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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그림으로 전세계를 연결하는 아티스트, 강익중

“공공미술은 명랑한 혁명, 사회를 흔들어 깨우는 게 예술가 임무”

  • 뉴욕=이남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그림으로 전세계를 연결하는 아티스트, 강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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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x3인치’ 그림으로 거대한 행복의 세계를 창조한 미술가.
  • 소박하고 친근한 일상의 이미지로 세계 평화와 통일을 말하는 운동가.
  • 예술로 인생의 통찰을 전하는 ‘만년 소년’ 작가의 꿈과 희망.
그림으로 전세계를 연결하는 아티스트, 강익중

미국 뉴욕 첼시 25번가 첼시아트빌딩 20층 작업실에서 만난 강익중. 작업실 베란다에 서면 맨해튼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익중(50)은 천진하게 웃는다. ‘중년의 징후’라곤 찾아보기 힘든 소년의 얼굴을 한 채. “호는 그냥이고요, 이름은 익중입니다.” 화려한 치장이 없는 말투는 담백하다. ‘대가(大家)’의 힘은 이토록 꾸밈없는 순박함에서 나오는가.

그는 세계 곳곳에 작품을 남긴 ‘스타’ 설치미술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프린스턴시 공립도서관, 뉴욕 퀸스 지하철 메인스트리트역,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중국 상하이엑스포 한국관(10월까지 설치)…. 발길 닿는 곳마다 그가 만든 초대형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별이 모인 ‘거대한 우주’다. 작은 캔버스 그림 수천 점을 모아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라진 서울 광화문 복원공사 가림막 설치그림 ‘광화에 뜬 달’도 그가 창조한 우주다. 60×60cm의 달항아리 그림 2616개로 구성된 이 작품은 높이가 27m, 폭이 41m에 달한다. 그가 매일 18시간, 6개월간 붓 대신 손으로 일일이 그려나간 그림은 옛 도공의 혼이 느껴질 정도로 경건하다. 산세와 도심의 풍경을 아우르는 가림막 앞을 지날 때마다, 그의 무시무시한 에너지와 상상력에 압도되곤 했다.

“불행은 산만한 것”

지난 7월, 대학원 공부차 머물던 뉴욕에서 강익중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인터뷰를 요청한 시점이, 운 좋게도 그가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 1층에 전시할 새 작품을 모두 그린 뒤였다. 그는 26년째 미국 뉴욕에 살고 있다.



인터뷰는 9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그는 “이렇게 기자를 오래 만난 것 처음”이라고 했다. 뉴욕 차이나타운 내 공원과 인근 작업실, 첼시 25번가 빌딩의 새 작업실로 장소를 옮기며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1년 365일 중 손님 만나는 날이 3~4일도 되지 않는다”는 ‘바른생활 사나이’가‘작은 일탈’을 시도한 셈이다.

단정한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그의 모습이 그렇게 평범할 수 없다. “점심 같이 드시겠어요?” 그가 기자를 처음 안내한 곳은 뉴욕 차이나타운의 한 베트남 샌드위치 가게. 소시지, 오이, 달걀에 독특한 향의 고수가 들어간 3달러짜리 샌드위치는 푸짐하다. 높은 물가로 악명 높은 뉴욕에서 기적처럼 싼 가격의 성찬(盛饌)이다.

“오전 9시 차이나타운 작업실에 나와 오후 7시까지 그림을 그려요. 점심 땐 여기에서 종종 샌드위치를 사 공원으로 가죠. 다른 중국식당에선 3달러50센트에 밥과 국, 반찬 4가지를 담은 도시락을 팔아요.”

그가 싸고 푸짐한 식당에 정통한 건 가난한 무명 화가 시절을 거쳤기 때문이다. 1987년 차이나타운에 조그만 스튜디오를 처음 얻었을 때 그의 관심사는 ‘어떻게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까’였다. 그는 이때부터 마음에 드는 식당을 사진으로 찍고 주소를 기록했다. 그 자료로 만든 것이 바로 ‘굶주린 예술가를 위한 레스토랑 가이드’(1996년)다. 먹고사는 실존(實存)의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승화한 그의 위트가 빛나는 책이다.

‘잘나가는 작가’가 됐지만, 그의 일상은 20여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왜?’라는 질문에 그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는다.

“행복은 단순하게 사는 데서 와요. 산만한 건 불행이고 고통이죠. 좋아하는 것에 온전히 몰입할 때 사람은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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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남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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