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호

새 생명 잉태하는 밤하늘 봄비

일곱 별이 그린 ‘국자’ 북두칠성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입력2013-02-21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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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두칠성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별자리이자 죽음을 관장하는 별자리로 여겨진다. 북두칠성이 속한 큰곰자리에는 아들이 쏜 화살에 맞은 어미의 슬픈 이야기도 전해진다.
    새 생명 잉태하는 밤하늘 봄비
    모진 한파가 물러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다가온다. 이렇게 차츰 낮이 길어지면 어느덧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다. 춘분을 전후해 태양의 고도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진다. 그만큼 하루하루 계절의 변화가 빨라지고 머지않아 태양의 계절이 올 것이란 걸 느끼게 된다.

    ‘거대한 별’이라 할 태양의 활동은 11년을 주기로 활발해지는데 그 정점이 바로 올해다. 별은 ‘스타(star)’란 말처럼 ‘스스로 타는 것’이다. 이 ‘스스’에 아래위로 점 하나씩 찍으면 ‘수소가 타는 것’이 된다. 수소가 타서 빛과 열을 내는 존재가 바로 별이요, 태양이다. 한마디로 태양은 거대한 수소폭탄이라 할 수 있다.

    수소폭탄이 터질 때 엄청난 양의 방사능물질이 나오는데, 지구에 날아온 이것을 ‘태양풍’이라고 한다. 이 태양풍이 지구의 자기장에 잡혀 남극과 북극 근처에서 대기와 반응해 아름답게 빛나는 현상이 바로 오로라다.

    따라서 오로라는 태양의 활동이 활발할수록 화려하게 나타난다. 올해는 태양의 활발한 활동으로 더욱 멋진 오로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태양풍으로 인한 위성 피해나 통신 교란이 올 수도 있다. 가끔 뉴스에서 태양 예보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태양 활동의 변화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지구에 특별히 큰 위기가 온다거나 하진 않는다.

    오로라는 ‘빛의 오르가슴’



    나는 지난 1월과 2월, 오로라 관측을 위해 캐나다 옐로나이프(Yellowknife)란 곳을 두 번 다녀왔다. 옐로나이프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선정한, 지구상에서 오로라를 관측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나는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할 천문 현상 중 하나로 그 화려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오로라를 꼽는다. 오로라가 가장 화려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오로라 폭풍(Aurora substorm)’이라고 하는데,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하늘에서 빛들이 춤을 춘다고나 할까. 이 장관이 주는 감동은 ‘빛의 오르가슴’이란 표현 외에 다른 표현을 찾기 힘들 정도다. 여러분도 꼭 오로라를 보러 가길 바란다. 추위가 싫다면 8월이나 9월에도 오로라를 볼 기회가 있으니 그때를 노려봐도 될 것이다.

    이왕 스타 얘기가 나온 김에 ‘땅에 있는 스타’와 관련한 내 경험을 이야기해본다. 1989년 나는 ‘재미있는 별자리여행’이란 책을 펴내고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출연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때 MBC 라디오 자정(子正) 프로그램에서 가수 고(故) 김광석 씨를 처음 만났다. 사실 나는 평범한 얼굴에 입담도 그리 화려하지 않은 그가 누군지 잘 몰랐다. 그래서 방송 중간에 직업이 뭐냐고 물었더니 잠시 당황한 그는 “동물원에 있다”고 했다. 나는 어리둥절해 “동물원에서 뭐하세요?”라고 했고, 그는 “기타를 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요즘 동물원에선 기타 치는 사람도 뽑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수줍은 듯 “동물원이라는 그룹입니다”라고 알려줬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내 후배들은 ‘어떻게 동물원을 모를 수 있느냐’고 타박하면서도 김광석 씨를 만난 일을 몹시 부러워했다. 그 후 몇 차례 김광석 씨와 함께 라디오에 출연했고 가끔 차도 마시며 친분을 쌓았다. 몇 해 지나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

    최근에는 오로라 여행을 마치고 모 방송에서 개그우먼 김미화 씨를 인터뷰했다. 나는 스타에 대해 설명하며 그에게 ‘당신은 땅에 있는 스타’라고 말해줬다. 그러자 김 씨는 “열심히 내 스스로를 태워서 여러분을 더욱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을 받았다. 나는 스스로 타는 것이 스타라는 말을 만들었을 뿐, 스스로 태움으로써 주위를 이롭게 한다는 것까지 깨닫진 못했다. 태양이 스스로를 태움으로써 그 빛과 열로 우리가 살 수 있다.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이 땅의 스타들로 인해 우리는 즐거움과 삶의 활력을 느낀다. 정말 스타란 스스로를 태움으로써 주위를 이롭게 하는 존재이지 않은가.

    새 생명 잉태하는 밤하늘 봄비

    오로라는 태양풍이 지구의 자기장에 잡혀 생성되는 것으로, 올해는 태양의 활발한 활동으로 유난히 화려한 오로라가 관측될 것으로 보인다.



    자, 다시 하늘의 스타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밤하늘은 봄의 밤하늘인데, 북두칠성이 가장 높이 떠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북두칠성은 1년 내내 보인다지만 봄철에 가장 잘 보인다. 아직 북두칠성을 본 적 없다면 밤에 북동쪽 하늘에서 올라오는 국자 모양의 7개 별을 관찰해보기 바란다.

    옛 조상들은 북두칠성을 ‘하늘의 샘물을 뜨는 국자’로 여겼다. 겨우내 지평선 근처에서 하늘 샘물을 퍼 담은 국자가 봄철이 되면 북동쪽 하늘로 올라온다. 이때 국자 손잡이가 땅을 향하면서 국자에 담긴 물이 손잡이를 따라 땅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봄에 비가 많이 오는 것이다. 겨우내 가물었던 대지에 봄비가 내리면서 만물은 숨을 쉬고 새 생명을 잉태하게 된다. 따라서 북두칠성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별로 여겨졌으며, 밭을 일구는 쟁기로도 불렸다.

    목동과 처녀의 결혼

    북두칠성의 손잡이를 따라 지평선 쪽으로 내려가면서 여러 별자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 별자리들은 옛사람들의 생활문화를 이해하게 해준다. 봄비가 내려 대지에 풀이 돋아나면 가장 즐거운 사람 중 하나는, 드디어 소떼와 양떼를 몰고 초원을 누빌 수 있게 된 목동일 것이다. 북두칠성 손잡이를 따라 내려오다 첫 번째 만나는 밝은 별이 바로 목동자리의 으뜸별인 아르크투루스(곰의 감시인)다.

    봄비가 내려 그다음으로 즐거워할 사람은 누굴까. ‘봄처녀 제 오시네’ 하는 노랫말처럼 처녀들 아니었을까. 겨우내 집 안에 움츠리고 있던 처녀들이 산으로 들로 봄나물 캐러 가니 왠지 모를 설렘이 가슴속에 가득할 것이다. 두 번째 밝은 별이 바로 처녀자리의 으뜸별인 스피카(보리 이삭)다. 북두칠성의 휘어진 곡선을 따라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루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까지 연결된 커다란 곡선을 가리켜 ‘봄철의 대곡선’이라고 한다.

    자, 그러면 목동과 처녀 말고도 봄비를 좋아할 이는? 계절을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사람보다 동물이다. 그중에서도 동물의 왕 사자에게 봄철만큼 즐거운 계절은 없다. 동굴 속으로 숨은 먹잇감들이 하나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나타나기 때문이다. 목동과 처녀의 으뜸별 앞쪽(서쪽)으로 제일 밝게 빛나는 별은 사자자리의 으뜸별이다. 봄비가 내릴 걸 알고 사자가 미리 뛰쳐나간 듯하다. 북두칠성의 남쪽으로 목동과 처녀자리의 으뜸별, 그리고 사자자리의 꼬리별(버금별)이 만드는 커다란 삼각형을 ‘봄철의 대삼각형’이라 한다. 이 별들은 봄철의 가장 중요한 길잡이 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봄철 지평선 위로는 유난히 긴 별자리가 보인다. 사자자리 아래로 길게 지평선 위에 놓인 별자리, 바로 겨울잠을 자고 나온, 땅을 기어 다니는 뱀이다. 밤하늘에는 여러 종류의 뱀이 있다. 그중 봄철에 보이는 뱀은 바다뱀자리다.

    그리고 봄은 혼인의 계절이다. 목동과 처녀가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목동은 처녀를 위해 결혼 선물을 준비한다. 옛날 신화에는 남편이 아내에게 화환을 결혼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결혼 선물로 쓸 화환이 목동 옆에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목동자리의 바로 뒤(동쪽)에 반원형으로 보이는 왕관자리가 바로 화환의 형상을 하고 있다.

    붉은 파군성에 피 토한 제갈공명

    새 생명 잉태하는 밤하늘 봄비

    큰곰자리. 지상의 곰보다 꼬리가 긴 모양새다.

    서양에선 북두칠성을 ‘큰 국자(The Big Dipper)’라고 부른다. 하늘에는 모두 3개의 국자 별이 있는데, 작은곰자리에 해당하는 작은 국자(The Little Dipper)와 궁수자리에 있는 우유국자(The Milk Dipper·남두육성)가 나머지 2개의 국자별이다. 밤하늘의 별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하늘을 경외하고 북두칠성을 두려워했다.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병에 걸리면 사람들은 칠성당에 찾아가 북두칠성에 빌곤 했다. 또 사람이 죽으면 관 속에 북두칠성을 그려 다음 생의 복과 장수를 기원했다. 이렇게 북두칠성에 제(祭)를 올리며 두려워하는 것은 ‘칠성님’을 사람의 죽음을 관장하는 신선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칠성님의 반대되는 신선은 남두육성에 해당하는 육성님이다. 육성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궁수자리 편에서 하겠다.

    아라비아에서는 북두칠성을 ‘관을 메고 가는 낭자들’로 보았다. 알파(α)별에서 델타(δ)별까지의 부분을 관으로 보았고, 국자 손잡이를 사람으로 본 것이다. 특히 손잡이의 가장 끝에 있는 별인 에타(η)별을 관을 인도하는 사람으로 보아 불길한 별로 여겼다. 북두칠성을 관을 메고 가는 사람들로 보는 생각은 동양에도 있었다. 동양의 점성술은 북두칠성을 인간의 죽음을 결정하는 별로 여겼고, 에타별을 ‘파군성(破軍星)’이라는 불길한 이름으로 불렀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삼국지’의 제갈공명 편에도 나온다.

    제갈공명이 병들어 죽게 됐을 때 자신의 생사를 점치기 위해 7개의 양초를 켜고 주문을 외웠다. 이때 하늘을 보니 커다란 유성이 북두칠성으로 흘러 파군성이 붉게 타오르는 것이었다. 이를 본 제갈공명은 죽음이 눈앞에 온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부하가 문을 열었고, 바람에 촛불이 모두 꺼지더니 제갈공명이 피를 토하며 죽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는 지평선 쪽에 엷은 먼지층이나 희미한 구름이 있을 경우 그 근처의 별빛은 대기의 영향으로 유난히 붉게 보인다. 또 대기가 불안정하고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지평선 쪽의 별들이 많이 반짝인다. 북두칠성의 7개 별 중 끝별인 에타별이 지평선에 가장 가깝게 내려간다는 사실이 이런 전설을 더욱 실감나게 만든 것 같다.

    아무튼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축으로 하루에 한 번 그 주위를 회전하므로 밤에는 시계 노릇을 한다. 국자 모양의 손잡이 방향에 따라 계절과 시간을 알 수도 있다.

    봄철 별자리 중 그 시작을 알리는 큰곰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들로 이뤄진 북두칠성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별 보는 사람들은 ‘누워서 떡 먹기’ 대신 ‘밤하늘에서 북두칠성 찾기’란 말을 쓴다. 그만큼 북두칠성 찾기가 쉽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7개 별 중 유독 잘 보이지 않는 별이 하나 있다. 4번째 있는 별로, 다른 별들은 모두 2등성인데, 이 별만 3등성이다.

    곰과 사냥꾼으로 만난 母子

    하지만 북두칠성을 찾았다고 곧바로 큰곰자리를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큰곰자리의 다른 별들은 북두칠성에 비해 약간 어둡기 때문에 도시의 밤하늘에선 큰곰의 모습을 다 찾아보긴 어렵다. 하지만 하늘이 맑은 시골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북두칠성과 사자자리 사이에 있는 ‘곰의 발’을 찾는 게 중요하다. 2개씩 나란히 있는 작은 별들이 띄엄띄엄 세 군데 계속되는 것이 바로 곰의 발이다. 이 세 쌍의 별을 우리나라에선 ‘삼태성(三台星)’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큰곰자리엔 동물원에서 본 곰과 다른 생김새가 하나 있다. 힌트는 국자 부분. 별자리 속 큰곰의 꼬리는 실제 곰보다 훨씬 길다. 그 사연은 그리스 신화에 잘 나와 있다.

    옛날 아르카디아에 칼리스토라는 아름다운 공주가 살고 있었다. 칼리스토는 남자 못지않게 훌륭한 사냥꾼이었으며, 처녀이자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추종자이기도 했다. 칼리스토는 결코 남자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동료들과 아르테미스에게 맹세까지 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오후 칼리스토가 숲 속에서 단잠에 빠져 있을 때였다. 제우스가 우연히 그녀의 잠든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 불쌍한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에 대한 맹세를 지키려 노력했지만 결국 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일을 알게 된 아르테미스의 다른 추종자들은 칼리스토를 신의를 저버린 못된 여자로 취급했다. 슬픔에 빠진 칼리스토는 인적 없는 깊은 산속으로 숨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내아이를 낳아 이름을 아르카스라고 지었다.

    제우스의 아내 헤라 여신이 이 일을 모를 리 없었다. 헤라는 지상으로 내려와 칼리스토를 찾아냈고 그녀를 흰곰으로 만들어버렸다. 자비를 간청하던 칼리스토의 목소리는 곰의 포효가 되어 숲 속에 메아리칠 뿐 누구도 헤라로부터 그녀를 구해줄 순 없었다.

    혼자 남게 된 아르카스는 어느 친절한 농부에게 발견돼 그의 집에서 자랐다. 어머니로부터 사냥하는 재능을 이어받은 아르카스는 점차 성장해 훌륭한 사냥꾼이 됐다. 어느 날 숲 속에서 사냥하던 아르카스는 뜻밖에도 칼리스토와 마주쳤다. 오랜만에 자식을 만난 칼리스토는 자신이 곰인 것도 잊어버리고 아들을 껴안기 위해 달려들었다. 곰이 어머니인 것을 알 리 없는 아르카스는 곰에게 활시위를 당기고 말았다.

    제우스는 이들 모자(母子)를 지켜주기 위해 아르카스를 곰으로 변하게 해 칼리스토와 함께 하늘에 올려 별이 되게 해줬다. 그러나 제우스가 너무 급하게 이들을 하늘로 보낸 탓에 큰곰과 작은곰이 몸체에 비해 꼬리가 무척 길어져버렸다. 제우스가 이들의 꼬리를 잡아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늘에 있는 큰곰과 작은곰은 지상의 곰에 비해 꼬리가 긴 특이한 모습을 하게 됐다.

    칼리스토가 별로 변해 하늘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것을 질투의 여신 헤라는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래서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게 이들이 바다에 들어가 물을 마시지도, 목욕을 하지도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이들은 북국 하늘만 맴돌게 됐다.

    그 후 수천 년 세월이 흘러 헤라의 화가 누그러져 모자의 위치가 바뀌었다. 큰곰자리의 위치가 낮아졌고, 칼리스토는 바다를 통과할 때 꼬리만 물속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불쌍한 아르카스는 아직까지 휴식 없이 물 위만 돌고 있다.

    로마 군인의 자격

    새 생명 잉태하는 밤하늘 봄비

    천상열차지도 속 삼태성.

    곰의 발에 대해 고대 아라비아에서는 ‘가젤의 세 번 도약(the Three Leaps of the Gazelle)’이라고 했다. 아라비아 전설에 따르면 큰곰자리와 사자자리 사이의 어두운 공간은 늪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영양의 일종인 가젤이 사자의 꼬리를 피해 늪으로 뛰어든 모습을 상상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던 것 같다. 꼬리에 가까운 동쪽(왼쪽)별들이 첫 번째 도약(the First Leap)이다. 가젤이 사자를 피해 늪으로 3번의 긴 도약을 하며 가볍게 뛰어오르는 모습을 상상해보기 바란다. 물론 이 가젤은 사자를 피하려다 커다란 곰을 만나 또 다른 곤경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고천문도인 천상열차지도에 따르면 이 세 쌍의 별들(삼태성)은 서쪽(오른쪽)부터 각각 상태(上台), 중태(中台), 하태(下台)로 불렸다. 우리 옛 천문학자들은 삼태성을 영웅과 관련된 별들로 보아 북두칠성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 삼태성은 가끔 민담에 나오는 삼태성과 혼동을 일으키는데, ‘밤하늘에 유난히 빛나는 삼형제 별이 동쪽 하늘에서 서쪽 하늘로 천천히 흘러가는데 이들을 가리켜 삼태성이라고 한다’는 민담 속 삼태성은 오리온자리의 중앙에 위치한 3개의 별이다.

    한편 북두칠성의 사발 끝부분에 해당하는 베타(β)별 메라크(Merak)와 알파(α)별 두브헤(Dubhe)를 이어서 5배 정도 연장하면 밝은 별이 하나 보인다. 이 별은 하늘의 북극을 나타내는 북극성(北極星·Polaris)이다. 이런 연유로 큰곰자리의 α별과 β별은 지극성(Pointers)이라 불리며, 북극성을 찾는 지표로 이용돼왔다.

    북두칠성에는 재미있는 별이 또 하나 있다. 손잡이의 두 번째에 위치한 제타(ζ)별인 미자르(Mizar)를 자세히 보면 바로 옆에 작은 별이 하나 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별이 바로 ‘시력 검사의 별’로 알려진 알코르(Alcor)다. 알코르가 이런 별명을 갖게 된 것은 고대 로마시대에 군인을 뽑기 위한 시력 검사에 이 별이 이용됐기 때문이다.

    새 생명 잉태하는 밤하늘 봄비
    이태형

    1964년 강원 춘천 출생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박사과정 수료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주)천문우주기획 대표

    저서 : ‘재미있는 별자리여행’ ‘쉽게 찾는 우리 별자리’ ‘별난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주견문록’ ‘이태형의 별자리여행’ 등


    눈이 좋은 사람은 미자르와 알코르를 충분히 구별해낼 수 있어 합격했다고 한다. 지금은 당시에 비해 두 별의 간격이 좀 떨어져 있기는 해도 구별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아니다. 로마시대 때 군인은 선망의 직업이라 많은 청년이 이 별을 원망하며 돌아섰을 것이다.

    알코르란 이름은 말을 타고 있는 기수라는 의미의 아라비아 말 알자트(Aljat)에서 유래했다. 그러면 이 별에 왜 기수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이 별 바로 옆에 있는 제타별 미자르를 수레를 끄는 말로 본 데서 비롯된다. 말 위에 바로 붙어 있는 작은 별을 기수로 본 것은 그럴듯한 상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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