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성장주, 가치주, 중소형주, 배당주 등 펀드의 유형별로 분산투자해야 높은 수익률을 낸다”고 충고한다.
샌포드 번스타인&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26년부터 1993년까지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60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11%였다. 하지만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60개월은 1926~93년까지 전체 기간 중 7%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다. 이 60개월을 제외한 나머지 93%의 기간은 수익률이 평균 0.01%밖에 안 된다.
또 다른 분석 결과도 있다. 1980~90년 미국의 대표적 우량주 500개로 구성된 S&P(스탠더드 앤 푸어스) 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17.6%였다. 이 기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10일 동안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은 12.65%로 낮아진다. 수익률이 높았던 20일 동안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9.3%, 30일간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으면 6.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과연 이 짧은 기간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 한두 번은 족집게처럼 맞힐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무작위적 확률시장’인 주식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실증적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려면 시장예측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투자기간과 자산배분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간축은 길게
먼저 투자기간에 관해 생각해보자. 국내 모 시중은행에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평균 펀드 보유기간은 6, 7개월에 불과하다고 한다. 펀드 투자를 주식 직접투자처럼 단타로 운용하는 이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투자에서 발생하는 위험, 즉 가격변동 위험을 줄이려면 3~5년의 투자 시간축이 필요하다. 투자란 가격의 차이를 이용해서 수익을 얻는 행위라 자칫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를 가격변동 위험이라고 한다.
미국과 한국의 증시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대략 3~5년의 투자 시간축을 확보하면 가격변동 위험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1928년부터 1991년까지 63년 동안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약 4년 단위로 투자했을 때 손실은 단 한 차례만 발생했다. 바로 1929년 대공황 이후 시점이다. 이 시기는 미국 국민 10명 중 4명이 실업자였고, 수많은 금융회사가 줄도산을 하던 때다. 나머지 기간엔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1980년 지수 100으로 시작한 국내 증시도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경우 3년 이상 투자하면 대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데이터는 ‘일정 기간을 확보하면 설사 급락장이 와도 가격변동 위험을 줄여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펀드 투자에서 위험을 관리하면서 수익을 내는 방안은 자산배분을 하는 것이다. 자산배분의 기본은 확정금리 수익이 가능한 저축과 투자의 비율이다. 저축이란 돈을 빌려 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투자는 앞서 얘기했듯이 가격의 차이를 이용해서 수익을 내는 행위다.
가령 2000만원을 나눠서 1000만원은 주식형 펀드에, 1000만원은 고금리 상품인 상호저축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했다고 하자. 투자기간은 4년으로 잡았다. 그럼 5년 동안 정기예금에서 현재 금리 기준으로 6%의 이자가 발생한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6%를 5년 동안 받게 되므로 총 24%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세금과 복리 수익률은 고려하지 않았다). 24%의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주식형 펀드에서 30%의 손실이 발생해도 그 위험을 수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5:5로 자산 배분한 포트폴리오의 위력을 지난해 증시를 통해 살펴보자. 2007년 7월 국내 증시는 사상 처음 2000 고지를 돌파한 이후 한 달간 21%나 급락했다. 2007년 10월 2064.8을 찍은 후 다시 급락했는데, 가장 많이 빠졌을 때도 하락폭은 30%에 미치지 않았다. 저축상품과 투자상품인 주식형 펀드에 5:5로 자산을 배분한 후 투자기간을 4년으로 설정한 투자자들은 이 정도 하락폭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 펀드도 시간축이라는 관점에서 한번 들여다보자. 국내에서 중국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이다. 이후 2003년 중국 증시가 폭등하면서 중국 펀드로 거센 자금 유입이 있었다. 그러다 2004년 중국이 긴축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국 증시는 급락했고, 언론매체들은 ‘중국발 쓰나미’라며 연일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2005년과 2006년 중국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낮았기 때문에 투자자로부터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중국 펀드 투자 열기가 다시 뜨거워진 것은 2007년 중반 이후다.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고 중국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중국 증시는 급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3~4년의 시간축을 갖고 접근한 투자자들은 오히려 손실이 아닌 수익을 냈을 가능성이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