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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괴짜들 ⑪

전통태교 연구하는 물리학자 김수용 KAIST 교수

“태교 연구에 국비 지원하면 금세 선진국 된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전통태교 연구하는 물리학자 김수용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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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태교 연구하는 물리학자 김수용 KAIST 교수
귀국 후 한 번 더 ‘뇌는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궁금하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1992년의 일이다. 그해 우리나라는 핀란드에서 열린 제23회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 사상 최초로 학생들을 출전시켰다. 김 교수는 ‘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단’ 부단장을 맡아 전국에서 선발한 우수한 중·고등학생들의 대회 준비를 도왔다. 그런데 미국에서 본 ‘신기한 아이들’이 여기에도 있었다. 제대로 물리를 공부한 적도 없으면서 대학교, 대학원 수준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학생들이었다. 내용을 물어보면 정작 잘 몰랐다. 대신 머리를 쓸 줄 알았다. 얘네와 일반 아이들의 차이는 뭘까. 그걸 알아낼 방법은 없을까. 문득 미국에서의 궁금증이 되살아났다.

이듬해 연구자로서 한창 자신감이 치솟던 그가 이 연구에 뛰어들기로 한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싶었다. 우수한 학생들이 김 교수의 연구실로 모여들고 있고, 국내 유수의 기업과 산학협력도 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주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뇌 연구가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마. 그런데 그 연구를 왜 하필 네가 하느냐.”

기자의 첫 의문과 비슷한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동료 교수들의 놀라움이 특히 컸다.



“김 교수, 왜 그래요?”

“내놓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뒤에서 수군수군 하는 소리는 많이 들었죠. ‘김 교수, 왜 저러는 거예요?’ 같은. 사람의 뇌는 생물학, 의학, 약리학 혹은 심리학에서, 어쨌든 물리학은 아닌 학문의 틀로 연구할 분야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제가 우리나라 물리학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뇌 연구 하겠다고 나섰을 겁니다. 그러니 다들 눈이 동그래졌죠.”

그는 자신 있었다. 그동안 배우고 실험해온 정통 물리학의 틀이 뇌를 연구하는 데 새롭지만 유용한 접근 방법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1980년대 중반, 뇌파가 뇌의 작동 정보를 담은 카오스(chaos)적인 신호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외 물리학자들이 하나둘 뇌 연구에 눈길을 돌리는 참이었다.

“뇌파는 대뇌피질에 있는 신경세포가 활동할 때 머리 표면에 전위차가 생기면서 형성되는 파동이에요. 예전에는 뇌파가 아무 정보 없는,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됐죠. 그런데 1980년대 중반 이 파동을 분석하면 뇌의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겁니다.”

뇌파는 이내 자연과학의 중요한 연구 분야가 됐다. 의학, 생물학, 심리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이 뇌파 연구에 뛰어들었다. 물리학자들이 이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카오스 이론’이 바로 물리학계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카오스적인 신호란, 언뜻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일정한 질서가 있는 신호를 가리키는 말. 물리학자들은 카오스 이론을 통해 복잡한 시스템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해왔다. 김 교수는 “인간의 뇌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최신 카오스 이론을 이용해 뇌파를 분석하면 그 속에 감춰진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건 생물학에서도, 의학에서도, 약리학에서도 할 수 없는 접근법이에요.”

그는 독학으로 뇌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저널에 관련 논문도 실었다. 지금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로 있는 정재승 박사는 그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첫 제자다. 하지만 연구를 이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세간의 무관심과 오해 때문이다. 그는 “정 박사만 해도 석사 끝내더니 다른 연구실로 가겠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이 ‘너 물리학 하려고 대학원 간 애가 왜 그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한다는 것이었다. 미래가 불안한 눈치였다. ‘처음 시작하는 분야라 지금은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하면 길이 보일 거다’며 붙잡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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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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