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호

떠도는 가을

  • 입력2010-09-02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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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도는 가을

    일러스트·박용인

    차 안에 음악이 흐르는데

    음악을 찾아 자꾸 채널을 더듬는다

    이런 것을 뭐라고 하나

    차 마시면서도 차 마시고 싶다고 생각하고

    인도풍의 시인도 아닌데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리운 것을

    강물에 뜬 아파트들이

    불안한 유령처럼 나를 따라오는 강변도로

    이게 아니다! 이게 아니다!

    고개를 저으며 차를 달린다

    차 안에 음악이 흐르는데

    음악을 찾아 채널을 더듬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질문도 대답도 창밖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무릇 산다는 것의 깊이란 무엇일까?

    끝없이 다가드는 허공을 향해 묻고 또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가 보자

    앞으로 앞으로 차를 달린다

    몽롱하게 떠도는 가을 속을 간다

    문정희

    ●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 196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 동국대 석좌교수, 고려대 문창과 교수 역임
    ●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 시집 ‘남자를 위하여’‘오라, 거짓 사랑아’‘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나는 문이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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