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호

박문일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건강한 자연 임신 비결”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0-07-01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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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대 의대 박문일 교수는 탤런트 채시라, 뮤지컬배우 최정원 등의 수중분만을 집도한 산부인과 전문의. 우리나라에 ‘젠틀 버스(gentle birth)’를 소개한 선구자로 꼽히는 그가 최근 자연 임신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 박 교수가 지적하는 불임 치료 시술의 폐해와 건강한 자연 임신 노하우를 소개한다.
    박문일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불임클리닉이 대중화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산부인과, 한의원, 심지어 절, 교회, 성당 문까지 두드리는 이가 많다. 보건복지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우리나라의 불임 부부는 8만7000쌍. 전체 부부 8쌍 중 1쌍이 자녀를 갖지 못해 고민한다. 정부는 불임 부부를 위해 시험관 아기 시술비를 지원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펴고 있다.

    그런데 한양대 의대 박문일 교수는 “불임에 대한 논의가 과장돼 있다”고 말한다. 이 주장에 관심이 쏠리는 건 그가 습관성 유산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기 때문. 습관성 유산은 불임의 대표적인 양상 가운데 하나다. 유산이 반복돼 출산에 이르지 못하는 증세를 가리킨다. 박 교수는 이 분야 연구로 세계주산(周産)의학회 우수논문상, 세계산부인과학회 최우수논문상 등을 받았다. 의사생활 25년간 숱한 ‘불임’ 환자를 만나고 치료해온 그가 무슨 근거로 “불임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하는 걸까.

    “우리가 불임이라고 부르는 것 중 절대 다수는 일시적으로 임신에 곤란을 겪는 ‘난임(難姙)’이기 때문입니다. 조물주는 모든 생명체에게 자손 번식의 능력을 줬어요. 과정상 어려움이 있다 해도 수정 자체가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어려운 출산을 ‘난산’이라고 하듯이 어려운 임신은 ‘난임’이라고 해야 한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불임’이라는 말이 사용되면서 정상적인 부부들까지 검사와 치료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요.”

    박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임신이 잘 안 되는 동물이다. 건강한 부부가 한 번의 월경주기 내에 임신할 가능성은 15~25%. 나머지는 모두 임신에 실패한다. 반면 쥐의 임신율은 100%에 달하고, 침팬지도 70~80%다. 인간은 포유류 가운데 임신 성공률이 가장 낮다.

    ▼ 만 35세 이하의 건강한 부부가 피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 생활을 하는데도 1년 이내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경우를 불임이라고 한다고 들었는데요.



    “의학적인 기준은 그렇지요. 하지만 임상적으로 볼 때 건강한 부부가 1년 이내에 자연적으로 임신해 만삭 출산에 이르는 확률은 30%가 채 안 돼요.”

    쉽지 않은 임신

    수정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85%에 달한다. 문제는 이중 70%가 출산 전 유산된다는 점. 20%는 본인이나 의사가 아는 유산이지만, 나머지 50%의 유산은 아무도 모르게 진행된다. 수정이 되자마자 여성의 몸에 흡수되기도 하고, 착상이 되기 전 수정란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월경 주기의 변화 없이 다음 생리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사이 혈액 검사를 통해 임신 사실을 확인하지 않는 한 본인도 모른 채 지나갈 수밖에 없다.

    ▼ 유산율이 왜 이렇게 높은 건가요.

    “전문가들은 임신 초기 자연유산의 원인은 대부분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라고 말합니다.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태아는 자궁 내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사망한다는 거지요. 달리 말하면, 아주 촘촘한 체를 가진 조물주가 건강하지 못한 아기를 걸러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수정률이 낮은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수정이 안 됐을 때, 혹은 유산이 됐을 때는 좌절할 게 아니라 건강한 아이를 갖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옳습니다.”

    박 교수가 말하는 ‘준비’는 건강 관리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임신이 좀 어렵다 싶으면 바로 병원을 찾는데, 임신을 위해 할 일은 불임클리닉에 가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있는 임신의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문일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바른 영양 섭취 등 적절한 임신 준비만으로도 자연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박문일 교수.

    ▼ 불임 환자도 아닌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말씀이지요?

    “제가 ‘불임’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건 그 말이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만들기 때문이에요. 의사가 많아지면 질병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기침 몇 번 하면 감기가 되고, 진짜 감기는 폐렴 취급을 받고…. 불임의 기준도 자로 긋듯 ‘1년’이라고 정해놓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사람의 수정 능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직장 스트레스, 운동 부족, 영양 불균형, 고령, 잘못된 생활습관과 임신에 대한 준비 부족 등이 골고루 영향을 끼친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런 임신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첫걸음은 의학적인 치료가 아니라 자발적인 임신 노력, 즉 건강 관리라는 것이다.

    남성용 비타민 섭취

    박 교수에게 ‘불임클리닉에 다니지 않고도 임신에 성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들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남편의 몸 관리’다.

    “많은 사람이 난임은 여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절반은 맞지요.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정확히 남성의 문제라는 걸 인식해야 해요.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게 정자 수 감소지요. 1940년 남성의 평균 정자 수는 정액 1ml당 1억1000만개였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1990년에는 평균 6000만개로 줄어들더니, 불과 10년 만인 2000년에는 다시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미래학자들이 인류 멸망의 원인으로 남성 정자 수 감소를 꼽는 건 기우가 아니에요.”

    개체 수뿐 아니라 운동성도 문제다. 국립독성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남성의 정자 운동성은 2001년부터 이미 비정상 수준인 50%이하로 떨어져 있다. 박 교수는 “불임클리닉 검사에서는 정액에 정자가 한 마리만 있어도 ‘정상’ 판정을 내린다. 실제로는 건강하지 않아 임신이 안 되는 사람을, 건강한데 임신이 안 되는 ‘환자’로 만들어 ‘치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치료를 받지 않고 정자의 개체 수와 운동성을 높이는 방법은 뭘까. 적절한 영양 섭취, 잘못된 습관 교정, 그리고 적절한 운동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임산부용 비타민제를 파는 것과 마찬가지로 임신을 준비하는 남성을 위한 비타민제도 판매한다. 여성들이 선천성 기형아를 예방하기 위해 복용하는 엽산도 남성이 함께 먹는다. 그는 “우리도 남성들이 건강한 임신을 위해 미리부터 영양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엽산과 비타민C, 비타민E, 아연, 셀레늄 등의 무기질이 포함된 제품이 적합하다.

    남편이 만 35세 이상인 경우 항산화제나 항산화요소가 많이 포함된 건강 기능성 식품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정자의 운동성이 감퇴하는 것을 늦춰주기 때문.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남성의 정관에 성숙한 정자가 포함될 가능성은 90%. 만 40세를 넘으면 이 수치가 50%로 떨어진다.

    한참 이야기를 풀어가던 박 교수가 갑자기 “그런데 오늘 사정되는 정자가 며칠 전에 만들어진 건지 알고 계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1번 어제, 2번 일주일 전, 3번 한 달 전, 4번 석 달 전.

    동행한 남자 사진기자는 3번 ‘한 달 전’을 꼽았다. 오답이었다. 정답은 4번 ‘석 달 전’이다.

    “이 문제의 답은 의사들도 잘 몰라요. 일반 남자들은 생각해본 적도 없을 거고요. 고환에서 만들어진 원시정모세포가 자라서 성충 정자가 되는 데는 평균 74일이 걸립니다. 이 놈이 수정력을 갖추려면 다시 2주가 더 지나야 하죠. 정자가 수정력을 갖고 난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힘을 얻기까지 약 90일이 걸리는 겁니다.”

    오늘 건강한 아이를 만들려면 최소한 3개월 전부터 준비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영양 섭취도, 습관 교정도, 적절한 운동도 최소 3개월 이상은 계속해야 한다.

    BMI 20~25

    ▼ 남성의 음주, 흡연도 임신에 영향을 끼치나요?

    “물론입니다. 심지어 남성의 비만이 불임이나 유산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수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지요. 과다한 지방 조직이 성호르몬 대사 작용에 문제를 일으켜 정자 생성을 방해한다는 분석이 많아요. 지방이 체온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요. 정자를 생성하는 고환이 뜨거워지면 비정상 정자가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임신을 준비하는 남성은 고환을 압박할 수 있는 자전거 타기를 피하는 게 좋지요. 사우나도 삼가고, 운동 후엔 반드시 찬물로 고환을 식혀줘야 합니다.”

    박 교수는 남성 비만 못지않게 임신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여성의 저체중을 꼽았다. 그는 제자들의 주례를 설 때마다 깡마른 신부 모습에 혀를 찬다고 했다.

    “신랑은 뚱뚱하고, 신부는 깡마른 커플이 임신을 시도하면 어떻게 될까요. 부부 둘 다의 문제 때문에 난임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의학 책을 보면 피겨 스케이팅 선수, 무용수, 체조 선수는 세 가지 의학적 문제를 갖는 경우가 많다고 나옵니다. 식이장애, 골다공증, 그리고 무월경증이죠. 무월경은 난임과 직결되는 문제예요. 임신을 하려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합니다.”

    적정 체중은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눠 체질량을 계산하는 BMI 지수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여성이 월경을 시작하려면 적어도 17%의 체지방이 필요하고, 월경이 유지되려면 22%의 체지방이 필요하다. 영국 연구에 따르면 BMI지수가 18.5 이하인 여성은 정상 체중 산모에 비해 유산 가능성이 72%나 높게 나타났다. 저체중 신생아는 태어날 때부터 호흡기나 소화 기능이 미숙한 경우가 많고 발육이 더디며 사망률도 높다. 성인이 돼 대사증후군 고지혈증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을 앓을 위험도 정상 체중아에 비해 2~6배 높다. 그래서 불임치료 받지 않고 임신하기 위한 두 번째 키워드는 ‘아내의 몸 관리’다.

    ▼ 아내가 비만인 경우에도 임신 확률이 떨어지겠죠?

    “물론입니다. BMI지수가 높은 여성은 월경주기가 불규칙하고 수정 능력이 떨어지며 유산 확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젊은 여성에게 나타나는 무배란성 불임은 보통 다낭성 난소 질환 때문에 생기는데, 다낭성 난소 질환 환자의 절반은 비만 여성이에요. 체중만 줄여도 배란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서 임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지요.”

    계획과 준비

    박 교수는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난임 부부의 체중 관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불임부부에게 시험관 아기 시술비를 지원할 때 ‘정상 체중을 유지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보면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으러 오는 이 가운데 절대 다수가 비만, 혹은 저체중입니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그분들은 시험관 시술을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자와 난자 자체가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불임부부 치료비’는 국민 세금으로 마련하는 것 아닙니까. 정말로 임신을 준비한 부부, 건강한 몸을 갖춘 부부에게만 지급하면 건강한 아이를 낳을 확률도 높아지고, 국민 건강 증진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겁니다.”

    박 교수는 “임신을 준비하는 몸은 인간이 평생 살아가는 동안 가장 건강한 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바로 그때 새끼를 만든다는 것이다.

    “수의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짐승은 동면에 들어가 푹 쉬고, 봄에 새로운 영양을 흠뻑 흡수했을 때가 바로 가임기라고 합니다. 인간에게 가임기가 따로 없는 건 스스로 그쯤은 조절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있기 때문인 거죠.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동물만도 못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박문일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자신에게 진료를 받아 건강한 임신·출산에 성공한 산모가 보낸 감사 편지를 읽고 있는 박문일 교수.

    ▼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임신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짓’이라는 말씀이군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몸 관리 제대로 안 하는 걸 넘어 아예 ‘실수’로 임신하는 사람들까지 있지 않습니까. ‘임신한 줄 모르고 약을 먹었어요. 수술해주세요’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밉습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여성이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감기약을 먹거나 엑스선 촬영을 한 탓에 하는 임신중절수술은 전체 낙태의 12.6%에 달한다. 임신중절수술은 감염, 출혈, 자궁외임신 등 여러 합병증을 유발해 불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는 “자연 임신을 하려면 결혼 전, 아니면 최소한 임신 100일 전에는 부부가 함께 전문의를 만나고 체계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것이 ‘사람’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다.

    건강한 자연 임신을 위한 몸 만들기를 마쳤다면 이제는 행복한 섹스를 할 차례다. 박 교수는 이것을 세 번째 키워드로 제시하며 “행복한 섹스가 임신 확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난임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아기를 갖겠다는 열망에 배란일을 예측하고, 가장 좋은 시간에 가장 좋은 체위로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스트레스가 된다면 임신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즐길 필요가 있다. 분위기에 따라, 기분에 따라 사랑을 나누는 것만으로 임신에 성공한 사례가 아주 많다”고 조언했다.

    행복한 임신 TLC

    섹스가 즐거워야 임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다. 임신은 상당히 복잡하고 신비로운 메커니즘으로 이뤄진다. 사정을 통해 1억개의 정자가 배출되면 그 가운데 약 100만개가 자궁경부 입구의 점액까지 이른다. 이때 질 내 압력 변화가 정자를 자궁경부 입구로 빨아들인다. 다시 12시간에 걸쳐 자궁 내부를 통과해 난관에까지 이르는 정자 수는 약 100~500개. 이 중 단 하나의 정자만이 난자 벽을 뚫고 수정에 성공한다. 영국 셰필드대 남성병학과 연구진에 따르면 짜릿한 섹스를 할 경우 사정되는 정자 수가 약 2500만개나 더 늘어난다. 활동량 역시 평소보다 훨씬 많아진다. 여성은 오르가슴을 느끼면 자궁 근육을 수축시켜 정자를 더 잘 빨아들인다. 결과적으로 임신이 촉진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시어머니들은 아들 부부가 아이를 갖지 못할 경우 며느리 책임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어요. 산모들이 펑펑 울면서 털어놓는 얘기를 들으면 드라마 대사가 따로 없습니다. ‘우리 아들은 잘나서 임신 잘만 시켜주는데 왜 네 몸에만 가면 떨어지냐’ ‘너는 우리 집에 대를 끊으려고 들어왔니’….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임신이 될 리가 있습니까.”

    그래서 박 교수는 건강한 자연 임신을 위한 네 번째 키워드로 TLC(tender loving care),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들었다. 국내 최초로 습관성 유산 클리닉을 개설해 20여 년간 일해온 임상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예전에는 아무리 검사해도 임신 실패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난임 부부들에게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현대의학으로는 도와드릴 수 없어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요즘엔 ‘현대의학으로 원인을 찾지 못한다는 건 두 분께 아무 문제도 없다는 뜻이다. 불안해하지 말고 더 노력해보자. 틀림없이 임신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 한마디 바꾸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달되고, 많은 부부가 임신에 성공하지요.”

    박 교수는 최근 늘고 있는 고령 임신에 대해서도 미리부터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때 의사들은 만 30세 이상 여성이 아이를 갖는 건 위험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198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고령 임신의 기준을 만 35세 이상으로 정의하면서 이런 우려는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실제로 많은 산모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 건강하게 자녀를 낳고 있다. 그는 “WHO의 기준이 머지않아 만 40세 이상으로 바뀔 가능성도 높다. 현대의학은 30대 후반, 40대 초반까지 출산을 원하는 모든 여성에게 안전하고 성공적인 임신을 보장하기 때문”이라며 “남편과 아내, 주위 사람들이 즐겁게 임신을 준비하고 따뜻하게 서로를 돌봐주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자연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불안해하지 말고 TLC의 힘을 믿으라”고 했다.

    태아 프로그래밍

    박 교수가 자연 임신과 정서적으로 행복한 임신 환경을 강조하는 건 그것이 태아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른바 태아 프로그래밍 이론이다. 미국 코넬대 ‘임신-신생아 연구센터’ 소장인 나다니엘 교수는 한 사람의 건강 상태는 임신 기간 중 이미 ‘프로그래밍’ 된다고 주장했다.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등 대부분의 만성 질환은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수정과 임신의 전 과정이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 엄마 배 속에서 평생 걸릴 병을 모두 갖고 태어난다는 뜻인가요.

    “엄마 배 속에서 결정된 사항이 아이의 평생 건강을 결정짓는다는 뜻이죠. 엄마가 임신 중에 잘못 먹거나 산소 부족 상황에 처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영향이 아이에게까지 미칠 거라는 건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하잖아요. 실제로 산모가 겪은 저영양 스트레스, 저산소 스트레스, 심리적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전이돼 아이도 똑같이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특정 호르몬이나 효소를 사용해버린다는 거죠. 건강한 산모의 태아는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중요한 효소들을 써버리면, 아이는 빈껍데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온갖 질병에 무방비상태인, 벌거벗은 몸으로 세상에 태어나게 되는 거지요.”

    그는 주위에서 생활 습관과 건강 상태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를 흔히 보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고지방식을 즐기는데도 심장이 아주 건강한 사람이 있는 반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데도 간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전자는 태아 때 영양 공급을 충분히 받아서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잘 분해하도록 프로그래밍된 행운아, 후자는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태어난 사람이다.

    수정란을 만드는 정자 난자 자체가 건강하지 못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불임 치료를 받은 뒤 태어난 아이가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에 비해 자폐증이나 뇌성마비에 걸릴 확률이 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임신을 어렵게 만든 부모의 건강상 문제가 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불임 시술을 받아 임신하기보다는, 몸이 건강을 회복해 스스로 수정력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유다.

    “불임 치료 도중 발생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지요. 시험관 임신을 하려면 기다란 바늘을 여성의 골반 내부로 삽입해 숙성된 난자를 채취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요.”

    물론 치료를 받아야만 임신할 수 있는 부부도 있다. 완전한 무정자증이나 조기 폐경증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의 난자나 정자를 빌리는 등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치료를 최대한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아 임신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 ‘베이비 플랜’을 펴냈다.

    “불임 치료는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럽습니다. 부부뿐 아니라 태아에게도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불임클리닉에 기울일 노력을 영양 섭취, 환경 개선, 습관 교정, 적절한 운동에 투자하면서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임신을 기다리십시오. 분명히 건강한 아이를 얻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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