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호

포스코 ‘새내기 임원 교육’ 3박4일 현장취재

“우뇌 훈련시켜 감성 키워야 새 시대 리더”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입력2008-05-08 13:4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임원 되면 달라지는 ‘대우’ 10여 가지
    • ‘서번트 리더십’ 체화에 초점
    • 디자인·스토리·조화·공감·놀이·의미의 힘
    • 커뮤니케이션 요체는 ‘진심’
    • 조직구성원의 ‘블랙박스’를 열어라
    포스코 ‘새내기 임원 교육’ 3박4일 현장취재

    3월18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그룹 신임 임원 교육장에서 이구택 회장(오른쪽)이 특강을 하고 있다.

    대기업에 샐러리맨으로 입사해서 온갖 풍상을 겪은 다음 임원 자리에 오르면 ‘성공한 직장인’으로 대접받는다. 흔히 대기업 임원으로 승진하면 “별을 달았다”고 한다. 군 조직에서 장성을 뜻하는 ‘별’은 출세의 상징.

    기업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임원이 되면 ‘대우’부터 달라진다. ‘나홀로’ 독립공간인 사무실이 제공되고, 법인카드 사용한도가 대폭 높아진다. 업무를 보조하는 비서가 배정되고, 헬스클럽 회원권이나 골프장 회원권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차량 유지비가 대폭 상승하거나 임무에 따라서는 운전기사가 배치된다. 자기계발을 위한 회사 지원도 크게 늘어, 국내외 경영대학원의 최고경영자과정(AMP)에서 공부할 기회도 생긴다. 줄잡아 10여 가지의 대우가 달라지는 것이다.

    직원들이 임원을 바라보는 눈길도 ‘존경 모드’로 바뀐다. 여직원이나 친지들이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임직원이 모이는 행사장에서는 단하에 서 있는 직원들과 달리 단상에 앉는다. 학교 동창회에서는 동창회 이사 감투를 씌우고, 종친회에서도 축하인사 겸해서 이사 자리에 앉히겠다는 연락이 온다. 사회적 지위가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 임원이 되면 외형적인 변화가 눈에 띄게 많아진다. 그렇지만 기업 조직의 전체 위계질서에서 보자면 신임 임원은 아직 ‘주니어 경영진’일 뿐이다. 최고경영자(CEO)의 눈에 비친 신임 임원은 여전히 배워야 할 것 많은 풋내기에 불과하다. 패기는 넘치지만 노련함은 모자란다. CEO는 새내기 임원들이 ‘초심’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함을 잘 안다. 기업마다 신임 임원들을 위한 교육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고급 리더야말로 회사의 핵심 인적자산이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CEO를 양성하는 임원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각 기업은 대체로 교육 내용을 대외비로 하고 있다. 회사의 기밀 사항이 유출될 수 있고, 경쟁기업에 교육 노하우가 노출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새로 임원이 된 간부들에 대한 ‘2008 신임 임원 교육’을 3월17일부터 20일까지 3박4일 합숙 프로그램으로 실시했다. 4월1일 창립 40주년을 맞은 포스코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올해 신임 임원 교육에 더욱 공을 들였다. 포스코는 회사 기밀 사항을 제외한 교육 내용을 ‘신동아’에 공개했다.

    참가 대상자는 포스코 임원 10명과 포스코건설, 포스코특수강, 포스테이타 등 14개 출자회사 임원 32명 등 모두 42명이었다. 장소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소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 아차산 기슭에 자리 잡은 워커힐호텔은 서울 도심에서 떨어져 있고 멀리 한강이 보여 경관이 빼어나다. 고급 교육장으로서는 최적지로 꼽힌다. 널찍한 교육장 내부에 큼직한 테이블 6개가 놓였다. 둥근 테이블마다 의자 7개가 놓여 42명이 앉았다. 교육장에서의 ‘드레스 코드’는 편안한 재킷에 노타이 차림.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검정, 짙은 회색, 감색 재킷 차림이었다. 왼쪽 가슴엔 명찰을 달았다.

    신병처럼 군기 든 임원들

    포스코 ‘새내기 임원 교육’ 3박4일 현장취재

    포스코가 개발한 차세대 제철 설비인 파이넥스 공장.

    교육 첫날인 3월17일 오전 9시, 교육 과정 전반을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이다. 홍성근 포스코 인재개발원 리더십교육센터 팀리더가 마이크를 잡았다.

    “신임 임원 교육과정을 통해 범(汎)포스코 차원의 경영환경을 이해하고 핵심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시기 바랍니다. 신임 임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는 자리가 되도록 하십시오. 또 각자 갖고 있는 리더십을 성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참가자들은 훈련소에 갓 입대한 신병처럼 군기가 들어 있었다. 간간이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만 들릴 뿐 진지한 학습 분위기가 형성됐다. 필기도구를 꺼내 열심히 메모하는 임원들의 모습에서 성실함이 묻어났다.

    교육의 초점은 리더십 함양에 맞춰졌다. 진행 담당자는 “특히 부하와 동료의 계발을 돕는 ‘서번트 리더십’을 체화하도록 하는 워크숍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상호 신뢰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도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물론 포스코그룹의 경영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으로 꼽혔다.

    이어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사회자가 첫 발표자를 지명한 후 발표를 마친 사람이 다음 발표자를 호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각자 소속회사, 직책, 담당 업무, 임원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동료 임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의 순으로 발표했다. 대부분이 “새로운 기회를 준 회사에 감사하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서 이에 보답하겠다”는 요지로 말했다. 일부 임원은 감격에 겨운 듯 몸을 떨었고 어떤 임원은 분위기에 압도되어서인지 말을 더듬기도 했다.

    첫날 점심시간에만 해도 같은 테이블에 앉은 참가자끼리 얼굴이 익지 않아 서로 서먹한 분위기였다. 가슴에 붙은 이름표를 힐끔힐끔 보며 이름을 확인했다. 식사시간에도 활발한 대화보다는 조용한 식사 쪽에 무게 중심이 갔다.

    오후 강의는 ‘임원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강사는 ‘한국의 임원들’ ‘한국을 버려라’ 등의 저서에서 임원의 바람직한 역할을 제시한 이성용 베인·컴퍼니 대표.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그는 컨설팅회사에 몸담으며 한국 기업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논객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한국의 많은 임원이 경영자로 탈바꿈하지 못하고 여전히 관리자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한국의 일부 임원은 입사 초기 1년간 배운 지식을 20년 동안 되풀이했기에 업계의 큰 흐름을 너무 모른다”고 꼬집었다. 또 임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창의성을 바탕으로 전략적 결정을 해야 함을 강조했다.

    우뇌 발달 6개 요소

    오후 일정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선배 임원과의 대화 시간. 강사로 초대받은 선배 임원 4명은 각자 15분씩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임원이 되고 나서 저지른 사소한 실수에서부터 중대한 판단 착오 등 자신의 치부를 고백했다. 후배들은 ‘실패에서 배운다’는 말을 실감했다. 물론 ‘실패학’ 강의로 끝난 것은 아니다. 선배들의 성공담도 빠지지 않았다. 극적인 계기로 실타래처럼 얽힌 난제를 푼 무용담을 들은 후배들은 자신도 그런 주인공이 되고픈 열망에 사로잡힌다.

    강사로 나온 박한용 포스코 전무는 홍보·인사·구매·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두루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쉼 없이 자기계발에 힘쓰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라”는 취지로 발표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박 전무는 명함에 컬러 얼굴 사진을 넣는 등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포스코에서는 약간 ‘튀는’ 혁신가이기도 하다.

    둘째 날 첫 강의는 리더십 코칭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박재원 AMA(미국경영협회)코리아 대표가 ‘글로벌 경영 트렌드의 이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박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프랑스의 명문 비즈니스 학교인 엥세아드(INSEAD)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블루오션’이란 새로운 개념을 창시한 INSEAD의 김위찬 교수, 르네 마보안 교수와도 학문적 교분이 있는 박 대표는 한국에서 블루오션 경영기법을 보급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강연 요지는 다음과 같다.

    세상은 급변합니다. 경영환경도 마찬가지죠. 통찰력과 상상력을 갖지 않고서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의 저자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컴퓨터를 바탕으로 한 정보화 시대에서 차츰 창의성, 감성, 거시적 안목 등이 중시되는 ‘개념의 시대(Conceptual Age)’로 이동해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정보화 시대에는 논리적 능력이 뛰어난 좌뇌형 인간이 주목받았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감성적인 우뇌를 개발해 양쪽 뇌를 함께 잘 쓰는 인간이 리더가 될 것입니다.

    2008 포스코그룹 신임 임원 교육 참가자
    상무 이경훈환경에너지실장 1954년생 중앙대 화공, 순천대 박사(금속재료)
    상무 장성환포항제철소 행정담당 부소장 1955년생 영남대 행정
    상무 이후근FINEX 연구개발추진반장 1957년생 인하대 금속
    상무 우종수기술연구소 부소장 1955년생 서울대 금속, 미국 MIT 박사(금속공학)
    상무 강창균감사실장 1955년생 전북대 경영
    상무 이정식포항제철소 압연담당 부소장 1954년생 경북대 금속
    상무 서영세스테인리스 전략/판매 담당 1955년생 한국외대 영어
    상무 박명길자재구매실장 1958년생 부산대 무역
    상무 이영훈경영기획실장 1959년생 서울대 경제, 영국 런던대 박사(경제학)
    상무 황은연마케팅 기획담당 1958년생 성균관대 법학
    상무급

    연구위원
    이용득기술연구소

    스테인리스 연구분야
    1952년생 한양대 금속, 호주 모나쉬대 박사(재료공학)
    상무급

    펠로우
    이옥산광양제철소

    자동차강판 기술분야
    1953년생 전남대 금속


    우뇌를 발달시키려면 6가지 요소를 훈련해야 합니다. 디자인(design), 스토리(story), 조화(symphony), 공감(empathy), 놀이(play), 의미(meaning) 등이 그것입니다. 새 시대의 리더는 이들 요소를 잘 엮어 논리력과 감성을 겸비해야 합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카리스마 리더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돼가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철강 생산업체인 만큼 신임 임원의 절반가량은 이공계 출신들이다. 기술개발에 매달려온 이들에게 감성을 키우라는 주문은 다소 생소한 듯하다. 그러나 직원 시절과는 다르다. 임원이라면 조직의 비전을 구축하는 데 일조해야 하고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전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감성발달 훈련이 필요하다. 좁은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제너럴리스트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어느 참석자는 박 대표의 강연을 듣고 수첩 앞에 ‘창조적 사고(思考)’라고 메모했다. 앞으로 창조성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리라.

    박 대표의 강연이 끝난 후 잠시 커피 브레이크가 있었다. 참석자들은 휴식 시간인데도 긴장한 표정이었다. 다음 강사가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기 때문인 듯했다. 그룹 최고책임자가 직접 ‘신임 임원에게 바란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펼칠 예정이었다. 신임 임원들의 눈에 이 회장은 ‘살아 있는 신화’로 비친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1969년에 포스코에 입사해 최정상에 오른 인물이다. 박태준 명예회장이 ‘창업’으로 포항제철을 세웠다면, 이구택 회장은 ‘수성(守成)’으로 포스코를 초우량 글로벌 기업이란 반석 위에 올려놓은 주인공. 그런 ‘거인’을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며 육성 강연을 들을 생각을 하니 어찌 가슴이 뛰지 않겠는가.

    이구택 회장이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했다. 다른 민간기업에 비해 포스코에는 아직 엄격한 상하 위계질서 조직문화가 남아 있다. 공기업에서 벗어나 민영화했다지만 공공조직 분위기가 풍긴다. 좋은 의미로 보자면 질서, 규율이 잘 준수되는 조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굳이 약점을 잡자면 유연성이 부족한 듯 보인다. 물론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여느 민간 기업에서도 공장 관리가 해이해지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빈틈없는 위계질서가 형성돼 있는 편이다.

    이 회장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신임 임원들이 편하게 자리에 앉도록 권유했다. 가는 줄무늬가 든 검정색 양복을 입고 파란색 스트라이프 드레스 셔츠에 파란색 넥타이를 맨 이 회장은 참석자들을 축하하는 덕담을 건넨 다음 아래와 같은 요지로 강연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사람들을 평가하기도, 평가받기도 하는데 신임 임원 여러분은 어떤 요소들로 직원들을 평가합니까? 아마 조금씩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열정’을 가장 높게 평가합니다. 지식으로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열정이 없는 사람은 곤란합니다. 특히 임원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임원은 경영자가 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임원이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거나, 맡겨진 일을 잘 관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경영환경의 변화속도는 무척이나 빨라져 비즈니스 사이클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전세계적으로 상호작용(interaction)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회사도 금방 영향을 받습니다. 사업적으로 매우 어렵고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업무 방식은 그만큼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임원의 할 일은 주위 환경의 변화를 파악해 우리의 일을 변화시켜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원이 관장하는 일을 백지 상태로 두고, 왜 하는지, 왜 이렇게 되는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지금 하는 일 중에서도 크게 바꿔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임원의 역할이 ‘관리’라고만 생각한다면 지금까지의 시스템을 잘 유지하는 것이 맡은 역할의 전부일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어진 일을 잘 관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역할입니다. 임원은 영어로 ‘디렉터(Director)’, 즉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입니다. 미래에 대해 모두 예측하고 미리 대응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변화에 얼마나 빨리 올바르게 대응하느냐 하는 ‘속도’가 관건입니다. 과거나 현재를 생각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래를 먼저 생각하기 바랍니다.

    머릿속으로만 계획했던 것과 직접 현장에 나가 경험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임원이 현장을 직접 뛰면서 느끼고, 직접 확인하면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현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전략을 세우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분이 직접 나가 몸으로 부딪치며 현실을 익혀주기 바랍니다.

    요즘 서번트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리더십보다는 진심으로 직원을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어떤 리더십이든 기본적인 것은 아랫사람들에 대한 애정입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되돌아보면, 아무리 엄격하고 일을 많이 시킨 상사라도 진심으로 애정을 갖고 도와준 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랫사람들에 대한 ‘마음’입니다. 요즘에는 세상이 훨씬 다양해지고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하므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십의 형태만 달리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커뮤니케이션은 쉽게 이뤄질 것입니다.

    이 회장의 특강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회사 수장에 대한 의례적인 경의 표시가 아니라 대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담고 힘차게 두 손을 마주치는 듯했다. 이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참석자들에게 정중한 자세로 인사했다. 이 회장 자신이 서번트 리더십을 몸소 실천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참석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눈 뒤 자리를 떴다.

    거대 장치산업에서도 사람이 중요

    오후에는 ‘포스코그룹의 비전을 밝힌다’는 주제 아래 2개 강좌가 이어졌다. 첫 강좌는 ‘포스코 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회사 측에서 밝히는 내용이었다. 발표자는 이영훈 경영기획실장으로, 이 실장은 이번에 임원이 되었기에 수강생이기도 했다. 두 번째 강좌는 ‘사업 분야별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시간으로 수강생 전원이 참여하는 패널 토의로 진행됐다.

    셋째 날 강의는 리더십에 중점을 뒀다. ‘리더십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강사는 서상태 아빈저연구소 이사. 아빈저(Arbinger) 연구소는 경영교육 및 컨설팅 회사다. 서 이사는 성균관대 석·박사 과정에서 리더십 분야를 전공하고 컨설팅업계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리더십 개발 전문가다. 서 이사의 강연 요지는 이러했다.

    미국의 GE는 사업 성과를 향상하려 할 때 2가지 방법을 병행합니다. 먼저 전략과 조직구조를 개선하지요. 하드웨어 측면입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측면으로는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조직문화 개선이 생산성 향상에 더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즘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인간관계 경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가 핵심 화두입니다. 즉, 인간존중과 기업 성과를 어떻게 동시에 달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지요.

    기업에서는 원가절감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잠자고 있는 조직구성원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발휘하게 해 자발적인 혁신과 지속적인 개선활동을 이루는 것입니다. 많은 리더가 자신의 지시나 행동과 태도가 조직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은 자신의 블랙박스 즉, 마음을 통해 리더의 행동과 태도를 받아들입니다. 그러므로 리더가 조직구성원들의 마음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조직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참석자들은 리더십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했다. 포스코가 거대 장치산업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그 설비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 아닌가. 설비가 아무리 좋아도, 자동화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 해도 그것을 다루는 임직원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면 효율이 떨어질 것 아닌가. 사람을 잘 움직이면 업무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듯 나온다.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창의성을 바탕으로 일하도록 조직문화를 리드하는 주역이 바로 임원 아닌가. 참석자들은 저마다 마음속으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

    50주년 기념식장의 CEO는?

    이제 ‘임원 교육 열차’도 서서히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너무 빠듯한 교육 일정 때문에 심신이 지칠 때가 됐다. 셋째 날 저녁엔 부부 동반으로 문화 체험 시간이 있었다. 워커힐에서 열리는 유럽 서커스 공연을 부부가 나란히 앉아 관람했다. 와인이 곁들여진 식사를 하며 화려한 무대를 바라보는 부부는 직장인으로서의 성공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부부는 그날 밤 호텔의 쾌적한 방에서 숙박하며 회사 측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교육 마지막 날인 3월20일, 참가자들은 ‘신임 임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자체 토론회를 갖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교육 초기에 서로 어색한 눈길로 쳐다보던 참석자들은 3박4일간 우정을 쌓은 후에는 헤어지는 게 아쉬워 끼리끼리 포옹하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신임 임원 이영훈(49) 상무는 “앞으로 임원으로 어떻게 사고하고 처신해야 하는지를 단기간에 배우는 계기여서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5년에 포스코에 입사한 이 상무는 회사 장학금으로 영국 런던대에 유학 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회사로부터 받은 혜택이 많으므로 더 많이 기여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포스코 신임 임원은 1983~1986년 입사자들이다. 삼성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 그룹에 비해서는 3~4년 늦은 편이다. 일찍 승진하면 일찍 퇴임한다는 이른바 ‘조진조퇴’ 속설이 맞다면 포스코처럼 조금 늦게 임원이 되어 직장에 오래 다니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포스코는 창립 50주년이 되는 2018년에는 매출액 100조원, 글로벌 조강 생산량 5000만t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비전 2018’을 선포한 바 있다. 이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상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이뤄야 한다. 그 주역으로 신임 임원들이 적임자다. ‘2008 신임 임원 교육’을 받은 임원 가운데 10년 후 창립 50주년 기념식장에서 CEO로 우뚝 설 인물이 나올지 기대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