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문대 진학률 높은 영국 NLCS의 첫 해외 캠퍼스
- 석·박사 교사진, 토론과 프로젝트 연구 위주 수업
- 예체능 활동, 기숙사 대항전으로 재능·사회성 키워
1850년 영국의 저명한 교육자인 프란시스 매리 버스가 설립한 NLCS 본교는 이튼칼리지, 해로스쿨 등과 함께 영국 최고의 명문 사학으로 손꼽힌다. 졸업생의 40%가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영국 명문대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2006년부터 6년 연속으로 영국 내 국제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인증 학교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IB 과정은 국제적으로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교육프로그램으로 140개국 3150개 학교에 제공되고 있다.
NLCS 제주의 모든 교육과정을 총괄하는 피터 데일리 교장은 “영국 본교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쓰고 있어 제주 캠퍼스를 나와도 본교 졸업생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교사진도 100% 본교에서 직접 선발해 파견한다”고 말했다.
“NLCS 제주에서는 한국 학력을 인정받기 위한 한국어와 국사 과목만 한국인 교사가 가르칩니다. 대부분의 교사는 영국에서 학위를 받았고 교사의 73.9%가 영국 출신이에요. 다른 국적을 가진 교사도 영국 대학이나 해외 유명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고요.”
피터 교장은 또 “NLCS 제주는 본교와 마찬가지로 학생이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항상 격려하고 그 결과 훌륭한 학업 성적이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 있게 가르친다”고 덧붙였다.
일정 수준 학생만 선발
오케스트라 연습 중인 학생들.
NLCS 제주의 수업방식은 크게 토론과 프로젝트 연구로 나뉜다. 주제와 관련 있는 다른 과목을 연계해 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역사 시간에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승리’라는 주제를 다룰 경우 정치, 경제, 문화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에세이로 제출하는 식이다. 9학년까지 수업 시간은 1교시 35분이다.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한국어와 함께 NLCS 교과과정을 그대로 배운다. 국제 중등교육자격시험을 치르는 시기인 10, 11학년은 한국어 영어 수학 과학 제2외국어 인문학을 필수과목으로 배운다. 대학입학을 준비하는 12, 13학년은 IB 디플로마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학습한다. 방과 후나 주말에는 테니스, 넷볼, 축구, 육상, 탁구, 스쿼시, 배드민턴, 하키, 댄스, 체조, 태권도, 수영, 항해, 승마, 골프, 스쿠버다이빙,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 등 다채로운 예체능 활동에 참여한다.
재일교포 건축가인 이타이 준이 디자인한 NLCS 제주캠퍼스는 학습관과 기숙사는 물론 교내 예체능 활동과 학업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월요일마다 전교생이 모여 조회를 하는 대강당과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는 소강당, 음악실, 미술실, 스튜디오, 수영장, 체육관, 의료센터 등이 그것이다.
이날 피터 교장과 함께 학교를 안내하는 자원봉사에 나선 11학년 김대경(17) 군과 탁예원(17) 양은 “공부 외에도 참여해야 하는 활동이 많아 다른 데 한눈팔 겨를이 없다”며 “학교생활이 재미있어서 아이들이 집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서울 숙명여중 출신이라는 탁 양은 “이곳에 온 지 1년 됐는데 그 사이 영어 실력이 확실히 늘었다”며 흡족해했다.
“예전에는 영어를 듣고 한국어로 생각한 후 다시 영어로 말했는데 지금은 한국어로 생각하는 과정 없이 듣는 즉시 영어로 답하게 됐어요. 공부할 때도 이곳에서는 확실히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예체능 활동을 많이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훨씬 건강해진 느낌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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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NLCS 제주 학생들이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어게인스트 불링’ 행사에 참여해 손도장을 찍은 후 서명하고 있다.
김 군은 “월요일 방과 후에 기숙사끼리 벌이는 예체능 대항이 가장 신나고 재미있다”며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본 것보다 더 흥미진진하다”고 전했다.
기숙사는 남녀 한 건물을 같이 쓰지만 서로 분리돼 있어 왕래하지는 못한다. 7~11학년은 수업도 남녀가 따로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다만 뮤직 드라마 댄스 아트 수업은 남녀 합반이 가능하다. 탁 양은 사춘기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다보면 우발적인 ‘사고’도 날 수 있지 않겠냐고 묻자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쪽으론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숙제나 예체능 활동을 할 때는 교류가 활발하지만 학교에서 사귀진 못하게 해요. 둘만 만나면 큰일 나요.”
이 학교의 연간 학비는 기숙사비를 포함해 4000만 원 선. 웬만한 가정에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액수지만 학교 관계자는 “교육 커리큘럼과 최고의 교사진, 첨단 시설을 감안하면 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숙사에서는 한 방을 2, 3명이 함께 쓴다. 방과 룸메이트는 매 학기(1년에 3학기) 바뀐다. 다른 친구들과도 원활하게 교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기숙사 생활은 5학년부터 가능하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보통 오후 10시 반에 잠들어 오전 6시~6시 반에 일어난다. 7시 반부터 아침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미술교사를 겸하는 알렉시스 커 여자 기숙사 사감의 말이다.
“기숙사에서는 학생이 어느 누구에게도 무례하거나 경멸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요. 낮 시간에는 최대한 학교생활에 집중하고 활기차게 생활하게 하지만 취침 시간인 오후 10시 반에는 모두 잠을 자도록 지도해요. 이때는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없어요.”
그는 남학생과 여학생 기숙사를 함께 운영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없는지 묻자 “남녀 기숙사를 분리해서 관리하는데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 존중하면서 기본적인 규율을 지키도록 하기 때문에 걱정할만한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기숙사 생활은 학생이 독립심과 자율성, 사회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나이 어린 학생에게는 친구들과 함께 자율적으로 생활하면서 독립심을 키울 수 있게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에는 학교폭력이나 왕따도 없다고 한다. 마침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학교폭력 예방 주간을 정해 ‘어게인스트 불링(Against Bullying)’이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일렬로 길게 늘어서서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벽에 도장을 찍고 사인을 했다. 김 군은 “학교폭력을 예방하자는 차원의 행사인 만큼 많은 학생이 공감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교내 예체능 활동도 강요가 아닌 자유의지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학교에서 마주친 학생들은 하나같이 낯빛이 맑고 밝았다.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11학년 여학생이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한국 학교에서는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아요. 부모님도 늘 뭘 하지 말라고만 하지 내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는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이곳은 달라요. 제가 진정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 생활하며 깨달았어요. 내 꿈과 내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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