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및 차·부장급 중간간부 인사가 차례로 발표된 지난 3월. 언론은 일제히 ‘TK 약진’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인사에 불만을 품은 검찰 간부들이 줄사표를 냈다는 기사도 뒤따랐다. 전체 인사에선 지역 안배가 이뤄진 반면 사정(司正) 수사라인은 절대 다수가 대구·경북(TK) 출신이라는 게 보도의 요지였다. 특히 김경한 신임 법무부 장관의 출신고인 경북고의 약진이 두드러져 “장관 친정체제가 구축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인사자료가 나간 뒤 한 관계자가 일부 출입기자들에게 “‘독식’이라는 표현은 삼가달라”고 말해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모양이다” “알긴 아는가 보다”라고 빈축을 샀다는 후문도 있다.
인사 대상자 및 검찰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부산·경남(PK) 출신의 전직 검사는 ‘TK 왕국’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분개했다. 전북 출신 검찰 관계자는 “TK 편중은 맞지만 대체로 능력을 인정받는 검사들이 요직에 올랐다”고 말했다. TK 출신의 전직 검사는 “(연수원) 12기 검사장급 승진자 2명이 모두 호남 출신이다. 호남도 챙길 건 챙겼다”는 의견을 보였다. 비교적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검찰 관계자는 “사정라인에 중용된 인사들 중 TK 출신이 수적으로 우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검찰 내부 여론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정권 초니까 이해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그래왔듯 이번에도 사정라인을 두고 지역 편중론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매년 인사 때마다, 특히 정부 출범 초기에는 능력보다 출신 지역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사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라고 말했다.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인사가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정권 핵심부와 출신 지역이 같은 검사들이 요직에 앉으면 당연히 뒷말이 나온다. 검찰 수사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서다. 혹자는 “정(政)·검(檢) 유착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냈다.
‘빅4’와 ‘황금 보직’
과연 그럴까. 현재의 시대 좌표는 ‘투명성’을 지향한다. 검찰의 경우 인사 때마다 공정성 시비가 일지만 공개되는 정보의 양과 감시의 눈이 많아진 만큼 노골적인 눈 가리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출신지역을 잣대로 인사를 바라보는 프리즘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직급은 평검사-부부장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지검장-고검장-검찰총장 순으로 나뉜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 검찰에서도 승진에 도움이 되는 자리가 요직으로 통한다. 특히 같은 직급이라도 보직에 따라 위상이 다르다. 엘리트 코스도 명확하다. 고지로 가는 길목이 뻔하다. 예컨대 특수통 검사의 경우 대검 중수1과장―서울중앙지검(중앙지검) 특수부장―대검찰청(대검) 수사기획관―중앙지검 3차장이 정통 코스다.
고위직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앙수사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은 ‘빅4’로 불린다. ‘빅4’를 포함해 대검 수사기획관, 대검 중수부 1·2과장, 중앙지검 1·2·3차장, 중앙지검 특수·공안부장은 검찰의 ‘황금 보직’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