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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에세이

혼자 살기, 실수 줄이는 9가지 선택

  • 최영미│시인

혼자 살기, 실수 줄이는 9가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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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은 집 넓게 쓰기 집이 크다고 인간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킹사이즈의 비싼 침대가 연인들의 뜨거운 사랑을 약속하지 않듯이. 밖에서 들어오면 아늑한 온기가 느껴지는 집, 물건들이나 가구들이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 방, 오래된 벽지와 바닥에 세월의 때가 묻었지만 크게 눈에 거슬리는 구석이 없는 집, 주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집, 왠지 분위기 있는 집, 편안한 집, 한번 들어가면 나오고 싶지 않은 집이 좋은 집이다.

집이 작으면 벽지와 바닥은 최대한 단순하게, 큰 무늬보다는 작은 무늬, 진하고 어두운 색보다는 밝고 연한 아이보리나 흰색 계열의 벽지가 작은 집에 어울린다. 광택이 야한 실크벽지나 화려한 포인트 벽지는 답답해 보이니 피하시기를.

바닥재가 그 집의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작은 집에선 침대와 가구를 들여놓으면 사실 바닥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 요즘엔 집집마다 냉장고가 왜 그리 큰지. 부엌에 식탁과 의자를 놓으면 빈 공간이 거의 없다. 오래 살 집이 아닌데 바닥을 굳이 비싼 원목으로 깔 필요가 있을까?

당신이 독신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독신으로 살 계획이라면, 가전제품과 가구는 적을수록 좋다. 당신이 음식을 잘 해먹고 친구들을 자주 초대한다면 냉장고는 당신의 식욕과 사교의 폭만큼 커져야 옳다. 새집에 이사해 얼마간 살다보면 침대나 텔레비전의 위치를 바꾸고 싶을 때가 있는데, 덩치가 큰 더블침대나 텔레비전을 혼자서 낑낑대며 옮길 생각을 해보라. 누구를 부를까? 고민하며 머리가 터지거나, 손목의 인대가 파열되기 전에 생활의 짐을 가볍게 내려놓으시게. 내 경험담을 들이대자면, 29인치 텔레비전으로도 축구경기를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같은 덩치라면 키가 낮은 가구일수록 실내공간이 넉넉해 보인다. 마치 도서관의 서가처럼 사방에 높은 책장을 세워 책이 가득 꽂힌 서재가 글쟁이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요즘 유행인가 본데, 그 높이 올라간 지식의 곳간이 내게는 허기의 곳간으로 보이니 어쩌나. 천장까지 올라간 6단 책장보다 3단 책장이 시야를 막지 않고, 공간 활용에도 좋다. 방이 두 칸인 아파트에 세 들어 사는 나는 거실을 작업실로 쓰는데, 높이 115㎝의 난쟁이 책장 위에 오디오와 화분, 사진액자, 서류상자 따위를 올려놓는다. 추운 겨울에는 모자와 장갑이 얹혀지기도 한다.



같은 공간에 배치할 가구는 키를 맞추거나 폭을 맞춰라. 경대나 4단 서랍장, 책상처럼 키가 엇비슷한 가구들을 한쪽 벽에 나란히 붙이면, 정리된 느낌이 들고 사용하기도 편하다. 예컨대 책상의 가로 폭이 좁아 노트북과 프린터가 동시에 올라가지 않는다면, 책상 위에 노트북을 얹고 그 옆의 서랍장에 프린터를 놓는 식으로.

장롱, 사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내게 같이 살 남자가 생길 것인가, 아님 그냥 혼자일 것인가. 곧 결혼할 거면 불편해도 옷장 없이 옷걸이로 버티고, 그래도 불편하면 괜찮은 서랍장을 하나 장만해서 나중에 신혼집에 가져가기를. 그러나 당신이 바지가 스무 벌이나 있는 멋쟁이라면 고민하지 말고 장롱을 세트로 들여놓거나, 방 하나를 옷실로 꾸며라. 어차피 살 가구라면 일찍 사는 게 좋다. 괜히 싼 맛에 맘에 들지 않는 싸구려 옷장을 구입했다가 버리고 다시 사는 수고를 하질 말고, 첨부터 맘에 드는 놈으로(가구는 한번 사면 오래, 10년 20년 죽을 때까지 쓰니까) 재질이 좋으면 비싸도 저지르고 보자.

의자나 침대는 겉모양에 혹하지 말고 재질이 튼튼한 물건을 골라야 후회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만 사지 말고, 반드시 매장에 가서 직접 엉덩이에 대고 앉아보자. 침대 위에 체중을 싣고 누웠을 때 소리가 나지 않고, 허리를 편안하게 받쳐주며 쿠션감도 좋아야 한다. 침대 매트리스가 너무 딱딱하면 나중에 등이 배겨 잠이 오지 않는다.



3. 청소로 스트레스 풀기 일주일에 한 번은 청소하는 날을 정해라. 이마에 땀이 맺히도록 구석구석 먼지를 털고 문지르다보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증발하리니. 에너지 소모도 많아 당신의 몸도 가벼워질 것이다. 30대의 나는 주말이면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하고, 욕실의 벽과 바닥타일은 물론 세면대의 거울까지 깨끗이 닦았다. 욕실은 당신의 얼굴이다. 손님이 오지 않더라도 늘 화장실을 청결히 유지하는 습관을 갖도록. 욕실이 더럽다는 건 곧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신호! 남자친구가 생긴 뒤부터 나는 청소에 더욱 정성을 쏟기 시작했다. 독한 냄새가 싫어서 락스 사용을 되도록 줄이고, 세면대와 싱크대에 베이킹파우더를 뿌리고 스펀지로 닦는다. 주중에 하루는 무거운 진공청소기 대신 정전기 청소포(스위퍼키트)를 사용하는 플라스틱 밀대로 바닥의 먼지와 머리카락을 제거한다.

4. 잘 먹기 독신일수록 골고루 잘 챙겨 먹어야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먹게 되기 쉬워 영양섭취가 편중될 수 있다. 나는 평소 육류 음식을 즐기지 않지만, 밖에서 친구들과 식사 약속을 잡을 때는 이왕이면 생선이나 고기가 포함된 요리가 나오는 식당을 선택한다. 생선을 1인용으로 한 토막씩 파는 곳도 드물고, 내 배 채우자고 집 안에 비린내를 잔뜩 피우기도 그렇고, 기름기 묻은 그릇은 치우기도 번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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