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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인간’이며 ‘진정으로 神’인 존재에 대한 오랜 논쟁史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 결혼설의 진실

  •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soft103@hotmail.com

‘진정으로 인간’이며 ‘진정으로 神’인 존재에 대한 오랜 논쟁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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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대 신학부 카렌 L 킹 교수가 최근 ‘예수의 아내 복음서(The Gospel of Jesus’s Wife)’라는 파피루스 문헌의 파편 하나를 공개하면서 세계적으로 예수의 결혼 여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주류 기독교를 통해 독신으로 알려진 예수가 실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고, 일부에서는 예수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예수의 결혼을 둘러싼 다툼의 논거를 통해 진실을 찾아봤다.
‘진정으로 인간’이며 ‘진정으로 神’인 존재에 대한 오랜 논쟁史
카렌 킹 하버드대 신학부 교수가 최근 공개한 이른바 ‘예수의 아내 복음서’는 4세기경 제작됐으리라 추정되는 콥트어 고문서의 일부다. 앞면 8줄, 뒷면 6줄로 된 4×8cm 명함판 크기의 이 문서에는 예수가 그의 제자들과 함께 여자들의 역할에 대해 대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예수는 어머니를 그에게 생명을 준 분이라 언급하고,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는 “나의 아내…제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했다.

카렌 킹 교수는 ‘막달라 마리아 복음서’와 ‘영지주의란 무엇인가’ 등의 책을 낸 인물로, 콥트어로 된 4세기 나그 함마디(Nag Hammadi·이집트 지방 케나주의 도시) 문서 및 영지주의 연구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킹 교수는 이 문서의 ‘아내’는 다른 뜻으로 이해될 수 없고, 말 그대로 ‘아내(wife)’를 의미한다고 했다. 또 파피루스 전문가들에게 조회해본 결과 이번에 발견된 문헌이 인위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그는 문서 자체는 4세기의 필사본이지만, 내용은 본래 기원후 150년경 그리스어로 작성된 것이라 본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버드대 신학부 홈페이지(www.hds.harvard.edu/faculty-research/ research-projects/the-gospel-of-jesuss-wife)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성경에 포함된 복음서에서나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복음서에서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특별히 가까운 관계라는 표현은 여러 번 나오지만 ‘나의 아내’라는 언급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 이 문서의 발견으로 예수의 결혼 문제가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필자는 2001년 발간된 ‘예수는 없다’(현암사)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소상하게 다룬 적이 있다. 예수가 결혼했던가 하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그러다가 60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에 의해 많은 사람이 예수의 결혼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됐다. 그 소설에 의하면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유복자까지 두었는데, 그 딸이 후에 프랑스에서 왕가를 이루었다. 소설에서는 예수의 결혼이나 딸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지 않은 것은, 교회가 그것을 비밀로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예수의 결혼 여부를 밝히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예수가 결혼했을 것이라는 주장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 심지어 예수가 동성애자였을 것이라는 주장이 서로 엇갈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세 가지 주장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이런 토의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알아보기로 하자.



“예수는 결혼했다”

우선 예수가 결혼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피스대의 종교학 교수였던 윌리엄 E 핍스는 ‘예수는 결혼했던가’라는 책에서 예수가 결혼했다고 주장한다. 핍스를 비롯해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예수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에세네’라는 극단의 금욕주의 종파 사람을 제외하면 멀쩡한 사람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유대인의 성경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한 뒤 “생육하고 번식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따라서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는 불법적인 행위로 간주됐다. 종교적 의무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모두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예수가 결혼했다는 말이 성경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결혼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데, 당시로서는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결혼한 사실보다 더 특별한 일이기에 정말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부각해서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둘째, 복음서에 나타난 기록을 보면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관계가 보통 이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가 가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다녔다. 당시 유대 사회의 관습으로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제자로 삼을 수 없고, 여자에게 가르침을 줄 수도 없었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장거리 여행을 비롯해 예수가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동행하는 것은, 보통의 남녀 사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핍스는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부인이었으며, 예수가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가출해 ‘막달라’라고 하는 갈릴리 해변의 조그만 어촌, 한국으로 말하면 기지촌 같은 문란하기로 악명 높은 동리로 가게 됐을 것이라고 한다. 그 후 예수가 그를 다시 데리고 와서 ‘일곱 귀신을 쫓아내고’ 부인 겸 제자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한다.

셋째, 사람들이 예수를 ‘랍비(선생)’라고 불렀는데, 랍비는 보통 결혼한 사람에게 사용하는 말이라는 설명도 있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다. 예수가 결혼하지 않고 가르치려 했기 때문에 일부 사람이 반발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결혼을 해야 선생으로서 가르칠 자격을 얻었다.

넷째, 성서학자 중에는 가나의 혼인 잔치(요한복음2:1~11)가 예수 자신의 결혼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예수와 제자들이 함께하는 혼인 잔치에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있었다는 것도 이상하고, 특히 포도주가 떨어지자 자기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도 손님이 하기엔 지나친 일로 보인다는 점에서다. 유대 관습에 따르면 잔칫집에서는 신랑과 신랑의 어머니, 그리고 연회장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마리아와 예수가 하인들에게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는 등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다. 특히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통해 포도주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자 그것을 맛본 연회장이 ‘신랑’을 불러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고 했다고 하는데, 이때 ‘신랑’이 바로 예수가 아니었던가 하는 주장이다. 물론 예수를 신랑으로 명기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예수가 신랑이었다고 주장하는 성서학자들은 성서 편집 과정에서 예수의 결혼을 은폐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말한다.

다섯째, 성경 ‘마가복음’에는 “안식일이 지나매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살로메가 가서 예수께 바르기 위하여 향품을 사다두었다가”(16:1)라는 대목이 나온다. 예수를 따르던 여인들 명단이 나올 때마다 막달라 마리아는 언제나 처음으로 거론된다. 여기서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당시 유대 사회에서 남자의 시체에 향을 바르는 일은 오로지 부인이나 식구들에게만 허용된 일이었는데, 막달라 마리아가 이 일을 하러 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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