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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파문’에 대한 붓다필드의 견해

“정신세계 추구하는 소수자에게 ‘성급한 낙인’은 또 다른 폭력”

  • 김소희 붓다필드 운영위원장‘

‘게이트 파문’에 대한 붓다필드의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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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에서 저희는 게이트님으로부터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일대 일의 사제 관계로 정신적인 신뢰를 약속하면, 그때부터 회원들은 내면 탐구에 박차를 가하는 경향이 있고 회원 상호간의 도움말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보입니다. 치열한 자기 검토를 거쳐 의문에 종지부를 찍을 즈음 게이트님은 ‘인가’라는 형식으로 제자의 공부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해줍니다. 이것은 살아 있는 모든 인간 존재의 본성이 부처라는 기존 불교의 가르침과 제도를 차용한 내부적인 통과의례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붓다필드의 전통에 따라 ‘견성’이라고 받아들이며, 점차 견성은 진정한 마음공부의 시작일 뿐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자각의 힘이 높아질수록 견성이나 인가는 자신과 대면하도록 유도하고 길을 열어주기 위한 형식적인 과정이었음을 이해하게 되고, 게이트님이 가리키는 마음공부의 방향과 그가 구사하는 노하우에 대해 친근한 존경심을 갖게 됩니다. 또한 견성자가 탄생할 때마다 우리는 인생의 한판 쇼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이들의 여정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감동적인 축하를 보내며 유쾌하게 즐깁니다.

붓다필드는 개인이 추구하는 어떠한 방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판단을 하지 않도록 권유합니다. 상이한 현상 아래로 동일한 본질이 회복되고 있음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개인들의 내면에 경쾌한 평온이 깃들며 그것이 붓다필드를 감싸는 밝고 따뜻한 에너지의 원천임을 회원들 각자 절실한 경험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끌어준 게이트님과 도반들에 대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일상화된 문화입니다. 붓다필드 게시판은 회원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경험하는 깨우침을 매일 나누고 감사하며 격려하는 글로 넘쳐납니다. 뉴질랜드를 포함해 국내 몇몇 지역에 우리의 손으로 마련한 소박한 센터는 세상을 살면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기이할 정도로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이기에 모진 폭풍우 속에서도 손쉬운 탈퇴 대신 붓다필드를 지키려는 노력과 용기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회원들이 보는 게이트님은 마음공부의 본질과 방법론에 관한 한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사람입니다. 게시판 글이나 여러 형태의 대화, 개별적인 메일과 채팅 등을 통해 똑같은 이야기를 변함없이 정성스럽게 유머를 섞어가며 변주한다든가, 뉴질랜드 센터로 끊임없이 방문하는 손님들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종일토록 접대하며 공부하도록 설득하는 모습, 기회가 닿는 대로 회원 개개인의 심리상태를 예리하게 관찰해 본인 스스로 깨닫고 극복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짚어주는 집요한 애정 등은 스승으로서의 게이트님을 둘러싼 회원들의 풍성한 이야기 소재가 됩니다.



한 인간으로서 게이트님의 면모에 대해서는 세상의 모든 사람에 대해 그러하듯이 각자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른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며, 누구도 그가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완벽한 인격체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또한 자신의 실존을 살아내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평범한 인간일 뿐입니다. 다만 특별한 지도력을 가진 리더를 열광적으로 숭배하는 사람은 어느 조직 사회에나 있게 마련이고, 붓다필드 안에서도 가끔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시행착오를 극복해왔습니다.

그러므로 게이트님과 붓다필드 회원의 전체적인 관계를 종교적 도그마에 기초한 교주-신도의 관계로 묘사하는 것에 대해 저희 회원들은 동의하지 않으며, 생일파티에서 장난스럽게 치장하고 찍은 사진을 제공해 우스꽝스러운 교주의 이미지로 만들어낸 비판자들의 의도에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 또한 어린 날 학업을 배운 스승도 평생의 은사로 모심이 마땅한데, 성인이 돼 스스로 선택한 정신의 스승을 성급히 매도하고 부인하는 것은 양식에 어긋난다는 것이 현재 붓다필드에 잔류한 회원들의 생각입니다. 어느 쪽이든 진실은 차차 드러나겠지만, 무지막지한 시련을 겪고 있는 한 인간을 보면서 가슴이 아픈 것은 감출 길이 없군요.

김종업님에게는 기 수련이나 신비적 경험이 진지한 관심사일 수 있겠지만, 그것을 특권화하고 짧은 기간에 그쳤던 활동을 근거로 붓다필드를 통째로 비판하시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사이비라는 규정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무서운 족쇄인지 아는 사람들이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소수자를 이토록 성급하게 낙인찍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회원 가운데 사이비(似而非), 즉 ‘비슷하지만 아니다’라는 화두를 깊이 있게 숙고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고 알고 있습니다.

김종업님이 지적했듯이 수행이나 마음공부는 현대인의 문화에서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닙니다. 그 요체가 철학이나 문학, 에세이, 과학, 영화, 심지어 경영학과 처세론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확산되어 있음을 확인합니다. 붓다필드 회원들은 우리 식의 공부를 통해 이토록 귀한 가르침이 기성 종교는 물론이고 인류의 선각과 동시대의 지성 속에 면면히 존재하고 있음을 비로소 열린 귀로 알아듣습니다. 붓다필드는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그 같은 가르침을 책 속에만 가두어두지 않고 스스로의 삶에서 실천적으로 적용하도록 독려하고 실험하는 하나의 장입니다.

붓다필드의 이러한 가능성에 일찍이 주목하면서 작지만 치열한 우리의 시도를 진지하게 격려해주신 ‘신동아’ 측의 안목에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금번 사태를 붓다필드의 성장통으로 여기고 시행착오를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저희의 경험이 전체 사회에도 긍정적인 자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동아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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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붓다필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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