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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⑦

스승은 내 주변에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라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스승은 내 주변에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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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추시대의 공자는 요즘 화두로 떠오른 ‘지식경영’의 본질을 꿰뚫은 지식경영의 선구자다. 공자에게 지식이란 낯익은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요, 배움을 좋아하는 것이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이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었다. 검색엔진 구글은 이런 공자의 지식경영론을 가장 잘 구현하는 현대 기업이다.
스승은 내 주변에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라

유교의 인간관은 ‘관계’에 기초한다. 즉, 오륜(五倫)은 ‘관계적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이며 그 첫째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다.

구글 검색은 유형의 상품이 아니라 추상적인 상품을 생산한다.

‘지식’이라는! (켄 올레타, ‘구글드’)

공자가 바라보는 인간은 서구 근대의 ‘존재론적 인간’이 아니라 ‘관계적 인간’이라 할 만하다. 서구의 인간관이 ‘더 이상 쪼개지지 아니하는 원자’(in-dividual), 즉 개인을 기초로 한다면, 공자의 인간관은 ‘관계’에 기반을 둔다. 말하자면 유교는 ‘관계’의 바탕 위에 지은 집이다. 정약용이 공자사상의 핵심인 인(仁)을 ‘사람과 둘’(+二)로 쪼갠 뒤 ‘두 사람이 서로 좋은 관계를 맺을 때 따라붙는 이름’으로 정의했을 때, 그의 심중에는 이미 ‘관계적 인간관’이 전제되어 있었다.

문제는 사람 사이에서 관계 맺기를 제대로 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상대가 바뀜에 따라 ‘나’가 변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에게 아비가 되었다가 아내를 만나면 남편이 되고 학생 앞에선 교수로 변한다. 맹자는 사람 관계를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오륜(五倫)이다. 첫째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요, 둘째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며, 셋째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고 넷째가 형과 아우의 관계이며, 다섯째가 동료 관계다.

여기 다섯 가지 관계망은 제각각 그 코드가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망(net)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친밀함’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요구된다(父子有親). 즉,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네트)는 ‘유친’이라는 운영체계(OS)를 갖출 때라야만 소통이 가능하다. 또 부부라는 네트에는 ‘유별난 사랑’이라는 OS가(夫婦有別), 군주와 신하 사이의 네트에는 ‘의·불의’라는 OS가 요구된다(君臣有義). 이 네트워킹에 성공하는 사람을 군자라 칭하고, 서투르거나 실패하는 사람은 소인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논어’, 즉 유교는 네트워크의 체계다.



유교는 네트워크의 체계

그런데 상대방과의 소통에 성공하려면 우선 사람을 제대로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공자는 지식(知)을 ‘사람을 아는 것’(知人)으로 정의한다(논어, 12:22). 사랑하기 위해선 알아야 하고, 알아야만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다! 이것이 공자사상의 구조다. 그렇기에 ‘논어’는 그 첫 대목을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즉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 기쁘지 않으랴’라는 학습과 지식의 선언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공자의 인간관과 오늘날 인터넷의 관련성을 추출할 수 있다. 인터넷이란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을 이른다.

“오늘날 외교는 ‘공공과 민간의 관계자들로 구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를 동원해야’하고, CEO들은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네트워크 형태의 수평세계로 이동’하는 현상을 절감하고 있으며, 미디어는 점점 ‘거대한 대화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온라인 블로그와 참여적 미디어’로 구성된다. 사회 자체가 네트워크로 묶이면서 마이스페이스의 세상은 ‘아워스페이스(OurSpace)’라는 전 지구적 세상을 형성하며 대륙과 대륙 사이의 수백만 명을 연결해준다.” (켄 올레타, ‘구글드’, 447쪽)

너와 내가 접속하여 우리가 되는 인터넷은, 너와 내가 관계를 맺어 ‘우리’가 되는 유교적 인간 세계와 그 구조가 같다.

인터넷 세계의 두 번째 특징은 지식과 정보의 상호교류에 있다. 과거 위에서 아래로 명령이 내려지고 아래에서는 그 지시에 따르던 상하관계가 횡적 관계로 전환됐다. 지식과 정보의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지식정보시대의 조직 원리는 기필코 “혁신적이고 유연하고 창조적인 인간의 속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조직이 중앙집권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수직적 조직을 수평적이고 시장 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게리 해멀, ‘조선비즈’, 2010. 5.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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