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호

마음껏 펼쳐라, 대한민국의 꿈!

  • 박세일│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입력2013-02-20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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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껏 펼쳐라, 대한민국의 꿈!
    장자(莊子)는 자신이 나비가 되어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꽃도 구경하고 들도 구경하는 꿈을 꿨다고 한다. 한참 날아다니다가 나무 밑에서 누군가가 낮잠을 자는 것을 보고 내려가보니 바로 장자 자신이었다. 그때 꿈이 깼다.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이다. 꿈속에서 자신은 분명 나비였다. 그렇다면 혹시 지금 나는 틀림없이 장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꿈을 꾸면서 인생이라는 먼 길을 간다. 밤에는 꿈을 꾸며 보내고 낮에는 꿈을 품고 살아간다. 밤에 꾸는 꿈엔 우리가 보낸 날들에 대한 즐겁고 슬펐던 일이 많다. 그러나 낮에 꾸는 꿈엔 앞으로 각자의 삶에서 이루고 싶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와 목표 등이 많다.

    꿈은 개인만 꾸는 것인가. 나라는 꿈을 꿀 수 없는가. 나는 개인이 꿈을 가지고 살듯이 나라도 반드시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 없는 인간은 스스로의 가치 실현과 자기 발전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듯이, 꿈이 없는 나라도 자존과 발전을 포기한 나라가 아닐까 한다.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이래 지금까지 어떠한 꿈을 꾸면서 살아 왔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꿈을 꾸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광복 후 지난 60여 년간을 돌이켜보자. 대한민국은 1940~50년대에는 건국의 꿈, 1960~70년대에는 산업화의 꿈, 1980~90년대에는 민주화의 꿈을 꾸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시대마다 우리의 꿈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이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됐다. 이젠 오히려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크게 부러워한다. 1960년대 초반 일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던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거치며 1995년 1만 달러를 달성했고 이제는 2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뿐만 아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우는 것과 같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도 결국 우리는 민주주의까지 성공시켰다. 그러니 모두가 부러워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대한민국에 꿈이 사라지는 것 같다.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보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과거 역사를 가지고 내 편, 네 편으로 나누어 싸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국민은 점점 분열, 갈등, 대립하게 된다. 건국-산업화-민주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이 지금부터 꾸어야 할 새로운 꿈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주장과 이야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20세기 후반기에 잘나갔던 대한민국이 21세기 들어서 왜 이렇게 흔들리고 혼란스러워졌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첫째는 지금까지 이 나라를 이끌어온 주도세력과 지도자들이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이 나라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가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우리 역사에서 건국과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 내에 성취하기 위해 무리를 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에 아픔과 상처를 받은 분이 많다. 아직 이 분들의 한(恨)과 아픔을 충분히 치유하지 못해서 우리 사회가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어떠한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하나. 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꿈은 다음의 두 가지, 즉 ‘선진화’와 ‘통일’이라고 본다. 이 둘을 합쳐 ‘선진통일(先進統一)’로 일컬으면 좋을 것이다.

    선진화란 한마디로 부민덕국(富民德國)이 되는 것이다. 안으로는 국민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풍요로운 나라가 되는 것을 의미하고, 밖으로는 이웃나라들이 우리를 덕스러운 나라로 존경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선진화는 남한의 선진화로만 끝나지 않고 반드시 남북통일을 이루어 한반도 전체의 선진화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한반도 전체를 통일된 세계일류 선진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21세기 선진통일국가를 만든다는 꿈을 가지고 우리 국민이 다시 한 번 더 대동단결해 크게 도약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 겪고 있는 저성장과 양극화, 실업과 빈곤, 가족해체와 교실붕괴, 높은 자살률 등 여러 가지 국내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지난날 역사 속에서 상처 받은 분들에 대한 해원(解寃)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건국 과정에서의 좌우대립으로 인해 피해와 상처를 받은 가족, 산업화 과정에서 불법착취와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 그리고 민주화 과정에서 고문과 탄압을 받은 분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 차원의 집단적 힐링(healing)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직도 그분들을 괴롭히는 과거의 악몽이 21세기 미래의 길몽으로 변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국민 모두가 선진통일이라는 길몽을 함께 꾸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21세기 대한민국이 대도약하는 선진통일의 한민족 성공 시대가 활짝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장자는 본래 무사안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나비가 되는 꿈이나 꾸면서 살았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우리 국민은 지금 한가로이 나비 꿈이나 꾸면서 살아갈 수 없다. 대한민국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나라다. 무엇보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심한 기아(飢餓)와 가난, 질병에 허덕이고 비인도적 인권탄압에 신음하는 북한 동포를 구해야 한다. 실업과 소득 불평등 등 남한 내부의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도 빨리 풀어내야 한다.

    이렇게 선진화와 통일을 함께 추구해 한반도 전체를 선진일류국가로 만들면서 나아가 만주와 시베리아를 개발하고, 더 뻗어나가 중앙아시아와 유라시아 전체를 경영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그야말로 21세기 아시아 시대에 동북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서야 한다. 그래야 고구려 멸망(668년) 이후 청일전쟁(1894년) 때까지 1200여 년간 중국의 변방속국으로 살아온 치욕의 역사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 통일 한반도가 중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북아 3강을 이루는 호혜평등의 ‘신동북아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바로 이러한 선진통일과 신동북아 시대의 큰 꿈을 꿔야 한다.

    역사는 꿈을 꾸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 시대의 국민이 어떤 꿈을 꾸느냐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이다. 나비를 꿈꾸면 나비가 될 것이고 웅비하는 호랑이를 꿈꾸면 반드시 호랑이가 될 것이다.

    마음껏 펼쳐라, 대한민국의 꿈!
    박세일

    1948년 서울 출생

    서울대 법학과 졸업

    일본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부 수학, 미국 코넬대 석·박사(경제학)

    서울대 법대 교수, 미국 컬럼비아대 법경제연구소 초빙연구원,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사회복지수석비서관, 17대 국회의원,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現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선진통일연합 상임의장


    꿈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꿈을 꾸어야 할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꾸어야 할 꿈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우리의 꿈은 우리가 우리의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와 손녀들이 어떠한 나라에서 살기를 희망하는지에 의해 결정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 모두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 후손들이 진정 어떠한 나라에서 살기를 원하는가?’ 그렇게 하면 21세기 대한민국의 꿈이 그려질 것이다. 나는 그 답이 선진화와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땅 위에 선진통일의 꿈이 마음껏 펼쳐지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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