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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으로 본 일본과 할리우드의 조우

싸구려가 바다를 건너면 걸작이 되어 돌아오나니

  • 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lotusid@naver.com│

영화 ‘인셉션’으로 본 일본과 할리우드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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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으로 본 일본과 할리우드의 조우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서구에서 일본을 볼 때 흔히 ‘동과 서,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오토모 가쓰히로의 애니메이션 ‘아키라’는 핵전쟁으로 파괴된 이후 다시 건설된 새로운 도쿄가 배경이다. 그 도시의 암울한 풍경은 그러나 현재의 도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거대한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도 쉽게 신사나 절을 만날 수 있는 도쿄의 거리 풍경은 지극히 초현실주의적이다. 그 풍경은 ‘패트레이버’나 ‘별들의 속삭임’ 같은 SF 애니메이션에서 익숙하게 등장한다. 특히 오시이 마모루의 ‘패트레이버’는 도시 개발로 사라져가는 과거의 풍경을 극사실주의적으로 그려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뒤엉켜 있다는 일본 사회의 풍경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매체는 역시 애니메이션이고, 그중에서도 서구의 오타쿠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주로 SF와 판타지물이다. 앞서 말했듯 워쇼스키 형제는 자신들이 오타쿠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일본에서 오타쿠란 단어를 쓸 때에는 약간의 경멸적인 뉘앙스가 담겨있지만, 서구의 오타쿠들은 스스로를 뿌듯해 한다. 서구의 오타쿠들은 일본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적극적으로 서구에 전파하는 선각자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이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이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결코 한순간의 일이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처음으로 북미에 선을 보인 것은 1961년으로 ‘철완 아톰’이 ‘애스트로 보이’란 제목으로 TV에서 방영됐다. 이후 워쇼스키 형제가 실사로 만든 ‘스피드 레이서’(국내에 ‘달려라 번개호’로 방영했다)를 비롯해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방영됐고, 1980년대 이후에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와 ‘기동전사 건담’이 방영되면서 아이들만이 아니라 성인 오타쿠도 생겨나게 되었다. ‘애니메리카’라고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지가 생겨난 것도 1980년대의 일이다.

이후에는 TV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 극장용 애니메이션 ‘아키라’ ‘공각기동대’ 등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할리우드 SF영화에 영향을 주었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제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터들도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라고 공공연히 언급하는 인물이 되었다. 1980년대부터 열광적인 ‘아니메’ 팬이 생겨난 후, 이제는 그들이 할리우드의 주류에 진입해 일본색이 깔린 할리우드 영화를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돌고 도는 수레바퀴



다시 ‘매트릭스’의 경우로 돌아가보면, 이 영화는 일본 대중문화가 확실하게 할리우드에 뿌리를 내린 하나의 상징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기에는 복잡한 혈연관계가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인셉션’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는 ‘블레이드 러너’ ‘매트릭스’ ‘다크 시티’가 어떤 영화인지 먼저 생각해보자. 이미 말한 것처럼 ‘매트릭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오타쿠인 감독이 만든 영화다. 알렉스 프로야스의 ‘다크 시티’는 외계인이 인간을 납치해 기억을 조작하고 그들이 원하는 가공의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외계인과 싸워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다. 그런데 그가 싸우는 방법은 일종의 염력을 이용한 대결이다. 정신력으로 주변의 사물을 움직이거나 파괴하는 것. ‘다크 시티’에서 벌어지는 대결을 보고 있으면 영락없이 ‘아키라’나 ‘드래곤 볼’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현실과 가상현실(혹은 꿈이나 무의식)의 관계를 다룬 영화들이 항상 인용하는 애니메이션이 바로 ‘공각기동대’다. ‘공각기동대’가 시작되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가까운 미래-기업의 네트워크가 별들을 뒤덮고 전자들과 빛이 우주를 누비고 다닌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은 아직 정보화의 진보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다.” ‘공각기동대’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전뇌공간(일종의 인터넷)과 사이보그다.

정부기관의 요원인 쿠사나기는 몸의 대부분이 기계로 대체된 사이보그다. 그는 전뇌공간에서 암약하는 인형사란 해커를 쫓다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육체인가, 정신인가. 인간을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절대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는 ‘아키라’와 함께 서구의 애니메이션 오타쿠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걸작이었다. 이후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현실 vs 꿈, 무의식, 가상현실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공각기동대’에 빚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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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lotusi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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