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도 이젠 힘에 부쳐요 엄마
막차를 손봐 놓고 컵라면을 먹는 새벽 첫 월급 타 사드렸던 빨간 내복이 엊그제 같은데 내후년이 정년이래요 기름때 전 작업복을 빨며 똑똑한 막내아들 못 가르친 죄라며 끝내 우시던 모습 눈에 선해요 야근조 친구들 우리 집 들락거리며 엄마가 해주신 밥 무던히도 먹었는데 철도 공무원도 옛말이고 공사 된 후 노사가 엉켜 사람 얼굴 제대로 보기도 힘들어졌어요 혼자 된 올 추석은 개 보름 쇠듯 지나갔네요 휴가 나온 잘난 손주는 용돈 받아 줄행랑치고 엄마하고 노상 다투던 일흔넷 늙은 형수만 산동네 시절 안주 삼아 산소에서 펑펑 울었죠 요즘 같은 겨울 길목이 야근자에겐 젬병이에요 니글대는 컵라면이야 습관처럼 먹는다지만 해마다 김장해주던 형수마저 떠나고 나면 이제 엄마 손맛도 끊기겠지요 속이 비면 더 춥다고 문지방이 닳게 차려주시던 초겨울 아침 밥상
화롯불 알뚝배기엔
청국장이 졸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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