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호

NBC VS CBS

美 방송사의 양대 산맥

  •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2012-10-23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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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C VS CBS


    미국의 방송, 특히 지상파 방송 시장은 철저하게 상업화된 방송사들로 구성돼 있다.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공영방송 중심의 방송 시장 구조를 유지해온 반면, 미국의 지상파 방송은 경쟁과 수익을 추구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소유다. 2012년 현재 시점에서 미국 내 지상파 방송 빅3 채널로 손꼽히는 3개 채널 모두 거대 미디어 기업 계열사다. NBC는 미국 내 최대 규모 케이블TV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컴캐스트가 소유하고 있고, CBS는 바이어컴 그룹에서 분할된 기업이며, ABC는 디즈니 계열사다. 빅3 채널이 소유한 미디어 기업 모두 세계 10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포함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 및 케이블TV 채널, 테마파크 등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위한 각 분야를 포괄하는 매우 다각화된 미디어 기업이다.

    이들 빅3 채널 소유 미디어 기업이 영화, 방송, 케이블TV, 유료방송 채널, 상품판매, 테마파크, 해외 유통채널 등 다양한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펼치는 것은 콘텐츠 유통을 위해서다. 제작과 유통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 등을 만든 후 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통 창구가 필요한데, 이들 기업은 이와 같은 목적으로 미국의 지상파 방송시장을 할리우드 영화 유통을 위한 2차 창구로 만들었다. 최근 이들 미디어 기업은 영화와 TV 드라마, 시트콤 등 세계 유통이 가능한 콘텐츠의 다각적 활용을 위해 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를 포함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개국 초부터 자존심 대결

    미국의 지상파 방송 채널들은 미국이 20세기 초반 통신 기술 등 다양한 기술적 발전에 역점을 두고 산업을 일궈온 덕에 일찍이 상업적 토양 위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기술 혁신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과 질서가 방송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방송 통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립적인 공영방송 시스템을 만들고 보완한 반면 미국은 새로운 음성·영상 정보의 유통이나 전달 기술의 혁신을 통해 탄생한 라디오와 TV 산업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가치였다. 물론 방송 내용의 다양성을 보장하거나 다원적 소유구조를 지향하는 등 정책적 목표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미국의 방송 시장은 기술적 발전과 이에 따른 시장 활성화, 독과점 규제가 이어지는 개방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같은 방송 환경 속에서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인 ABC, CBS, NBC는 소위 빅3 채널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 지상파 방송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방송 시장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자가 경쟁하기보다는 3개 채널이 시장을 비슷하게 분할해 점유하는 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빅3 채널은 라디오로 출발해 TV 시트콤이나 드라마, 뉴스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수준의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미국의 방송 시장은 구역이 넓고 광고 시장이 활기차 다른 어느 국가의 방송사보다도 콘텐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했다. 따라서 빅3 채널의 경쟁은 외부와의 경쟁보다는 미국 시장 내 채널 간 경쟁이 치열했다.

    1920년대 NBC를 필두로 3개 방송사가 개국한 후 빅3 채널은 프로그램 포맷에서부터 사업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과 경쟁을 반복했다. 이 중에서도 에디슨의 DNA를 갖고 있는 NBC와 UIB(United Independent Broadcasters)를 인수해 CBS라는 방송사로 탈바꿈시킨 윌리엄 팔리(William S Paley)의 CBS는 초기부터 치열하게 경쟁했다. 미국 방송 역사를 상징하는 두 기업 간의 자존심 경쟁은 그 분야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두 기업은 특히 방송 뉴스 포맷이나 앵커 기용은 물론 장르별 인기 프로그램 제작, 스포츠 방송 중계권 확보 등을 놓고도 경쟁했다. 이들은 경쟁을 통해 세계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전형을 만들 만큼 혁신이라는 성과물을 얻었다. 시청자의 주목을 이끌어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상업적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그럼에도 미국 빅3 채널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식으로 모방과 혁신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노력했다.

    라디오 기기 판매사가 설립한 NBC

    NBC와 CBS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들의 유사성과 차이를 동시에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NBC는 Radio Corporation of America(RCA)라는 라디오 기기 판매사에서 출발했다. RCA는 에디슨이 설립한 제너럴일렉트릭(GE)사가 만든 기업으로 GE가 제작한 라디오 수신기 판매가 주 업무였다. GE의 도움으로 계속 성장하던 RCA는 미국 통신기업인 AT·T로부터 WEAF라는 뉴욕의 라디오 방송국을 인수한 뒤 새로운 사업 부문인 NBC를 설립했다. NBC 설립에는 RCA를 비롯해 GE와 웨스팅하우스 등이 참여했다. 하드웨어 기기를 판매하던 RCA가 새로운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또 다른 사업 부문에 참여한 것은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방송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930년 독점 논쟁으로 GE에서 분리된 RCA는 1932년부터 NBC 사업을 단독으로 맡아 운영했다. 1986년 GE가 다시 RCA를 인수하면서 NBC 사업 부문은 다시 GE 소유가 되었다.

    NBC VS CBS
    1926년 라디오 방송사로 출발한 NBC는 1940년대에는 TV 사업자로, 이후에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뉴스 채널인 CNBC와 스페인어 방송인 텔레문도, 브라보, MSNBC 같은 케이블 채널도 계속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이밖에도 CNBC 유럽이나 CNBC 아시아태평양 등의 해외 채널과 A·E와 히스토리 채널 등을 대상으로 지분 투자를 추진했다. 글로벌 채널 사업자로 변신한 NBC는 미국 내 최초의 상업 TV 면허를 갖고 있었으며 1952년에는 최초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 제작을, 1964년에는 최초의 TV 영화를, 1984년에는 최초의 스테레오 방송을 제공하는 등 기술적 혁신을 TV 수상기와 콘텐츠에 연계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NBC는 2000년대 들어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소유권이 바뀌었다. 인터넷을 포함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으로의 변화 때문에 단순히 지상파 방송 채널인 NBC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었던 GE는 2004년 프랑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유니버설과의 합작투자를 통해 NBC 유니버설이라는 콘텐츠 기업을 설립했다. 유니버설이 소유한 미디어 자산에는 유니버설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케이블TV 채널 사업자가 모두 포함돼 있었다. 디즈니 계열의 ABC나 바이어컴 계열의 CBS 채널이 할리우드 영화 및 다양한 유료방송 채널 사업과 연계돼 있던 시점에 NBC만 유일하게 독립적인 채널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GE와 비방디는 글로벌 통합미디어 기업인 NBC 유니버설을 만들었다. 그러나 비방디 그룹의 재정적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NBC 유니버설의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내 최대 케이블 MSO인 컴캐스트가 2011년 NBC 유니버설 소유권을 인수했다.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기존의 NBC 유니버설을 플랫폼 사업자인 컴캐스트와 수직적으로 조합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컴캐스트는 케이블TV 다채널 서비스 제공을 담당하는 MSO이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통신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결합 서비스 사업자였다. 이들은 네트워크 플랫폼 사업자로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유료방송 사업자였지만 다른 통신사나 경쟁 MSO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콘텐츠 자산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NBC 유니버설과 컴캐스트는 서로의 이해가 정확하게 맞물려 들어가면서 통합 기업으로 다시 출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NBC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기 NBC 설립자인 데이비드 사르노프(David Sarnoff), 유니버설 창립자인 칼 렘믈(Carl Laemmle), 컴캐스트 창립자인 랄프 로버츠(Ralph Roberts)의 창업 마인드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모두 방송이나 영화, 플랫폼 등의 미디어 서비스 영역을 개척한 선도적인 경영자들로 평가할 수 있다.

    기업 분할로 재정 안정 이룬 CBS

    CBS의 역사도 1927년 시카고 내에 UIB라는 채널이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UIB가 방송 초기 투자비용 마련을 위해 컬럼비아 레코드를 제작하던 컬럼비아 포노그래프 컴퍼니(Columbia Phonograph Company)의 투자를 받으면서 CBS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이 이름은 오늘날의 CBS와는 다른 성격의 브랜드인 셈이다. 이후 수익성 악화로 내버려졌던 이 채널은 필라델피아 담배회사의 오너 아들인 윌리엄 팔리가 대표이사가 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채널 이름을 컬럼비아 브로드캐스팅 시스템, 즉 오늘날의 CBS로 바꾼 뒤, 방송광고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지역 제휴 방송국들과의 관계를 호전시키면서 이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송광고 판매 방식을 바꿨다. CBS는 NBC보다 한층 더 창의적이면서도 오락적인 목적으로 채널을 운영했다. 이 같은 기업 문화에는 설립자 또는 실질적인 운영자의 개인적인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섬너 레드스톤(Sumner M Redstone)이 창립한 파라마운트 픽처스 등을 산하에 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바이어컴은 1999년 다양한 미디어 비즈니스를 통해 CBS를 사들인 후 초대형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바이어컴은 기업 규모가 비대해진 2006년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을 실현시켰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하며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바이어컴을 속성이 다른 CBS 사업 부문과 바이어컴 사업 부문으로 나눠 두 개의 개별 기업으로 분할한 것. 쉽게 말해 광고 의존도가 높은 사업 부문과 현금 비중이 높은 사업 부문을 별도의 기업으로 쪼갠 것이다. 기업 분할을 통해 CBS는 지상파 방송과 프로그램 제작, 옥외광고, 유료 텔레비전(쇼타임) 운영, 출판 자산 등을 담당하고 바이어컴은 BET 네트웍스, MTV 네트웍스 등 케이블 채널과 파라마운트 영화사 등 영화 기업 운영을 맡게 됐다.

    2006년 추진한 바이어컴의 기업 분할은 CEO인 섬너 레드스톤의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는 현재 CBS와 바이어컴의 이사회 의장이다. 2006년 기존의 바이어컴을 CBS와 바이어컴으로 분할했지만 두 기업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대주주다. 레드스톤은 CBS와 바이어컴을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1987년 6월부터 바이어컴 이사회 의장으로, 1996년부터는 CEO로 활동해왔다. 그가 만들어놓은 바이어컴 자산을 살펴보면, 엔터테인먼트 부문에 CBS 텔레비전 네트워크, CBS 텔레비전 스튜디오, CBS 스튜디오 인터내셔널, CBS 텔레비전 배급, CBS 필름스, CBS 인터랙티브 등이 포함돼 있다. CBS 채널 사업 부문에는 쇼타임을 비롯해 CBS 스포츠 네트워크, 스미스 소니안 네트워크 등의 채널이 속해 있으며 출판 부문에는 ‘시몬 앤 슈스터(Simon · Schuster)’ 출판사 등이 포함돼 있다. 2011년 CBS의 매출 구성 비율은 엔터테인먼트 52%, 케이블 채널 11%, 출판 6%, 지역 방송 19%, 옥외광고 13% 등이었다. 또한 총 매출의 11%를 해외에서 올렸으며 해외 매출의 59%는 유럽, 17%는 캐나다 지역에 집중됐다.

    1940년대부터 본격 경쟁 돌입

    NBC와 CBS는 철저히 상업적 이익이나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채널을 운영해왔다. 이를 위해 방송 초기 빅3 채널이 역점을 둔 전략은 지역 네트워크 제휴 방송국들을 인수하거나 그들과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었다. 이는 콘텐츠 제작 및 배급을 긴밀히 연계해 방송 구역과 광고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빅3 채널은 1950년대부터 지역 제휴 방송국을 확보하려고 미국 전역을 공략했다. 이들은 프로그램 제작과 배급 네트워크의 수직적 결합을 방송학 교과서에 실릴 만큼 충실하게 실천한 셈이다.

    지상파 방송 빅3 채널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긴밀한 협조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지상파 방송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다른 기업을 차단하기 위해 공동보조를 맞추기도 했다. 빅3 채널은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으면서도 제작비가 비싼 프로그램에 투자를 집중해 후발 사업자가 넘보기 힘든 진입장벽을 구축했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 시장 에 진입한 신규 기업은 물론 PBS 같은 공영방송사조차 빅3 채널과 대등하게 경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1986년 폭스가 설립되면서 빅3 채널의 입지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그뿐 아니라 다양한 유료방송 채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폭스를 포함한 빅4 시스템도 흔들린다.

    NBC와 CBS 간의 경쟁은 1940년부터 본격화된 네트워크 뉴스 포맷에서부터 격화되기 시작했다. NBC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1948년 NBC는 캐멀 뉴스릴 극장(Camel Newsreel Theatre)이라는 10분짜리 뉴스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CBS도 15분짜리 CBS-TV 뉴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NBC는 CBS와 같이 뉴스 프로그램을 15분으로 늘려 개편했다. NBC는 1956년 뉴스 프로그램 이름을 ‘헌틀리 브링클리 리포트(Huntley-Brinkley Report)’로 바꾸고 앵커 한 명이 단독 진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두 명이 진행하는 혁신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CBS는 다시 월터 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가 진행하는 ‘CBS 이브닝 뉴스’를 30분 포맷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CBS가 30분 프로그램을 내놓자 NBC도 30분짜리 ‘NBC 나이틀리 뉴스(NBC Nightly News)’를 선보였다.

    서로 모방하며 창조적 발전 거듭

    NBC와 CBS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해왔지만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Pew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빅3 채널 저녁 뉴스 시청률은 NBC가 가장 높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CBS 이브닝 뉴스 시청률은 각각 6.17%, 5.98%, 5.65%, 5.97%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시기 NBC 나이틀리 뉴스는 8.56%, 8.62%, 8.50%, 8.75%로 CBS에 비해 2% 이상 높은 기록을 나타냈다. 아침 뉴스 시청률도 NBC 투데이는 5.3~5.5%, CBS 아침쇼는 이보다 낮은 2.9~3.2%를 기록했다.

    매년 빅3 채널의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과 시청 규모가 급속히 축소되는 가운데서도 NBC는 아침, 저녁 시간에 모두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으며 ABC, CBS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매거진 스타일의 뉴스 프로그램 중에서는 CBS의 ‘60분’이 NBC의 ‘데이트라인’보다 월등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청률 기준으로 시기별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빅3 채널이 서로 옥신각신 경쟁하는 양상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은 1952년부터 1954년까지 CBS에서 방영한 시트콤 ‘아이 러브 루시(I Love Lucy)’다. 1952~1953년 이 프로그램은 67.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950년대에는 CBS가 최상위 프로그램을 독점했지만 1960년대에는 CBS와 NBC가 인기 프로그램을 교대로 내놓는 양상을 보였다. 1970년대에는 NBC가 밀려나면서 CBS와 ABC가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1980년대 초반에는 CBS가 ‘댈러스와 60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선두를 유지하다 1985년부터는 NBC가 ‘코스비쇼’라는 시트콤으로 이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 초반 CBS는 ‘60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선두 자리를 되찾았으나 이후 NBC가 ‘ER’ 등의 프로그램으로 다시 역전했다. 2000년대에는 NBC가 ‘프렌즈’라는 시트콤으로 잠시 선두에 올라섰다가 CBS가 ‘서바이벌’‘CSI’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여 엎치락뒤치락 팽팽한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제4의 네트워크 채널인 폭스가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2003년부터 2011년 시즌까지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NBC와 CBS의 경쟁은 차츰 느슨해졌다. NBC는 2011~2012 시즌에 미식축구 경기 중계로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최근 NBC와 CBS 간의 경쟁은 단순히 뉴스나 드라마와 같은 장르의 프로그램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빅3 채널은 올림픽 방송 중계권을 포함해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미식축구 경기 중계 등 스포츠 프로그램의 중계권을 놓고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며 경쟁한다. 다채널 다매체 상황에서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누려왔던 특혜와 독점적인 시청률, 시청점유율은 시간이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다. 시청률 하락은 경제적 수익 감소로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빅3 채널은 다른 사업자가 감히 상상도 못하는 비용을 투입해 핵심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양질의 프로그램은 판매 가격을 올려 해외시장에 팔기가 쉽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지상파 방송의 맞수인 NBC와 CBS는 태생적 차이에도 대부분 모방적 전략을 통해 유사한 특성을 공유해왔다. 외부적으로 다른 경쟁 기업의 시장 진입을 억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서로를 닮아가는 모방적 경쟁이 바로 오늘날의 거대 미디어그룹을 만든 원동력이다. 이와 같은 모방적 동형화 과정은 새로운 창조적 힘을 만들어냈고, 이는 NBC와 CBS가 서로 적이 아닌 공존의 파트너로서 서로 자극하고 발전시키는 바탕이 된 것이다. 오늘날 미국드라마가 세계 방송 프로그램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도 라이벌 관계인 채널들 간에 경쟁과 모방, 자극과 창조적 발전, 개방과 팽창이라는 개념을 교류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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