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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통해 읽는 우리 神話의 아름다움과 가치”

동북아 신화 연구가 조현설 서울대 교수

  • 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삼국유사 통해 읽는 우리 神話의 아름다움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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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통해 읽는 우리 神話의 아름다움과 가치”
“반면 동아시아 신화에서는 근친상간이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키는 창조적인 행위로 남아 있는 거예요. 우리가 그리스·로마 신화만을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면, 이런 이야기에 담긴 상징적인 함의와 역동성을 잊게 되지요. 인간의 원형을 찾으려는 시도도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게 됩니다.”

삼국유사에서 촉발된 우리 신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런 이야기에 눈을 돌려 진정한 ‘우리 자신’을 찾아나가면 좋겠다는 게 조 교수의 바람이다.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 신화가 파편적이고 빈곤하다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옛 문헌은 12세기 몽골 침입 때 거의 다 소실됐어요. 10세기의 역사를 13세기에 기록한 삼국유사 정도가 고대의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거의 유일한 책인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문화의 빈곤함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 교수는 만주, 몽골, 티베트, 그리고 우리의 무가(巫歌)에는 서구 문명과 현대 윤리의 시각으로 재단되지 않은, 갖가지 인간의 원형이 생생히 살아 있다고 했다. 그는 신화를 “동물적인 본성을 지닌 인간이 자연과는 다른 특유의 생활양식, 즉 문화를 만들 때 탄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모든 신화는 근본적으로 자연과 문화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예컨대 곰 토템을 가진 부족의 사냥 문화는 다른 부족과 다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들은 곰을 사냥할 때 ‘조상이 배고픈 후손을 위해 곰 가죽을 둘러쓰고 스스로 음식이 되기 위해 찾아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조상신의 몸을 먹지만 혼은 다시 조상들의 마을로 간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곰의 몸을 해체할 때 곰이 입은 ‘옷’이 상하지 않도록 단추를 풀 듯 조심스레 가죽을 벗기고, 절대 뼈를 다치지 않도록 했다고 합니다. 뼈의 혼이 다치면 조상신이 재생할 때 불완전하게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신화는 이렇게 인간과 자연 사이의 깊이 있는 관계를 보여준다. 조 교수는 대중이 우리 신화를 읽을 때, ‘지배 권력은 하늘에서 난 것’이라는 이념을 보여주는 건국 신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의 줄기로까지 관심을 뻗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화에는 인류 최초의 사유 형식이 담겨 있고, 그래서 신화를 읽는 건 곧 “오래된 인류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수수께끼를 푸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군신화와 주몽 탄생 신화 같은 건국 신화에 천착하게 된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지식인들이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재료로 건국 신화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조선시대 유학자들에 의해 ‘황당무계한 책’ 정도로 평가받으며 철저히 외면당한 삼국유사가 부활한 것도 바로 이때다. 육당 최남선은 삼국유사의 단군신화 부분을 특히 인상 깊게 여겼고, 박은식 등과 함께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를 조직해 고전 간행 및 보급 운동을 펼치며 그 일환으로 삼국유사를 출간했다.

동아일보가 1920년 4월, 창간 열흘 만에 시작한 최초의 사업도 단군의 초상화 현상 공모였다. 1921년 4월 22일의 단군어천기념(檀君御天紀念) 행사 안내 기사, 1926년 3월부터 7월까지 연재된 육당 최남선의 단군 학술 논문 등에서도 알 수 있듯, 일제강점기 단군신화와 그 이야기가 담긴 삼국유사는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조 교수는 “그 부분의 가치는 충분히 존중한다. 하지만 우리 신화가 국가와 권력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도구로만 이해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콘텐츠의 보고

현대사회에서 신화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판타지 소설 등의 바탕으로 널리 활용된다.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인도의 고대 서사시집 ‘마하바라타’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는 수많은 신과 갖가지 진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을 언급하며 “언젠가는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도 이름과 성격을 이 서사시집에서 가져온 것이 많다. 신화가 현대의 이성·과학·종교 제일주의를 넘어서는 원시적인 상상력의 보고로 주목받는 셈이다.

조 교수는 우리 신화 역시 이런 흐름의 중심에 놓일 수 있다고 믿는다. 마침 문화계에서도 삼국유사를 바탕에 둔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국립극단은 12월 9일까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수로부인, 처용, 경순왕, 마의태자, 낙랑공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은 연극 5편을 연속해 무대에 올린다. 이른바 ‘삼국유사 프로젝트’다. “역사, 불교, 판타지의 세계가 야사, 민담 등을 통해 표현된 삼국유사를 통해 독창적인 작품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조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곳곳에는 그리스·로마 신화가 살아 숨 쉰다. 그것이 셰익스피어 문학이 시대를 뛰어넘어 널리 읽히는 이유 중 하나”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신화를 현재에 되살리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자와 창작자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연구자로서 그는 일단 삼국유사에 담긴 무수한 상징과 은유를 풀어가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삼국유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역사뿐 아니라 신화와 설화, 한국의 민속 문화와 무속 신앙, 그리고 불교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시중에 삼국유사 해설서가 많이 나와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삼국유사를 공부하는 건 구비문학 연구자이자 신화 연구자인 제게 하나의 숙명이에요. 앞으로 동아시아 신화와 한국의 무속 신화에 대한 해석과 정리 작업을 하면서 삼국유사를 계속 공부해나갈 생각입니다.”

신동아 201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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