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장과 감이 상극이라는 점은 한약물의 고전 ‘본초강목’에서도 지적하고 있다. 감나무 편에 “대개 게의 경우 감과 함께 먹으면 사람을 복통하게 하고 설사하게 한다. 감과 게는 모두 찬 음식이다”고 하면서 실제적인 경험까지 기록해놓았다. 왕구의 ‘백일선방’에는 “혹자가 게를 먹고 홍시를 먹었는데 밤이 되자 크게 토하고 이에 토혈하게 되었으며 인사불성이 되었는데 목향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는 대목이 있다.
게의 성질이 찬 것은 옻의 독을 해독할 때 쓰는 약성으로 알 수 있다. 옻은 잎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줄기가 빨갛다. 붉은 것은 뜨거운 성질을 갖고 있다. 속이 찬 사람은 옻닭을 고아 먹으면 설사가 멈춘다. 성 능력이 약해도 옻닭을 먹으면 양기가 솟는다고 보양식으로 먹기도 한다. 맵고 더운 성질이 있는 만큼 차갑게 응결하거나 막힌 것을 녹여서 치료하는 데 자궁종양을 잘 치료한다. (‘명의별록’)
옻을 먹고 피부염이나 두드러기가 생길 때 게장을 바르면 사라진다. 게는 겉은 딱딱하고 내부는 부드러우며 뱃속 부분이 달(月)의 크기에 따라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므로 달처럼 차가운 성질을 갖고 있다. 게에 옻을 갖다대면 게가 물로 변해버리고 다시 응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옻이 알려진 것은 낙랑고분의 칠반명문(漆盤銘文)에서이며 당나라 이후 우리나라 옻 품질의 우수성이 중국에 알려져 중국에서는 신라칠이라 했다. ‘계림지(鷄林志)’에는 ‘고려황칠은 섬에서 나는데 절강사람들이 이것을 신라칠이라 한다’고 기록돼 있다. 그 섬이 바로 지금의 완도다.
게장과 감을 함께 먹으면 위험하다고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위험에 처할 정도로 독약과 같은 것은 아니다. 평소에 지병이 있었거나 특히 소화기 계통이 약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경종은 엄청난 스트레스의 희생자다. 14세 무렵에 생모인 희빈 장씨가 사약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후 벌어진 정치상황은 보통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충격을 주어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다. 경종 4년 8월2일 기록에는 이런 일면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동궁에 있을 때부터 걱정과 두려움이 쌓여서 드디어 형용하기 어려운 병이 생기게 되었는데 해가 갈수록 더욱 고질이 되어 화열이 위로 오르면서 때때로 혼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