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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격정 토로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 도대체 박근혜가 MB에게 뭘 속았다는 건지…”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격정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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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격정 토로

3월27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대전·충남 총선 출마자들과 함께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 “계파 나눠먹기 공천이 된다면 한나라당 후보를 찍지 않겠다”고까지 말씀했는데, 실제로 누구를 찍었습니까.

“여기(구로 을)는 중간에 (후보가) 바뀌었어요. 그래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죠. 그런데 떨어졌어요. 재미있는 건, 정당 지지율은 (통합민주당보다) 5%인가 10%인가 더 높게 나왔어요. 이건 무슨 얘기냐, 한마디로 공천이 잘못됐다는 거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공천이었다는 거죠.”

인 목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구로 을을 실례로 들며 공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공천심사 때 제가 딱 두 지역을 언급했어요. 제가 이 지역에서 30년 이상 살았거든요. 그러니 이 지역 민심을 잘 알지요. 그런데 공천하는 걸 보니 영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공천심사위원회에 문제 제기를 했어요. 또 한 군데는 제 고향입니다. 조상 대대로 살아왔고, 지금도 어머니가 계시고 동생과 친구들이 살고 있는 충남 당진. 그런데 거기도 공천이 잘못됐더라고요. 그러면 그 많은 지역구 중 이 두 군데만 잘못된 거냐, 아니라는 거죠.

구로 을의 경우 처음에 8명인가 9명이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어요. 다들 꼬리표를 달고 왔더라고요. 이재오, 홍준표, 정두언… 물론 박근혜 쪽도 있었고 이방호 사무총장의 꼬리표도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살아본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그중 몇 사람이 인사하러 왔기에 내가 이렇게 물었어요. 구로동 온 지 얼마 됐느냐고. 일주일 됐대요. 구로동의 문제가 뭔지 아느냐고 묻자 대답을 잘 못해요. 물론 국회의원이 나라 일 하는 사람이지만, 그에 앞서 지역을 대표하는 일꾼이잖아요. 지역 문제 해결이 나라 일의 시작이 돼야 하는데 지역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누구누구 꼬리표를 달고 와서는 공천을 받겠다고 하니….”



계파 추천 안 되면 문 박차고 나가

▼ 공천된 후보(고경화)도 마찬가지였나요.

“마찬가지죠. 나는 이번 공천 과정을 지켜보며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역구 후보는 최소한 그 지역에서 1년이나 2년 이상 살았던 사람으로 공천해야 한다고. (현역의원을) 많이 잘라냈다, 몇 % 물갈이했다, 그런 건 의미가 없어요. 잘라낸 다음에 누구를 그 자리에 넣었느냐가 중요하지. 그런데 엉뚱한 사람을 넣은 거예요. 왜 엉뚱한 사람을 넣느냐. 한나라당 후보로만 나서면 다 된다고 보고 계파별로 자기 사람을 갖다 심은 겁니다. 이 지역은 우리가 할 거니 저 지역은 너희가 해라.

김택기도 그래서 공천됐던 것 아닙니까(*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김택기 후보는 돈봉투 살포사건으로 총선 전 후보를 사퇴하고 구속됐다. 뇌물비리와 ‘철새’ 전력을 들어 그의 공천에 반대했던 인 위원장은 공천 확정 후 최고위원회에 후보 교체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가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어떤 공천심사위원이 이 지역은 어떤 계파의 몫이라고 우기면 다른 위원들이 대상자가 부적절한 인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동의했다는 겁니다. 반대해봐야 소용없었다는 거예요. 자기 계파가 추천되지 않으면 문 박차고 나가버리니. 그렇게 해서 한나라당 공천이 망한 것 아닙니까. 완전히 계파 간 타협과 안배에 의한 나눠먹기였어요.”

▼ 목사님은 이번 한나라당 총선 성적을 높게 평가하지 않으시겠네요.

“국민이 너그러워 153석이나 줬다고 생각해요. 공천은 분명 잘못됐어요. 원칙도 개혁도 이념도 없고, 당헌·당규에도 어긋나고.”

김택기 후보와 더불어 대표적인 철새 정치인으로 인 목사의 표적이 된 사람이 바로 충남 당진에서 공천된 정덕구씨다. 김대중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씨는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고려대 동문에 같은 소망교회 신자다. 이 대통령이 한때 가입한 ‘소망교회 금융인 선교회(소금회)’ 회원이기도 하다.

“당진에서도―짐작건대 대통령 측근이 나서서 그렇게 됐겠지만―그곳에 생전 살지도 않은 사람, 이 당 저 당 왔다갔다 한 기회주의적인 사람이 공천됐어요. 그 사람 아니라면 거기도 승리할 뻔했어요. 대통령 뜻이라 해도 그런 사람을 공천하면 안 되죠. 원칙에 맞지 않으니. 아마 대통령이 내 얘기 듣고 기분 나빴을 거예요.(웃음) 뭣도 모르고 떠든다고. 이런 얘기를 당에서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윤리위원장으로서 제 임무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이건 박근혜 전 대표, 저건 강재섭 대표, 이건 아무래도 이재오 쪽인 것 같고, 저건 이상득 라인인 것 같고… 다 짐작이 가지만 눈 딱 감고 알려고 하지 않았어요. 확실하게 원칙에 어긋나는 공천만 문제 삼았어요. 그래선지 처음엔 내가 목사라 ‘친이(親李)’라고 하더니 나중엔 친박(親朴)인 것 같다고 해요. 그런데 요즘엔 ‘친박 측을 비판하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고 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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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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