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호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꿈의 대안 미디어인가, 빅브라더인가

  • 임종태 다큐멘터리스트 echorhim@hanmail.net

    입력2008-05-07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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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티즌이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미디어인 UCC가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우리나라에서도 KTF의 ‘SHOW’ 열풍과 ‘박진영의 텔미 춤 따라 하기’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세계 최대 개인 동영상 커뮤니티인 유튜브는 최근 ‘비디오-크라시’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날로 막강해지는 ‘유튜브 파워’의 본질은?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유튜브가 낳은 스타 폴 포츠(왼쪽)와 임정현.

    지난 2월13일 뉴욕에서 세계 최대 동영상 커뮤니티인 유튜브(YouTube)가 주관하는 ‘비디오-크라시(Videocracy)’ 행사가 열렸다. 전세계 유튜브 사용자들과 광고주, 콘텐츠 제휴사 등 500여 명이 참석한 대형 글로벌 이벤트였다. 이날 행사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주인공은 한국 출신의 기타리스트 임정현이었다. 그는 미국 힙합가수 솔자 보이와 또 다른 UCC 스타인 네덜란드 출신의 에즈미 던테즈와 함께 무대에 올라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캐논 변주곡을 연주,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비디오(video) + 데모크라시(democracy)’의 합성어인 ‘비디오-크라시’는 개인들의 동영상이 여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UCC시대를 맞아 유튜브가 만든 신조어다.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커뮤니티를 넘어 전세계 사용자들이 동영상을 매개로 토론하고 여론을 형성해 새로운 아비투스(habitus)를 창출하는 민주주의의 장으로서 이 행사를 마련했다.

    유튜브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최고기술책임자)인 스티브 첸(陳士駿)은 유튜브의 미래에 대해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미디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소비하는 통제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V처럼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방송만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미디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얘기다. 2008년 들어 유튜브가 기존의 방송사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대안 미디어로 변신을 시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뉴밀레니엄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있던 1998년, 할리우드에서는 고도의 정보화 사회에서 감시당하는 개인들의 일상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3편의 영화가 개봉됐다. ‘머큐리’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트루먼쇼’가 그것. 이 영화들의 공통된 주제는 새 천년을 앞두고 지구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빅브라더의 팬옵티콘(panopticon·완벽한 감시사회를 뜻하는 원형감옥)이었다.

    ‘머큐리’는 전직 FBI 요원이 한 가정에서 발생한 의문사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면서 시작된다. 사건 현장을 방문한 그는 2층 구석에 웅크린 채 숨어 있는 어린 시몬을 발견한다. 자폐아로 자란 시몬은 잡지 퍼즐게임 푸는 것을 즐겼는데, 그가 해독한 것은 NSA(국가안보국)의 비밀코드인 ‘머큐리’였다. 그런 까닭에 국가기밀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NSA가 킬러를 파견해 시몬을 제거하려다 부모만 살해하고 만 것이다. ‘머큐리’는 이처럼 정보화사회의 감시 시스템에 접근하는 자에게 가해지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다뤘지만, 그 해결책은 브루스 윌리스 특유의 ‘맨주먹 붉은 피’였다.



    빅브라더 열풍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한걸음 나아가 정보화 사회의 팬옵티콘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놉티콘(Synopticon·팬옵티콘과 반대로 일반인이 감시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을 제시한다. 변호사 로버트(윌 스미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내에게 줄 선물을 사러 란제리 가게에 들렀다가 우연히 조류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대학동창 대니얼과 만난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누군가에게 쫓기듯 황급히 뛰쳐나가고, 뒤따라 나간 로버트는 대니얼이 차에 치여 즉사하는 장면을 목도한다.

    대니얼의 비참한 최후는 이후 자신이 겪게 될 모습이기도 했다. 그가 이 사건에 얽혀든 이유는 단순하다. 대니얼은 달아나기 전에 로버트의 쇼핑백에 디스플레이어 기기를 집어넣었는데, 거기엔 중요한 살인사건 현장이 담긴 동영상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거위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공원 호수에 설치한 무인카메라 자료를 분석하던 대니얼은 어느 날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한다. 비밀요원들이 NSA의 도·감청행위를 법적으로 승인하는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필 의원의 목에 독극물을 주사해 살해한 뒤 차에 태워 호수에 수장하는 장면이 무인카메라에 찍힌 것이다.

    대니얼은 언론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다 통화내용이 NSA 감청 시스템에 노출되면서 비밀요원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로 즉사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로버트 역시 영문도 모르는 채 그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로버트는 전직 NSA 출신의 도움으로 이 모든 불법을 저지른 NSA 고위간부의 집을 도청해 자신이 당한 방식대로 복수한다. 그 결과 필 의원 살해 사건과 NSA의 도·감청의 위험성을 사회에 알리는 데 성공한다. 이때 로버트가 NSA 고위간부에게 복수하는 방식이 시놉티콘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빅브라더 사회의 이면을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 ‘트루먼쇼’.

    ‘트루먼쇼’는 자신이 정보화 사회의 감시망 속에 살아간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트루먼’이라는 평범한 샐러리맨의 삶을 다뤘다. 어린 시절 함께 요트를 즐기던 아버지가 거친 파도에 휩쓸려 빠져 죽는 것을 본 이후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던 그는 어느 날 익사한 것으로 알았던 아버지가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며 혼란을 느낀다. 그러던 중 대학 시절 좋아하던 실비아의 스웨터를 만지며 추억에 잠긴다. 당시 그녀는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연출된 것이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해줬던 것이다.

    이처럼 평범한 회사원인 줄 알았던 트루먼은 전세계 시청자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청하는 ‘트루먼쇼’의 주인공이었다. 그를 둘러싼 주변 환경 전체가 거대한 스튜디오였고, 그가 만나는 사람 모두가 배우였다. 그의 친구가 광고 표지가 있는 곳으로 유인해 대화를 나누고 아내가 음식물을 들고 설명하는 것도 광고를 통한 수익 달성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자신이 감시당하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연출된 관계망 속에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통해 빅브라더 프로그램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새 천년을 맞아 유럽에서는 다양한 빅브라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경쟁을 통해 선발된 남녀가 일정 기간 특정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일상이 시청자에게 낱낱이 공개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그 하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용도 없이 관음증만 유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방송사는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한다. 그중 하나가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되던 오디션을 오픈하는, 이른바 공개 오디션을 통한 스타 발굴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2007년 한 편의 드라마 주인공처럼 떠오른 인물이 폴 포츠다.

    2007년 6월17일, 영국 iTV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elent)’ 준결승 예선에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공개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남자는 허름한 정장을 걸친 채 자신감 없는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스타 발굴 프로그램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중년의 사내는 남부 웨일스 출신의 휴대전화 세일즈맨이었다. 그가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 심사위원과 관객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를 만도 했다.

    폴 포츠 오디션 쇼크

    가라앉은 스튜디오 분위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든 것은 폴 포츠라는 이 사내가 무대 위에서 부르겠다고 한 노래였다. 놀랍게도 오페라, 그것도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제3막에 등장하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였다. 그가 “오페라를 부르려고요”라고 했을 때 심사위원인 아만다가 의외란 표정을 지은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볼품없는 외모와 달리, 그의 부러진 앞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색은 영혼을 뒤흔들고도 남을 천상의 목소리였다. 그가 “나의 비밀은 내 가슴속에 있고, 내 이름은 아무도 알 수 없어요”라고 열창하는 순간 그의 미성에 매료된 관객은 열광했고, 심사위원단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마침내 그가 “밤이여 밝아오라, 별이여 사라져라, 나의 승리여! 승리여!”를 열창하자 아만다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노래가 끝나자 스튜디오는 관객들의 뜨거운 기립박수로 진동했다. 폴의 음악적 역량을 판단하려던 심사위원단의 시선은 경외 어린 눈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신이 심사위원이란 사실마저 잊은 채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던 아만다는 “전 조금만 다듬으면 다이아몬드가 될 작은 석탄 조각 하나를 지금 막 발견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하지만 아만다의 속내는 포츠가 무대에서 사라진 뒤에야 드러났다. 그녀는 동료 심사위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지 믿을 수 없어요. 보세요, 저는 소름까지 돋았다니까요!”

    단 70초의 오디션으로 포츠의 인생은 드라마처럼 변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 결승에서 우승한 그는 10만 파운드(약 1억9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엘리자베스2세가 참석하는 ‘2007 로열 버라이어티 퍼포먼스’에 출연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자 유명 음반제작자인 코웰로부터 100만파운드(약 19억원)의 거액을 받고 데뷔 음반을 내기로 계약했다. 그의 데뷔앨범 ‘One Chance’는 발매 사흘 만에 8만여 장이 판매되며 UK 차트 1위에 올랐다.

    더욱 놀라운 건 폴 포츠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전세계 네티즌들이 보여준 폭발적인 반응이다. 9일 만에 조회수 1000만을 돌파하며 유튜브 역사상 최단 기간 최고 클릭수를 기록했다. 이런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포츠는 미국 NBC ‘투데이쇼’에 출연해 록펠러센터에서 생방송으로 콘서트를 갖는 기회를 얻었다. 또한 음반이 미국에서 정식 발매되기도 전에 예약판매가 쇄도, ‘아마존’에서 10위권에 진입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UCC의 새로운 신화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공개 오디션을 통해 드라마 주인공처럼 스타가 된 폴 포츠의 앨범 표지.

    어려서부터 불편해 보이는 외모와 내성적인 성격 탓에 폴 포츠는 주위로부터 무시를 받았다. 왕따당하는 게 일상이 된 그의 유일한 피난처는 열한 살 때 우연히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들으며 관심을 갖게 된 클래식 음악이었다. 친구들의 조소와 냉대로 삶의 고통의 무게가 짓누를 때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희망을 꿈꿨다.

    열여섯 살 때 한 오페라 가수의 CD를 듣고 감명을 받은 포츠는 10년 넘게 오페라를 즐기며 자신에게도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음악에 대한 감수성과 풍부한 성량에서 비롯된 미성(美聲)이 그것이었다. 그가 자신의 재능을 확인한 것은 1999년 iTV에서 주최한 노래 경연대회에서였다. 그는 이 대회에 우승하며 1500만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이를 계기로 용기를 얻은 그는 오페라 가수가 되려고 클래식 음반사를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해야 했다.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우승상금에다 자신이 어렵게 마련한 돈을 보태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다. 이탈리아에서 두 차례의 단기 과정을 수료한 그는 2000년 자신의 우상이던 루치아노 파바로티 앞에서 직접 노래할 기회를 얻었다. 포츠는 10명의 학생과 함께 오페라를 불렀는데, 노래를 듣고 있던 파바로티는 그에게 “다시 한 번 불러줄 수 없겠느냐”며 감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포츠는 또다시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만다. 2003년 충수염으로 입원했다가 양성 종양이 발견돼 장기간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같은 해 포츠는 자전거를 타다가 교통사고로 쇄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2년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그 바람에 성대를 다쳐 오페라는 고사하고 다시는 노래를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어렵사리 재활을 통해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포츠는 휴대전화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실력을 연마했다. 그렇게 6년의 세월이 흐른 뒤 36세라는 나이에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지원서를 넣었다. 오디션 당일 그는 연습으로 땀에 젖은 셔츠를 입은 채, 노래 부를 때 호흡을 편히 할 수 있도록 셔츠의 맨 윗단추를 풀고 바지의 허리띠도 느슨하게 조인 상태로 무대에 올랐다. 그가 무대에 섰을 때 스튜디오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는 데뷔 앨범 타이틀인 ‘One Chance’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그간 가슴 깊이 묻어둔 오페라 가수의 꿈을 노래에 담아 분출했다. 마치 어린 시절부터 왕따당하며 수십년간 쌓여온 한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마지막 단 한 번의 기회’

    심사위원과 관객들의 뺨에 눈물이 흐른 것은 그의 보잘것없는 외모와 후줄근한 옷차림만 보고 자신들이 품은 선입관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깨달음과 미안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노래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야 할 소리꾼이 세일즈맨으로 살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현실과, 그런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중년에 들어선 나이에 마지막 도전을 시도한 도전정신이 주는 감동도 컸을 것이다. 이날 스튜디오 가득 울려퍼진 한 영혼의 아리아는 보는 이들에게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마지막 단 한 번의 기회’였다. 바로 이것이 전세계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린 까닭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포츠가 젊은 시절 클래식 음반사들을 찾았을 때도 그의 음악적 재능을 충분히 알아차렸을 텐데 왜 문전박대를 당했을까 하는 점이다. 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대중성’이 떨어지는 그의 외모를 보고 음반을 낼 생각을 접은 것이다. 반면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그의 인생역정이 너무도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해 다른 수많은 도전자를 제치고 그에게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방송사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시청률(이는 광고와 직결된다)인데, 시청률을 올리는 데 있어 드라마틱한 상황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코웰이 선뜻 100만파운드를 내놓으며 음반 계약을 한 것도 마찬가지. 포츠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돈으로 그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광고효과를 본 것이다.

    이런 현상은 폴 포츠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그에 앞서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인물은 기타리스트 임정현이다. 2005년 말 그는 파헬벨의 ‘캐논’을 일렉트릭 기타 버전으로 연주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10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처럼 UCC 시대의 영웅상은 과거처럼 ‘미션 임파서블’을 수행하는 람보 스타일의 근육질 소유자가 아니라, 쌍방향 인터넷의 특성을 활용해 자신을 어필하고 다른 사람과 오감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이다.

    시청자의 관음증을 유발하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스타 발굴 프로그램으로 전환되면서 빅브라더의 팬옵티콘과는 전혀 다른 영역을 개척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오디션 문화가 그것이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가 메두사의 머리처럼 누가 먼저 감시하느냐에 따라 상대를 놀잇감으로 전락시키는 팬옵티콘과 시놉티콘의 치열한 사투를 다룬 반면, UCC에서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 보이고, 다른 이들은 즐기면 그만이다. 과거 인터넷이 문자 위주의 ‘정보의 바다’였다면, 유튜브로 상징되는 UCC 사이트는 동영상으로 만들어진 ‘오디션의 바다’다.

    오디션의 기원

    ‘오디션(audition)’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 상연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비극이 상연된 것은 정치 변화와 관계가 깊다. 신화와 전설은 한 사람이 정보를 독점하던 군주제(monarchy)에서 비롯됐다. 왕의 권위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라는 신화에 의심을 품는 자들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오만’을 뜻하는 영어 ‘휴브리스(hubris)’는 신의 영역에 도전함으로써 신의 질투와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인간의 주제넘은 행동과, 때로는 날조된 신화에 접근하려는 자에게 가해지는 국가권력의 폭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군주제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특히 자신들의 비밀 보존을 위한 잦은 근친혼으로 생물학적으로 열등한 왕자들이 출생하면서 군주를 보필하기 위한 장군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고대 사회에서 인간됨은 지적 능력이 아니라 오로지 전투능력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왕궁에 들어온 장군들은 왕권신수설의 허구성은 물론, 그들이 모시는 왕의 육체적 역량이 일반인보다도 현저히 떨어지는 한심한 존재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왕을 제거하고 집단 지도체제를 갖추는데, 이것이 과두제(oligarchy)의 시작이다.

    과두제에서 비롯된 문학 장르는 서사시, 영웅 이야기다. 이는 당시의 전투방식에서 비롯됐다. 고대의 전투는 아군과 적군의 대표가 나와 두 사람의 승부로 승패가 결정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 대결에서 승리한 장수의 무용담이 전달 과정에서 부풀려지면서 만들어진 게 서사시와 영웅 이야기다.

    이런 전투방식은 스파르타가 무명의 폴리스에 패하는 사건으로 일대 전기를 맞는다. 스파르타가 일격을 당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은 중무장한 병사들이 하나의 진용을 갖추고 싸우는 집단전술 개념을 도입했다. 영화 ‘300’에서 정예용사 300인이 페르시아 대군을 맞아 싸우는 장면에서 보여준 집단전술이 바로 그것이다.

    공동체의식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집단전술과 용병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전투를 형상화한 영화 ‘300’.

    전투 방식의 변화와 더불어 그리스 사회에 나타난 주요 변화는 이웃 국가와의 교역을 통해 자본을 축적한 대상인들의 등장이다. 이들은 귀족들로부터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전투 과정에서 상인 출신의 사병을 영웅으로 만들어 쿠데타를 모의했다. 그래서 전쟁영웅인 사병이 개선할 때 귀족들로부터 위해를 당할지 모른다는 핑계로 친위대를 만든 후 그들을 이용해 귀족들을 제거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대상인들이 참주제(tyrannos)를 시작한다.

    참주제로의 이행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국가의 권위가 붕괴되면서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그에 따라 시민들이 점차 정치에 환멸을 느끼면서 폴리스를 지탱하던 공동체성이 붕괴 직전에 이르게 된다. 위기의식을 갖게 된 위정자들이 공동체의식을 고취시키고자 마련한 것이 비극 상연이었다. 그런 까닭에 관람료를 내고 작품을 감상하는 오늘날과 달리, 당시는 시민들에게 여행 경비를 지급할 정도로 공연 관람을 적극 장려했다.

    당시 비극은 서사시적 영웅이 아니라 운명에 저항하는 비극적 영웅을 그렸는데,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서정시, 비극이다. 비극은 대규모 공연이어서 배우들은 멀리 있는 관객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배역에 어울리는 커다란 ‘가면(persona)’를 쓰고 공연했다. 정체성(배역)을 가진 개인 혹은 사람을 뜻하는 ‘퍼슨(person)’의 어원이 페르소나에서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per(통과하다)’+‘sonare(소리)’의 합성어인 ‘person’이 ‘소리를 울리다’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다’라는 뜻을 갖게 된 것도 마찬가지.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UCC 동영상을 휩쓴 ‘텔미 춤 따라 하기’는 감동이 아닌 재미에서 비롯되었다.

    마이크도 없던 시절, 대규모 공연장에서 배우들이 큰 목소리로 공연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배우들이 힘들 때면, 중간에 코러스를 삽입해 배우들이 힘을 안배할 수 있도록 배려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코러스의 기원이 여기서 비롯됐다.

    그리스 비극은 BC 5세기 페리클레스 시대에 전성기를 맞았는데, 당시 그리스는 여러 폴리스가 합종연횡하면서 국민적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였다. 따라서 폴리스마다 앞다퉈 국가행사로서 공연을 적극 장려해 공연은 범국민적 행사로 인식됐다. 그런 만큼 배우는 매우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발됐는데, 이것이 오디션의 기원이다.

    ‘SHOW를 하라 SHOW’

    흥미로운 사실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 상연으로 인한 서사시(영웅)에서 서정시(일반인)로의 전환이 오늘날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만들어낸 연예인(영웅)이 주인공이던 시대에서 임정현이나 폴 포츠에서 보듯, 일반인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만든 것이 유튜브로 상징되는 UCC다. 2005년 탄생한 유튜브가 불과 1년 만인 2006년 ‘타임’에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 최대 검색서비스 업체인 구글(Google)이 16억50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 자금으로 유튜브를 인수한 까닭도 짐작할 만하다.

    유튜브가 놀라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음성통화로만 이뤄지던 제2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화상전화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제3세대 이동통신 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제3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인터넷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떠오른 것이 UCC다. 이런 시장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SHOW’ 광고다.

    메가박스 영화관 앞. 다소곳해 보이는 여성이 매표소 직원에게 다가온다. 매표소 위의 뭔가를 발견하고 놀라는 눈빛의 그녀. 느닷없이 실성한 사람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막춤을 선보이는 ‘생쇼’를 시작한다. 이윽고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매표소 앞에 손을 내미는 그녀. 알고 보니, 멀쩡하게 생긴 그녀의 ‘쌩쇼’에 놀란 매표소 직원 너머엔 이런 안내 문구가 있었다. ‘쇼를 하면 영화 티켓이 공짜!’

    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쌩쇼’의 압권은 이게 다가 아니다. 영화 티켓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영화관에서 ‘공짜!’라는 말에 눈이 멀어 느닷없이 한판 ‘쌩쇼’를 벌인 그녀가 매표소를 향해 손을 벌려도 영화 티켓이 나오지 않자, ‘이게 아닌데’ 하는 난감한 표정으로 내뱉는 한마디. “이 쇼가 아닌가?” 바로 그 순간, 배를 잡고 뒤집어지는 시청자들에게 저항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오는 마지막 멘트. “쇼를 하라, SHOW!”

    이후 SHOW 광고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쇼 곱하기 쇼는 쇼, 쇼 곱하기 쇼 곱하기 쇼는 쇼…”라고 숨넘어가는 주문을 외우며, “어, 뒤집힌다!”고 소리치는 ‘생쇼’를 연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KTF는 SHOW 광고방송이 나간 지 1년 만에 가입자 420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바야흐로 ‘SHOW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리하여 장성한 아들을 서울에 둔 고향의 부모는 “아들아! 우린 아무 것도 필요없다!”며 자식의 관심을 끌기 위해 텔레비전을 두들기고, 세탁기를 때려 부수는 ‘생쇼’를 연출한다.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다 지친 아이는 아빠가 일찍 돌아오게 하려고 ‘생쇼’를 한다.

    ‘텔미 신드롬’의 실체

    ‘생쇼’ 신드롬은 TV에 한정되지 않았다. 어느새 인터넷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갔다. 물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인터넷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떠오른 UCC였다. 바야흐로 특정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UCC를 통해 SHOW를 즐기는 ‘SHOW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2007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텔미’ 신드롬이다.

    폴 포츠의 동영상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해 9월 초, 미국에 머물던 박진영은 새벽 1시쯤 갑자기 텔미 안무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텔미 뮤직비디오와 안무를 ‘원더우먼’ 콘셉트로 짜놓았는데, 갑자기 원더우먼이 팔찌로 총탄을 막아내는 장면이 떠오른 것이다. 그는 즉시 본사에 연락해 “내일까지 안무를 만들어 보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뮤직비디오 촬영을 불과 6시간 앞두고 있던 서울 본사에서 “지금 당장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졸린 눈을 비비며 급하게 찍어 보낸 게 ‘박진영의 텔미 동영상’이다.

    그때 박진영은 새벽 1시에 러닝셔츠, 반바지 차림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졸려 귀찮은 듯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다가도 텔미 음악만 흘러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리듬에 맞춰 춤추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웃음 짓게 만들었다. 박진영이 마지못해 춤추는 상황이 재미있다고 판단한 본사 부사장은 포털사이트에 그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tv팟에 공개된 박진영의 동영상은 열흘 만에 조회수 115만을 기록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다음 tv팟 사상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했다.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유튜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첸.

    이렇게 시작된 ‘텔미’ 열풍은 폴 포츠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폴 포츠의 동영상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그의 오페라 사랑에 감동한 전세계 팬들의 앨범 구입 열풍으로 이어졌다. 반면 박진영 동영상에 대한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은 ‘감동’이 아닌 ‘재미’였다. 원더걸스의 음반을 구입하는 대신, 그들의 춤을 모방하거나 새롭게 변조해 UCC에 올리는 따라 하기 열풍을 일으킨 것이다. 이것이 텔미 댄스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뒤덮었음에도 원더걸스 음반이 고작 5만장(2007년 기준)밖에 안 팔린 이유다.

    텔미 신드롬은 이처럼 원더걸스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네티즌들이 자신의 작품이 다른 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쁨에 즐거운 마음으로 UCC에 자신들의 동영상을 올린 것이다. KTF의 SHOW를 보고 SHOW를 따라 하던 네티즌들이 원더걸스의 텔미를 보고 텔미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텔미 버전 비디오 제작을 통해 UCC 문화에 동참하려는 네티즌들의 따라 하기 열풍이 빚어낸 해프닝이었다. 한마디로 ‘SHOW’와 ‘공짜!’가 만나 빚어낸 기묘한 조화가 텔미 신드롬이었다.

    방송과 한판 승부

    ‘SHOW의 시대’와 더불어 나타난 사회적 현상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개인들의 동영상이다. 이런 흐름을 본능적으로 파악한 인물이 유튜브를 창업한 스티브 첸이다. 일리노이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을 마치고 온라인 결제회사 페이팔의 창립 멤버로 입사한 그는 어느 날 동료들과 찍은 동영상 용량이 너무 커서 공유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를 계기로 그는 동료인 채드 헐리와 개인들이 찍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 개발에 몰두해 2005년 2월 유튜브를 탄생시킨다.

    유튜브의 성공 비결은 실시간으로 코딩을 바꿔 사용자의 동영상을 올려주는 리얼타임 트랜스코딩(transcoding) 기술 에 있다. 스티브 첸은 사용자들이 올린 각종 동영상을 전세계 네티즌과 공유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유튜브 사용자를 무한대로 끌어모을 수 있었다. 이 기술에 힘입어 유튜브는 창업 3년 만인 2008년 현재 1분에 1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세계 네티즌들이 하루 평균 1억편의 동영상을 시청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방송사가 제작하는 콘텐츠 양을 앞질렀다.

    이런 자신감에 힘입어 2008년 들어 유튜브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비디오-크라시다. 기존 방송사 메커니즘의 한계에서 비롯된 일방향성을 대신할 쌍방향성의 장점과, ‘오디션의 바다’인 유튜브에 자신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동영상을 끊임없이 띄우는 네티즌들의 성원에 힘입어 방송사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다. 기존 방송사가 연예인들을 통해 만들어내는 억지웃음과 감동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그리고 UCC가 보여주는 일반인들의 ‘희로애락 리얼리티’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UCC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유튜브는 어느새 ‘SHOW의 시대’에서 ‘비디오-크라시’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고든 블레어 총리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사르코지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튜브를 선택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비디오-크라시 시대를 맞아 유튜브는 사회·정치적인 측면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다. 최근 들어 정도가 심해지는 각국 정부의 검열과, TV의 대안 미디어로 급속히 부각되는 유튜브에 대해 긴장을 늦추지 않는 방송사들의 저작권 논쟁이 그것이다.

    유튜브의 미래

    지난해 태국 정부는 국왕을 모독하는 동영상 삭제를 거부한 유튜브의 접근을 차단시켰다. 파키스탄 정부도 지난 2월 유튜브에 올라온 반이슬람적인 동영상이 폭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접속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한 터키에서는 3월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를 모독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오자 유튜브 접속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 역시 티베트 시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오자 3월16일 유튜브 접근을 차단했다. 국내 방송 3사와 인터넷 자회사는 유튜브 측에 저작권 침해 중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저작권 문제도 본격적으로 표면화할 조짐이다.

    21세기 ‘비디오크라시’ 주역 You Tube
    임종태

    1966년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 일어과 졸업

    KBS ‘21세기 묵시록’ 기획 프로그래머, KBS 특집 ‘광주항쟁 그후 20년’ 제작, EBS 특집 ‘한국호랑이, 그 흔적을 찾아서’ 제작

    現 프레시안 기획위원, 다큐멘터리스트

    저서 : ‘거꾸로 읽는 드라마 태조왕건’ ‘스타메이커’ ‘원더걸스의 쿵푸허슬’ ‘부시, 메이드인 텍사스’(역서)


    동영상에 대한 검열이 까다로워지면서 유튜브는 각국 정부와 타협할지 쌍방향 특성을 계속 고수해갈지 결정해야 하는 난관에 부닥뜨렸다. 구글은 2006년 1월 중국에서 검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당국의 정보접근 제한에 맞춰 검색결과를 검열하기로 합의했다. 그것이 접근 가능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마찬가지로 유튜브는 태국에서 국왕을 모독하는 동영상을 차단하는 것에 합의했고, 터키에서도 문제가 된 동영상을 올린 인물의 계정을 중지시켰다. 반면 미얀마에서는 승려들의 시위가 담긴 동영상으로 접속이 금지된 이후에도 여전히 관련 영상의 삭제를 거부하고 있다.

    유튜브의 대처 방안은 이처럼 자신들의 매체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광고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TV를 대신해 쌍방향의 특성을 가진 대안매체로 주목받으며 불과 3년 만에 방송사들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유튜브 역시, TV처럼 광고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자본의 영매에 불과한 것인지 모른다.

    구글의 검색 서비스와 유튜브의 영상 콘텐츠. 그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낼 미래가 그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아비투스의 창출일까. 아니면 뉴밀레니엄을 앞두고 화두가 된 빅브라더의 진화된 모습일까.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마도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쯤이면 이런 문제의 대안을 가진 또 다른 ‘스티브 첸’과 또 다른 ‘유튜브’가 생겨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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