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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리더십 ⑥

여성의 시대 공감과 포용의 리더십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명지전문대 총장 kwkim0117@mjc.ac.kr

여성의 시대 공감과 포용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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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올브라이트 등 美국무 여성 3인방 맹활약
  • ● 영국病 고친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힘
  • ● 가장 영향력 있는 유럽 지도자 메르켈 독일 총리
  • ● “여성의 특성은 위대하다”
여성의 시대 공감과 포용의 리더십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중요한 대외협상에 나설 때 상징적인 뜻을 담은 브로치를 단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미국 국기인 성조기 모양의 브로치를 단 모습.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등장으로 여성 리더십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여자가 뭘 하겠느냐”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공직에 여성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도 꽤 됐다. 외무공무원, 행정공무원, 법조공무원 등을 뽑는 시험에서 여성 합격률이 50% 전후에 다다른 지도 근 10년이 돼간다. 여성이 공직이나 그 밖의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현상은 남녀평등 내지는 여성 상위시대를 표방하는 시대 흐름과 맞아떨어진다.

우리나라의 제1호 여성 장관은 임영신이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초대 상공부 장관에 임명됐다. 임 장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정당인 조선여자국민당 후보로 ‘경북 안동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제헌의회 유일의 여성 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제1공화국에는 그 외에도 김활란 공보처장(1950년 임명), 박현숙 무임소장관(無任所長官·1952년 임명) 등의 여성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대 우리 정계에서 단연 빛났던 여성은 박순천이다. 그는 1950년 ‘서울 종로갑’에서 민의원으로 당선된 뒤 1963년 민주당 총재 자리에 올라 최초의 여성 당수가 됐다.

197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 정부 고위직에는 여성이 매우 적었다. 최규하 대통령이 문교부 장관에 임명한 김옥길, 5공화국 시절 보사부 장관을 지낸 김정례 정도가 전부다. 여성 장관은 6공화국 때 여성문제를 전담하는 정무2장관직이 신설되면서 꾸준히 배출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는 여성 관련 제반 정책을 다루는 여성부가 신설돼 한명숙이 초대 장관으로 임명되고 환경부 장관을 역시 여성인 김명자가 맡는 등 여성의 정부 참여가 점점 늘어났다. 노무현 정부 첫 내각에는 여성 장관이 4명 있었다. 이후 한명숙이 최초의 여성 총리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여성 장관 후보들이 언론 검증이나 국회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낙마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지난 정부의 사례를 보면 여성은 주로 보건복지부와 여성부에서 장관으로 일했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나 칠레의 경우처럼 국방장관 역할을 한다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여성의 세기, 여성 리더십



여성이 정부 고위직에만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 CEO와 시민단체 대표가 늘고 있다. 이들은 남성 못지않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 21세기는 여성의 세기다.

그렇다면 여성 리더십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여성은 협력·포용력 그리고 통합력이 남성보다 낫다. 둘째, 성실하고 온화하고 부드럽다. 셋째, 감성지수와 호감지수가 높다. 넷째, 마음을 움직이는 화법에 능하다. 다섯째, 감각이 예민해 직감적인 동시에 합리적이기도 하다. 여섯째, 고독한 가운데 자성할 줄 안다. 이는 리더십의 필수 요소다.

여성은 복잡한 성숙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제는 더 이상 철학자 헤겔이 말하던 ‘공동체의 영원한 아이러니’가 아닌, 공동체의 주역이다.

그렇다면 리더십의 필수 요소인 협상력은 어떨까. 필자는 최근 15년간 콜린 파월이 재임한 4년(2001~2005)을 제외하면 미국의 국무장관이 모두 여성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칠기 짝이 없는 국제정세, 특히 미국 대 중동 관계를 책임진 이들의 협상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2012년 9월호는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까지 여성 국무장관들이 ‘활발한 활동에도 지칠 줄 모르는 끈기’로 “이제는 남성들이 뚫을 수 없는 ‘유리 천장 위의 유리 천장’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2008년 취임한 클린턴 장관이 9월까지 방문한 나라는 110개국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98개국, 라이스 장관은 85개국을 다녔다.

여성 국무장관의 또 다른 강점은 감성과 감각이다. 포린 폴리시는 “어떤 남성도 뱀 브로치를 착용해 사담 후세인의 기를 죽인 올브라이트의 ‘브로치 외교’를 흉내 낼 수 없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라이스의 ‘피아노 외교’를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성 최초로 미국 국무장관이 된 올브라이트는 세계 정상을 만날 때마다 윗옷에 어떤 브로치를 다느냐에 따라 화제가 됐다. 그는 “처음엔 아무 뜻 없이 장식을 했는데, 언제부턴가 몸에 지닌 장식이 내 개인 외교의 병기(arsenal)가 됐다”고 했다. 부시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하던 “내 입술을 읽어라(Read my lips)”라는 말을 본떠 동료들에게 “내 브로치를 읽어라(Read my pins)”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는 “독사 같다”는 비난을 받으면 뱀 모양의 브로치를 달아 맞서고, 북한이나 러시아를 방문할 때는 독수리와 성조기 브로치로 미국의 힘을 과시했다.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만날 때는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얼룩말 장식을 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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