. 수학적 망상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론이라고 뭉갠 것이다.
무엇보다 수학을 중히 여기고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천체물리학자가 수학적 입증을 앞에 놓고 단순히 자신의 직관과 선입관만을 고집한 것은 뜻밖이다. 따라서 쇠락하던 대영제국의 마지막 자존심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아무튼 에딩턴의 거부로 인해 ‘블랙홀 이론’은 수십년 동안 묻혀 있다가 수소폭탄과 초신성 연구 과정에서 찬드라가 옳았음이 밝혀졌다. 결국 찬드라는 48년 만인 1983년 노벨상을 받았다.
별의 죽음에 관한 논쟁에서 시작해 블랙홀의 존재가 증명되고 관측되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20세기 대표적 과학자들과 그들의 운명을 좌우한 세계사적인 사건들을 균형감 있게 서술한 책이다. 푸른숲/ 540쪽/ 2만5000원
고승철 밥과 글 _ 고승철 지음
저널리스트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한국의 저널리스트’ 시리즈물 가운데 하나로,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인 저자가 27년간의 언론인 생활을 뒤돌아보며 시대와 인간에 대한 고민 등을 담았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파리특파원, 동아일보 경제부장, 출판국장 등을 역임한 저자는 경제와 문화, 세계 속의 한국인, 전쟁과 인간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갖고 남다른 열정으로 기사를 써왔다. 한미 쌀시장 개방 협상 특종보도와 세계사의 변혁 현장을 지킨 특파원 시절 이야기 등을 통해 저널리스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대학교수들과 토론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일화, 어렵게 받아낸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육필 원고가 신문에 실리지 않은 이야기 등도 흥미롭다. 커뮤니케이션북스/ 155쪽/ 1만원
책을 읽는 방법 _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장편 ‘일식’으로 스물넷의 나이에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저자는 국내에서도 여러 권의 책이 번역돼 나올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다. 책을 읽고 쓰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작가인 그가 빠른 시대에 느린 독서법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도 속독보다는 ‘다시 읽기’를 제안하고,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늘 책상에 똑바로 앉아 줄을 그어가며 읽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카프카의 ‘다리’,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 등 여러 편의 소설 속에 숨겨진 수수께끼의 비밀을 발견하고 즐기는 기술들을 일러준다. 대표적 ‘비법’은 깊이 생각한 뒤 작자의 의도를 넘어서 독자 스스로 내용을 찾아내는 ‘풍요로운 오독’이다. 문학동네/ 220쪽/ 1만원
수학걸 _ 유키 히로시 지음, 김정환 옮김
소설 형식을 빌려 흥미로운 수학 문제들을 풀어가는 책으로 일본아마존 서점에서 교양수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수학을 좋아하지만 인간관계에 서툰 고교생이 역시 수학을 잘하는 소녀 미루카, 중학교 여자 후배 테트라와 수학 게임에 돌입한다. 일반적인 수학책과 달리 이 책은 수학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사고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식을 유도하고 수식을 이해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잘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에 집중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전투 게임에 빠져든 이들의 열광을 넘어선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소수, 절댓값, 방정식과 항정식, 멱급수, 미분, 확률 등의 문제를 흥미롭게 대하게 된다. 저자는 프로그래밍과 암호, 수학에 관한 전문가다. 동아일보사/ 388쪽/ 1만2000원
Social Change in Korea _ 김경동 외 지음
한국 사회학계를 대표하는 교수 27명이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20년간 한국사회의 극적인 변화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영문책이다. 2007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영어신문 코리아헤럴드에 연재됐던 기획시리즈 기사를 모아 엮은 것으로 연재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경동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류근하 코리아헤럴드 편집국장이 공동 기획한 이 책은 ‘한국 사회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찾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등 필자들은 한국사회가 민주화·국제화·산업화에서 큰 진전을 이뤘지만 이데올로기와 환경, 여성, 빈곤 등 넘어서야 할 문제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이나 영어 학습자들에게 유용한 한국 사회 안내서가 될 듯하다. 지문당/ 320쪽/ 1만5000원
미국, 변화인가 몰락인가 _ 탐 엥겔하트 지음, 강우성·정소영 옮김
변화인가, 아니면 몰락인가? 이라크전쟁, 양극화, 경제위기 등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의 상황에 대해 하워드 진 등 당대 최고의 비판적 지성들이 진단한 인터뷰집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구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국과 관련한 전세계적 문제들을 짚어내고 있다.
제임스 캐롤은 민주당이 명분 없는 이라크전쟁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음으로써 미국 사회를 냉소주의에 빠지게 했다고 비판한다. 카트리나 회블은 민주당의 이런 처신이 부시 행정부의 자멸을 바라는 비겁한 정치적 계산에서 나왔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라크전에서 아들을 잃고 반전운동가의 대명사가 된 신디 시핸과의 인터뷰는 현재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반전, 반부시 열기를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라크전쟁 못지않게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다. 이로 인한 사회 양극화는 미국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를 바라는 지성들은 다양한 진단과 대안을 제시한다. 찰머스 존슨은 미국 경제가 맞닥뜨린 위기의 본질을 군산복합체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경제 구조에서 찾으면서 미국경제의 파산을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저자이자 인터뷰어인 탐 엥겔하트는 “거대한 운동이 결집되면 몇 년 동안 그게 어떤 성과를 냈는지 파악하기 힘들어도 분명 특이한 일을 일으키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라고 언급했다. 풀뿌리 운동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밑거름이라는 것이다. 창비/ 364쪽/ 1만7000원
21세기 중국정치 _ 서진영 지음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면서 국내 최고의 중국 정치 전문가인 저자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만들어낸 성공과 그 반작용을 규명하고 있다. 즉 중국에서 고도의 경제발전과 현대화의 결과로 나타난 불균등 발전전략의 부작용이 역설적으로 중국 사회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정치 안정이 필요하다며 권위주의 정치를 정당화했던 정권들이 경제발전의 결과물로 나타난 민주화로 인해 도전을 받은 사례는 한국 대만 등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이미 나타났다. 저자는 중국 역시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갈수록 민주화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중국의 이데올로기, 권력구조, 개혁개방 등 중국 정치에 관한 방대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체계화했다. 폴리테이아/ 624쪽/ 2만5000원
리더십, 성격이 결정한다 _ 진저 래피드 보그다 지음, 김환영·박혜영 옮김
에니어그램이란 ‘에니어(ennea, 아홉)’와 ‘그램(gram, 모형)’의 합성어로, 사람의 성격을 9가지 유형으로 나눠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틀이다. 이 책은 에니어그램과 리더십을 연결시키고 있다. 즉 성격이 리더십 유형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성취자’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3번 유형은 리더의 임무는 조직의 목표와 구조를 이해하고 사람들이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형인 4번 유형은 ‘극단적 감정, 갈망, 진실함, 비교’의 특성을 갖는다. 이런 분석을 통해 자신과 직원들에게 필요한 리더십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애플 타임워너 등 수많은 일류기업이 이 틀을 활용하고 있다. 비즈니스북스/ 460쪽/ 1만6500원
불 인 차이나 _ 짐 로저스 지음, 김태훈 옮김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저자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글로벌 투자사인 퀸텀펀드를 설립한 이다. 1970년대 퀸텀펀드는 42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37세에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했고 금융관련 방송 사회자로도 활동했던 그는 평생의 꿈이던 오토바이 세계일주 여행에 나서 52개국을 주파한 기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을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21세기의 의제를 설정하고 지배권을 행사할 것이다. 달러 자산을 처분하고, 자녀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중국 상품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중국의 전력, 에너지, 농업, 관광, 교통 및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부문을 분석하고 있으며, 성공적이고 합리적인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다. 에버리치홀딩스/ 328쪽/ 1만6800원
평등해야 건강하다 _ 리처드 윌킨스 지음, 김홍수영 옮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미국의 평균 기대 수명은 세계 25위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세계적인 사회역학자인 저자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심각한 불평등으로 인해 모든 사회적 관계가 황폐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30여 년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자는 이처럼 사회적 불평등이 가져온 다양한 현상을 분석해내고 있다. 즉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망률이 높고, 건강이 나쁘고, 10대 임신율이 높으며, 여성이나 인종적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하며,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적대감이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평등한 사회적 관계가 인간의 행복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충분한 음식과 안식처만이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사회적 환경의 질이 담보돼야 하는 것이다. 후마니타스/ 392쪽/ 1만7000원
노자 강의 _ 기세춘 지음
춘추전국시대 전쟁과 기근으로 절망해 있던 민중의 소망과 생존방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노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왜곡돼왔다. 한나라가 무너지고 조조가 위나라를 세운 뒤 하안과 왕필이 이념의 통일을 위해 도가와 유가를 결합해 현학(玄學)을 만들면서 첫 번째 왜곡이 있었다. 이후 당 고조 이연이 도교 세력의 지원을 받아 수나라를 무너뜨리고 도교를 당나라 국교로 삼으면서 또 왜곡됐다.
저자가 지적하는 왜곡의 핵심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노장의 문명 비판 담론인 무위자연(無爲自然)이 허무를 숭상하는 귀무론(貴無論)으로 바뀌었다. 둘째 반유가적인 철학과 무지의 담론이 관료와 지자(知者)를 따르라는 우민주의로 왜곡됐다. 셋째 구체제를 부정하는 혁명적 담론인 동심론이 도사들의 기공술로 바뀌었다. 넷째 노장의 ‘자연의 도’가 공맹의 ‘인륜의 도’로 왜곡됐다. 다섯째 노장의 원시 공산사회가 공맹의 왕도주의로 바뀌었다.
청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권력으로부터 학문의 독립을 주장하는 고증학이 일어나 ‘노자’가 본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조선은 청나라를 오랑캐로 비하한 데다 유교의 이념적 독재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지금도 ‘노자’를 유교의 아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특히 요즘 이 문명 거부 문서를 물질문명을 위해 복무하도록 하는 왜곡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또 김용옥 오강남 김경탁 김형효 등 여러 학자의 번역을 병기하면서 무엇이 옳은 해석인지 독자가 직접 비교·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한자 원문은 백서본(帛書本)이 중심이다. 바이북스/ 807쪽/ 3만8000원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 _ 윌리엄 존스턴 지음, 변학수·오용록 외 옮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전신인 합스부르크 제국은 어떻게 해서 프로이트, 후설, 비트겐슈타인, 루카치 등 20세기 빼어난 사상가들을 배출할 수 있었을까. 미국의 역사학자 윌리엄 존스턴은 이 책에서 몰락해버린 제국이 품었던 혁명적 사상가 70명의 사상과 삶을 소개하며 그 답을 찾고 있다. 저자는 슘페터 등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법이론가 등이 개혁을 촉구하는 가운데 관료주의가 어떻게 제국을 뒷받침했는지, 빈의 카페·극장·콘서트홀이 어떻게 창의성과 자족감의 온상 역할을 했는지, 세기말의 유미주의적 철학들과 기술에 대한 적대감 등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다민족과 다문화를 아우르고 엮어 통합문화를 지향했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적 유산을 넓은 시각으로 상세히 밝히고 있다. 글항아리/ 736쪽/ 2만8000원
혁명의 시간 _ 알렉산더 라비노비치 지음, 류한수 옮김
1917년 러시아의 볼셰비키 10월혁명을 다룬 연구서로 혁명의 순간을 생생한 필치의 르포르타주 형식에 담았다. 혁명의 격전지였던 페트로그라드에 초점을 맞추고 7월부터 10월까지 120일간 벌어진 혁명 과정을 재현한 이 책은 혁명의 주인공이었던 무수한 노동자, 병사들의 열망과 함성, 혁명가들의 거친 논쟁과 숨가쁜 결단의 순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악화된 경제 사정, 물자 부족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견디기 힘들었던 페트로그라드의 노동자들, 승산 없는 전쟁터로 전출될 처지에 빠진 수비대 병사들은 ‘평화, 토지, 빵’이라는 단순한 슬로건을 내세운 볼셰비키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처럼 밑으로부터의 혁명과 소수파 볼셰비키당의 승리의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인디애나대 명예교수. 교양인/ 596쪽/ 2만9000원
너의 꿈을 대한민국에 가두지 마라 _ 김동수 지음
19세에 단돈 50달러를 손에 쥐고 미국으로 떠나 세계적 화학기업 듀폰에서 아시아·태평양 14국 CEO가 된 저자의 성공 스토리.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틀을 깨라(break the box)!’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을 둘러싼 상자 속 ‘안전 지대’에 살아가고 있는데, 그 상자보다 더 크고 넓은 바깥 세상이 있음을 깨닫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만이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도 바로 자신과 성공한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이 ‘상자’를 깨뜨리고 앞으로 나아갔는지를 얘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주변으로부터 ‘근성 없는 막내둥이’라는 얘기를 듣던 자신이 어떻게 그 틀을 깰 수 있었는지, 서양인에 대한 콤플렉스를 깨고 어떻게 그들의 리더가 되었는지 등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일곱 번의 ‘상자 깨기’ 일화들이 흥미롭다. 재인/ 216쪽/ 1만2000원
기적의 건강법 _ 서효석 지음
한의사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튼튼한 폐가 건강한 몸을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예부터 폐가 오장육부의 모든 기를 주관한다고 해서 ‘폐자기지본(肺者氣之本)’이라고 했다. 그래서 호흡을 통해 대자연과 기운을 주고받으며 내적으로 인체의 기를 주관하는 폐를 잘 다스릴 경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인의 난치병인 아토피 비염 천식 고혈압 등의 질환들도 폐를 튼튼하게 유지하면 극복할 수 있다. 침과 탕약도 좋지만 아토피의 경우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염을 고치려면 가습기를 사용하고 먼지 많은 곳을 다녀오면 식염수로 콧속을 세척하거나 몸을 따뜻하게 하는 보리차나 약차를 자주 마시는 게 좋다. 다산북스/ 259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