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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전입한 학생들 때문에 농촌에서 평생 산 우리 아들은 농어촌특별전형 혜택을 못 봤어요. 구미시에 사는 학생이 이 동네 학교로 통학하면서 농촌에 사는 것처럼 꾸며요. 농특전형도 할 수 있고 내신도 좋아질 것 같으니까 그 혜택 받으러 오는 거죠. 그런 애들이 굉장히 많아요. 아침에 학교에 가보면 구미에서 온 차들이 가득해요. 죄다 통학하는 애들이죠. 우리 아들은 고3인데 그거 혜택 못 보고 그냥 대학 갔어요. 선생님에게 좋은 대학의 농특 원서 써달라고 하니까 그건 이미 구미에서 온 애들이 다 차지해버렸답니다. 도시에서 과외 받는 아이들이니 시골 아이들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동네 사람 중에서 농특으로 자식을 대학에 잘 보낸 이요? 아무도 없어요.” - 신모씨·고3 학부모, 경북 구미시 고아읍
#사례 2
“집은 원래 여수시에 있는데 면에 있는 고교로 다녔어요. 집 근처 학교는 분위기가 좋지 않아 진학하기가 꺼려지더군요. 그러다 텔레비전에서 이 학교를 보고 가게 됐어요. 기숙사도 있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어서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었고요. 선생님들도 좋은 분들인 것 같았어요. 시 단위에 있는 학교보다 면에 있는 학교가 환경이 더 나아서 그곳으로 가게 된 거죠. 시골이다 보니 농특도 가능하거든요. 주민등록 주소지요? 부모님이 이전했을 거예요. 부모님 주민등록 주소지도 옮긴 걸로 알아요. 그래야 농어촌특별전형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기숙사의 친구들도 대개 그런 걸로 압니다. 사실 따로 과외 받을 필요도 없고 학교에서 열성적으로 가르쳐주시니까 매일 밤 11시, 12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했어요.”- 안모(20)씨 ·기숙형 고교 졸업생
#사례 3
“과거에는 농어촌특별전형 대상이 ‘중고교 6년을 농어촌지역에서 다닌 자’라고 했는데, 이제는 상당수 대학이 ‘고교 3년’만 농촌에서 다녀도 농어촌전형 지원자격을 줍니다. 그 기간에만 학생과 부모가 모두 읍면 소재지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면 농특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선지 중3 때 한꺼번에 많은 학생이 전학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담양, 청평 중학교도 그렇고, 경북의 몇몇 지역에서도 그렇습니다. 전학 오는 애들이 모두 부모와 같이 실제로 이사 오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만 오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럴 때는 부모의 주소지를 읍면 지역으로 옮겨놓습니다. 그래야 3년을 인정해주거든요. 그러나 이런 경우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아요. 대학에는 주민등록초본만 내면 되니까요. 농어촌 학생이 아닌 외부지역 학생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걸 보면 안타깝습니다. 예전처럼 6년 이상 농어촌 지역에 산 학생들로 한정하면 진짜 농어촌 학생들이 혜택 보지 않을까요.”- 김유동 ·전교조 전남지부 전 정책실장
농부 딸? 어부 아들?
일반적으로 ‘대입 농어촌특별전형(이하 농특전형)은 농부 딸 어부 아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로 알고 있다. 원래 취지가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는 농어촌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출신 지역만 규정했지 부모의 직업군은 애초부터 제한 대상이 아니었다. 한 교육부 관계자의 말이다.
“당초 이 제도는 농어촌이라는 ‘지역’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농어촌지역에 사는 학생이라면 부모의 업종과 관계없이 이 전형을 이용할 수 있다. 자영업에 종사하든 농업에 종사하든 관계없다. 다만 확률적으로 농어촌에 거주하면 학부모가 농어민일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농어촌특별전형 지원자격을 명시할 때도 부모 직군에 대한 언급은 없다. 성균관대는 ‘농어촌지역(행정구역상 읍·면지역) 소재 고교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로서 고교 재학기간 중 본인과 부모 등 보호자가 모두 농어촌지역에 거주한 자’에 농특전형 지원자격을 준다. 한양대는 ‘부모가 읍면에 거주하지 않았더라도 학생이 12년간 읍면지역에 거주한 경우도 지원 자격을 준다. 서울대 입학처 관계자의 말이다.
“부모 직업을 강제적으로 묻지는 않지만 학생 추천인한테 ‘어려운 환경을 적어주십시오’라고 한다. 게다가 면접에서 이것저것 묻다 보면 가정환경 얘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원서 접수서류상으로 보면 부모가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학생이 많은데 합격한 학생들의 부모 직업을 보면 그보다는 교사와 같은 공무원, 사업하는 경우가 많다. 순수 농어업 종사자 자녀는 30%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현재 전형제도로는 부모의 직업군을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업과 관계없는 부분을 묻는 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다만 몇몇 학교의 경우 면접을 통해 농어업 종사자 자녀에게 먼저 혜택을 주기도 한다. 이화여대 농어촌전형 입학 관계자는 “면접 과정을 통해 부유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학생에게 더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물론 직군에 따라 혜택을 주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입학처 관계자는 “농업에도 대규모 농업이 있고, 자영업 중에도 아주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어 이 중 누구를 더 어려운 상황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서울대의) 제도 도입 시점인 2000년부터 이 부분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아 접어둔 상태다”라고 밝혔다. 강원도의 한 고교 교사는 “지역 유지라도 그 지역에 오래 살았으면 지역 발전을 도왔으니 그 자녀에게 혜택을 주는 건 문제될 것 없다”며 직군에 따른 혜택 부여에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