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시범 발급한 전자 여권.
국내에서도 4월15일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제1호 전자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찬반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일반 국민에게로 발급이 확대된다.
전자여권은 성명, 여권번호 같은 개인 신원정보와 얼굴, 지문 따위의 생체인식 정보를 수록한 전자칩(IC Chip)이 내장된 여권이다. 쉽게 말해 교통카드나 신용카드에 사용되는 전자 칩이 여권 뒷면에 붙어 있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생체인식 정보다. 생체인식 정보는 홍채나 지문, 얼굴 형태 같은 정보를 가리킨다. 도난이나 분실, 위조 위험이 적어 가장 효과적인 개인 인증수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방법은 지문, 얼굴, 홍채, 정맥 등 다양한 신체 특징을 동시에 인식해 진위를 가리는 것이다. 성형으로 얼굴 판독이 불가능할 때는 지문 정보를, 지문이 없는 경우에는 홍채 정보를, 자동 초점의 한계로 홍채를 촬영할 수 없을 때는 얼굴이나 지문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하지만 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과정에서 신체 정보 채취에 대한 거부감이 따를 수 있다. 또 개인의 신체 정보를 다른 목적을 위해 악용할 경우 심각한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 특히 전자여권에 수록되는 전자칩은 비접촉식으로, 접촉식 카드에 비해 보안성이 떨어진다. 대표적인 접촉식 카드는 직불카드다. 직불카드 안에는 CPU와 운영체제를 저장한 롬(ROM) 등이 들어 있다. 카드 형태로 축소된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면 비접촉식 카드에는 반도체칩, 콘덴서, 유도코일만 들어 있다. 카드를 읽는 단말기는 지속적으로 자계를 발생시키면서 ‘대기’하고 있고, 카드가 단말기 부근으로 이동하면 카드 내부의 코일에 유도전류가 발생하면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때 해킹이 가능하다. 실제로 2007년 전자여권을 5분 만에 간단히 해킹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큰 논란이 됐다.
현재 국내에서 발급될 전자여권에는 생체인식 정보 중 일단 얼굴 정보만 수록된다. 지문 정보는 2010년부터 발급되는 전자여권에 담길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얼굴 정보의 인증률이 60~70%로 낮기 때문에 인증률 90%인 지문 정보를 되도록 빨리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